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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정맥(2007-10)·完了/호남정맥(07)·完了

5/6 추월산(밀재-오정자재)구간종주-호남정맥3차(둘째날)

by 道然 배슈맑 2007. 5. 7.

 

 

 

(산행시간표)

 

5/6 05:30   밀재 출발

      06:20   추월산                               2.1km

      08:00   710봉(심적산)                     2.9km

      08:45   부래기재

      09:15   작은추월산(520봉)-20분 휴식

      09:50   390봉                                2.7km

      10:30   천치재                              1.2km

      12:20   치재산                              3.2km

      13:20   용추봉-20분휴식                 2.3km

      14:08   용추사 임도고개

      14:50   361봉

      15:30   오정자재                           3.4km

                     10시간                  17.8km  


(긴 조팝나무)

 

(5/6 02:30) 간밤에 한 잔 이슬이에 종일 산행의 피로를 느끼며 개울가 식당 야외 침상에서 골아 떨어져

정신없이 잠을 자고 나니 하늘이 보이는 바깥 날씨가 꽤 싸늘하며 청량감을 느낀다. 침낭 속에서 빠져나

올 생각도 없이 고개만 내밀어 주위를 살피니 맑은 바람에 실려 오는 봄의 새벽 냄새가 진하게 다가온다.

어디선가 밤늦도록 놀다가 귀가하는 차량 불빛에 잠을 깨어 조금 원망스럽지만 이내 다시 잠이든다.또

한 잠을 잤는가 싶은데 번개와 천둥소리에 다시 잠을 깨니 아직 새벽 3시 밖에 되질 않았구나. 침상 지붕

으로 비를 가리니 이 또한 얼마나 고마운 선택인가..젖혀진 텐트를 끌어당겨 깊숙히 덮은 채 뜸을 들이며

4시 기상 시간까지 비가 잦아 지기를 기다린다. 연이어 소란스런 천둥 번개가 가마골을 진동시킨다.

 

(04:00)아침식사를 간단히 끝내고 들머리 밀재로의 출발을 조금 미루며 비가 가늘어 지기를 기다린다.

오늘의 추월, 용추산 암릉 구간에 비가 계속 내리면 다소 위험하고 시간이 많이 지체될 터인데..전날의

긴 시간 산행으로 지친 몸이 속도를 낼 수 있을까 염려되어 용추봉에서 밤재로의 탈출 계획도 세워 본다.

비닐 봉지에 밥을 뭉쳐 넣으며 간식을 대용할 먹거리를 챙긴다. 어제 하도 더워서 비라도 내렸으면 하던

마음이 이렇게 또 다른 걱정으로 바뀐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 밀재로 향해 출발하여 담양호 상류를 지

나 천치재를 넘는다. 오늘 아침나절엔 이곳을 건너서 치재산으로 오르겠지..

 

가마봉 아래 명당터 하리 마을도 봄비에 젖은 채 깊이 잠든 새벽을 달려 너무 작은 복흥면 소재지를 지난

뒤 다시 밀재 들머리에 도착하여 우의를 점검하다가 조금씩 잦아드는 빗줄기에 안도하며 그냥 배낭에 집

어 넣는다. 봄비를 그냥 맞으며 산행하는 것이 오히려 덥질 않고 편하리라는 계산이다. 어제의 생여봉 날

머리가 오늘은 그리 힘들어 보이질 않는구나.. 滅峙빛재라는 다른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는 않지만,

장군의 마지막을 담은 한탄과 또 다른 희망의 씨앗을 남긴 갑오년의 교훈으로 새겨 두고 싶다. 

 

 (추월바위)

 

(05:30)비가 조금씩 내리는 새벽이라 여명을 느낄 시각에 아직은 다소 어둡다. 랜턴을 켤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다. 편한 오르막으로 작은 봉우리 안부에 올라서니 벌써 땀에 젖어 들며 전부 우의를 벗기 시작한

다. 완만한 경사를 보이는 능선 사면을 지나 추월바위 전망대에 이르니, 새벽 봄비에 젖은 채 험상궂은

얼굴로 담양호 쪽을 째려보고 있는 산적바위의 인사를 받는다. 애꾸눈에 코는 비뚤어지고 머리칼은 화가

나서 삐죽삐죽 솟아 있구나..(06:00) 남쪽 담양읍 너른 들이 구름을 이고 점점 잦아드는 봄비에 젖은 채

담양 호수 쪽으로 발을 담근다. 다음달 초엔 사미정 영산강 어귀에서 시원한 막걸리 한 잔 할 수 있겠지..

 

잠시 된오름으로 722봉을 올라서면서 어제의 피로가 다시 살아남을 느끼며 꽤 많은 땀을 쏟는다. 오른쪽

죽림정사의 새벽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며 내 세속의 塵을 털며 한발씩 디뎌 오르는 맑고 깨끗한 자유

인의 길이 더욱 청초한 느낌이다. 봄비에 젖은 솔잎 마저도..암릉을 조심스럽게 밟아 오르며 추월산 정상

을 향하는 동안 계속 발걸음이 늦어지며 발 아래 펼쳐지는 운무에 탄성을 금할 수 없다. 어차피 오늘 진

행은 여러가지로 늦어질 수 밖에 없으니 이렇게 천혜의 날씨와 담양호가 펼치는 운무의 장관을 즐기면서

편한 걸음을 이어 가리라..정상에 올라 10여분 주위를 조망하며 벗들에게 보여 줄 장관을 담기에 바쁘다.

(6:30-6:40)

  

 (추월정상에서 본 담양호 운해)

 

지리산에서 시작되어 남원 땅을 거쳐 밀려 오는 산 너울이 순창 벌을 거쳐 담양호 계곡으로 파도를 높이

는 동쪽 발 아래를 살핀다.오른쪽 능선으로 이어지는 사자봉 절벽 아래 보리암에도 새벽의 기도가 이루

어 지겠지...서쪽 장성호를 품은 채 멀리 병풍산으로 담을 쌓은 고창 벌판도 운해의 또 다른 너울을 보인

다. 어제의 내장일출과 오늘 추월운해는 바로 밤을 새우고 어두운 새벽 길을 도모하며 이어가는 정맥 걸

음의 충분한 이유를 설명해 주리라..이 맛에 무박 산행을 계속 고집하는 것인지도..

 

정상 아래 이정표가 있는 전망 바위에서 담양호를 배경으로 단체 기념도 남긴다. 오른쪽 보리암 쪽 능선

길을 버리고 북쪽 월계리 방향으로 천천히 돌아 내린다.능선길 아래 월계리 하산길 이정표가 있는 곳에

서 리본을 주의하고 직진하는 암릉길이 매우 아름답다. 왼쪽 사면으로 안전한 우회길도 있지만, 직진하

여 암릉을 조심해서 밟아 오른 뒤 작은 봉우리(736봉) 전망대에서 북쪽 용추봉 넘어 회문산을 바라본다.

(06;50) 지도에는 없는 꽤 큰 임도가 왼쪽 복흥면 기슭을 숨어 돌며 천치재 쪽으로 사라진다. 50 여년전

공비 토벌대를 싣고 오르던 추럭들의 먼지 마저도 새벽 비에 씻기어 아픈 상처는 아물고, 길 모퉁이를 돌

아 넘으며 사랑을 속삭이던 전사들의 영혼들은 이제 이념의 굴레를 벗고 예쁜 철쭉으로 피어났구나.. 

 

 (장성호 운해)

 

좌우 긴 조망을 즐기며 이후 선돌 바위가 반기는 수리봉 까지 이어지는 태고의 모난 암릉 길에서 금강산
을 떠 올린다. 작은 공룡길이다. 과연 전남의 명산이로다. 아! 가을 달밤에 이 길을 걸으면 또 어떤 추억

이 살아날까..제 아무리 배고프고 남루한 차림에 쫒기는 전사의 밤길일지라도 이 암릉 어느 모퉁이에서

손잡고 걸으면 어떤 혁명의 굴레라도 훌훌 벗어 던지고 긴 밤 사랑 나눔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아름다운 능선길 아래에서 갑오년 장군의 농민군들이 마지막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멸재를 넘었을까.

암릉 내리막 안부에서 바라보는 맞은 편 수리봉 동쪽 암봉 끝에 선돌 수리바위가 우뚝하니 손짓한다. 꽤

험하고 재미있는 암릉 오르기를 즐기며, 왼쪽 우회길을 버리고 조심스레 오른쪽 직벽 암릉을 기어 오르

니..아아..감탄이 절로 나고 그 멋진 광경을 말로서 표현함은 짧은 내 혀로는 불가능하구나..그냥 수리봉

끝 자락에 우두커니 선 채로 시간을 죽일 수 밖에..

 

 (수리봉에서)

 

수리봉에서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지체한 탓에 선두조들의 그림자를 놓쳤다. 어차피 힘도 들고 그리 길

지 않은 구간이니 한시간 정도 지체하며 천천히 뒤따르기로 맘을 먹고 내리막 암릉 직벽을 로프 잡으며

내려 선다.오른쪽 하산길 쪽에 리본을 많이 달아 놓았지만 역시 정맥꾼들에겐 그리 혼돈되지는 않겠다.

천천히 작은 봉우리와 암릉을 오르 내린 후 소나무 한그루 예쁘게 서 있는 봉우리 왼쪽 사면을 돌아 오르

면서 능선에 올라선 후 왼쪽 능선길로 천천히 잡아 오른다.

 

꽤 멋드러진 711봉과 심적산(710.1) 삼각점을 넘어 설때 까지 좌로 휘어지던 능선길에서 직진하는 헬기

장 방향의 능선을 버리고 오른쪽 급사면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며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다.

추월산과의 아쉬운 작별을 늦추며 그냥 헬기장 쪽으로 직진하여 복흥들판에 우뚝 솟은 백방산을 조망한

다. 이어지는 백암산과 내장산이 어제의 환희와 고통을 한꺼번에 실어다 준다. 헬기장 주변을 온통 뒤덮

은 산고사리가 손길을 유혹한다. (08:10) 다시 뒤돌아 나와 내림길로 접어든다.

 

 (심적산)

 

갑작스런 급경사 내리막에 무릎이 조심스럽다.산죽 길로 가려지는 내리막을 오른쪽으로 10여분 내려와

전망바위 안부에 올라서서 담양호와의 마지막 이별을 아쉬어 하니 맞은 편 작은 추월산이 담양호의 운

무를 끌어 와 멋을 부리며 얼굴을 가린다. 어서 넘어 오라는 뜻인가..우회길로 다시 돌아 내려가자니 조

금 멀어 보인다. 그냥 직진하여 다소 위험한 암릉을 임시 로프에 의지하며 매달려 내린다. 우회길과 만나

산죽길을 따라 걷다 보니 조금 이상한 기분으로 어제와 같은 마른 계곡을 질러가는 왼쪽 급경사면을 타

고 내린다. 부래기재(견양동 고개) 포장임도를 건넌다.(8:45)

 

임도를 따라 걸으며 두세개의 밭을 지나고 마지막 우측 숲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작은 추월산(521봉)

을 향해 서두른다. 아무래도 선두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갈증도 느끼며 막걸리가 간

절하다. 완만한 오름을 밟아 예상한 대로 막걸리 한잔을 선물 받으며 이틀간의 지친 내 불쌍한 다리에게

긴 휴식을 선물한다.(09;15-09:40)  이어지는 왼쪽 능선을 밟으며 서너개의 작은 봉우리를 넘나든다.

송전 철탑이 보이는 봉우리에서 오른쪽 급경사를 밟아 390.6봉을 지난 후 큰 부래기재 농로에 내려선다.

넓은 수레길을 지나 왼쪽 숲으로 들어가 두어개의 봉우리를 넘어 새벽에 지나 갔던 천치재에 내려서니

넓은 29번 도로에 예쁜 표지석이 반긴다.(10:30) 선두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작은 추월산도 구름에가리고..)

 

천치재 도로를 건너 쉬지 않고 왼쪽 무덤 곁으로 올라서니수레길이 이어지고 철조망과 함께 흉한 글씨로

출입 금지 표지판을 매달아 놓았다. 이왕이면 좀 예쁘게 꾸미던가..임도를 지나 잡목 숲으로 마루금을 찾

는다. 묘지터를 지나 된 경사를 거치며 능선길을 만난다.왼쪽 작은 봉우리를 넘어 북쪽을 향하는 서너개

의 작은 봉우리를 거쳐 1시간 여만에야 헬기장 봉우리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른다.(11:40) 추월산의 아기자

기한 암릉길과 너무나 비교되는 잡목 숲 길이 지루하고 전망도 별로 없다. 이럴 땐 걸음 속도라도 벌어

빨리 정상을 향해야 하는데..이미 지친 다리가 제대로 말을 듣질 않으니..

 

천천히 편한 내리막을 밟으며 엉터리 이정표도 만나고, 작은 봉우리를 거쳐 가마골 야영장에서 올라오는

임도고개에 내려 선다. 일행들을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아 반갑게 소리치고 다가가 보니 용추사 쪽에서

올라 온 등산객들이 질펀하게 한상을 벌리고 점심을 먹고 있다.(12:00) 갑자기 배가 고프다. 아직도 갈 길

은 먼데.. 막걸리라도 한 잔 얻어 먹고 싶은데..그냥 치재산 쯤에서 선두를 따라잡기 위해 서둘러 우측 사

면을 기어 오른다.오랜만에 만나는 큰 바위를 돌아 산죽 길과 된 오름 끝에 541봉에 올라선다. 정맥 길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동쪽 치재산으로 향한다. 왼쪽은 쌍치면 치재 내림길 능선이다. 빠른 걸음으

로 숲길을 돌아 오르니 치재산 정상에 올라 선다.(12:20) 이미 선두는 지나간 모양이다.

 

(치재산 정상에 서서 멀리 세자봉,회문산으로 연결되는 북릉 회문지맥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르며 주위를 조망해 본다. 북쪽으로 이어지는 회문지맥과, 멀리 내장산이 왼쪽으로 보인다.

오른쪽 가마골 신선대로 떨어지는 하산 길을 버리고 직진하는 용추사 방향을 택하여 용추봉을 향해 걸음

을 서둘러 보지만 사실 너무 힘들다. 마음 같아선 이쯤에서 하산하고 싶기도 하다. 목 짧은 트래킹화를

신고서 무게를 줄이려 한 탓에 발바닥은 뜨거울데로 달아 오르니 오직 계곡물이 그리운 불쌍한 내 발님

이다. 수십년, 아니 백여년전의 전사들도 그러했으리라..가시잡목이 성가실 정도로 힘든 내리막을 거쳐

임도를 지나고 헬기장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12:45)

 

다시 만나는 수레길에서 잠시 좌측 숲길을 고집하고 또 다시 임도를 지나서야 오른쪽 숲길로 접어든다.

역시 정맥길은 숲속 마루금이 어울리고 발품도 편하다. 터벅거리는 임도는 포장이든 비포장이든 뜨거

운 발바닥에는 쥐약이다. 봉우리를 거의 다 오르니 90도 왼쪽으로 떨어지면서 산죽길을 거쳐 맞은 편 작

은 봉우리에 올라선다. 이어지는 오름길 정상안부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수정하여 용추봉 넓은

정상 헬기장에 오라서니 이미 운무가 북쪽 능선을 가리고 다음 방문을 준비 시킨다.(13:20-13;40)  

 

(용추봉에서 바라본 회문산이 구름에 가린 채..)

 

먼저 올라와 기다리던 일행들과 합류하여 아껴둔 이슬이 한 잔으로 발바닥의 통증을 달래 본다. 올 겨울

여수에서 호남정맥의 한을 앞 바다에 쏟아 부은 뒤에, 내년 정초 겨울 날 이 곳 龍湫峰에서 북쪽으로 치

달아 세자봉, 사실재를 거쳐 장군봉, 회문산의 마지막 정기를 곧추 세운 뒤 섬진강에 발을 담그는 회문지

맥의 탐사를 계획해 본다. 쌍치면 피노마을에서 피포된 작고 지친 장군이 나주목으로 압송되던 갑오년의

겨울 처럼 눈이라도 쌓여 있으면 더욱 의미 있겠지..구림면으로 내려가는 21번 도로가 희미하게 금을 보

인다. 이제 마지막 남은 하산 길 2시간..밤재로의 탈출은 잊어 버린다.

 

남쪽으로 다시 완전히 방향을 바꾸는 하산 길 능선을 바라보니 멀리 강천산이 뚜렷하고, 오른쪽 추월산

사자봉 절벽 또한 지나온 긴 능선 끝에서 담양호로 다이빙한다. 편한 능선 길을 서서히 밟아 508봉을 지

나고, 산죽길 내림을 번갈으며 작은 봉우리 안부들을 서너번 지나서야 임도고개에 내려선다. 오른쪽 용

추사 포장길이 지척이다.(14:10) 이어지는 2-3개의 봉우리를 용추사 포장도로로 우회하며 두릅 몇개 집

어 본다. 용추골 계곡과 피재골 계곡을 감상하며 별로 통행도 없는 산복 길을 이리도 잘 포장해 놓고, 지

도에는 희미한 임도로 표시해 놓았으니..과연 누구네 예산으로...

 

(마지막 338봉이...)

 

다시 암릉지대 마루금에 올라 붙기 전에 서너개의 영지버섯을 얻었으니 오늘 횡재다..361봉을 잠시 오른

후 밤나무 단지 내리막 길을 밟고 철선으로 둘러처진 염소목장을 지나간다. 작고 예쁜 암봉과 철선이 어

울리지 않는 오르내림을 반복한 후에야 송전 철탑 아래에서 왼쪽으로 내려오니 염소 축사에서 풍기는

냄새가 고약하다. 빠른 걸음으로 밤나무 과수원 길로 내려와 예쁜 꽃들이 반겨 주는 오정자재에 주저 앉

는다.(15:30)

 이틀 간의 긴 여로가 일주일 간의 휴식을 취한 뒤 남겨둔 옥정호 구간으로 옮겨 가겠지..길 건너 강천산

오름 길은 한달 후로 미루어 둔다. 미리 들머리를 확인하며  길 섶에 앉아 마지막 한모금 물을 마신다.

 휴대폰을 켜니 많은 메세지가 쌓였구나..

 

영암을 지키던 K군의 메세지다.

" 이제 다시 영산포로 내려감, 서울 정리 다됐음,,"

도대체 언제 서울로 올라 왔고 뭘 정리했다는 겐지..뚱딴지다..

"엠병헐.."

"전화도 안 받고..산에서 죽었냐.."

틀림없이 막걸리에 취해서 혼자 실컷 욕하다가 잠이 든 후 지금쯤 내릴 정류장을 놓치고 갈길을

잃은 채 어느 시골 길을 걷고 있겠지..오늘 하루 길이나, 한 평생이나 항상 그렇게 무심히 갈 짓자

걸음이다. 그래서 건강한지도..부디 허허로운 맘으로 그렇게 바라던 무심의 자유를 맞이하기를..

 

(애기똥풀..네가 곱구나)

 

5/9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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