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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정맥(2007-10)·完了/호남정맥(07)·完了

12/1-2 갓꼬리봉(송치-형제봉)구간종주-호남정맥19차

by 道然 배슈맑 2007. 11. 23.

 

 

(산행 시간표)

12/1     22;00     신도림  출발

12/2     04:00     솔재(280)

           05:30     농암산(476.2)                  3.2km

           06:30     죽청재(381)                     2.1km

           06:45     갈매봉(508.8)                  0.7km

           07:25     마당재(440)                     1.8km

           07:45     헬기장  -아침식사   08:25 출발-

           08:40     갓꼬리봉                         1.5km

           09:25     신선바위 

           09:45     미사재                            1.8km  

           11:00     계족산(여수지맥) 갈림길

           11:10     깃대봉(859.9)                   2.1km

           11:55    월출재(763)-20분 휴식        2.3km

           13;20     형제봉(861.3)                   2.8km

           13:30     새재

           14:10     성불사                           (2.5km)

                           10시간 10분               20.8km                                

    

 

 (모과나무 처럼 단단한 껍질의 큰 나무들이 갓거리봉 북사면에 군락을 이루는데..)

 

(12/1  22:00) 어느 새 또 한해의 마지막 달에 도착했구나..

올 한해는 그냥 호남 땅에서 살은 기분인데.

이제 광양 땅으로 넘어가는 여수지맥을 거쳐 두어번의 방문으로 망년의 날에 외망포구에서 태평양을 향하겠지..

살아간다는 것이 서로 부대끼는 인생이라지만 내가 걷는 산 길에서,

자유인의 삶을 찾아가는 큰 보람의 길에서, 얼마나 많은 실망과 가시밭길을 헤치며 가지치기를 해야 할른지.. 

산에서 배울 인내도, 그 고통의 가치가 가져다 줄 훗날의 보람으로 셈을 이룰 때,끝까지 참을성을 발휘할 터..

무의미한 인간들의 말장난 속에서 그것도 삶이라고 참아야 하는 오늘이

지옥처럼 견디기 어려운 순간들로 느껴지기도 한다. 오직 배낭 끈을 조인다. 

신도림역 테크노마트의 첫 개장일을 축하하는 불빛들과 레이저 빔 속으로 인간 군상에 대한 울분의 외침을 날린다.

 

호남금남의 출발 이후로 ,오랜만에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달려 장수 I.C.를 벗어난 버스가

19번 좁은 밤길을 남으로 이어간다.

호남을 향한 첫걸음이 닿았던 수분치도 지나고, 남원 구례를 거쳐 솔재고개 옛길을 구불거리며 올라

교회 건물이 있는 고갯 마루에 닿는다.(12/2 03:50)

잔뜩 흐리며 간간이 빗방울을 뿌리던 날씨가 늦은 밤 하현달을 밝히며

생각보다 춥지도 않고 그런대로 새벽길을 편히 맞을 것 같다.

요란스런 십자가 네온사인이 한밤중의 순천 땅을 굽어보며 영혼들의 잠자리를 설치게 하는구나..

맥길 한가운데를 차지한 영험이여..

남녘으로 넘어 가던 한 줄기 습한 바람이 떨어진 낙엽을 쓸며 고갯마루를 휘감아 돈다.

이렇게 겨울이 시작되는가 보다..

 

  (갈매봉의 밤길)

 

 

 (04:00)교회 오른쪽 임도를 천천히 들머리 잡아 잠시후 오른쪽 숲속으로 리본을 따라 빨려 든다.

한밤의 능선 길에서 왼쪽 계월리 마을의 불빛이 깜박거리며 열명의 탐사대에게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온통 파헤쳐진 교통호와 무덤들을 지나며 임도길을 다시 만나고 벌목으로 어지러운 낮은 봉우리를 넘어서니

묘지들을 연이어 지나면서 '매화동산'  임도 삼거리를 따른다.

왼쪽 숲 속의 묘지와 개인호를 지나고 텅 빈듯한 농장집 옆 언덕길을 따라 편한 걸음으로 병풍산 갈림길에 이른다.

'道'표지석과 삼각점을 확인하며 워밍업으로 땀이 배인 외투를 벗고 물 한모금 마시며 숨을 고른다.(04:40)

지난 구간 바랑산 내림길에서 마주하던 병풍산의 우람한 자태는 점점 짙어지는 구름이 하현달을 가려,

사위가 어둠 속으로 잠긴 채 오른쪽 농암산으로 향하는 정맥 길에게 아쉬운 작별을 남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조금씩 수정하며 서서히 고도를 높혀 가기 시작한다.

20여분의 지루한 오름길을 거쳐 상봉(570)에 올라 남동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린다.(05:10)

다시 조금씩 고도를 낮추며 큰 암봉을 우회하고, 어둠속에서 작은 오르내림을 거쳐 농암산(籠岩山) 

낮은 정상(476)에 올라선다.(05:30) 왼쪽 죽청리 마을 불빛을 바라보며 땀을 식힌다.

점점 짙어지는 구름이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다. 서둘러 아침을 챙겨 먹어야 될텐데..제발 갓꼬리봉까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큰 바위가 보이질 않으니 어둠속에서 지나온 암봉 아래 큰 바위가 아무래도

장롱처럼 크게 보이는 모양이다. 짧은 휴식을 끝내고 꽤 가파른 내림길에서 암반을 조심해 가며

참호인지 헤친  무덤인지 모르는 어수선한 내리막을 지쳐 오른쪽 임도에 내려서니

장치마을로 이어지는 장사굴재 임도에 다다른다.(05:50)

 

  (헬기장 안부에서-지나온 새벽의 마루금들..갈매봉, 농암산 뒤로 바랑산이 뾰족하다.)

 

 

장사굴재의 넓은 트임을 호흡하며 남쪽 서면 쪽 마을들을 잠시 내려다 본 후에

숲길에 들어서니 편백나무와 소나무가 빽빽하다.

편안한 능선을 여유롭게 걸어 오르며 묘지들을 지나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 내린다.

점점 짙어지는 안개 속에서 오른쪽으로 봉우리 사면을 우회하니 자칫 반데룽에 걸려들 만큼

다시 왼쪽 무덤을 거쳐 오른다.

삼거리 정상에서 잘못하면 왔던 길로 리본을 따를 수도 있으니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문득 지난 여름 어림고개에서 오산을 오르며 안개속에서 1시간을 헤맷던 기억이 떠오른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선 후 마지막 봉우리를 잠시 힘겹게 넘어 서면서

암릉 내림길을 로프를 잡고 내려선다.(06:30)

 

 죽정치 임도가 꽤 넓게 왼쪽 죽청 마을에서 오른쪽 수련원으로 넘어가고 있다.

아직도 햇살을 기대 할 여명은 느낌도 없이 점점 더 하늘은 구름이 짙어져 가고 조금씩 빗방울을 머금기 시작한다.

서둘러 임도 건너 급경사 오르막을 지치며 20여분의 힘겨운 된비알을 거쳐

갈매봉(508) 소나무 정상에서 간식과 함께 10여분 긴 휴식을 취한다.(06:50)

갈매봉 내림길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으며 잠시 내리막을 거쳐

오른쪽 마당재로 통하는 임도를 버리고 왼쪽 마루금 봉우리를 향해 오른다.

완만하고 편한 봉우리를 서너개 오르내리며 헤드랜턴을 집어 놓고 조금씩 밝아오는 아침을 맞으며 시장기를 느낀다.

왼쪽 청소마을에서 오르는 임도와 만나니 마당재 안부를 지난다.(07:25)

아직은 아침상을 펼치기에는 이르지만, 비를 뿌리기 전에 식사를 해야 하므로 쉬지 않고 갓꼬리봉을 향한다.

 

  (헬기장-나아갈 갓꼬리봉)

 

마당재를 넘어서면서 점점 짙어지는 운무 속에 이젠 주변의 아침 풍광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오늘 구간의 가장 힘든 된비알을 만나 왠지 힘겨운 걸음을 느낀다.

한달 여 동안 한쪽 스틱으로 버텨오며 컨디션이 꽤 좋았는데..

오늘은 왠지 몸이 무겁고 양쪽 스틱을 써야만 할 것 같다.

귀찮은 마음에 그냥 쉬엄쉬엄 갓꼬리봉 직전 헬기장 안부정상에 올라서서 아침상을 펼친다.(07:45-08:25)

추위를 느낄 만큼 구름이 쌓여들고 이내 조금씩 빗방울을 뿌리기 시작한다.

급히 라면을 끓이고 따뜻한 국물로 몸을 녹인다.

이제 다음구간 백운산을 끝으로 호남정맥이 끝나고,호남기맥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구간에서

우리들의 올 한 해 동안 이어진 힘겹고 아픈 기억들을 다 씻어 버리겠지..

외망 포구에서 맞을 그날의 감격스런 포옹을 기대하며 찬 이슬이 한잔에 자유인의 기상을 나눈다.

 

  (갓꼬리봉 정상에서)

 

 후두둑거리는 빗 속에서 우의를 잘 덮어 무장한 채로 아침상을 거두고, 갓꼬리봉을 향해 잠시 내려선 후

이어지는 암릉지대 로프를 잡으며 비에 젖은 급경사 오르막을 10여분 지체하며 올라서니

삼각점과 감시초소가 있는 갓꼬리봉에 닿는다.(08:40)

큰 화강암 정상석엔 '갓거리봉'으로 표시되어 있어 지도상의 명칭 보다 아무래도 일리가 있는 이름이다.

갓머리봉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멀리서 볼 때 갓을 던져 걸만한 멋진 봉우리에 대한 표현이 조상들의 해학을 담는다.

멋진 소나무 앞에서 기록을 남기지만 온통 짙은 비 안개만 가득하니 멋진 남쪽 바다를 조망치 못하고,

밤 새 반짝이며 기다리던 순천시가지가 뵈질 않음이 안타깝다.

 

 

  (신선바위에서 내려다본 황전면)

 

점점 많이 뿌리기 시작하는 빗속에서 오래 머물지도 못하고

이어지는 비슷한 높이의 암봉들을 조심스럽게 오르내린다.

맑은 날씨라면 좌우 전망이 매우 좋을 듯한 전망바위들을 안타깝게 대여섯번을 오르내리니

왼쪽 황전면 벌판이 분지처럼 넓게 펼쳐지며 희미하나마 산객의 마음을 달래준다.

넓은 전망바위에 올라 아쉬움을 달래고 좀더 내려가니 신선바위 전망대에서 미사치 고갯길을 조망한다.(09:25)

오른쪽 심원마을과 황전면을 잇는 화전터널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인듯 싶다.

황학리와 모전리가 합쳐 황전면이런가 누랏마을의 옛이름이 고풍스럽다.

 

미사치 내림길의 급경사가 20여분 간 만만치 않게 이어지면서 마주보이는 깃대봉 능선이 힘겹게 느껴진다.

왠지 오늘 컨디션이 내림길 조차도 이리 힘겨우니..

가까스로 미사치 고개 운동시설이 있는 안부에 내려서니

심원 마을에서 깃대봉으로 향하는 등산객들이 몇몇 휴식을 취하고 있다.여유로운지고..

어디서 출발하였나 하고 물으신다면..그냥 새벽에 멀리 솔재에서 출발하여 이젠 지친상태라고..(09:45)

잠시 물 한모금으로 원기를 찾고 깃대봉을 향해 오름길 등산로를 지쳐 나간다.

헬기장에서 배낭을 추스리고 꽤 된오름으로 이어지는 봉우리를 올라서니 송전탑을 지나는 전선이 윙윙거린다.

 

 

 

  (깃대봉에서 바라본 여수지맥-계족산 능선)

 

 서너개의 작은 봉우리로 이어지는 깃대봉 여수지맥 능선을 향한 힘든 오름길에서 자주 걸음을 멈춘다.

오늘따라 컨디션이 영 엉망이다. 신도림 출발지에서 부터 심적인 부담을 느낀 탓인지 체력 마저도 바쳐주질 않는구나.

역시 인간의 구조란 심적, 육체적 조화가 매우 중요함을 느낀다.

미사치를 출발하여 1시간 남짓을 힘겹게 계속되는 오름길을 지쳐 능선 삼거리에 올라서니

계족산, 깃대봉이 같은 방향으로 표시되는 이정표에 잠시 헷갈린다.

남쪽으로 가지친 작은 능선은 계족산으로 이어지는 여수지맥 능선이 아닌 것이다.

10여분 휴식 후에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바위전망대를 거쳐 10여분을 더 지쳐 오르니

벤취와 구급약품함이 있는 여수지맥 분기점에 닿는다.(11:00)

 

짙은 운무 속에서 계족산으로 향하는 남쪽 지맥을 버리고 깃대봉을 향해 왼쪽으로 발길을 돌려

계족산 등산 안내도가 있는 깃대봉에 올라서서 잠시 휴식을 갖는다.

구례 간전면으로 이어지는 갈미봉으로 향하는 정맥길이 월출봉까지 함께 이어진다.

미사치에서 올랐던 등산객 몇명이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 내린다.

계족산 아래 청소리의 定慧寺(古寺)로 향하는가 싶다.

훗날 물푸레와 함께 사찰순례라도 다닐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월출봉으로 향하는 북쪽 능선은 오른쪽으로 잠시 꺽이기도 하면서

왼쪽 황전면의 넓은 분지가 발 아래로 깊게 펼쳐 온다.

그 벌판을 거쳐 흐르는 섬진강 자락을 난중일기에서는 粲水江이라 했던가..

전라선의 求禮口驛(황전면 소재, 구례입구역)의 명칭도 재미있다.

섬진강 어귀를 감싸는 구례시가지의 큰 세력을 느낀다. 

 

 

  (월출봉 내림길 곰바위)

 

월출재 임도까지의 내림길은 830봉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은 후 편한 내림으로 이어지며

왼쪽 황전면 산간분지의 멋진 모습을 함께 이어간다.

꾸불거리는 월출재 임도를 두번 건너며 꽤 급경사 봉우리를 거친다.

잡목 숲으로 이루어진 월출봉 정상에서 배낭을 풀고 마지막 막걸리 한 잔으로 원기를 회복한다.

달뜨기봉(달뜨기재)을 넘어 갈미봉, 매재로 이어지는 북쪽 구례 쪽 능선이,

지난 날 지리산의 행렬과 백운산의 행렬을 갈랐던 삼거리다.

광양, 구례, 순천의 3개면이 접하게 된다.(11:55-12:15)

긴 휴식을 끝내고 동남쪽으로 이어지는 형제봉을 향한 정맥길을 오른쪽으로 꺾어 내린다.

 

임도에 내려서기 직전 돌탑인지, 묵은 묘인지 잘 분간은 되질 않으나,

그 앞에 나뒹구는 임도개설 기록비석이 안타깝다.

꼭 무슨 공적비는 아니지만 이 땅의 곳곳에 작은 역사의 흔적으로 남을 수 있는 기록물들을

개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저렇게 산 속으로 내팽겨치는 심사란...

우리는 서로의 주장과 갈길을 확인하는 담론을 펼칠 수는 있겠으나,

결코 선과 악을 구분짓는 신의 손을 가지지는 못한 어리석은 존재에 불과 할 것이다.

어떤 주장도 상대방을 제거하겠다는 극단적인 이념으로 흘러서는 아무런 결과를 얻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요즘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헐뜯고 난리치는 더러운 정치꾼들을 잠시나마 잊었다가

또 다시 이 산길에서 만나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점잖은 체통만을 앞세우며 혀를 차고 있는,

소위 길 옆으로 비껴 선 지식인들의 태도도 바람직하지는 않겠지만,

부디 정치꾼들이여, 그대들의 최종 목표인 대통령의 자리는 그렇게 막말로 얻어지는 조폭 우두머리가 아니다.

 

  (형제봉으로 향하는 산죽길)

 

왼쪽 구례 간전면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건너서 형제봉으로의 정맥길은 소나무 숲으로 이어지며

축축히 젖은 낙엽들이 쌓인 채 작은 봉우리들을  끊임없이 오르 내린다.

서너개의 언덕같은 봉우리를 넘어서고 멋진 바위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감아 돌아

작은 봉우리를 내려서니 촉촉히 젖은 산죽 길이 힘든 발걸음을 달래준다.

조용한 산길에서 이렇게 끝까지 초록의 생명을 거칠게 버티며,

세찬 바람과 차가운 눈비를 견뎌내는 생명력을 맛보는 이 길이 언제나 지친 산객들의 위로가 된다.

이어지는 암릉과 멋진 소나무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점점 가까워지는 형제봉의 아스라함이 안개 속에서 다가온다.

길 옆에 비껴선 삼각점이 흔한 봉우리 하나 차지하지도 못한 채 쓸쓸하다.  

 

  (형제1봉에서 2봉을 향하여)

 

오른쪽 성불사 하산길을 지나 빗길 속의 암릉을 조심스레 긁어 오르니

형제봉 표지석이 빗속에서 함초롬이 젖은 채 가로로 자릴 잡고 반긴다.(13:20)

대부분 세로로 세워진 표지석들을 접하다 보니 새롭게 느껴진다.

맞은 편 형제2봉에서 동료 대원들의 손짓을 반기며 멀리 동쪽을 향하나 흐린 구름 속에서 백운산이 가려진다.

오른쪽 억불봉 능선만이 구름을 벗고 동곡계곡을 살짜기 보여준다.  
사방을 다시 한번 억지로라도 조망하고 철계단을 거쳐 형제2봉을 왼쪽으로 감아 오른 후에야 넘어선다.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을 의식하며 성불사 내림길이 있는 새재로 발길을 재촉한다.

암릉지대를 오른쪽으로 돌아 멋진 소나무가 있는 봉우리를 넘어 내려서니

새재에서 오늘 구간을 마감한다.

참 힘든 행군이었지만, 다행히 많은 비가 내리질 않고 그리 춥질 않아 잘 견뎌냈다.(13:35)

 

 

 

  (새재 소나무)

 

 

성불사로 내려서는 급경사 계곡길에서 오랜만에 멋진 계곡 이끼 바위와 큰 암반들을 즐기며 천천히 하산을 마무리한다. 다음 구간에 어둠속에서 넘어야 할 왼쪽 등주리봉이 부드럽게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이제 얼마남지 않은 호남정맥 길의 아쉬움이 밀려든다.

하산 길에 통과한 성불사는 최근에 급조한 탓인지 온통 시멘트 기둥들과 억지 나무목 무늬 꾸밈들이 가볍게 느껴지고, 전통 사찰의 멋진 지붕 처마들도 갖추지 못한 채 이국적인 코끼리상들만 덩그라니 빗 속에서 울고 있다.

 

아름다운 계곡의 넓직한 암반들을 따라 내리며 어디선가 봉강면 梅泉(黃 玹) 선생의 목소리가 실려 오며,

나라 근심으로 흐려진 성불계곡에 잔잔한 시 한수가 대통령 선거 휘장에 걸려 나부낀다.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 

무궁화 이 나라가 이젠 망해버렸으라.

 가을 등불 아래서 책 덮고 지난 역사 생각해 보니

인간 세상에서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기만 하구나."

 

 

  (성불사)

 

12/4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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