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참가자) 이주형 회장, 김일상 대장, 이병호 전임,
정재영 법무, 김우성 복지, 배기호 필자 (6명)
(산행일정) 07:00 잠실 롯데호텔 출발
11:40 백두대간 댓재 휴게소 도착
11:50 고갯마루 산신각 출발-12:20 햇댓등- 12:40 1028고지(삼각점)
-13:20 통골재- 13:50 1243 고지- 14:20 두타산 정상-(점심식사)
-15:00 하산시작-16:00 두타산성- 17:00 무릉계곡-(거풍)
-17:30 학소대-삼화사- 18:00 야영장 휴게소-(저녁식사)
19:00 서울 향발- 24:20 잠실 도착
(05:30) 여름 휴가와 카타르 비지네스 건, 형님 회갑등 집안일이 겹쳐 8월 한달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어느새 아침 창으로 소슬한 바람이 일렁인다. 지난 주 속초
영금정에서 각오를 보인 바 백두대간의 장정에 나서기로하고, 더 늙어 힘들기
전에 벼르던 일을 해치우겠다는 각오로 요즘 여러가지 자료 준비에 바쁘다.
다행히 여러 대간향 출발 산행단체들 중에서 '자유인'이란 이름이 나의 이상과
일치하고 지리산 첫구간(중산리-세석-벽소령,35km)을 9/10에 출정하는 팀을
발견하여 며칠전 인사를 마쳤다.
4주만에 나서는 산행길 새벽은 짧게 입은 반바지 사이로 시원한 설레임이 밀려들고,
대간길 후반부에 가장 길다는 댓재-두타산-백봉령(27km) 일부 구간을 미리
밟아 보는
흥분마저 가슴으로 일렁인다. 우리 산케들의 휴일 새벽은, 매주 이렇게 잠든 아내 곁을
조용히 빠져 나오며, 또 다른 만남과 느낌을 찾아 부지런한 발걸음을 옮기는 자유인의
의지로 가득찬 황홀한 출발점이다.
부디 생의 끝자락을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즐기고 싶은 산하를 두루 섭렵하면서 알찬
생동감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산케들이 되어야겠다. 결코 무력감에 빠져들지 말고
마지막 한 순간까지도 더 높고 짜릿한 감동을 위하여 오늘 이렇게 힘겨운 발걸음에도
즐거움이 함께 하는 것이리라...
(07:00) 잠실 롯데호텔 앞을 출발한 산악회 버스에 동승한 여섯 산케들은 ,오랜만의
장거리 산행에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체력 조절을 위한 조용한 취침을 청해 보기도
하지만 ,성묘객 차량으로 지체되는 고속도로 사정이 벌써 금일 내 귀경이 힘들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산행 시작이 늦어질 것에 염려되어 그리 편치가 않은 느낌이다.
다소 늦은 속력으로 여주까지를 벗어나니 제 속력을 회복한 산행 버스는 동해안을 향해
바삐 달리지만 대관령이 가까워 질수록 어두워 지는 하늘 구름이 금새라도 한마탕
소나기를 퍼부을 듯이 온통 검은 그늘을 드리운다. 8월 한달 동안 4번이나 넘나든
동해안이지만 강릉 남쪽 정동진을 향하는 반가움은 또 색다른 느낌이다.
수년전 산불로 그을려졌던 해안가 산등성이는 많은 노력을 들인 탓에 작으나마
잡목과 수풀들로 채색되어 한결 보기가 낫다. 아무튼 포장된 도로 위에 조금씩 적셔지는
빗방울이 반팔, 반바지 차림의 내 살결에 작은 소름을 솟구치게 한다. 높은 고지에서....
동해(묵호)를 지나 삼척 내륙으로 향하는 지방도에 들어서니 태백산맥의 높은 정상들은
짙은 구름을 잔뜩 드리운 채 서울서 온 객들에게 쉽사리 자태를 드러내려 하질 않는다.
산넘어 정선 강원랜드로 이어지는 대간 고개길 '댓재'에 이르는 구간은, 산행을 미리 시작한
힘든 숨길처럼 엔진달린 버스마저도 한 구비마다 쉬어 오르며, 짙은 안개 구름 속으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1시간 여 만에야 대간 능선 정상에 위치한 휴게소에 산행객을
토해낸다.
(11:50)줄이은 170여명의 산행객들 뒤에서 차례를 기다려 올라서는 대간길 들머리엔
고갯마루에 산신각이 쓸쓸히 자릴 잡고, 결코 경건치 않은 객들의 장난거리에 시달리고
있다.
"부디 노여워 마시고 오늘 이 어두운 두타산행길에 밝음 주시고, 행여 어여쁘면
남은 생애에 많이도 돌아다녀야 할 우리 산케들 발목에 작은 상채기 하나라도 안 생기게
해 주시면, 나머지 인간사 일이야 저들 뜻대로 만족하며 이리저리 휩쓸려 살겠나이다..."
15분여 워밍업 기분으로 조심스레 줄지어 오른 안부에 '햇댓등'이라는 푯말과 함께
좌측으로 꺽어 오르라는 표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문제는 워밍업 치고는 안타깝게도
다시 내리막길 워밍업이라 ,오름길 손해보는 장사에 익숙한 산행객들의 걸음이
즐겁지만은 않다. 10여분을 더내려가서야 휴게소 서편에서 안부로 직접 오르는 제2코스와
합류점에 다다른다.
깊고 화려하다는 무릉계곡을 품은 두타 청옥산..용띠 김대장의 장거리 택일마다 짙은
비 안개로 몸을 가리니 어찌 살풀이를 행해야 할꼬...한번에 보여주면 어디 가볍다 할꺼나..
그렇다고 돌아 내려갈 산꾼들도 아니니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는 식으로 꾸역꾸역 잔등이를
타고 오른다. 다음주에 지리산 첫등정에 동참하겠다던 이전임은 왠지 오늘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모양이다. 어제 토요산행에서 강남대간(?)(대모-구룡)을 무리한 탓인가....
1028고지 삼각점을 지나 1시간여만에 통골재에 이르니 완만하던 능선길이 직벽 된오름으로
바뀌며 두타산 정상을 내어 줌에 심술을 부린다. 1243 고지를 올라서니
휴식시간이 잦아지며
점심시간을 넘긴 뱃 속에서 허기를 느낀다. 뒤에 오르는 이전임의 배낭속에 돼지 수육이
기다려지고.. 사방이 온통 구름 안개로 가득찬 태백 준령 경치를 간간이 안타깝게 돌아보지만..
정상이 가까워지며 늘 그렇듯이 된비알에 무성한 산죽 대밭을 지나니 '두타산 정상' 팻말과
함께, 사라질 운명의 무연고자 묘 한기가 힘든 인생을 맞이한다.
붐비는 성묘객 행렬 속에서도
머리깍지 않은 지친 모습으로....
(14:20)흐린 날씨의 정상이지만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별 어려움을 모른채 여섯
산케들은
행동식으로 준비한 김밥을 펼치고 이전임의 푸짐한 수육 대신에 정법무의 정성들인
김치 두루치기 안주에 이슬이 두병을 벗삼아 짧은 점심식사를 끝낸다.
유난히 요즘들어 산케들의 활발치 못한 산행 출석률에 이회장이 신경을 쓴다.
항상 모임을 이끌어 나가는 임원이란 동아리 패들의 제 각각 식성에 신경 쓰다 보면
음식 맛이 뒤죽박죽 될 수도 있을 터..모두 다 보듬어 안아야 한다는 명제가 우리
산케 회장님을 얼매나 힘들게 만드는지... 머잖아 우리 벗들의 일상들이 한가로워지면
자연스레 산행을 벗삼아 어울려 놀 것을..미리 터닦기가 애쓰인다.
(15:00)원래 목표대로 청옥산 정상을 돌아 내려가면 1시간 정도 더 걸리는 하산길..
식후 결단이라..목표 수정이 따를 수밖에...
무릉계곡을 빨리 만나고 싶고 정상 주능선의 날씨가 이리 심술을 부려 ,멀리 풍부한 서북
능선 산세는 구름 바다만 가득하고, 화려한 동쪽 무릉계곡은 더 가까이 내려오기를 바랜다.
산케 대장은 미리 계획한 듯이 동쪽 두타산성 능선길을 택하여 하산길에 나선다.
무릉계곡까지 10.7km 3시간 계획이다.
어둡고 칙칙한 능선길에서 울창한 아름들이 적송만이 치장을 한채로 반바지 맨살에
습하게 감겨드는 산죽지대를 벗어나니 오른쪽 쉰움산 갈림길에서 박달골을 끼고
왼쪽으로 접어들어 1시간여의 힘든 내리막을 거쳐 두타산성에 다다르니 ,
거
쳐온 정상이 구름을 가린채로 아랫도리를 환하게 내보인다.
아! 무릉천지 이리 멋드러진 자태라니....입을 다물지 못한채...넓은 벼랑바위 위에
분재처럼 장식된 한송 한그루를 배경삼아 이전임의 디카가 바쁘다.
(16:00)고려 때 이승휴가 이름지었다는 무릉계곡이 임란때에는 자연성으로 선조들을
깊이
숨겨 싸우게 했다는 두타산성 암릉 길은 그 직벽을 이루는 아름다운 암석들의 화려함에
슬픈 얘기들을 감추게 한다. 특히 6.25땐 인민군 병참기지로 미군 폭격 대상이었다니..
이 아름다움이 간간이 늘려 있는 바위 조각 너덜지대의 상처를 간직한 채로...
조금씩 고도를 낮춰 해안 계곡이 가까워 질수록 맑은 물 소리와 어우러지는 무릉계곡
12 폭포들은 짧지만 화려한 도원천지를 이룬다.
70년대 중반 육군 배일병은 입대 6개월
차에 작대기 두개를 달았지만 보직없이 이곳 안인 해수욕장 부근 교육대에서 교육생이란
이름으로 세금을 축내고 있었으니 가끔 보급병 선임 트럭에 실려 몰래 드나들었던 좁은
길의 무릉계곡이었다. 그이후 국민관광지로 개발되어 관광객의 편의 시설이 잘 정비
되었으나, 서울에서의 교통 편의상 아직은 잘 보존된 보기드문 싱싱함을 간직하고
있다.
(17:00)빠른 걸음으로 하산을 서둘러 뻐근하고 땀과 흙탕물에 절은 다리를 맑은
무릉천에
담그니 하나씩 겉 옷을 벗을 수 밖에..늘 거풍에 가장 즐거워하는 정법무와 이회장...
준비해온 마른 옷을 갈아 입을때까지 한여름을 넘긴 마지막 더위를 낙엽 절은 약물 능소에
서 매끄럽게 씻어내니, 산케들의 피부는 여인이라면
청옥이리라...
이회장의 거풍 휴식후 한개피 담배 마저도 상큼해 보이는 맑은 기분에 막걸리가 기다려진
다. 서둘러 내치는 걸음거리를 왼편 관음암에서 크게 내려뻗는
학소대가 붙잡고, 나른한 피
로속에 다시금 산행의 보람을 듬뿍 안겨주는
삼화사 풍경소리에 어느새 늦어진 발걸음은
지리산 천왕봉을 지나 긴 능선을 걷고 있다.
(18:00)신식으로 다듬어진 반석교를 지나 ,100명의 시객이 머물렀다는 무릉반석을 운동장
처럼 펼친 계곡 입구에는, 금란정 정자 하나 어울리지 않게 작은
모습으로 자릴잡아 한쌍의 연인이 손잡은 채 차지하고 있었다.
"武陵仙源 中袁泉石 頭陀洞天..."
부디 골때리는 두타산이 아니라 흔들어 떨어뜨린 번뇌들이 흘러간 무릉계곡의 끝자락엔 맑
은 정적만이 깃들어라..
산악회에서 준비한 경상도식 닭게장국에 무릉특주와 이슬이를 겻들이니 함께 못한 산케들
을 위해 이회장은 또 염려를 살려낸다.
다음주 부터의 격주 무박 대간 산행으로 산케 동무들과 떨어져 출장산행(?)을 해야하는 결
재를 득하고, 부디 내년까지 무사히 준비 산행을 마치고 ,2007년 부터는
26 산케의 독자 대
간 행보를 꾸미며 느긋하고 여유로운 백두대간을
설계해본다.
9/5 배 기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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