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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정맥(2007-10)·完了/낙동정맥(10)·完了

3/13-14 주마산(깃재-덕재)구간종주-낙동정맥 5차

by 道然 배슈맑 2010. 3. 3.

 

 

 

(산행  시간표)

3/13     22:30      사당동 출발

3/14     04:10      신암리 출발

           05:00      깃재                          (2.0km)

           06:00      주마산(884.7봉)           2.5km

           07:00      850.5봉                      3.0km

           (07:20-08:20)아침식사 휴식

                        -612.1봉

           09:35     길등재                       3.0km

           10:25      한티재(발리)              3.7km

           11:53      우천마을

           12:40      추령                          6.5km

           (13:00-13:20)635.5봉 직전 휴식          

           14:30      왕릉봉(668.8)

           15:20      덕재(장파령)               5.4km

           15:40      오기리                      (1.0km)  

                   11시간 30분             27.1km 

 

 (일월면 문상천 상류 계곡능선 여명)

산간 오지 수비면 신암 동네를 찾아 넘는 고갯 길이 그믐밤의 어둠 만큼 길고 적막하다.

오늘 法頂 큰스님 茶毘를 앞두고 저마다 귀한 말씀을 새기고 삶에 대하여 돌이켜 보겠지만..

아직은 부처님 끝자락도 밟지 못한 賤民의 日常 속에서,모자람만 가득하니 이를 어찌 할거나...

무엇 하나 남겨 보질 못한 탓에 '無所有'의 가르침은 공허하게만 맴돌고 아직 춥고 배고프니..

이제 그냥 훠어이 가신다는 그 모습이야 참 편하시겠지만, 흔치 않은 모습이 꽤 그립겠읍니다.

30여년전 장충단 공원에서 咸錫憲 선생과 함께 하던 그때는 젊은 學僧의 모습이었는데..

어두운 신내 계곡 길을 지나 깃재 마루금을 찾아 오르는 길이 늦겨울 잔설로 된오름을 맛본다.

 (마루금 늪지대)

東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오름길에도 봄눈이 쌓인 채로 녹아드는 발길이 보드랍다.

백성은 眼下無人이요, 정책이란 조변석개로 갖고 주무르면 떡이 되고 밥이 되는 나랏꼴..

이 땅에 自由民主의 깃발 날린지도 오랜 세월이거니와, 밥그릇 싸움으로 세월 보낸지가 벌써 반세기..

아직도 유교식 孝와 忠으로 호도하며 다스리려는 세상..德治의 기대는 사라진지 오래고..

언제나 힘센 백성들의 손에 들린 매운 채찍으로 入身出世나 憑公營私하는 높은 나으리를 깨우칠고..

走馬山(884.7봉) 헬기장에 잠시 멈춘 채로 가쁜 숨을 삭힌다. 버지미골 오무마을이 반딧불이로 깜빡인다.

 (마지막 겨울)

편한 능선 길 오르 내리며 동해의 여명을 즐긴다..일월산 쪽 낙동 상류 문상천 계곡은 아직 잠들어 있고..

分水嶺 길 마루금에 늪처럼 생긴 평원이 신기하구나..이 동네 멧돼지 공중 목욕탕이라도 생겼나보다..

동해의 새벽을 걸으며 깨어나는 민족의 영혼을 만난다.오늘날 세계화 속에서 國民의 개념이야  변하겠지만..

이 땅의 민족적 자아와 일체감이 백성의 소중한 힘이 될터인 즉, 결코 버릴 수 없는 자존심으로 살아라..

그렇다고 국가와 민족을 위한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라는 진부한 논리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질 않는 세상이니..

훗날 이 영혼의 길에서 남북으로 쫓고 쫓기던 한 민족의 비극을 반성하며, 자유의 영혼은 저 푸른 곳을 향하리라..

발리천 화랑골 안부에서 아침상을 펼치고 허기진 배를 채우며 소박한 행복을 맛본다.

 

 (자연 조각품) 

길등재 찾아 내리는 아침이 눈길 마저 녹아 내리고, 발리 계곡 너머 蔚蓮山(우련산,우렁산)은 지척인데,

베어 낸 벌목지에 잡풀마저 성긴 자람이니, 산경표에서 읽어 주던 高草山은 또 어드메일꼬..

서쪽 日月山이 陰氣를 품고 女山으로 손짓하건만, 남으로 가로 앉은 낙동 맥길이 장수포천을 껴안은 채,

無名의 봉우리를 이어가며 거친 숨결로 내 먼 발길을 재촉한다. 한무리 까마귀가 긴 울음으로 스산함을 더한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二分法이 가져다 준 억측 속에서, 삶이 아니면 죽음의 급박함을 맛보았던 전쟁 속에서..

아, 이제 아프고 힘겹게 배워 나가야 하는 寬容의 민주주의여, 싫은 것도 싫지 않는 自由人의 영혼이여, 깨어나라 .. 

60년전 한 여름을 지치며 배고픈 발길로 숨어 넘든 쥐골재(짓골재,질등재,길등재)는 包道로 장식되어 桂골(桂花落地)로 향한다.. 

 

 (나아갈 수비면 맥길)

수비면 첫마을 發里 큰고개(한티,大峴谷) 찾아 넘는 길이 하도 편하여 간간히 섰는 주목마저 庭園樹다.

평화로운 동해의 산맥길에 뉘라서 南進,北進을 또 가르겠냐 마는, 영혼 길이 하도 애닯아서 大海를 향한다..

무릇 정치를 위한 理念이란 질서에 대한 추종 아니면 도전으로 재단될 것인 즉, 권위가 있어야 따르는 법..

누군가 '이데올로기의 終焉'이라 했던가..아니다, 편한대로 변해갈 뿐, 세상은 또 다른 理念으로 統治를 꿈꾼다..

이 땅의 분단의 아픈 상황에서, 세계화의 이름으로 압박해 오는 껍데기의 현상 유지 평화론에 어떤 춤을 출까..

그냥 멈춘 채로 잠재우고 고착시키려는, 힘센 국제정치가 만들어 낸 거짓 평화가 불러 올 逆風을 어이 견딜것인가..

寒峙 고갯 길에 찬 바람은 잦아 들고,  왜군의 핏물에 젖던 말발굽 소리 마저 首比 전나무 숲 속으로 빨려 들었다.  

 (한티재)

오기리(오로+신기)를 감아 도는 편한 맥길이 남으로 장파천-낙동강을 북으로 장수포천-왕피천을 가른다.

赤松과 분묘가 오랜만에 함께 하니, 사람 냄새가 풍긴다..편한 바닷가를 버리고 山谷으로 숨어 든 까닭은..

기록에서 배웠던 곳곳의 쉼터에서 고상한 싯귀를 찾아 두리번 거리나, 벌목이 내 짧은 詩感마저 잘라버렸구나.. 

곧은 전나무 숲길을 벗삼아 蔭宅을 돌아 내리니  愚川(어리내) 마을 朴氏네 정든 예닐곱 가구가 새마을로 단장하고..

저 산촌 부뚜막 아궁이에도 며칠 후면 선거 벽보가 불쏘시개로 타 들어 가, 공허한 민주주의를 굴뚝으로 내뱉겠지.. 

자유민주의 정통성을 바라는 選擧라는 제도..여론의 이름만으로 권위를 찾으려는..무릇 신뢰가 없으면 허상인 것을.

산간 오지 맥길을 베고 살아 가는 愚民일지라도, 잘난 너희들의 참여의 독촉이 자꾸만 귀찮아질 뿐인 것을. 

 

 (愚川 마을)

우천 마을 마루금길을 벗어 난 전나무 숲길을 타고 올라 고갯마루 산맥을 더듬는다. 큰 봉우리 감아 돈 후,

능선 길 이정표에서 李聖善 님의 싯귀를 더듬어 찾으나, 그마저 사라지고 없다..새벽 동해 바다를 마주하며

보초 서는 배병장에게, 설악이 담긴 큼직한 해를 안겨 주던 님...동해와 설악의 환상적인 만남 속초 시절의 아픔은..

30여년전 이념이 현실을 멀리하던 시절..엉뚱한 현실이 굳어지고 굿판으로 상징되던 개인적 통치의 시절..

체제 도전의 도움으로, 오히려 권력과 국제질서의 이념이 가져다 준 비극을 잘도 감출 수 있었건만..

참 세월도 많이 흘렀구나..많이도 변한 것 같구나..그런데..그런데..더디고 더딘 한반도여, 내 발길이여.. 

楸嶺(가래나무,가릿재) 큰 고갯 길에 낡은 표지판만 뒹굴고..낙동 길 단장도 참 오래도 걸리겠다.

 (추령 535.5봉 직전 쉼터)

추령 건너 赤松 길 벌목지에 때묻지 않은 작은 쉼터 벤치가 싱싱하고 멋드러지다.

남은 찌개거리에 마지막 이슬이 한 잔으로 긴 산 너울을 채비하고..이름 없는 봉우리를 넘어

송하 갈림길 안부를 지난다.널부러진 집터에서 오래지 않은 듯한 삶의 흔적을 찾고,

대두들(大山谷,장파,竹파) 넘나들던 보부상의 애잔함을 그려본다.

왕릉봉 넘고 덕재(장파령) 마른 길 찾기가 그리도 힘겹고 오랜 발길질을 이어 갈줄은..

너븐돌(廣石)  산자락을 찾아 터벅거리는 지친 발길이 아무 생각도 없고 얻은 것도 없거늘..

이것 또한 "本來無一物"(法頂)이런가..

(덕재 날머리) 

산을 껴안고
술에서 깨어나 보니 내가
산의 사타구니
가랑이 베고 누웠구나.
아랫도리 단추 모두 풀린 상태로
어젯밤 누구에게 유괴되어
만취로 이 모양이냐.
정신을 차리고 비척비척 일어나니
내 몸 아래 밤내 깔린
쑥대, 곰취, 미나리아재비
아, 나였구나.
산목련 향기에 홀려 마시고 또 마시고
이 골짜기에 와 쓰러져
산 하나 여자로
몰래 껴안고
새벽까지 잔 남자


 李聖善 시인

‘설악산을 지붕’으로,‘ 동해를 마당’으로 삼았으며,

‘붉고 싱싱한 햇덩이 하나를 젓가락으로 집어 숯불에 구워 아침상’'에

올리던 시인..속초 동경사 시절,..

백담계곡을 흘러 한강 쯤에 다다랐을까..

 

3/18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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