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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네하우스(2003- )/뮌네 하우스

5월의 봄

by 道然 배슈맑 2011. 5. 4.

 

 

 

이 캄캄한 오월에

/문충성


마음속에 만 원짜리 등불 켜고

극락왕생 기원하는 사람들

캄캄한 사랑 불 밝힙니까

캄캄한 사랑 더 캄캄해갑니까

언제 부텁니까 모든 것 위에

개인 이기주의가 패거리 만들고

숨막히게 숨막히게

온갖 탐욕 불 밝히고 있습니까

위아래도 없어지고

무한 경쟁 속 먹으나마나

배고픈 밥과 순응 병마

어느새

잠속에까지 미친 듯 밀려들어

눈감으신 님이여

이제야 눈을 뜨십니까

귀 여시고 입도 여시어

이 땅 위에 베푸십니까 넘쳐나게

가난하고 핍박받는

슬픈 사람

하나 없게

한 번도 베푸신 적 없는 그 자비

이 캄캄한 오월에

        -문충성 시집 <허공> 중에서-


 

   

5월 밥상엔

/김필규


우리 구차한 시절 언제 이밥 한번 배불리 먹어 봤오

5월 밥상엔 여보, 이팝나무 닮은 하얀 이밥에 불콩 다문다문 넣은 밥을 올려 놓으오

밥은 약간 눅눅한 것이 좋겠오 사랑도 눅눅하지 않소

된장찌개에는 햇감자 나오거든 깍둑깍둑 좀 베어넣고 멸치 몇 마리만 넣어 주소

인공조미료는 넣지 말고 그리움을 넉넉하게 풀어 조미하는 게 좋을 것이오

요즘은 애호박도 일찍 나오니 애호박을 넣어도 좋겠구려

간장은 조선간장이라야 하오 왜간장은 절대 금물이오

집에서 담근 조선간장에 깨소금 조금 치면 좋겠오

산에서 뜯어온 산나물이 있거든 살짝 데쳐 무칠 때, 어머니 손이라도 한번 만지고 와서

비닐 장갑은 끼지 말고 맨손으로 조물락조물락 된장으로 무쳐보오

어머니 손맛이 베어날지 아오 비닐하우스 안에 비료주고 약쳐서 가꾼 산나물은 내사 싫소

성당 모퉁이에 신문지 깔고 앉아 나물 둬 가지 놓고 파는,

텃밭 가꾸느라 햇빛이 맨날 얼굴 쓰다듬어 까무잡잡한,

허리 굽은 할머니한테 가서 산자락에 손수 일군 텃밭에서 가꾼

나풀나풀 청나비 날개 같은 상치나 좀 사다 밥상에 올려 놓구려

상추보다 상치가 더 맛있다오

그리고 내 밥상엔 커다란 비빔툭시바리나 하나 올려 놓으소

밥상 차려 놓고 당신 물리치료 가구려

밥상 덮는 밥부재미는 지추리 삼베 밥부재미도 좋지만 석 새 삼베  밥부재미에

작고 빨간 5월 패랭이꽃 어설픈 수 하나 찍어 붙인 것이면 더욱 좋겠오

그 밥부재미엔 고향 냄세가 나거든요

여보, 또 하나 잊었오 밥상머리 하얀 빈접시 하나 올려 놓고 추억도 한 줌 담아 두구려

내 외출에서 돌아와 밥 먹으며 추억도 함께 씹을 것이오

내 그 밥상 열 때 뒷산에 갓 깨어난 5월 뻐꾸기 뻐꾹뻐꾹 울었으면 좋겠고

산꿩의 울음소리도 뒷산 숲속을 굴러내려왔으면 좋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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