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2003- )/2005년

05 5/8 파주감악산

道然 배슈맑 2005. 9. 3. 13:09
5/8파주감악산행기록





  
    (산행 참가자) 이주형 회장,최영수 회장,이병호 전임,이충식 총무,김우성 복지,

                         이유상 부부,박오옥 부부,정한경 부부,배기호 부부(총 13명)

    (산행 일지) 10:00의정부 북부역-11:30 범륜사 입구-12:00 만남의 숲-12:30 640봉

                     -13:00 임꺽정봉-식사-14:00 어름골재-14:10 감악산 정상-

                   (예정)14:30 까치봉-14:40 쌍소나무(460)-15;10선고개-15:30감악산휴게소

                   (실행)14:30늘목리능선 레이다기지-객현리능선-15;30 객현리농원

                     -16:30 적성정류장-17:40 월롱역-금강산랜드 게르마늄온천

 

(09:00) 아침 일찍 서둘러 의정부로 가기 위해 전날 어버이날 행사를 물푸레와 바삐

진행했다. 가까이 모시고 있는 부모님께 카네이션 전달하고, 처음 취직한 조카한테

푸짐한 저녁 얻어먹고. 아무튼 휴일의 어버이날이 우중충한 날씨 탓에 어쩐지 어두운

느낌이다. 새벽 일찍 나서는 길에 경비 아저씨가 밝은 인사를 나누며 노년의 연세에

건강을 유지함이 행복해 보인다.

파주,연천 쪽 경기 북부지역은 승용차로 자주 다니던 곳이라 자유로를 이용하여 내달리면

한시간이면 족한 거리를 지하철타고 의정부로 빙빙 돌아가는 여행을 즐기기로 한다.

 

김대장의 사정으로 미리 산행에 불참하기로 예정되어 본인이 잘 연구하긴 했으나, 인원이 많고 처음가는 산이라 신경이 쓰인다. 여러가지 기록으로 보아 3시간정도 산행에 그리

어렵지 않은 코스들이 많으므로 일찍 끝내고 문산, 파주를 돌아 월롱역 부근 금강산랜드에서 목욕하고 신촌역 부근에서 젊은 시절을 느끼기로 계획해본다.

생각보다 일찍 의정부 북부역에 도착하여(9:00)오뎅, 토스트를 군것질하며 일행을 기다리다

이총무에게 전화하고  미리 답사를 겸해 감악산으로 먼저 떠나기로 한다.

 

25번 버스 안에서 흘러간 뽕짝 반주 메들리에 흥겨워하며 시골의 정취를 맛본다. 어린 시절

방학을 맞은 부산 유학생은 시골 학교에 계신 아버님을 뵈러 아침 일찍 부산진 교통부에서

털털거리는 버스에 책과 옷가지가 든 큰 가방을 싣고 김해, 창녕, 밀양, 합천까지...온종일을

뽕짝반주에 담겨져 절여지고 있었다.

 


(11:30)1시간 반이나 먼저 도착한 범륜사 입구 설마교 정류장에는 잔뜩 찌푸린 날씨에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이 썩 좋은 예감이 아니다. 화창한 봄에 개성 송악산을 바라보며

한 맺힌 임진강을 건너고 싶은 바램이 이루어지길 빌어보며 검어지는 하늘과 정상 부근에

감도는 비구름에 눈길이 머문다.

 

물푸레와 둘이서 한가롭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운계폭포 아랫 쪽 까지 내려가 경치를 즐기나

잘 정리되지 않은 쇠줄들과 바로위 사찰에서 오염물이 흘러, 수량이 적은 짧은 폭포가 사진과는 달리 많이 훼손되고 초라해 보인다. 10여년 전 미국 출장길에 휴일을 맞아 워싱턴에서 차를 몰고 웨스트 버지니어 셰난도를 찾아봤다. 중학시절 감명 깊게 본 영화가 생각나고, 셰난도 리버와 폭포를 구경하려 산 능선에서 1시간을 걸어 내려가니 작은 개울의 river와 졸졸 흐르는 falls를 접하고는 힘빠진 걸음으로 도로 올라올때 심정은... 설악이 그립다....

 

시멘트 포장된 급경사길이 굽이 돌아 범륜사 경내에 다다른다. 산세와 위치에 비해 대웅전의 모습이나 요사채, 미타암 12지신상 등 꾸밈이 무게가 없고, 중국산 백옥 조각들로 이루어진 관음상이 화려하기 보다는 시골촌뜨기 비단 걸친 꼴이다. 자연훼손을 요란스레 거부하던

어느 여자스님의 초췌한 모습과, 곳곳에 포장길로 기름냄새 풍기는 지폐를 산 중턱까지 실어 나르는 소위 불자들의 기름진 얼굴이 오버랩 된다.

 

의정부에서 출발한 산케대원들의 버스가 도착할 즈음 물푸레와 함께 다시 뒤돌아

정류장으로 천천히 내려가니 1개 소대 규모의(11명) 산케들이 즐겁게 몰려 오른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점심을 고대하는 최회장과 박교수를 걱정하며 13:00까지 정상 도착을 목표로 걸음을 재촉한다.


(11:50)"세계평화"탑 앞에서 초라한 범륜사 경내를 흘낏 쳐다보며 잠시 복장을 점검한뒤

빠른 걸음으로 평탄한 돌길을 내딛어 망상의 숲을 지나고 숯가마터와 묵밭을 지나 만남의

광장에 다다라 잠시 휴식을 취하니 목표시간 45분 전이다.(12:15)

왼쪽 까치봉 쪽 급경사 오르막은 하산길로 정해두고 가운데 약수터 길은 너무 단조로와,

보여 다소 험하지만 주변 경관을 맛보는  오른쪽 길 임꺽정봉으로 향한다.

 

640봉까지의 20여분 심한 경사 오르막에 결국 쉬운 산은 없다는 또 한번의 배움을 맛보고,

정상 안부에 다다르니 비록 뿌연 안개 구름으로 전망은 즐길 수 없으나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오금이 저린다. 서너명이면 족하게 차지하는 정상에서 소나무에 손을 얹은 채 잠시 땀을 식히니 날씨가 원망스럽고, 운해 속에서 흐미하게 다가서는 임꺽정봉으로 향하는 짧은 암릉이 칼바위 남해 설흘산을 연상시킨다.  

 

조심스레 한걸음 한걸음 씩 디뎌나가 임꺽정봉이 지척으로 보이는 암릉길 정상에 서니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절벽 꼭대기에 다다른다. 흐린 안개가 차라리 위안이 될 정도다. 주변 경기 북부의 부도골로 향하는 화려한 능선을 상상하며 그뒤를 이을  수락,도봉,북한산도 그려본다. 부도골재 사거리 안부에서 다시 10여분을 급경사 암릉길을 오르니 임꺽정봉(응암봉) 정상에 이른다. 멀리 개성 송악산이 보인다는 정상에서 오직 몇 미터 앞 바위 굴(임꺽정굴)도 자세히 살피지 못한채 정상직전의 사거리 안부에서 점심상을 펼친다.


(13:00)푸짐한 도시락들로 펼쳐진 회식 상은 항상 풍요롭다. 늘 그렇듯이 이전임의

두루치기 안주 쪽에 바짝 달라 붙는 인사가 행복하다. 처음 산행에 참가한 정한경 박사의

여학생은  참 조용하니 잘 어울린다. 당분간 금주 금연을 선언한 이충식 총무 덕분에 작은 술병 서너개로 안주가 남을 지경이나, 이회장의 제주산 자리돔 젓갈엔 김밥마저 남김이 없다. 남편의 건강을  염려하는 박오옥 박사 여학생의 눈길이 대표되는 아내 눈길,

어머니 눈길이다. 

 

6월 경부 대동제를 기획하는 최회장의 끊임없는 염려에 나름데로의 의견을 보태가며

활성화된 동기 모임의 순항을 기원하기도하고, 보다 많은 부산, 서울의 벗들이 금년에는

서로 만나 오랜 회포를 풀고, 여유롭고 멋진 생의 후반을  함께할 수 있길 빌어본다.

다들 훌륭한 부모님들 은덕에 경남중고 동문이 되고, 오늘날 참된 부모의 모범으로

가정을 꾸며나가고 있음이 ,오월의 그날이 아니더래도 다시 새겨 볼 업적들이다.

때로는 아픔에 겨운 실패도 양념처럼 간직한 우리들 지나온 날들에, 한점 후회없는

보람으로 앞날을 마무리 할 수 있길 바래본다. 

 

1시간남짓의 휴식과 점심식사를 끝내고 나니 제법 으스스한 한기를 느끼며 외투를 입은채,

하산길을 재촉하여 여유로운 신촌에서의 뒷푸리를 기대해 본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은

임꺽정봉에서 다시 뒤돌아 10여분 어름골재를 지나야 한다. 지척의 정상도 구름에 가려

시야에 들어오질 않으니 참 조심스럽다.


(14:10)감악산 정상의 유명한 비뚤바위에 올라서서, 없어진 비석글자를 손으로 쓰다듬어

본다. 세월의 풍상이 지우고 만들어낸 숱한 전설들을 생각하며 여전히 조망할 수없는 주변 경관이 아쉽고, 철망으로 둘러쳐진 정상 군부대 막사가 금수강산 한반도의 영원한 상채기로 아프다.

 

신라 진흥왕 순수비를 닮은 역사와...

당나라로 귀화한 설인귀의 추모와....

양주골을 신출귀몰하던  임꺽정의 신화스런 얘기들을 담은 채....

그렇게 그렇게  시달리는 바람과 비와 서리를 맞으며

오늘날 임진강가 한민족의 슬픈 얘기를 또 한번 간직한 이 비뚤어진 비뚤바위는

훗 날 어떤 전설로 오늘을 전할까....

 

(이후 고난의 하산기록은 참 망설여지는 대목이나, 훗날 임시 산행대장의 비극을

방지하고자 눈물로 써내려 갑니다....ㅎㅎㅎㅎㅎ)


잠시 머문 정상에서 방향감각이 헷갈렸나...동쪽 적암리를 내려서는 성모상을 발견하고

돌아서서 다행히 서쪽 능선길로 택한 하산길이 왠지 시멘트로 잘 포장되어 이어지고,

뭔가 찜찜한 발길이 자꾸만 아래로 아래로 향하니 계속되는 군부대 철망과 레이다 기지가

사태를 심각하게 만든다.계획된 15분 하산길에 까치봉 비슷한 레이다 기지가 있고,

또다시 15분 여의 하산길에 있어야 할 460고지의 쌍소나무 갈림길에 몇그루 소나무가

초라히 서 있다.

 

왼쪽 숲길로 대원들을 인도하여 젊은 날 여러개의 삽들을 망가뜨리며 이룩한 교통호를 따라

수년간 쌓인 낙엽을 밟아 내린다...이 좋은 봄에.....

뭔가 방향이 틀렸음을 눈치 채게 해준 나침반, 호루래기.... 여학생들이 걱정이고....

제발 능선 끝에 벼랑만 없어다오... 계곡을 택해서는 안된다...능선위로 능선위로....

가끔씩 나타나는 지우개로 지운듯한 오솔길이 경부고속도로 처럼 반갑다...

 

최회장이 갑자기 힘을내어 바싹 달라붙어 마을 지붕이 보인다고 격려해 준다..

이회장이 호루래기를 건네주며 후미의 여학생들을 보살피니 걱정말랜다...

이전임은 끝까지 후미대장을 고수하며 자리를 지킨다...얼매나 답답헐꼬...

훌륭한 조상님 탓인가...마을 포도나무 밭 프라스틱 홈통에 미끄러질때는

웃음이 나왔다.

 

(15:30)계획된 시간에서 큰차이는 없다며 지도를 꺼내보니, 객현리....북쪽 능선을 타고

전곡을 향하고 있었으니...한탄강 유원지가 바로 저기....차라리 백두산 능선이라도...

무슨 유격훈련 부대인가...경찰에 신고할까봐 두려울 지경의 복장으로 시골 농로를

투덥투덥 걷고 있자니 농장집 대문 앞 진도개 두마리가 불쌍한듯 째려 본다...

 

시골 농부의 말씀거리 "한 5리 쯤 될겨.." 마을 앞 신작로는 걸어도 걸어도 줄지 않는

5리길... 마침내 선두 7명(주로 여학생)은 봉고트럭 뒷칸에 재킹을 시도한다.

다행히 후미 6명이 택시를 번갈아 신작로 수송에 성공하여 적성면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비비빅 아이스 바의 꿀맛이 옛날 광복동 그곳의 팥맛에 비할까.....

 

50여분 경기 북서부(법원리,파주,금촌)를 지나 월롱역에 다다르니 해질녘 금강산랜드에서

땀을 씻고 무사귀환의 웃음을 나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온천욕을 즐기는 효자들이 함께하는 식당에서 브라보를 외친다.

 

                  

 

(오늘날 인터넷상 엽기 우화)

미녀와 미녀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미녀는 사랑의 징표로 남자 어머니의심장을 원한다.

그녀는 그러한 불가능한 요구로 귀찮은 남자들을 따돌리려 했다.

첫번째 남자...

두번째 남자가 불면의 밤들을 지새운 후 그의 눈과 가슴은 자신을 열달동안 품고 있어준 여자와

자기의 아들을 열달 동안 가져 줄 여자중에서, 미래의 어머니에게 번뜩였다.

그는 곤히 잠든 어머니의 침대에 서서 그래도 떨리는 칼끝을 심장에 상처를 낼세라 조심스레...

여인을 향한 뜀박질은 중압감과 죄책감으로 어지러웠다. 그는 넘어 졌다.

곁에 떨어진 선혈 낭자한 심장이 꺼져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얘야....다친데는 없니....."

 

視之不足見 廳之不足聞 用之不可旣

(봐도 볼 수 없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 끝없는 힘이여....)

 

오늘 어버이날....고향 산소에도 진달래는 잘 피었겠지요....

담주엔 주말에 한번 다녀올까 합니다..

 

5/9 배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