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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2003- )/2005년

05 3/20 검단산행

by 道然 배슈맑 2005. 9. 3.
3/20 검단산행 기록

(산행참가자)이주형 회장,이병호 전임,이충식 총무, 이총무 친구,

                  박오옥 부부, 김우성 복지, 강용수 박사, 배기호 필자.(9명)

 

(산행시간)10:00 잠실역 7번-(30-1)10:45 하남 에니메이션고-10:55 안창모루

       11:20 유길준 묘소-11:30북릉안부(293m)-12:20서봉전망대(585m)-

       12:40검단산정상(657m)-13;40 식사후 출발-14:00용마산 삼거리-

       14:30백곰 약수터-14:50 주말농장-15:30 산곡동 하다리골-16:10잠실향군회관

 

(10:00) 금년 일요산행에 개근하여 년말에 여러 산케들 앞에서 황금(?)을 수여 받는 영광을

꿈꾸며 오늘도 힘차게 전철역을 향한다. 두툼한 겨울 파커를 벗은 탓인지 몸이 가볍다.

단지 지난주 정기 검진에서 중성지방 수치가 약간 높게 나와 막걸리 한 잔하는 행복을

잠시 접어야하는 안타까움이 있긴하나,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는 요즘이다. 조선일보 오늘의

운세에 부지런히 돌아다니면 귀인이 돌보아 준다니...

 

시간에 맞춰 잠실역 7번 출구에 올라서니 이회장과 강박사의 푸른 색 파커가 화사하다.

김대장은 개인 사정으로 오늘 산행에 불참하게 되었으나, 집앞에서 모이는 산케들을

배웅하기위해 가벼운 차림으로 길을 건너와 이전임을 임시대장으로 임명한다.

정각에 집합된 산케들은 30-1 여유로운 주말 산행 전용(?)버스에 올라 화사한 봄 햇살을

즐기며 하남시를 지난다.

 

약간 졸리는 버스 안에서  3주일 후면 제대하는 배병장과의 전날 면회가 미소 짓게 한다.

입대를 위해 이 악물고 살빼기 작전을 벌리던 2년전 겨울이 엊그제 같은데...

아무튼 놈에겐 평생 잊지 못할 젊음이고, 건강과 끈기를 배운 보람찬 시기가 됐으리라

확신한다. 50kg 감량...독자들은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혹시 다이어트에(100kg 이상)

문제 있으신 분 상담 환영합니다...

 

(10:55)하남시 에니메이션 고교 앞에서 하차하여 잠시 가게에서 준비를 하는 동안

유난히 남쪽 입구가 복잡하다.(저녁에 확인 된 사실: 정주영 회장 기일을 맞아 정씨일가

묘소 방향이었음)안창모루 입구에서 외투를 벗으며 산행 시작을 준비하는 동안

자그마한 기념비가 눈에 띈다. "베트남 참전 용사비".. 몇 몇 장병의 명단이 어떤 연유로

검단산 북쪽 산자락에 새겨지게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새삼 중학시절 부산 1부두에

종이 태극기 흔들며 들락거리던 때가 떠오른다...오전 수업에 ..행사후 광복동 쪽으로

걸어오며 장난치던 여학생들도 지금 어느 등산로 입구에서 동창 모임을 하고 있겠지.

 

20여분간의 워밍업 초입이 꽤 가파르고 지루하게 계속되지만, 제법 잘 고르고 정비된

등산로가 수레 폭으로 넓어 휴일 인파에도 여유가 있다. 특히 여늬 입구와 달리 계단을

없애고 적당히 경사진 오름을 계속되게 고려한 점이 맘에 든다. 

쉼터를 찾을 즈음 큰묘소에 도달하니, 유길준 묘소다(서유견문). 잠시 묘소를 둘러보며

연두색 신식 경계망이 유행처럼 둘러처진 것에 거부감이 든다. 우리네 뒷산 어느 동네에

가더라도 크고 훌륭한 묘소(묏등)는 편히 드러누울 만큼 친한 느낌으로 자리한다.

상석에는 소꼽놀이 반찬도 즐겨 늘어 놓기도 하는데...

(북릉 안부에서 바라본 팔당호수)

 

(11:30)유길준 묘소에서 잠시 휴식후 북릉 안부에 올라서니 예봉산이 우람차게 솟아

마주한다. 그아래로 배알미리 마을을 돌아드는 신작로가 검게 드러나고 팔당댐에

드리워진 이른 봄 햇살이 화사하고 펼쳐지는 강변이 유람 좋아하는 산케들에겐 정겹다.

긴 나무의자에 걸터 앉아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며 한모금 생수로 시간을 지체한다.

두물머리 지나 북한강으로 자리한 봄 안개가 졸립고, 오른 쪽 산마루에 가려지는

남한강 팔당호수가 햇살에 눈부시다.

 

땀이 식는가 싶더니 능선 안부에 불어오는 봄바람이 아직은 아쉬운듯 남겨진 마지막

겨울 찬기를 담아와서는 발길을 재촉한다. 벗었던 외투를 다시 꺼내입고 짧은 암릉길을

지나니  흙산 오솔길이 얼었던 눈밭 물기를 녹아내리며 등산화를 질퍽인다.

삭은 나뭇가지와 낙엽으로 뒤덮힌 길섶을 밟아 오르기가 한참 계속되며, 늘어진 능선

오름이 그리 쉽게 볼일이 아니다. 해발은 600 여 정도이나 50에서 시작하니 꽤 힘들다.

 

(12:20)긴 잡목 우거진 능선을 올라서니 갈대 능선이 나타나며 이름하여 서봉이다(585m).

북릉 암석전망대 곁에 배낭을 풀고 김우성 복지와 휴식을 취하며 아프리카산 모카 커피를

맛본다. 올려다 보는 검단 정상이 매우 커 보이고 부드러운 능선이 포근하다. 하늘 배경의

잎떨군 가지들이 연출하는 능선은 항상 아름답다. 요즘 의상 팻션에서 가로 실밥을 빼내고

연출하는 엉성한 가장자리 마름기법은 이 경치에서 나온게 아닐까...

(서봉에서 바라본 검단산 정상)

 

뒤에 오르는 동료들을 기다리며 오랜만에 김복지와 근황을 나눈다. 2-3년 동안 많은

변화와  고통을 잘 견뎌내는 동안 북한산 대남문과 나한봉에서 홀로 시름을 삭힐

즈음에,  이전임을 비롯한 산케들과의 교우가 큰 도움이 되었다는 대목에 시큰하다.

부디 한 생애에 닥쳐올 시련들이라면 이젠 미련없이 날려 보낼 큰 그림도 필요하다.

며칠전 진삼도 회장이 건네준 아프리카산 야자향 커피가 감미롭다.

(12:50) 서봉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단 걸음에 오르는 정상을 향한 능선길은 참

완만하여 큰 산 답게 부드러움을 더한다. 간간히 사라져가는 억새 풀밭이 안타깝긴하나

유난히 멋드러지게 장식하는 푸른 토종 소나무들이 분재처럼 솟아 있어 꽤 정감이 든다.

정상 헬기장에서 북으로 조망하는 푯말을 보며 눈길을 돌리니, 예봉산, 운길산 넘어

멀리 용문산까지 봄안개에 머리를 내밀며 줄지어 선다.

 

정상 남쪽 억새 풀밭에 자리를 털고 싸온 도시락을 꺼내 푸짐한 즐거움을 맛본다.

다음주 남해 소풍을 점검하고, 기별 야구와 겹침을 서운해한다. 봄볕에 늘어져 코고는

어느 한량 곁에서 따스하고 바람 없는 계절을 맛보며, 멀리 고추봉과 용마산을 이어가는

종주 능선길이 유혹하듯 설레인다. 그러나 일부 산케의 신체에 무리가 염려되어

오늘은 산곡동으로 끊어 하산하기로 한다.

이 전임의 푸짐한 수육 안주도 왕성한 식욕들에 동이 날 즈음 첫 맛의 가재미 식혜가

아쉽다.

 

(13:40)하산길의 잘 정비된 억새 길섶을 20여분 벗어나니 용마산 삼거리가 나오고,

섭섭한 맘으로 오른 계곡을 향하니 육모정을 지나 하산 비탈이 만만치 않다.

박박사의 이쁜 여학생은 매우 맘이 쓰이는 모양이다. 뒤에서 지켜보며 걸어가는

내 맘이 샘이 나리 만큼 신랑을 잘 챙긴다. 착한 놈들은.... 복도 많은 겨.....

 

30여분을 힘겨운 하산을 마치니 백곰 약수터 부근 샘물에서 흙탕으로 더럽혀진

바지와 신발을 대충 닦아낸다. 바로아래 주말 농장을 가꾸고 있는 이 총무 선배를

방문할 준비 절차인 모양이다.

"산곡동 하다리골 안마을"......영화 감독 출신의 택시기사...험한 세상에 수필집 한 권

던져주고는 중부고속도로 생길 즈음에 8가구 이끌고 산골 그린벨트에 자릴 잡은 지

벌써 20년...아름답다고 할까..부럽다고나 할까...잠시 앉은 비닐하우스  응접실이

내 노년의 별장 모양에 해법을 찾아낸다.

 

"15일을 보자고 1년 내내 x빠지게..."가꾼 동백을 한심하다는 듯이 자랑함이 부럽다.

아랫마을 술집에서 " 독도는 일본땅...대마도는 중국땅..." 헛소리가 역설적으로

맥혀들어 잡아가는 놈도 없다며 시니컬한 웃음을 날리면서도, 당귀차 유리병에

아내 몰래 올드파 위스키를 몇방울 탓다며 한잔씩 맛보라고 권하며, 밭갈이 중에 캐낸

자연산 더덕무침을 권하는 굵은 주름 손길에 수줍음도 실려온다.

 

"자식들 가끔 전화하지..혀서는 영감쟁이 안 죽었나..하고.. "  자식들이 보고 싶은 게지..

"휴일날 가만히 서 있어도 떼밀려 가는 ...."서울길을 언제 다녀 왔는지도 모른다.

젊은 날,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 땅에 "송곳하나 꼽을 자리 없던...." 당신이 오늘

주말 농장으로 분양한 이 산골 언덕배기에 "송곳 백만개도 더 꼽고도 남아 ...."

새로지은 집을 팔아먹으며 철쭉 화분을 덤으로 서비스할 만큼 부자다.

담도 없는 이 마을에 2집이 늘어 이젠 10가구가 됐지만   "이리 살면 쓸쓸해.."

"자주 사람 찾아 오면 반갑고.." " 아랫동네 가서 지랄 떨고..."

 

돌아오는 길의 산곡마을이 자꾸만 돌아다 보이며 중부고속도로를 비켜 들어가는

30-5 버스가 아침과 달리 매우 초라한 군상들로 붐빈다...

같은 검단산 아래 철조망치고  무서운 경비들로 접근 금지한 채 사람들을 내쫒으며

누워 있는 정 모씨는 살아 행복 했을까..

 

 

絶聖棄智民利百倍.      (위대해지려는 헛된꿈 버리면 백배이득인데...)

絶仁棄義民復孝慈.      (경직된 관습을 벗으면 도덕은 회복 될텐데...)

絶巧棄利盜賊無有       (기교와 이를 끊으면 도둑도 없을 것이고...)

此三者以爲文不足       (이 세가지는 인위적이니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고..)

故令有所屬 見素抱撲 少私寡欲(통나무 같은 소박함과 사욕을 줄이면 세상 제대로 될 것을..)

 

-老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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