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예봉산행 기록 | |
(참가자) 이주형 회장,최영수 회장,김일상 대장,이충식 총무 구영호 총장, 이기주 원장, 배기호 필자.(7명)
(산행일정) 10:00 잠실역 집합-11:00팔당 상말입구-12:20 철문봉- 12:40 점심식사-13:30 예봉산 정상-13:50 율리봉-14:20오작고개 15:00팔당 상말 싸리집
(09:00)갑작스레 밀려온 한파가 올 겨울 추위에 익숙지 못한 중년들이 겁먹을 만큼 기온을 내리나보다..날씨 보도하는 앵커들이 더 호들갑을 떨어 전날 배낭 꾸려 놓았던 물푸레가 기권하고, 오늘 산행엔 겨울산답게 쌓인 잔설이라도 밟을 수 있다면 서울 근교 산행에서 색다른 겨울 산행 맛을 보겠는데... 온통 껴입은 몸매가 뒤뚱거리며 전철에 올라 집합장소인 잠실로 향한다.
신혼초 처가집이 있던 잠실 롯데 부근이 정신없이 발전하여, 석촌호수 주변의 한가롭던 정취는 간데 없고, 주말 아침마저도 분주한 네거리에서 부산 오뎅을 맛보며 종이 컵 오뎅국물을 들이키니 가슴 속이 따스하다..옛날엔 빨간색 플라스틱 컵에 끼인 검은 때가 거북스럽기도 했는데...
(10:00)쌀쌀한 날씨에도 산케 당간부(?)들이 전원 참석하고, 두번째 출석한 이원장이 반신욕 보람강의로 활력을 북돋우며, 하남시로 향하는 35-2번 버스에 오르니, 추운 날씨 탓으로 검단산 등산객들이 많지는 않다. 빠르게 퍼져나가는 서울이라는 파도자락에 밀려 동쪽 끝 마을 신장까지 닿은 회색 물결이 시 경계를 지워버린 탓에 , 차창너머로 30년전 추억의 동네어귀를 찾는 중년 사내의 눈길이 어지러울 뿐이다..읍내 신장의원 간판도 보이질 않고, 대학시절 천호동에서 털털거리며 버스타고 찾아가 밤새 막걸리 얻어먹던 세째 따님 소식도 궁금하다..
남한산성 자락을 스치며 검단산울 돌아 팔당대교를 건너니, 미사리 쪽에서 바삐 지나다니던 양평행 강북도로가 따스한 햇살에 빛나고, 새로 개통된 강남도로는 그늘진 검단산 자락을 돌며 얼어붙은 가장자리 잔설 만이 흰줄 이루고 오가는 차량마저 뜸하다.
(11:00)26산케의 초창기 이전임 시절 부터 자주 오르던 禮峰山이 銳峰처럼 버티고선 상말 입구에서 왼쪽 능선길을 택하여 산행이 시작되니, 지난 가을 춘천 삼악산 초입을 연상케하며 60도 직벽 오름이 계속된다. 남서릉선 잎 떨군 관목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오르막 등산로를 미끄럽지 않게 눈을 녹여줘 다행이다. 맹추위를 예상하던 기온도 바람이 불지않아 체감온도를 높여주고 하나씩 겉 옷을 벗어 가며 30분 쯤후에 송전탑 관망대에 올라 잠시 숨고르기를 한다.
8부 능선 안부에 다다라 우아한 자태의 韓松 그늘 자락에서 바라보는 팔당 댐 하류, 얼지않은 한강이 차가운 검단산을 물아래 드리우며 흐름을 정지하고 덕소 자락을 감싼 채 겨울을 나고 있다. 미사리 어느 강둑엔 봄 쑥도 머릴 내밀만큼 따사로운 햇살이다. 멀리 남서쪽으로 워커힐이 보이고 뿌연 서울이 빌딩 꼭대기로 촘촘하다.
(12:20) 쉬엄쉬엄 가파른 오름길이 한시간여..철문봉(630) 정상능선에 오르니 찬바람이 매섭다. 이원장은 그동안의 헬스로 다진 건강을 자신하며 선두에 나서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고 생각보다 웅장하게 북으로 펼쳐진 능선들을 바라보며 다소 상기된 얼굴로 젊은 시절의 운길산 등산길에서의 여인을 그려본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구박사의 마지막 오름을 기다려 예봉산 정상쪽으로 향하는 남릉 길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정약용, 정약전 형제의 빛나는 철학의 개안이 이 정상에서 이루어 졌다하니 양안에 펼쳐진 웅대한 지맥 덕분이련가...
북동쪽 운길산 자락끝으로, 북한강 마지막 꼬리가 두물머리까지 온통 하얗게 강을 칠하며 팔당호 넓은 호수 가운데로 발을 담근다. 남동 쪽으로 마지막 餘脈을 늘어뜨린 견우, 직녀봉이 팔당댐을 가리는 남쪽 능선에서 간단한 점심식사를 펼치지만, 밀려오는 추위 탓에 30분을 넘기지 못하고 일찍 하산을 서두른다. 그사이에도 싸리집 칼국수 예약은 빠뜨리지 않는다.
(13:30) 간단한 점심을 했다고는 하나 휴식없이 오르는 예봉정상(683.2)을 향한 쇠줄 잡이는 유난히 숨이차다. 아이젠을 착용하기엔 적설량이 적고, 짧은 암릉길이 미끄러운 탓에 유난히 손이 시려옴을 느끼면서도 쇠줄 난간에서 속력을 내진 못하고, 정상 부근엔 바람이 차다.본디 운길산이라 불리던 이봉우리가 언젠가 부터 삼각산을 바라보며 임금께 예를 표했다하여 예빈산으로 불리우다 예봉산이되고, 조곡산으로 부리던 현재의 운길산에 그 이름을 넘겨 줬단다.
산령단 제를 지내던 돌무더기가 제법 넓은 정상을 이루고 현재는 헬기장으로 사용될 만큼 꽤 넓은 정상이다.진중리 계곡너머로 수종사가 아련하고 청평 뾰루봉이 가깝게 다가온다. 김대장의 300만 화소 카메라 폰으로 정상 기념 한 컷을 남기고 율리봉을 바라보며 미끄러운 직벽 하산길을 조심스레 밟아 내린다.
(14:20) 정화선사의 "강역산유기"에 밤이 많이난다고 하여 율리봉(587)이라 이름 자었다는 자세한 설명이 있는 작은 봉을 거쳐 오작고개(율리고개)에 이르니 아직 체력은 남아 600미터 남은 직녀, 견우봉이 아쉽다. 이미 예약된 엄나무 백숙이 싸리집 압력 솥에서 익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6급 산케들은 오른쪽 계곡으로 몸을 내리며, 봄날의 종주를 약속한다.
여유로운 발길로 소담한 계곡길을 밟아드니, 하산길 인적도 드물고 시간에 쫒기지 않는 한량스런 담소가 함께한다. 인생 50 넘어 무에 그리 거둘 것이 많을 것인가..있는데로 족히 살다가면 행복일 것을...
(15:00) 따뜻한 싸리집 난로 곁에서 한잔 동동주로 목을 추기니, 일찍 대모산 워밍업을 마치고 산케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봉고로 마중나온 이병호 전임의 얼굴이 환하고 맑은 부처상이다..약간 검긴해도...
"산정묘지"(일부) (조정권 시인) 겨울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가장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이 시절 우린 무슨 노래를 부르며 한 겨울을 보낼까...
2005.1.31 배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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