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참가자)이주형 회장, 최영수 회장, 김일상 대장, 배기호 필자
(산행일정)10:00 분당 수내역-10:30 판교낙생초교-11:00 양지말-12:00 운중동갈림길
-13:00서들산(435)-13:40국사봉(540)-14:00 하오고개-15:00점심식사후출발
-15:40 이수봉-16:30 레이다기지-17:30 옛골
(10:00) 장마 끝난 후 2-3일간의 폭염에 심신이 고달픈 주말이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 집안에 뒹굴어 봤자 별 좋은 소득이 기대되지 않을
답답한
날씨다. 일찌감치 배낭에 얼려둔 얼음물 서너개 집어 넣고 이열치열의 주말
등산에
나선다. 폭염 속에서 올라야 할 청계산은 여름 등산 코스로는 별로 좋지
않다.
계곡이 별로 발달하질 않아서 물찾기가 그리 쉽질 않다.
약속시간에 집합한 산케 인원은 예상대로 별로 많지 않고, 의무감, 책임감에 이끌려
나온 회장들의 얼굴엔 벌써 축축한 땀이 배인다. 4명의 산케들은 택시를 타고
판교
낙생초교 옆 신 개발지 옆길을 돌아들며, 한달 전과는 달리 무성하게 자란
풀섶들을
스치며, 개발이 끝날때 까지는 당분간 들머리로서 이용이 불가능한
양지말 산림
감시초소를 오른다.
불볕더위라는 말이 실감나게 산행 초입부터 바람 한점없는 오름길에 쏟아지는 땀방울이
눈가에 스며들어 도대체 걸음을 걷기가 힘들 정도다.
연 이틀째 땀을 많이 쏟게되는 이회장과 최회장은 심상치 않은 출발에 점점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오뉴월 장마철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과 무너진
언덕길들에서 결국 방향을 잘못잡아 잠시 양지말 농막 쪽으로 내려가 외곽순환도로 지하통로를
건너는데 10여분 지체를 한다.
(12:00)가까스로 낙엽으로 가려진 산행로를 찾아 운중동 고갯길에 다다르니 벌써 정오를 지나고
땀을 많이 흘린 산케들은 점점 더 쉬는 횟 수가 늘어나면서 보통때의 걸음거리
보다는 사뭇 느리다.
평소 산행객들이 뜸한 길이라지만 , 날씨탓에 전혀 인적도 없고, 남쪽 순환도로의 소음만이 지치게
들려오는 바람 한점 없는 오름길에 유난히 날파리들이 성가시다.
이건 완전히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지옥훈련의
느낌이다.
대학초년시절 첫 여름 방학, 예산 예당저수지 부근 어느 산촌에서 농활을 하면서 처음 농삿일을
직접 경험하였다. 긴 콩팥 이랑을 따라 뙤약볕 아래서 풀뽑기를 한 줄 하고
나면 한나절이 다 간다. 옆의 할머니는 한번도 쉬질 않고 두세배나 빨리
진도나가는데..부끄럽긴 하나 역시 허리가 말을 듣질 않는다.
점심식사후 오후에는 찌는듯한 더위 속에서 담뱃 잎따기가 이어진다.
쾌쾌하고 땀투성이의 중노동 속에서 우리는 농민들의 이어지는 고달픔에 숙연해
질 수 밖에 없다. 결코 노동과 농삿일이 직업적인 당연으로만 여기기엔 그시절
우리
형제 부모들은 너무 척박한 현실이었다.
한시간여의 사투끝에 국사봉 동쪽 주능선의 안부인 서들산(435)에 올라서니 실같은
바람결에도 감사를 느낀다. 이미 얼려온 작은 물병들은 다 비워지고 보냉시켜온
큰 물통에서 쉴새없이 물을 마시며 20분정도마다 휴식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그동안의 체력단련으로 탈진을 염려할 만큼은 아니나 ,더이상 무리를
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으로 국사봉 정상까지 쉬엄쉬엄 발길을 옮기니 겨우 몇몇 눈에
띄는
산행객이 반가워 인사를 크게 나눈다.
(
(14:00)국사봉 정점에서 잠시 휴식후 텅비고 지친 배를 채우기 위해 바쁜 걸음으로
하오재 내리막길을 단숨에 내려선다.휴일
치고는 거의 등산객이 없으니 이수봉쪽으로 내려서는 줄잡이가 한가하게 일찍 끝나고, 별로 바람기 없는 그늘이지만 식사와 휴식을 즐기기엔 충분히 조용한 길섶에
자리를 깐다. 김대장의 보냉물통 집에서 장수 막걸리 한병을 꺼내 한잔씩 목을 추기니 물 한병 마신것 보다
더 시원하다.
여러친구들의 건강과 말년 직장생활들을 염려하며 긴 휴식의 점심시간을 갖는다.
이번 여름 휴가를 아내들과 즐겁게 보낼 궁리도 해가며...지난 날 젊은 시절의 힘든
수고에 작으나마 보람된 위로의 휴가가 되어주길 바래본다. 어느새
직장 정년을
바라보게되는 망육의 나이가 꽤 무겁게 느껴지고, 30여년 앞만 보고 걸어온
우리들의
인생이 이젠 보람되고 후회없는 말년의 행복으로 거두어지길
바래본다.
점심식사후 약 30분간 휴식하자니 이회장은 어느새 코를 골기 시작한다.
최회장은 좀 더 오래 눈을 붙이고 싶어하나 한시간 후엔 기상을
시켜 이수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역시 쉬운 산은 없다고, 점심식사후의 이수봉으로의
북쪽능선길이
유난히 오르내림을 느끼며 40여분간의 추가오름과 땀흘림을 거친후에야 이수봉
정상에 다다라 동동주 한사발로 목을 추긴다.
(16:30)김대장과 둘이서 20여분을 기다려도 두회장은 이수봉엘 나타나질 않는다.
결국 전화확인 결과, 오른쪽 봉오재 능선길로 재빨리 방향을 바꾸어
이미 군
레이다기지를 통과했다고...
오늘 원래 계획인 양재동으로의 완주를 포기하고, 작년까지 오름길로 애용했던 봉오재길 목배능선을
내려서니 평소 오름길에서의 느낌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작년까지 이충식 총무와 봉오재-이수봉구간 오름길 40분대 돌파를 시도하던 길이
오늘은 하산에도 1시간을 잡는다. 잠시의 휴식시간이 10-20분씩 길어지고,
지친 땀흘린 몸이 발걸음을 더디게한다.
20여분 하산후 옛골로의 왼쪽 계곡길과 갈림길에서 결국 김대장과 이회장은 왼쪽 계곡으로 내려가고,
이런저런 회사일을 주고받던 최회장과 나는 오른쪽 능선길로 택하여
지루한 하산길을 재촉해 내려오니, 봉오재 아래
식당가에서 포장길의 후끈함이 더해지는 옛골 고속도로 터널길이 반갑다.
옛골 버스종점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농사지은 고추와 오이를 안주삼아 막걸리 한잔으로 더위를 식히며
늦게 하산하는 김대장과 이회장을 기다리니, 남해 출신 농사꾼 막걸리집 모친의 굵은 손길이
정겹다. 최회장의 배려로 배낭에 무공해 오이와 고추를 한봉지씩 집어 넣은 4명의
산케들은 택시를 타고 뱅뱅사거리를 돌아 몸을 씻고 이어도의 해단식을 꿈꾼다.
이회장 따님의 갑작스런 배아픔이 빨리 낫길 바랍니다.
7/25 배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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