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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2005-06)·完了/백두대간 후기

8/16 비 내리는 갈전곡봉을 향하여..-백두대간(2)2차

by 道然 배슈맑 2008. 8. 18.

 

8/16 04:00  

칠흑의 새벽에 가는골 방대천 계곡 물 흐르는 소리에 잠이 깬다..

비박용 텐트에서 고개를 내밀어 하늘을 향해 본다..

그 물소리 절반은 빗물소리였구나...

 

오늘 꽤 먼길을 축축히 젖어야 되는구나.. 

 (1059봉, 잠시 비가 잦아들어 아침식사를 서두르고..)

반 잠결에 서둘러 배낭 챙기고..

이미 갈길을 떠난 선두조를 찾아 새나드리 고갯길을 더듬는다..

각자 제 걸음으로 마무리 지어야 할 대간 길..

긴 풀섶이 빗속에서 더욱 무성하니

밤길을 억지로 밝히는 내가 잘못된게 분명하렸다..

 

가까스로 마루금 쇠나드리 분기점에 올라 섰다.

어둠 속에서 2년전 매달았던 표지기를 찾아 보지만..

 

비...비....비...빗물...땀물...진흙탕...

 

그렇게 큰 고도차가 없는 마루금을 남으로 남으로 향해 묵묵히 걷는다..

키 짧은 산죽 길을..어차피 아랫도리는 흠씬 젖어 올라오는데...

새벽을 밝히는 빛그림자도 빗물에 절여져...

 

 (968.1봉 비가 그치고..잠시 개이는 하늘..지나온 북쪽 능선)

 

바람골 탈출로에서 힘든 걸음을 되돌리고..

 

푸른 단풍나무 군락지 지나고..

1059봉에 올라 잠시 부슬거리는 빗속에서 빈 배를 채우고..

북진길 그날에도 이 곳에서 한 잔 이슬이로 아픈 발을 달랬는데..

  

 (미천골 넘어 만월산이...)

연가리골 갈림길 넘어 넘어..

1020봉 잡목 숲을 넘어서고..

 

968.1봉..조망 좋은 곳

모처럼 날이 개이기 시작한다..

몇해전 헬리콥터로 실어 놓았던

마루금 정비목들이 깨끗이 치워지고 삼각점만 반기네..

 (지나온 북릉이 맑아지고..)

평해손씨 묘터를 지나..

왕승골 안부에서 2년전 표지판이 나를 반기고..

 

다시 아침가리 갈림길을 지나면서

숨이 가쁘다..

 (2년전 붉게 물들었던 단풍잎이..)

 

갈전곡봉이 손에 닿았다가 멀어지고..

긴 오름길이 생기고 또 생기고..

푸르디 푸른 단풍잎만 가을을 예약하는데..

다시 부슬거리는 습기 속에서

산행은 덥질 않아 좋구나..

 (방태산이 뚜렷한 모습으로..)

갈전곡봉 오름길에서

오른쪽 방태산이 작년 여름의 추억을 되살리며 손짓한다..

 

내린천 생둔리에서 올랐던 밤길..

숫돌봉, 침석봉이 어드메뇨..

개인산 지나 방태산이 가칠봉 너머로 고개를 솟구치는데..

개인약수터 내림길 배달은산은 가지너머에 걸렸구나..

 (조침령 뒤로 점봉산은 구름을 머리에 쓰고..)

뒤돌아 본 조침령 너머 점봉산 곰배령은

아직도 구름 이불 덮고 잠을 자는데..

한밤을 퍼부어 씻은 산이 등줄을 맑게 드러내는데..

옷벗은 욕실의 여인 등줄 보다 더욱 청순하구나..

 

시골스레 붉은 꽃잎이

도회의 파스텔 보다 정감을 더하고..

아랫마을 무당집 딸 홍련이 입술처럼 싱그럽다..

 

   (대간 북진 때 걸었던 표지가 반가워..)

갈전곡봉 정수리에

새로 만든 표지목이 깔끔하건만..

길지 않은 2년 세월에

내 발길의 표지판은 때가 묻은 채 외롭구나..

머리수건을 벗어 쓰다듬는 내 손길에

회한이 묻어난다..

  

 (치밭골령을 지나며..)

긴 여정의 끝자락은

늘 그렇게 허허로운 뱃속처럼

텅 비어야 속이 편한 법인데..

아직도 두어 고개 남겨 놓은 미련 때문에..

한모금 이슬이를 떠올린다..

 (미천골에서 오르는 56번 국도..암산..)

구룡령  옛길에서 남은 이슬이 한 잔으로

지친 발걸음을 달래고  

건너다 보이는 미천골 꼬부랑길에

이삿짐 보따리를 싣고

가야산을 휘청거리며 넘어가든 그님이 보이는구나..

 

 (남쪽 계방산 방향..홍천 내면의 산들..) 

남으로

남으로

다시 이어 가고 싶은 미완의 대간 길..

산산 골골

또 다시 만나고 싶은

내 가난한 영혼들의 춤사위를 기억하며..

너울 너울 저 산 넘어

훠어이 옮겨 갈

내 발길을 쓰다듬어면서..

 

  (다시 구룡령에 서서..)

올 겨울 한 해의 첫날

눈길을 끌고 넘던 고갯길 대간 표지석이

곳곳의 대간 고갯마루에 복장통일을 하였으니..

교복 입은 그날 처럼 어색하기도 하건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단 낫다고 해야할지..

머리 맡에 찍어 놓은 도장마저 대량 인쇄다..

 (산길을 돌아 보금자리를 찾아드는 늦은 시간..용문산 앞에서 )

 

늦은 귀가길..

홍천 땅 깊은 골을 벗어나니

골골을 흐른 물이 바다에서 만나듯

골골을 밟아 나온 휴가 차량들이 만난

양평땅 도로는 人山人海냐 車山車海냐..

 

용문산 너머로 서해바다를 먼저 건너는

저녁해는 잘도 넘어 가는구나..

 

8/20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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