산행일정(12/21)
07:30 잠실 롯데 앞 출발
11;20 영동 고자리재(도마령) 산행 출발
12:20 각호산 1.6km
13:30 대피소 직전 점심식사(30분)
14:05 대피소
14:15 민주지산 정상 3.4km
14:50 석기봉 2.9km
15;05 석기봉 삼신상
15:45 삼도봉 1.4km
16:05 삼미골재
17:00 황룡사(한천주차장) 4.4km
20:30 잠실 롯데앞 복귀
산행시간 5시간 40분 13.7km
산행참가: 나홀로 (목요산악회 버스이용)
(12/21,목,06:00) 주중 산행을 계획하고 새벽 부터 설치려니 물푸레의 잠을 깨워 미안하다. 전날 큰 놈
배병장 마저 호주로 떠나고 나니 집안은 쓸쓸한데.. 아직 잠이 덜 깬 막내 배티놈 만이 네발로 이불속을
헤집는다. 岷周之山..금년 정초 물푸레와 함께 삼도봉 대간길에서 꼭 눈 쌓인 석기봉 능선을 밟아 보리
라 다짐했는데..지난 주 우연히 주중 산행 버스가 민주지산을 향하는 것을 보고 예약을 해 놓았다. 백두
대간을 끝낸 후유증이 심한 탓인가..왠지 허전하여 자꾸만 대간 길 부근의 심설 산행이 그리워진다..
물푸레의 정성을 타고 잠실역에 내려서서 낯설은 산행버스에 오른다. 외지 여행길 설계가 항상 만만치
않은 탓에 특히 산행 여행은 잡다한 짐이 많아 안내 산악회 또는 친목 단체의 왕복버스를 이용함이 매우
편리하여 일정이 맞는 한 많이 이용하고 앞으로 안내 산악회의 보다 성실하고 알찬 발전을 기대해 본다.
주중산악회 답게 연령층이 다소 높아 보이는게 마음에 걸리지만 편리한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음에 감사
할 따름이다.오늘 계획은 6시간-6시간 30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 되지만 여정이 늦어지면 단축시켜야
할텐데.. 걱정이다.
11:00가 훨씬 넘어서야 도마령 고개 위에 다다라 간단한 기념사진을 찍고 가파른 각호산을 치켜보며 된
오름에 발을 올린다. A,B,C조로 나누어 중간 탈출을 미리 고지해 가면서도 인원파악을 하질 않으니 매우
자유로운 홀로 산행을 즐기는가 보다..하기야 연세들도 많으니 때로는 컨디션에 따라 일정 조정이 불가
피하겠지만 중간 대장들의 세심한 체크가 더욱 필요할 것 같은데..좀 아쉽다. 대간 길 무박산행에서 인원
점검에 철저하게 길들여진 나로서는 오히려 헷갈린다. 산이란 항상 조심스러워도 지나치지 않으니까..
(도마령-각호산)오름길 정자.
(11:20) 산행을 시작한지 5분도 안되어 조그만 정자 상룡정 안부에 올라선다. 본격적으로 눈 밟기가 시작
되며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암릉 구간이 많으리라 예상하여 아이젠 스파이크가 짧은
간이용을 착용했더니 깊은 눈으로 쌓인 된비알에서 계속 미끄러지면서 진도가 나질 않는다. 어차피 숨도
차오고, 아직 워밍업도 제대로 되질 않았으니 천천히 오르기로 하고 땀이 배이기 시작하는 능선 갈참나
무에 기대어 선채로 자켓을 벗어 넣는다. 완전한 봄날씨를 느낄 만큼 한낮의 햇살이 남쪽 사면에 비추인
다.흰 눈길에 반사되는 햇볕을 피하고 안구를 보호하기 위해 안경을 꺼내쓴다.
오늘 날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부단히 투자하면서도 과연 진정한 교육의
목적을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어제 방학기간 두달을 호주에서 각국 봉사학생들과의 집단 생활을 위해
시험이 끝나자마자 비행기에 오르는 배병장과 점심을 같이 하면서 한마디 당부를 내뱉고 싶었다.
"부디 네 능력을 네 자신의 행복과 이웃의 행복을 함께 가꿀 수 있을 만큼 키워나가라"고.. 흔히들
全人的 個性의 교육이니, 도덕적인 삶이니 많은 것들을 우리의 자식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겠으나,
나는 오늘 이렇게 산을 오르면서 부디 내 자신은 물론, 주위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산이란 자연 속에서
조화로운 행복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래본다. 개인과 사회 모두의 행복을 위하여..
1시간여의 지루한 된 오름에서 첫 워밍업 치고는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하는 느낌이다. 깊이 쌓인 눈길
에서 잦은 슬립으로 스틱을 사용하는 앞사람과의 간격에도 신경이 쓰인다. 계획상으로 40여분 시간을
잡았는데 1시간이 완전히 소모되고 난뒤에야 각호산 쌍봉을 조심스레 밟아 오른다. 거친 암봉에 몇 사람
오를 수 없을 만큼 좁은 탓으로 정상 표지석에서 한 컷을 꼭 남기자니 시간이 지체된다.산행 리더들의
암봉 하산길 안내도 부족하고 망설이며 길을 막고 있는 좁은 길에서 10여분이 지체된다.
(각호산 정상에서)
(12:20)뿔 달린 호랑이봉이라 했던가..角虎山 쌍봉에 올라서서 북으로 배거리봉 능선 뻗침을 확인하고,
남으로 岷周之山 큰 아우름이 가히 내륙 알프스의 기상에 손색이 없도다..오늘 저 멀리 삼도봉까지의
하얀 겨울을 밟고 디딜 걸음이 한 눈에 펼쳐 보인다. 오른쪽 용화면 일대의 골골이 하늘구름마저 벗은
채 산 능성이를 파도치며 다가온다. 지난 정초 해뜰 녘에 그리도 세찬 바람으로 대간 길 미천계곡을 거치
면서 불어 오르던 추위는 간 곳없이 따스한 남녘 온기 마저 풍기는 듯하다.
쌍봉을 지나 왼쪽 줄잡이를 거쳐 민주지산으로 향하는 능선길에 내려 선다. 대부분 배거리봉을 거쳐
각호골로 하산을 할 것인지 뒤따르는 산행객이 갑자기 줄어들어 다소 편한 걸음이다. 단지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여남은 부부들의 장나스런 산행이 앞을 가로 막은 채 걸음이 늦어지니 줄잡이 구간
마다 지체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선두는 벌써 10여분 이상 앞서갔을 텐데..아무튼 오후 4시경에 하산하
여 식사등을 하면 오후 5시는 되어야 버스가 출발할 것이니 삼도봉을 거쳐 5시 까지만 하산하면 되리라..
마음은 급한데 눈길에 미끄러지는 오름길이 자꾸만 힘겨워진다.
(13:30) 1시간여의 능선을 지쳐 오른 후 민주지산 직전 대피소 아래 안부에서 선두를 만나 30분 정도 휴
식과 점심을 즐긴다. 간단한 도시락이 꿀맛이다. 깍두기 한가지로 금새 도시락을 비운다. 서둘러 앞서 나
가려고 준비를 했건만 잠시 벗어둔 썬글래스가 도무지 눈에 띄질 않는다.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 옆의 동
료의 도움으로 간신히 찾아 나섰지만 선두는 이미 떠난 모양이다. 대피소를 지나 10여분 작은 오름을 지
치니 민주지산 정상 표지석에 다다른다.(14:15) 기념 사진 한 장 찍으려니 차례를 기다리기가 오래 될 것
같다.대부분 이 곳에서 하산을 하려는 듯 시간이 지체된다. 얼른 삼도봉으로 향하는 왼쪽 빙판을 미끄러
져 내린다.
(각호산에서 바라본 민주지산,석기봉)
(14:20)속세골(쪽새골) 삼거리에서 물한계곡 하산길 표지를 뒤로하고 20여분 나아가니 무지밀골 큰 삼거
리를 만난다. 이젠 석기봉까지 빠른 걸음으로 홀로 나선다. 남은 거리가 아직도 반 이상이고 시간은 이미
세시간을 잡아 먹었으니 지금 부터는 거의 뛰다시피 진행하여야 저녁 5시까지 하산을 완료할 수 있겠다.
마주오는 두 젊은 친구의 설명으로 삼도봉까지 40여분이 걸리겠다고 한다. 문제는 내가 꼭 둘러 보아야
할곳이 있기에 걱정이다. 1998년 4월1일에 무주 쪽에서 올라오다 눈발 속에서 조난을 당한 공수부대의
현장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늘 산행의 가장 큰 목적일 수도 있겠다.
(석기봉 정상)
(14:50)석기봉 정상을 향한 로프 갈림길에서 잠시 손 맛을 맛보며 은주암골 물한한계곡을 내려다 본 후
다시 올랐던 로프를 타고 내려온다. 9부능선에 오른쪽으로 갈라진 무주설천 쪽 석기봉 우회길을 발견하
고 10여분 바쁜 걸음으로 우회하니 설천길과 석기봉 갈림길의 능선에 올라선다. 바로 이곳이다..중고개
하산길을 이용해서 민주지산으로 오르려던 그들이 분명 오른쪽 이곳 석기봉으로 잘 못 오른 것 같다.
그들이 8부능선에서 환상산행에 빠져든 것도 바로 이곳 우회길에서 석기봉을 안고 돌았음이 역력하다.
비록 강한 눈 바람으로 시야를 놓치고 힘이 들었다고 하나 민주지산 상봉은 그렇게 험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실히 조사한 기록이 남아 있겠지만 분명 일부 기록에 샘물 부근을 찾아 천막을 치고 비박을 시도할 만
한 곳도 바로 삼거리 위에 있는 마애 三神象(一身三頭象) 앞이 유일하다. 힘겹게 石奇峰 정상 오름길을
찾아 다시 올라서니 정말 암봉이 기이하게 생겼다. 짧은 로프를 타고 삼도봉으로 향하는 능선길에 내려
선다.(15:20) 내 궁금했던 작은 사실을 확인한 기분에 들떠 멀리 삼도봉 아래 부항령을 바라보며 잠시
커피 한 잔으로 목을 추긴다. 내 개인의 행복은 분명 애타주의와는 다른 어떤 본능적인 것인가 보다.
(석기봉 우회로 남서 사면에 있는 삼신상,샘물)
(!5:25) 바쁜 걸음으로 뛰다시피 석기봉 아래 정자를 지나고 삼도봉이 마주보이는 능선 앞의 1195봉을 지
쳐 오르자니 양쪽 허벅지 안 쪽이 쥐가 나려는 듯 위험 신호를 보낸다. 잠시 속도를 늦추며 피로를 회복
한다.대간길 경험상 이럴 경우 무리하면 하산길 내내 고생한다. 비록 시간에 �기는 형편이지만 삼도봉
에서의 내림길은 이미 잘 아는 길이니 혹시 어두워지더라도 랜턴에 의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0여분 천천히 걸으면서 발길질도 하면서 근육을 풀어주고 나니 다소 안정이 되면서 낯 익은 삼도봉 정
상 화려한 조형탑에 다다른다.(15:45)
(석기봉에서 바라본 삼도봉 능선길)
지난 1월1일 물푸레와 추운 아침을 웅크리며 보냈던 기억이 새롭다. 모진 신랑의 꾐에 빠져 삼도일출의
영광을 누리고자 동참했던 대간길에서 12시간의 원하지 않는 인내를 겪어야 했던 그날이 두고 두고 그녀
에게는 "이해하지 못할 대간꾼들.."에 대한 모진 기억만을 새겨둔 모양이다. 지난 달 마지막 졸업을 하던
진부령에서 조차도 혀를 차는 느낌으로 안스런 표정을 지어내던 물푸레는 이젠 거의 포기 수준이다.
누군가 부탁할 사람도 없어 배낭을 벗어 놓고 내 땀에 절은 푸른 26산케의 마크를 향해 디카를 누른다.
주위가 어두워지는가 보다. 서쪽 부항령 쪽으로도 눈길을 돌려 본다..그날의 새벽길이 세찬 바람에 눈밭
을 얼어 붙게 했고 30여분 길을 잘 못들어 알바까지 경험했으니..(16:00)
(삼도봉 화합탑)
(17:00) 삼도봉에서 삼마골재를 지나 왼쪽 미니미골로 내려서면서 거의 뛰다 시피 내려온다. 4.4km를
1시간 내에 주파하려면 뛰는 수 밖에..물한계곡의 마르지 않는 찬 물에 얼굴을 적시고 싶지만..
언젠가 한가한 여름날 내 꼭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다시 널 찾으리라..비박할 텐트라도 짊어지고...
새로지은 황룡사는 절앞의 신식 민박집들로 인해 고풍스런 사찰의 느낌을 잃었다. 멀리서 잠시 쳐다본
후 훗날 더 많은 시간의 역사를 쌓은 날 어느 부처님의 고귀한 영혼을 만날 수 있겠지..
한천 주차장에서 곧 출발하려는 버스에 간신히 올라탄다. 다행히 첫 만남의 산악회 버스에 동승하면서
폐를 끼치지 않아 다행이다. 피곤한 몸을 잠으로 풀어 보려하나 친목 모임의 산행버스 안이 다소 소란
스러운 대화가 뒤섞이는게 흠이다. 경부와 중부를 거침없이 잘 달리는 산행버스가 고맙다.
12/22 배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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