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북한산 의상봉 등산기록 | |
. 이충식 총무, 정종화 원장, 배기호 필자, (7명), 게스트 2명.
(산행 일정) 10:00 구파발 역 집합- 11:00 백화사 매표소 출발-12;10 의상봉 정상- 12:30 가사당 암문-점심식사-용출봉-13:30용혈봉-증취봉-부왕동 암문 -나월봉-나한봉-청수동암문-14:30 문수봉-15:00 청수동암문-승가봉- 사모바위-16:00 비봉-금선사-16:30 비봉매표소-이북5도청- 17:00 연신내역.
(09:00) 새해 첫 산행을 위한 맘, 설레임 보다는 전날 동해안 속초에서 귀경길에 지친 눈자락이 껌벅거리는 금붕어 눈까풀 처럼 무겁다. 해마다의 습관으로 넘은 미시령 고개는 년말의 아쉬움 보다는 새해의 기대가 해돋이 만큼 설렌다. 2004년 한 해가 고달프고 지친 탓인가... 보람은 각자의 맘속에 잣대로 자위하면 될 것을...아무래도 좀 모자라는 기분의 한 해였든가 보다.
이번엔 속초에서 간성 쪽으로 20여분 올라가 삼포 해수욕장 안쪽에 건설중인 썬밸리 리조트를 찾았다. 임시개장한 골프장이 한 겨울에 양잔디의 푸르름으로 제법 멋지다. 오후 중반에 밀어 닥친 눈발이 망년 놀음을 중단시키고, 2004년 마지막 밤은 아야진 어항 공판장에 임시 마련한 노래자랑 특설무대 모닥불 곁에서 가재미 새꼬시와 식해 안주로 까만 눈썹을 지키려 애쓴다.
2005년 동해안 해돋이는 뭍의 맑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평선에 짙게 솟은 바닷구름 산으로 가려져 6-7분 늦으지면서 땡그렁하니 솟는 진수를 구경하질 못했으나, 대설 주의보 덕분에 비교적 덜 복잡한 새해 첫 아침이다. 금강산까지 뻗어가는 활기찬 4차선도로를 달리며 30년 전 팀스피리트 미군상륙에 대항군으로 3일 밤낮을 행군하던 육군 배상병의 철모가 논두렁에 남겨지고 아침 등교길 강릉 여고생의 축하행렬이 시작되는 경포 고개에 다다라서야 정신이 든다.
(10:00)구파발역 1번 출구를 나서니 예고없던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瑞雪인가 曙雪인가..... 금년 한해의 산행 방랑에 행운이 깃들기를.....집결지 김밥집에서 라면으로 원기를돋우니 김일상 대장 대신에 정종화 원장이 리더로 등장한다. 몇몇 6급(耽食山行)들의 눈빛에 긴장이 감돈다. 이병호 부부의 배낭이 빵빵한게 6급 산행의 확실한 기초를 다진다.
마지막으로 도봉산 자락에서 산 넘어 오는 시간만큼 먼길을 전철길로 달려온 이충식 총무를 기다려 백화사 입구행 시내버스에 오르니 을씨년스런 날씨에도 년초 등정을 즐기는 산행객들로 만원이다. 동창들의 산행 모임이 시작된지도 수년이 흘렀지만 급수는 천차만별이라도 300회차가 넘도록 일요등산이 계속된 까닭은 착하게 늙어가는 산케들의소탈한 지성 덕분이리라...
(11:00)백화사 옆담길을 돌아 매표소에 이르는 길섶에서 우람찬 짖음으로 반기던 黃狗는 지난 초겨울에 어느님을 위해 공양됐는지 모습을 감추고 작은 중캐 2-3마리가 짚풀을 뒤집고 논다. 매표소 관리인도 교체되어 이쁜(?)아주머니 대신에 하얀 머리에 건강한 얼굴 빛의 할아버지가 문 열고 나와, 새해 인사와 함께 저녁 먹지 말고 등산 자주해야 오래 산단다.6개월 계획으로 禁酒 라마단을 설정한 본인의 작정에 큰 도움되는 덕담이다. 그동안 낮술은 금기하고 해는 기울어야 주점 문을 두드렸으니 저녁 칼로리가 항상 쌓였다.
낙엽 쌓인 등산로에 성긴 붓으로 뿌리듯 칠한 흰색 雪粉을 밟으니 평소와 달리 한적한 숲속에서 발자욱 소리가 크게 사각거린다. 낙엽 밟는 소리인가, 눈밭 걷는 소리인가.. 30여분 부지런히 걸어 오르니 산성매표소 쪽에서 올라오는 예쁜 중년 여인이 힘겨운 홀로 산행을 잠시 쉬며 의상봉 깍아지른 암벽을 썬그라스에 비추인다. 산행길의 여인들은 누구나 아름답다 "어매 이쁜 것..10년만 젊었어도....." ㅇ ㅎ ㅎ
암반 초입의 슬라브가 약한 눈발을 머금고 매우 미끄럽게 느껴지고 우회길을 택하여 줄잡이 직벽에 다다르니 장갑낀 쇠줄 잡이도 힘들고 두툼하니 껴입은 등산복이 下肢 벌리기를 방해하여 무릎으로 기어 오르는 힘겨운 시도를 강요한다. 오늘 불참한 우리집 여학생의 강조하는 말이 생각난다. " 우아하게 오를 수 있는 산만 있다면...." 어차피 오늘은 기어 오를 수만 있어도 행복이다.
(12:10)힘겨운 서너차례의 직벽 쇠줄잡이를 끝내니 온 몸이 땀으로 젖고, 의상봉 정상에 이르러 원효봉 능선을 조망하는 여유를 바람도 허락한다, 생각보다 춥질 않고 새해 원단을 여는 첫 등정에 모두들 만족하는 얼굴로 붉게 타오른다.
자주 찾는 북한산이지만, 암릉의 묘미는 역시 이 곳 의상능선이 가장 흥미로운 출발이다.왼쪽 북한산성 계곡의 국녕사 큰 부처를 바라보며 가사당 암문 기슭에 다다라 이른 점심 자리를 편다. 아직 무수히 남은 거쳐야 할 봉우리들이 무겁게 다가온다. 산정에서 맛보는 최 전임의 가오리회 맛은 禁酒설정의 본인을 모질게 만든다. 이병호 대장금 마님이 준비한 산정 김치찌게 버너 데움은 머리를 어지럽힌다..... "참아야지...오래 마실려면...." 배낭속의 진수성찬이 힘겨운 발길을 북돋우었다면...이제 배 부른 발길은 어이 할꼬..
(13:00)점심식사를 끝내고 나니 기다려 주었던 산정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고 일찍 자리를 거두고 하산길을 잡아본다. 일부 베이스 캠프조는 가사당암문길로 다시 백화사로 발길을 돌려 연신내에서의 합류를 약속하고, 정원장과 본인은 용출봉을 마주한다. 올때 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용출, 용혈, 증취 3봉을 평소보다 짧은 30분만에 정복하고 부왕동 암문 큰 기도바위에 도달하니 나한봉, 문수봉이 유난히 멀리 보인다.
삼천사 계곡으로 하산하고 싶은 맘으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은데, 정원장은 지난 날 26산케들의 어렵고 힘든 발전을 얘기하며 좀 더 산행의 강도를 높이고 싶어한다. 난 그냥...
나월봉 위험지역에 이르러 평소처럼 우회길이 보이는 지점에서, 시간 절약을 위해 나월 정상 직벽길을 택한다, "하필 미끄러운 오늘.... 난, 죽었다..." 다행히 맑은 정신이고, 한가롭다. 앞서 만드는 정대장의 발자국을 밟으며 유난히 좁은 슬라브 크랙이 원망스럽다. 장갑을 벗고 찬손으로 짚어가는 짧은 구간이 10리길 처럼 오래걸린다. 마지막 직벽 큰 크랙에서 미끄럼 탈때는 차라리 편할 지경이다. 30분이 단축된 나월봉 직코스는 여름에도 복잡할 땐 왠만하면 권하고 싶질 않다.
(14:30)나한봉 정상에서 진관사 쪽 응봉 능선을 조망하고 문수봉 정상에 이르니 다시금 대남문에서 구기계곡을 향하는 계단길이 지루하다고 여겨진다. 잠시 휴식후 비봉능선을 향한 직벽 슬라브에 다다르니 올라오는 산행객이 몇 안돼지만, 다들 하산을 말린다. 보조 줄잡이도 없고, 눈이 미끄럽게 얼어 붙은 하산길은 매우 위험하다. 어렵게 절약한 30분을 청수동 암문 우회길로 도로 돌아가니 참 아깝다.
비봉능선 길의 승가봉을 지나 사모바위에 도달하니 신년 축하 산행의 가족 나들이 팀이 보일 만큼 여유롭다. 희귀한 정상의 암봉들에 새삼 감탄하며, 마지막 뜨거운 물로 커피를 타서 마신다. 진흥왕 순수비가 보이는 능선을 지나 비봉을 돌아드니 구름낀 서쪽녘에 붉은 노을이 진다.
(16:00)향로봉을 지나 불광동 하산길 계획을 대만 손님 Mr.James의 무릎 통증을 고려하여 이북 5도청 쪽 비봉 매표소로 직접 하산하기로 바꾼다. 금선사 새절터를 지나 짧은 계곡길을 벗어나니 연신내 역에 도착한 베이스 캠프조의 핸드폰 연락이 잦아지며, 새해 해단식을 위한 발걸음을 서두른다.
구기 터널 앞에서 택시를 타고 연신내역으로 집합하여, 불타는 소금구이 목살을 안주삼아 새해 산케 계획을 의논하고 알찬 모임으로의 발전을 다짐하고 있을때, 대만 여행에서 돌아온 김 대장의 목소리가 참 밝고 정겹다, 일일이 산행 경로를 더듬고 나서는...
"이리 넘어 오이라.... 마무리하게...."
연신내에서 가장 가까운 화곡동네에 사는 본인 만 6호선으로 향하고 나머지 3호선 친구들의 행방은 아직 모른다...
1/3 배 기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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