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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정맥(2007-10)·完了/호남정맥(07)·完了

6/22 연산(과치재-방아재) 구간- 호남정맥7구간 보충

by 道然 배슈맑 2007. 6. 19.

 

6/22    09:20 과치재

          10:20 연산

          10:40 방아재

(과치재 연산 들머리에서...애마와 고마운 기사님..물푸레)

 

(6/22  09:20) 새벽 5시에 출발한 부산행을 호남고속도로로 방향을 돌린다. 지난 주말 호남정맥 7차 구간

의 마지막 부분인 호남고속도로 남쪽 연산을 남겨둔 것에 계속 씁쓰레 하던 중 오늘 밤 부친 40주기 기일

을 맞아 부산 큰댁으로 향하던 길이다. 장마철을 시작하는 비가 간간이 내리더니 잠시 멈추어 준다. 1시

간만...

 (지난 주 넘어 온 무이산 자락과 신촌주유소- 과치재에서)

로뎀동산 정문 옆 절개지 배수로를 따라 마루금을 찾아 오른다.가벼운 배낭을 메고 우의는 입지 않고 가

볍게 올라서니, 한심한 산객을 홀로두고 낯선 날머리로 지도 한 장 들고 찾아 가는 물푸레의 승용차가

맞은 편 국도 신촌주유소를 통과하여 담양 쪽으로 향하고 있다. 부디 두번의 갈림길에서 잘 찾아 오길..

별난 신랑 만나 부산행 고향 길을 전남 담양 땅에서 빗길에 헤메고 있으니..   

 (오르막 길 표지기)

(09:30) 왼쪽 마루금을 오르기 시작하니 잡목 숲의 젖은 빗물에 금새 목욕을 한다. 카메라와 전화기를

배낭에 집어 넣고 이미 젖은 몸에 우의는 포기하고 그냥 짧은 산행을  빗물에 젖기로 한다. 매우 가파른

오름을 20여분 계속 이어 간다.

 (빗 속에서도...홀로..)

연산으로 향하는 숲길이 고즈넉한 안개 속에서 새 소리만 정겹다. 다소 편안한 길도 걸으며 지그재그로

운행하는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젖은 바위와 멋진 조화를..)

때로는 바위도 마주하며 근엄한 얼굴을 가리는 고사리, 이끼..촉촉히 젖은 바위 살갗이 검게 윤이 난다.

정상은 아직도 멀었나 보다. 고요한 숲 속에 빗방울 소리만 토닥거린다. 운무 속에서 방향은 오직 숲 길

을 따르는 일이다. 삼거리라도 나타나면 참 곤란할 것 같다. 나침반을 꺼내려니 귀찮다.

 (연산 정상 표지기에 비와 땀에 절은 모자를 걸고..)

큰 바위를 왼쪽으로 돌아 50여분 만에 연산 정상 직전 2기의 묘가 크게 자리 잡은 묘터에 올라선다. 넓은

공터에 표지기는 공터 한가운데 나뭇가지에 걸려 있으니 어느 쪽으로 가야하나.. 분명 남쪽 길인데..입구

가 빗 속에서 희미하다. 왼쪽 90도로 잘 꾸며진 길의 리본을 잠시 따라 가다보니 너무 내려 간다. 꾀꼬리

봉 지나 통명산으로 향하는 通明枝脈임에 틀림 없다.섬진강과 보성강을 가른다 했던가..  다시 돌아 서서

묘지로 올라와 자세히 살피니, 남쪽으로 숲길이 뚫려 있고 서너개 리본이 보인다. 연산 표지기도 만나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모자를 벗고 땀과 빗물을 닦아 본다.(10:20)

 (연산 내림 길 고사목 지대..생명은 피어나고)

서둘러 왼쪽 하산길을 찾아 뛰어 내린다. 묘지가 있는 고사목 지대에서 산나리 한 포기가 외롭구나.  내

가 중학교 2학년 때..그 때도 초여름이었던가..합천 시리봉 아래 산골 초등학교에서 이 땅의 마지막 아침

을 맞았던 아버님..학교 운동장을 대빗자루로 유난히 깨끗이 쓸며 빗자욱을 남기시고 조용히 방에 돌아

와 식사도 거른 채 고통없이 눈 감으셨던 교장 선생님 우리 아버지..객지 부산 땅으로 네 자녀를 중고교

대학에 유학시켜 놓고 그리움에 즐기던 이슬이가 과했던 것일까..사범학교 졸업후 교사 생활을 시작하여

해방을 맞아 일찍 젊은 교장이 되어 김해 고향 땅을 떠나 경남 일대 시골을 전전해야 했던 고달픈 교직생

활을 그렇게 49세로 마감하셨다. 오늘 밤엔 그 님의 4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새 집으로 이사한 형님 댁에

서 밤을 새우겠지..왠 빗물이 이렇게 내 눈 주위로만 흘러 내리는지..

 (방아재 날머리에서 뒤돌아 본 연산)

(10:40) 낯선 땅 전라도 담양에서 길찾기에 조금 헤매기도 했다는 물푸레의 반가움을 안으며 방아재에

내려선다. 1시간 반만의 재회가 그리도 반가울까..작은 계곡 물에 몸을 씻고, 창평면으로 차를 몰아 지난

일요일 맛보았던 돼지 쌍추 백반으로 아침 겸 점심을 즐긴다. 전화 벨 소리가 요란하다..

"새벽에 출발 했다며..어데 쯤 왔노.."

"여기 전라도 담양에서 볼일 좀 본다고..."

지난 음력 설과 조부님 기일에 보았는데도 형제가 그리운 형님이다..아버님을 대신하여 20대 군대 시절

이후로 동생들을 보살피면서 은행 생활을 정년 퇴임하고, 이제 환갑도 두해나 지난 젊은 노인이다.

호남 고속도로를 달려 진영 땅을 지난다. 내일 산소에 들려 뵙겠읍니다....

 (김해 진영 땅 낙남정맥이 마주 보이는 선친 묘소에서)

6/23 이른 아침 형제들은 김해 산소에 들러,형님의 손으로 곱게 잘 다듬은 선친 묘소에 엎드린다.

       어느새 40년이 흘렀구나...

       

6/25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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