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시간표)
12/29 22:00 신도림 출발
12/30 04:40 토끼재 출발
05:10 불암산 1.4km
05:55 탄치재 1.4km
07:20 국사봉 2.5km
08:10-09:00 아침식사,휴식
09:10 상도재 2.3km
09:30 정박산
09:45 뱀재 1.6km
10:10 삼정치
10:35 중산마을(남해고속도로)
11:05 천왕산 2.5km
12:30 망덕산 2.5km
( -망혼제,해단식 13:30 )
13:40 외망포구 1.0km
8시간 15.2km
(천상에서 내려 준 호남정맥 완주 꽃다발)
오백 리 길 흘러온
섬진강 물길 끝 여울
구례 간전다리 아래
막아서는 자갈에 부딪치며
길을 여는 아으아으 소리로
잠시 소란스러워졌지만
이내, 여울목 지난 강물들
다시 말금한 얼굴에
한층 깊어진 눈빛 반짝이며
쉼없이 제 길을 갑니다
생도 그렇게
어느 구비 돌아서다 보면
문득, 헝클어지는 마음의 길목
여울을 만나 잠시 비틀거리겠지만
그 여울목 지나면
더욱 맑아지고 깊어져 미움까지도
껴안을 수 있는 넉넉함으로
이윽고, 바다에 다다르는
저 강물 같아야겠지요 - 김인호 ‘여울목에서’
오늘 2007년의 끝 자락을 마무리하는 주말에 광양만 외망포구를 향해 떠나는 발길이 감개무량이다. 지난 봄 채 녹지 않은 눈길을
밟으며 영취산에서 나선 호남정맥 탐사길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무사히 계획된 일정대로 한 해의 마지막날에 섬진강 포구에
닿아 데미샘에서 500리길 섬진강으로 흘려 보냈던 눈물을 만나려나..1200리를 훠이적거리며 남도 구석구석을 돌아 넘으며 눈물
길 섬진강을 외면하고 이어 온 길들이 고통스레 뇌리를 스치는데..세상 모든 고뇌를 말끔히 덮을듯이 폭설이 내리는 지리산 자
락을 감아 돌아 진주를 거쳐 하동 섬진교를 건너 토끼재에 닻을 내린다. 세찬 눈길에서 목적지까지 시간이 지체되어 산행 출발
시간이 다소 늦어졌지만, 새벽이 가까워지면서 눈발이 약해지니 다행이다.(04:30)
(토끼재 들머리..제발 폭설이 멈춰지길...)
(04:40) 좀체 그칠 줄 모르는 눈길을 출발하는 들머리가 오랜 공사로 마루금을 많이도 갉아 먹었다.
토끼재(트게재) 산마루에서 얼마나 많은 영화를 맛볼지 모르겠으나,
부디 맥 마루금의 의미를 잘 깨달아 백두산에서 뻗어내린 민족의 혼불이 끊김이 없이
정맥,기맥을 통하여 온 백성들의 기상으로 남을 수 있도록 고려해야 될 것이다..
무릇 내 짧은 경험이지만 맥길의 흐름을 거슬리고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란 어리석은 일이다.
하물며 대운하 운운하는 대통령 당선자도 부디 민족의 혼맥이 갈라 놓은
분수령 물길을 거슬리지 말기를 간곡히 바란다.
이것은 미신과 과학의 차원이 아니라 내 땅의 환경과 긴 역사의 교훈임을 깨달아야 한다.
비록 전 세계에서 작은 면적의 국토이지만 이렇게 신비스럽게 물길을 가르며,
자연의 맥을 고루 갖추고 삼천리 산산골골을 이어가는
국가 영토 전체의 조화로운 산맥 환경을 어느곳에서 볼 수 있을 것인가..
눈 쌓인 절개지 임도를 올라 왼쪽 숲 속 오르막길을 걸어 첫 고개를 넘는다.
어둠 속의 수어저수지가 오른쪽 비촌 마을들 불빛으로 반짝거린다.
왼쪽 하동읍의 화려한 불빛을 바라보며 암릉과 잡목을 거쳐 오르니
불암산 첫 봉우리가 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으며 눈발이 그치기시작한다.
하현으로 기우는 달빛이 유난히 밝아 옴에 오늘 눈으로 뒤덮힌 정맥의 마지막 길이 천상의 축복으로 여겨진다.
전위봉(288m)을 지나 불암산을 향한 오르막에서 눈길이 꽤 미끄러울 정도로 급한 된오름을 잠시 맛본다.
잡목 숲에서 지난 여름의 어림고개에서 시작된 가시잡목을 헤치는 사투가 계당산을 넘어설 때까지
얼굴을 할퀴고 옷깃을 당기는 고통스런 행진으로 이어지던 악몽으로 되살아 난다.
다행히 겨울산의 잡목들은 한결 유순해졌구나..임도 왼쪽으로 불암산 정상에 오른다.(05:20)
무등산으로도 불리우던 불암산에서의 광양 야경이 불타 오른다.
봉황(봉양서원 최산두),여우(월애촌 月涯),와 더불어 백운산 3정의 돼지(猪)가
광양 제철소의 식지 않는 용광로로 타오르는 것인가..
그것이 비록 광양만의 오염으로 이어져 남해 서쪽 해안이 오염되는 비극으로 남아 있을진저,
부디 훗날에라도 섬진강(豆恥江)의 맑은 물이 밀고 내려가
다시 되찾을 삼남면 몽돌 해안에서 유소년의 추억을 맛보고 싶다.
여수의 박람회 유치로 환경의 회복을 중시하는 ,또 다른 관광 산업화를 꿈꾸어 본다.
그리하여 이 땅의 맥길을 걸어 나가 태안 바다의 비극이 재발되지 않는
맑은 바다로 우리들의 영혼들이 헤엄쳐 나갈 수 있기를..
(국사봉의 여명..하동 금오산이 붉어진다..)
오른쪽 급경사를 내달으며 서서히 고도를 낮추는 두어개의 봉우리를 넘어서고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두세개의 성긴 잡목 숲의 봉우리를 거친 후에야 밤나무 단지를 지나 탄치재에 내려선다.(05:55)
레미콘 회사 정문 쪽 수준점 꾸밈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새벽을 밝히는 고갯마루의 공장들 불빛이 예사롭지 않다.
이곳도 제철 용광로의 불길처럼 야밤에도 작업을 벌여야 하는 걸까..
조금 후에야 그 까닭이 느껴지며 무서운 악몽을 경험한다.
회사 입구 오른쪽 절개지를 올라서서 헬기장의 작은 봉우리를 힘겹게 넘어서니
오른쪽 하탄치 쪽 공장에서 올라오는 매캐한 암모니아 가스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 후 두어개의 봉우리를 넘어설 때까지 끊임없이 따라 오르는 냄새에 역한 호흡을 감수해 가며
가쁜 오르막을 오르자니 기가 막힌다.
분명 유독가스에 대한 오염 방제 시설을 가동치 않은 채 새벽 야간 작업을 감행하는 도둑 고양이 짓이 분명하다.
이렇게 새벽 야간에 산중을 오르는 내가 미친 것인가..도둑님들 활동 시간에...
하탄치 마을로 내려서는 안부에 내려서니 매캐한 냄새가 다행히 고개를 넘질 못한다.(06:25)
임도를 지나 오른쪽 과수원 옆 송전탑에서 왼쪽 급경사길을 치고 오르며 숲 속으로 접어든다.
새벽달은 아직도 정맥길을 밝히며 여명을 즐긴다.
국사봉을 향해 고도를 조금씩 높혀가면서 큰 바위가 사열하듯 반기는 숲길을 두어번 오르 내린 후
암릉지대 급경사를 짧게 치고 오르니 오른쪽 국사봉 성터가 보이는 능선에 올라서고,
멀리 하동 금오산에 붉은 여명이 밝아 온다.
국사봉에서의 일출을 기대하며 12명의 자유인 탐사대는 눈 덮힌 봉우리에 배낭을 내린다.(07:20)
왼쪽 섬진강의 새벽이 중도를 밝히고, 오른쪽 섬거마을이 새벽 불빛을 반짝이며 타지의 산객을 반갑게 맞는다.
진상면 장터에서 100여년 전 무덤도 없이 가장(假葬)골에 묻혀간 동학 농민들의 최후 접전지에는
동학정 정자만이 외로울까..
그 영혼이 이어져 내린 청암리 청룡 도원 마을엔 어느 농부(서재환)의 '텃밭 도서관'이 아름답게 자릴하고 있는데..
얼마 후 소각장이 쳐들어와 오지게 살아가던 촌놈 농부의 텃밭을 어지럽히려 하고 있단다..
그리하여 촌놈 농부는 경운기에 책을 싣고 전국을 돌아 지난 12월 초 추운 주말에 홍대 앞에서 벌벌 떨며
책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병마에 시달리는 촌놈 농부의 아내와 함께...
또 얼마나 싸워야 할 촌놈 농부의 오진 삶인가..
부디 그 소각장에선 새벽을 틈타 암모니아 가스를 내뿜는 도둑 작업은 하질 않기를...
(국사봉 내림길의 일출..)
(07:30) 일출이 조금 늦어지며 눈바람 추위를 견디다 못해 상도재 내림길로 발길을 옮기니
유난히 많은 무덤들이 마루금을 차지한다.
작은 봉우리를 내려서니 눈꽃으로 장식한 억새 잡목 사이로 아침 해가 솟는다.
정맥 길에서 무수히 맞이한 새벽 일출이건만 호남 땅에서 당분간 맞이하기 힘든 기상이라 걸음을 멈춘 채
그 영험한 오름을 가슴 깊이 새긴다.
완만한 잡목 숲 길에서 멋진 바위들을 만나지만 어느 곳이 벼락바위고, 비녀바위인지 그 형태로는 구분이 가질 않는다. 눈꽃 소이를 선사하는 키 낮은 소나무 숲과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케 하는 편백나무 숲을 지나
오른쪽 상도재 내림길 직전 공터에서 아침 상을 펼친다.
10개월간 26회의 출정으로 호남정맥 길 1200리를 함께 지쳐 온 자유인 호남탐사대의 마지막 조찬이다..
함께 미끄러지고 넘어지던 장안산 눈밭길,데미샘을 오르내리며 기진맥진하던 천상데미 길,
황사 속에 바삐 걸었던 마이산, 진달래 핀 오봉산의 옥정호, 내장 추월산의 야영,
빗 속에서 내달렸던 유둔재의 무서움들...
참 긴시간의 고통 속에서도 결코 멋진 풍광만을 바라지 않는 걸음을 이어가
오늘 여기까지 함께 걸어 온 동지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마지막 까지 막걸리 두병을 내놓는 착한 막둥이 코뿔소,
팀의 좌장으로서 후미를 지키며 훠이적 너털 웃음으로 동지들을 이끌어 오신 운해 선배,
안성 휴게소 고속도로를 넘나들며 끊임없는 거미줄을 걷으며 고난의 길을 앞장 선 아름다운 님과 푸른잔디 님,
밤길을 보살피며 고향 땅을 그리워 하던 송선배님, 모두 모두 오늘은 정나눔에 이슬이 맺힌다.(08:10-08:55)
(망덕산, 천왕산이 마지막 맥을 솟구친다..)
오른쪽 상도재 내림길이 잠시 가파르고 소나무 숲을 내려서서 송전탑을 지나니
남으로 천왕산, 망덕산이 사라질듯한 마루금 자락을 가까스로 이어가며 먼 길 달려 온 산객들을 반긴다.
묘지를 지나고 임도를 따라서 시멘트 포장의 상도재(상두재,상재)를 건넌다.(09:10)
왼쪽 밭 길을 따라 묘지 터를 편하게 오른다.오른쪽 목과촌을 지나는 2번 국도에 군내버스가 지나간다.
망덕포구로 향하는 버스일까..
눈길 첫 비행기로 여수 공항에 내린 서울 촌놈 물푸레가
광양을 거쳐 망덕포구까지 찾아 오는 시골 버스를 잘 갈아 타고 있을까..
모진 신랑 만난 죄로 오지 산길만 찾아 다니는 여행 아닌 여행을 즐겨야 하는 물푸레와
오늘은 특별한 추억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이 길의 종착지 외망포구에서..
밭길과 동백나무로 가꾸어진 묘지를 넘어서니 원형 삼각점이 눈 속에 묻힌 정박산(169.2)을 넘는다.
비록 고도가 200m도 되질 않는 마을 뒷산일지라도 1000m고지의 큰 산에 부럽지 않게 멋진 이름을 간직하며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정맥길의 끝자락을 지키고 있음에 그 이름 하나 하나가 그냥 무심코 넘을 수가 없구나..
송림 숲을 벗어나니 앞으로 넓게 펼처진 진월리 들판 가운데로 천왕산과 망덕산이 고고히 자릴 잡고 섬진강을 가린다.
내리막을 밟아 내리니 온통 묘지와 과수단지로 가꾸어진 뱀재(배암재)의 마루금 양켠에 쌓인 눈밭이
다행스레 영혼들의 걸음을 건네준다.
진상면 섬거마을과 진월면 망덕포구를 이어주는 이 도로에 차량마저 뜸하다. 뱃 길마저 끊긴 탓인가..(09:45)
(삼정치에서 내려다 본 천왕산 아래 수어천이 광양만을 향해 멈춘 듯 흐릅니다.)
뱀재 남쪽 절개지를 오른쪽으로 급경사를 긁어 오르니 밤나무 과수원의 포장길을 지난다.
잼비산이란 이름이 붙여진 113m봉우리엔 묘지가 자릴 잡았다.
작은 오름 하나 하나가 아쉬운 맥길을 편안한 걸음으로 과수원과 소나무 길을 번갈은다.
묘지가 자리한 안부를 지나 임도가 시작되는 삼정치 고갯길 넓은 공터에서
남은 호남길을 아쉬어 하는 후미조가 긴 휴식을 취한다.
마라톤 선수처럼 발빠른 청운 님과 불조심 리본을 달고 다니는 이환 님은 벌써 멀리 갔을텐데..
항상 여유로운 일산 님과 모범 님이 천왕산 아래로 흐르는 수어천을 바라보며 긴 연기를 내뿜는다..
대간 길 이후로 무슨 혼이 씌어 이리도 힘든 길을 따라 걸었을까..(10:10)
왼쪽 포장 길을 따르다가 삼거리에서 오른쪽 농로로 접어들어 밭 가장자리와 숲길을 어지럽게 넘나들며
희미한 등로를 조심스레 찾아 밟는다.
벌목가지와 밤나무 단지가 보이는 곳에서 오른쪽 대나무 숲길을 향하며 고속도로가 함께하는 포장도로로 내려서니
중산마을 오른쪽 언덕 길이다.(10:35)
남해 고속도로 지하통로를 건너 절개지로 올라서니 오른쪽 밤나무 단지를 끼고 천왕산을 향해 가쁜 오름을 시작한다.
된 오름에 지쳐 오는 발품을 쉬며 지나 온 국사봉을 돌아보니
이후로 점점 쇠약해 지는 맥길 마루금이 안타깝게 발밑으로 이어진다.
이제 이렇게 그 끝자락을 바닷 길에 담글 시간이 다가오는 것일게다..
오른 쪽 수어천은 정지한 듯 긴 갯벌을 흐르며 햇살을 반짝인다.
(천왕산에 올라 지나온 길을 돌아 보니 국사봉에서 이어 온 마루금이 점점 쇠약해 집니다...)
(11:05)30분 남짓 긴 된 오름을 힘겹게 오르며 지나 온 대간 정맥의 장정들이 주마등으로 스쳐간다.
무등산의 장엄함을 뒤돌아 보며 아쉬운 여름을 식히던 안양산을 향한 걸음들,
돗재에서의 여름 휴가를 호남정맥 길에 쏟아 붓고, 제암산과 일림산을 지나며 보성강을 떠나질 못한 채
긴 장화처럼 생긴 지도를 쪼개며 존재산을 넘어 설땐 설움의 눈물도 많이 쏟아 부었다.
마지막 백운산에서 지리주능을 향하며 감사의 산신제를 올릴 땐
가슴을 메우는 벅찬 감동으로 뒷걸음질 치며 눈물을 가렸다.
이제 마지막 걸음을 붙잡는 천왕산(225.6) 암봉에서 긴 휴식을 취한다.
등뒤의 망덕산은 빨리 오라 보채는데...바람이 점점 세차게 불기 시작하며 다시 하늘이 흐려진다.
천상의 눈물이 또 맺히려나..
오른쪽 암릉을 조심스레 밟아 내린 후, 왼쪽 내망 마을과 장재 저수지를 감아도는 마지막 능선 마루금이
망덕산을 왼쪽에 같은 높이로 두고 끊임없이 오르내리며,
호남 길을 끝내려는 나그네의 발길을 쉽사리 망덕에 넘겨 주질 않는구나..
서너개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서서히 왼쪽 섬진강 포구의 망덕산을 향해 동쪽으로 감아도는데,
암릉지대와 송림 숲을 번갈으며 삼거리 능선에서
갑자기 90도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마른 계곡을 건너는게 찜찜하다. 마루금의 왜곡을 느낀다.
결국 잡목 숲을 이리저리 헤치는 이상한 마루금 잇기를 시도한 끝에 배수로를 건너
오른쪽 내림길을 찾아 2번 국도 공사장 맞은편에 내려선다.(12:00)
(천왕산 정상..등뒤의 망덕산이 빨리 오라고..)
태인도에서 연결되는 2번 국도 남쪽 길을 중앙분리대 밑으로 뒹굴어 통과하고
공사장 왼쪽 언덕길을 올라 망덕산 왼쪽으로 오르는 묘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농장 철조망을 따라 급경사 잡목 숲 길을 구불구불 헤쳐 올라 바위 전망대에 올라서서
지나온 2번 국도 절개지를 뒤돌아 보니 분명 마지막 마루금 밟기가
공사장 측의 마루금 훼손으로 심하게 왜곡되었음을 느낀다.
애초에 국도로 내려서기 전에 곧장 뻗은 남쪽 능선길이 분명하고
단지 국도상의 절개지가 가로 막는 상황이면 길을 건너 다시 오른쪽 능선길을 올라가서
망덕산 남측에서 마루금을 이어가야 옳은 것이다.
공사장의 위험한 마루금 파괴로 인하여 망덕산 서쪽 사면을 어지럽게 기어 올라
묘지가 자리한 정상에 다다른다.(12:30)
새로 세운 망덕산(望德山,聖德山) 정상비가 우람하다.
이곳을 향해 걸어 온 1200리 길이 다리 힘을 빠지게 만든다.
묘지 왼쪽 내림길 산불감시 초소를 지나 삼거리 덕석바위에 올라 부석정을 내려다 보고 ,
섬진강 다리를 건너는 고속도로와 500리 섬진강의 슬픈 여정이 바다로 향하는 망덕리 외망포구를 내려다 본다.
멀리 남쪽으로 배알도가 망덕산을 향해 절(拜謁)을 하고,
가을 아니라도 蟾江秋月에 月明笙鶴 下空江 하거늘 어디선가 신선의 피리소리를 느끼고,
望德歸帆은 사라졌어도 蘆花月白 魚紛紛하여 갈대 해변에 정겨운 사랑의 속삭임을 느낀다.
잠시 머물렀던 바위에서 내려와 오른쪽 하산길을 더듬어 약수터 갈림길 아래 묘역의 공터에서
비행기로 내려 온 물푸레와 반갑게 해후하고, 호남정맥 탐사의 해단식과
긴 역사의 길을 함께 걸어 온 영혼들과의 고별을 고하며 애국가와 함께 망혼제를 올린다.(12:40-13:30)
(망덕산 정상...이 끝을 보자고 1200리를 달려 왔나요..)
天地人 영혼들이여
단기4340년 호남정맥 ‘자유인의 길’을 함께 하며
허망한 이념에 쓰러지며 걸어갔던 그 길을 되돌아
고향 땅 어귀를 아우르고 매만지며
이 곳 망덕산 기슭에 선 자유인의 영혼들이여
백두대간 영취산의 어둠 속에서 찾아 나선
고향 땅을 향한 길목에서
질척이는 초봄의 눈길을 밟아 팔공산을 넘어서고
오봉산의 초록빛 짙은 안개 속을 걸어 온
통곡의 영혼들이여
무엇이 민주인가를 알지도 못한 채
배고픔을 넘어서는 해방의 땅을 그리워하며
처절한 외침 속에서 쓰러지며 걸어야했던
추월산 강천산 축축한 여름 날등을 돌아
오늘 좌우도 없는 영혼들의 이름으로
돌아와 섬진강을 향하는 슬픈 님들이여
내장산 곡두재를 넘어 보국안민의 한을 품고
갑오년을 일깨우며 쓰러져간 그 길을
깊은 산, 맑은 물, 순한 인심을 찾아
무등산을 넘고 가지산을 돌아
개벽의 땅을 찾아 함께 걸어온
동학의 영혼들이여
100년 恨 쌓인 채로 섬진강 어귀마다
피눈물로 씻어내던 역사의 강을 굽돌아
긴 여름 계당산 가시덤불을 헤치고
떠났던 고향 땅을 훔쳐보며
넋이 되어 날아 올랐던 제암산이 못내 아쉬어
존제산 주랫재를 흘러내리는 보성강을 안고
온 가을을 떠돌던 비련의 영혼들이여
오늘 찬 바람 속에서도 고운 하늘을 우르러며
여기서 그대 영혼들과 고별을 위한 제를 올리나니
이 땅의 비극 속에서
슬픈 영혼으로 남아야 했던 착한 형제들이여
함께 자란 형제이다가 적이 되었던 억울한 영혼들이여
권력의 엉뚱한 가르침에 짓눌린 채
고픈 배를 움켜쥐고 걸어 떠났던 이 길의
출발점이요 종착점인 백운산 자락
여기까지 고통의 걸음으로 한발씩 함께 걸어와
이제 이별을 고합니다.
원도 한도 모두 훌훌 털어놓고
움츠린 가슴의 엉어리진 멍에를 벗어 놓고서
니편 내 편 함께 부둥켜 안고 저 피안의 바다를 건너소서
언제 또 다시 밟을지 모를 이 땅의 끝자락에서
아직도 못이룬 ‘자유인의 길’을 찾아
어느 정맥 길에서 또 다시 마주할
한 맺힌 영혼들과 함께 저 바다에 이르는 날을 기다리며
구곡간장 썩히는 눈물의 술잔을 바치옵니다.
훠어이 날아 오르소서
단기4340년 해 저무는 날에
자유인 호남정맥 탐사대 일동 제배
(망덕포구 섬진강 다리 아래로 잔잔한 설움이..)
계단 길로 잘 정비된 진입로를 따라 10여분 외망 마을 뒷산을 내려와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물푸레의 손을 잡고 남쪽 마을 끝에 자릴 잡은 고 정병욱 교수님의 생가를 찾는다.
옛날 일제시대 술도가집이었던 신식 고옥이 금년에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동주 시인의 주옥같은 시 원고를 잘 감추어 두었다가 해방 후 이 세상에 빛을 보게 하시고
여동생은 윤동주 시인의 동생과 혼인을 맺게 하였으니 그 깊은 우정의 역사가 새삼 존경스럽고,
오늘 다시금 눈발이 내리기 시작하는 포구의 끝 자락에서
내 시름 깊은 영혼들과의 고별마저 더욱 서글픈 추억으로 가슴을 적신다.
27년전 ,아픈 봄을 보내고 늦은 졸업을 앞둔 제자에게 학문의 길이 아니면 삶이 아니란듯이
고집스런 채찍질을 멈추지 않으시던 님께서는 미천한 학생 제자의 결혼식을 주례하시고
이듬해 한 겨울을 보내시고 겨우 환갑의 나이에 승천하셨으니
애닯은 천상에서 오늘 눈가루로 망육의 제자 방문을 반겨 주시는가..
훗날 우러러 부끄럼 없는 삶을 살다가 선생님 계신 곳으로 우리 부부 함께 가서
다시 삶에 대한 학점을 평가 받겠읍니다...
바닷가 황포돛배 마저 닻을 내린 포구에서 한 줌 설움의 물을 들이키니 섬진강 민물인가 광양 바닷물인가...
10개월 긴 구간을 함께 걸어 온 자유인 호남정맥 탐사대 여러분의 또 다른 산걸음에
건강하고 즐거운 춤이 함께 하시길....
(망덕포구 정병욱 교수 생가 앞에서)
2007년 12월 31일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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