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시간표)
3/11 06:00 신도림 출발
09:10 수피령 출발(740)
10:00 복계산 갈림길(920)-촛대봉(1010)
10:10 960
-칼바위(920)-940-942-
12:00 892 5.2km
12:40 점심식사후 출발
-950-
13:20 891.9
14:10 실내고개 갈림길(1070)
-1050-1110- 1150
15:15 복주산(1152) 4.6km
-1150-1090-
16:10 하오현(740) 2.3km
7시간 12.1km
(눈쌓인 마루금)
(06:00) 신도림의 어두운 새벽을 뚫고 도담도담 모여드는 산우들..무엇이 새벽을 이리도 분주하게 하는
가. 전날 밤 이자리에서 장도에 오르는 자유인 10기 백두대간 팀을 축하했는데..우리는 한북의 출발을
위해 수피령으로 떠난다. 47번 국도를 북으로 달려 포천 일동, 이동을 지나 김화를 향한다. 멀리 북녘이
보이는 안암산, 성계산이 흰눈을 뒤집어 쓴 채 오늘 산행이 만만치 않음을 예고한다. 백골 공원(?)을 지
난다. 내 젊음과 우리 아들들의 젊음이 잠시 머물며 아픈 추억을 쌓아가는 분단의 끝자락을 달린다.
(수피령 전적비)
(09:00) 김화에서 사창리로 남하하는 56번 국도의 큰 고개, 수피령...다목리로 넘는 대성산 아래 고갯길에
서 이제 잘라진 한북정맥을 시작하려한다. 작년 말 백두대간 길 발걸음을 멈춘 진부령에서 금강산 넘으
면 그 다음 고개넘어 식개산에서 서남으로 뻗어내린 한북 정맥이 임진강과 한강을 물가르며 일산 장명산
까지 이어 내리고 있는데..이제 오늘 나는 멀리 적근산과 대성산 줄기를 눈으로 밟은 뒤 이 곳을 출발하
려 한다. 아픈 기억의 기념비 앞에서 수십년 전 그날의 포성에 묻혀진 젊고 맑은 영혼들의 안식을 빈다.
(대성산을 바라보며..)
(09:20) 정맥 마루금 오름길이 마사토 미끄러운 절개지로 이루어져, 눈길에 미끄럼 타며 기어오른다.
안부에 올라서서 맞은편 대성산, 적근산 마루금을 바라보니 아스라히 뻗어오르는 끝 자락 북녘 하늘도
파랗기는 마찬가지다...새들 처럼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는 그날이 오면 저 길따라 걸어 오르다 남쪽
금강산, 북쪽 백두산 갈림길에 서서 회한의 잔을 들리라...
(촛대봉)
(10:00) 복계산 갈림길 안부 공터에서 촛대봉(1010)을 우회하며 전날 내린 눈길을 러셀하는 발걸음이 무
겁다.선두조는 능선 마루금 밟기가 위험하여 우회로를 찾는다. 980봉을 오른쪽으로 크게 우회하는 길이
매우 미끄럽고 위험하다. 시간을 지체하며 칼바위 능선을 8부로 오른 쪽 능선을 휘감아 내린다.
(왼쪽 복주산, 오른쪽 광덕산을 조망하고..)
(10:40) 칼바위 능선의 980, 990봉을 우회하여 가까스로 올라선 능선 길에서 남쪽 갈길을 조망하니, 까마
득히 먼 길이 깊은 눈을 쌓은 채 속도를 늦추니 계획보다 벌써 30분 이상 지체다. 봄 길에 이렇게 깊이 눈
이 쌓일 줄을 모르고 간이 아이젠에 스팻츠도 없으니 아랫도리가 불편하고 오늘 행보가 힘들게 생겼구
나..그래도 산행객들이 별로 없어 급경사 오르 내림 구간에 지체가 없으니 큰 다행이다.
(980봉을 우회하고..)
(11:30) 945봉을 올라서서 모처럼 편한 마루금을 만나고 사위를 온통 감싸고 있는 골골들이 정맥을 향해
세찬 눈바람을 밀어 올린다. 배낭 속에서 바람막이 외투를 꺼내 입고 시간을 확인하니 지체가 길다.
아무래도 계획을 수정하여 하오고개에서 오늘의 산행을 중단해야 할 것 같다. 대원들의 표정에서도 계속
되는 러셀에 지치고 배고픔이 역력하다. 어디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892봉 가는 길에 예쁜 토끼 암봉이..)
(12:00)마루금을 넘나들며 가까스로 편한 오름을 거쳐 892봉 천막이 쳐진 참호 위에 올라 섰다. 다소 편
해 보이는 진행 방향을 남겨 두고 2개의 어두운 참호 속에 나뉘어 앉아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작전용 참호이지만 이럴 땐 산행객의 안식처로 매우 유용하다. 단지 젊은 우리 아들들의 수많은 땀방울
이 절어 있으리란 생각만이..아랫 마을 사창리에서 힘든 젊음의 기억을 가진 26산케 이회장...현역으로
작은 아들이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조부회장...짠한 마음을 달래며 위로를 마신다.
(복주산을 바라보고..)
(12:40) 느긋한 식사와 휴식을 끝내고 참호를 나오니 세찬 눈바람에 식은 몸이 떨린다. 옷깃을 단단히 여
미지만 냉기를 막기엔 힘들다. 힘껏 오름길을 밟아 오르며 땀을 흘리는 수 밖에 없다. 그리 크지 않은 오
르 내림을 반복하니 참호가 크게 차지한 봉우리에 올라선다.
(이어지는 광덕산도 바라보고..)
(13:20) 891.9봉 참호 봉우리에서 좋은 전망을 잠시 즐기고 다시 급경사 내림길을 밟아 내린다.
마주 보이는 1070봉 실내고개 갈림길이 코 앞에 다가 오지만 내림 경사가 워낙 험하고 가파른 길이라 매
우 조심스럽다. 깊은 내림 후에 다시 미끄러운 경사를 밟아 오르며 선두조의 힘든 러셀을 뒤따르나,
스팻츠를 착용하지 않은 신발 속에서 드디어 양발이 젖기 시작하고 간이 아이젠이 별로 역할을 못하는
구나..아직도 복주산 산정은 멀게만 보인다.
(책처럼 절리된 묘암 곁을 스치고..)
(14:10) 1070봉 실내고개 갈림길 직전의 안부에서 잠시 편한 길을 밟고, 크게 구축해 놓은 진지 곁에서 숨
을 돌린다. 이어지는 복주산 까지의 임도는 쉬울 것 같기도 하다. 멀리 화악산도 조망하고..여유를 가진
다. 그 아래는 석룡산도, 조무락골도 긴 겨울 잠을 자고 있겠지..가평으로 이어지는 골골이 멀어진다.
기대어 세워놓은 싸릿대 빗자루가 세자루.. 유난히 눈이 많던 속초 땅.. 가을에 각자 만든 싸리비 5개가
다 닳아야 한 해 겨울이 가고 제대 날짜가 다가오던 시절..울지 않는 탄피종이 외롭구나..
(1070봉 실내고개 갈림길에서 편한 임도로..)
(14:30) 편한 임도?와 마루금을 번갈아 걸으며 모처럼 여유를 갖는다. 비록 나와 내 아들들이 맨 손으로
파 놓은 상채기 투성이의 마루금을 걷고 있지만 이것이 이 땅의 아픔이요 언젠가 다시 새 살로 메꾸어지
는 날 , 그날이 오면...내 예쁜 진달래 한 그루 심어 놓고 겹겹이 쌓인 원혼들을 위로할 수 있으리라..힘과
권력이 사라지고,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 스스로 엮어 갈 자유로운 삶이 시작되는 날 ..이 땅에 슬픈 이야
기가 사라지겠지..
(가파른 날등으로 이루어진 복주산 정상 오름)
(15:00) 복주산 정상 직전1060봉을 거쳐 1110봉을 오른쪽으로 비켜오른다. 이전에 가짜 복주산 정상으로
정상석이 두 동강이 났다고 하던데..어차피 눈 속에 깊이 파묻혀 잊혀진 오늘이구나..그냥 정상을 향한
다. 갑자기 날카로운 날등이 이어지며 짧지만 만만치 않은 로프잡이와 릿지가 이어진다. 작년 가을 한계
령에서 점봉산을 향하던 한 밤중 만물상 릿지가 떠오른다. 눈길에 미끄러운 발걸음을 기다시피 잔가지를
잡아 끌며 정상을 향해 안간 힘을 쏟는다.
(복주산 정상에 서니..)
(15:15) 힘겨운 네발 걸음으로 복주산 정상(1152)에 섰다. 좁은 정상엔 앙진맞은 정상석이 그동안의 다툼
을 해결한듯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명찰을 달고 있다. 역시 네모진 정상석 보단 보기가 좋구나..오늘 구간
에서 처음 맞이 하는 산행 표지다. 이제 민간인 구역인가..멀리 화악산,응봉..나아갈 정매길이 광덕산으
로 줄을 긋는데..
(화악산, 응봉이 크게 보인다.)
(15;30)가평 쪽 높은 산들이 지척으로 다가온다. 이어지는 하오고개 내림길은 작은 내림으로 두 세개의
봉우리를 이루는 안부를 밟아내리며 좋은 전망을 보인다. 점점 피로를 보이는 다리가 내림길에서 조금
힘들기도 하지만, 계획을 수정하고 구간을 단축하기로 마음 먹으니 한결 편하다. 어두워지기 전에 하산
을 마무리 짓는다는 원칙이 절실하다. 긴 날의 여행을 위하여...
(다음 구간으로 미뤄야 할 회목봉 오름길)
(16:10) 폐타이어로 잘 정비된 급경사 내림길이 고맙다.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들을 이 곳에서 유격훈
련 및 등산로 보호 시설을 위한 교육을 시켜야 될 것 같다. 하오고개 넓은 공터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무
리한다. 큰 벙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고개 아래 터널로 연결되는 지방도로까지 터덜거린다.
(하오고개 내림길에 고드름이..)
아직은 봄이 먼 곳에 있는가..
길 섶 절개지를 녹아 내리는 고드름이
이 땅의 슬픈 이야기 처럼 시리다.
3/12 道然 배슈맑
'9정맥(2007-10)·完了 > 한북정맥(07)·完了' 카테고리의 다른 글
6/24 청계산(도성고개-노채고개)구간종주-한북정맥4차 (0) | 2007.06.19 |
---|---|
6/10 국망봉(광덕고개-도성고개)구간종주-한북정맥3차 (0) | 2007.06.07 |
3/25 광덕산(하오현-광덕고개)구간종주-한북정맥2 (0) | 2007.03.21 |
한북정맥 이견 (0) | 2006.08.21 |
한북정맥 일정표2007 (0) | 2006.07.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