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시간표)
6/20(금) 21;30 동서울 터미널
21(토) 02:00 홍천 합류
04;00 진부령 도착(대간 출발 시산제)
05:00 진부령 출발
06;00 알프스 스키장 리프트 안부
07:00 마산봉
07:40 병풍바위(20분 휴식)
08:45 전망대 암봉
09;17 대간령
09:30-09:50 식사 휴식
11:30 신선봉 갈림길
12:00 화암재
12:30 상봉
13:40 샘터 (30분 휴식)
14:20 능선 암봉(20분 휴식)
15:00 미시령
10시간(휴식1시간 30분 포함)
훗날 내가 이 세상의 마지막 모습을 내 눈속에 담아 떠나는 날,
백두대간의 어느 자락이 가득 담겼으면 좋겠읍니다..
네 일생 동안 무슨 보람 된 일을 하였느냐고 되물어 본다면,
그냥 내 땅 산길을 두루 자유로이 헤매면서 골골산산을 아름답게 느꼈노라고..
비틀거리며 백두산을 향해 오르던 대간 北進길에서 좌우를 살피던 내 눈길이
잘려진 진부령에서 거꾸로 내달리는 南進길에서 또 좌우를 살피며 나는 반대의 말을 하겠지요..
때로는 바람을 만나고 비를 만나고 안개 속을 헤맬 수도 있겠지만,
그 모든 축축함이 젖어드는 눈가를 가려줄 수 있다면..
나는 그냥 그렇게 바람처럼 살다 구름처럼 떠나고 싶습니다..
(6/21 04:00 백두대간 남진 출정식을 마치고..2년만에 다시 대간길을 나섭니다..)
2년 후 지리산 천황봉에 닿을 때 까지
건강하고 즐거운 산행길이 이어지길 빕니다..
부산서 출발하는 고교동창들과 가능하면 함께 하면서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띄엄띄엄 이어갈까 합니다..
(6/21 05:00 진부령 곰상...엉덩이를 뒤로하고 대간길 남진을 시작합니다.)
그동안 호남정맥,한북정맥,금남정맥,금남호남, 이렇게 4개 정맥을 걸었고,
요즘 한남금북을 걷고 있읍니다만..
어느 길이고 골골 산산에서 내 따뜻한 한민족의 체온을 느끼고
저 곰상의 풍만함 처럼 내가 안길 수 있는 큰 맥길이 있어
편안한 걸음을 걸을 수 있나 봅니다..
훠어이 춤추며 이 세상 어느 땅에 자릴 잡는 날
난 내가 보고 느낀 저 수많은 영혼들과
또 한번 반가운 재회의 기쁨을 나누리라 확신하면서
이 길을 기쁘게 나아갈까 합니다.
06:00 알프스 스키장이 금년에 복원이 된다고 합니다..
2년전 대간 마지막 날 눈길 속에서 지친 눈으로 바라보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고
오늘은 천천히 여유롭게 된비알을 오를 수 있다는게..
작년 한 해 동안 정맥길들을 꾸준히 걸으면서 참 스스로도 많이 발전했음을 느낍니다..
07:00 마산봉에 올라 섰읍니다.
역시 북쪽 대간 길은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 놓질 않습니다.
2년전 겨울 날 눈속에서 떨구던 감격의 눈물도
오늘은 다시 벅찬 회한 속에서 잘 참아내며
언젠가 다시 안개 걷힌 북녘을 바라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07:40 마산봉을 내려와 남쪽 사면길을 가쁘게 걸어 병풍바위에 올라 섰읍니다.
지나온 마산봉이 부드러운 능선을 발 아래에 깔고 작별을 아쉬어 합니다.
큰 산의 녹음은 참 풍요로운 맘을 가져다 줍니다.
긴 호흡으로 내 땅을 들이켜 봅니다..
병풍 바위 남쪽으로 이어지는 오늘 갈길..
신선봉, 상봉이 안개 구름 속에서 신비로운 모습으로 펼쳐 집니다..
두어번 걸었던 그 모습이 또 다시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아직도 신선봉의 또렷한 모습을 직접 본적이 없읍니다..
오늘은 ..하고 기대해 봅니다마는..
08:45 신선봉을 좀 더 가까이 보려고 전망대 바위에 기대어 섰읍니다.
역시 한자락 안개자락을 감은 채 실루엣으로 다가 옵니다.
2년 전 겨울 눈길을 걸어 오르며 배소위와 사진 찍었던 장소에서 여름을 담아 봅니다..
배중위로 진급하여 이달 말에 전역합니다..
다시 바쁜 삶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일단은 기쁜 맘으로 마무리를 위해 바쁜 말년을 보내고 있읍니다.
부디 2-30년 후 나의 아들들이 이 땅을 걸어서 북녘을 가게 된다면 나도 함께 할 수 있을까..
젖은 너덜길이 조심스런 건너뛰기를 요구하여 오히려 눈 쌓인 그 때보다 더욱 시간을 지체합니다.
점점 악산의 면모를 더 해 갑니다.
큰 벽처럼 대간 길을 가로 막은 암봉이 남쪽을 향해 수문장 처럼 버티고 있읍니다.
눈이 녹아 제대로 칼날 암봉을 드러내는 암릉들이 한껏 멋을 부립니다..
지난 겨울에는 눈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나 봅니다.
09:00 대간령 내림길의 주목들이 한 여름 제 멋을 부립니다..
푸르럼 속에서도 주목의 기상은 단연 으뜸입니다..
저 기운이 죽어서도 살아나는 한민족의 기상이겠지요..
남산의 소나무와 함께 대간의 주목들이 동해물,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내 땅을 지키며 우리 영혼들의 변치 않는 모습으로 솟아 오르겠지요..
09:05 전망대 암봉 위에 올라서면 온 땅이 다 내려다 보입니다..
백두산과 한라산까지도..
구름 안개 속에서도 잘도 보입니다..
10:00 식사 후 신선봉으로 향하는 능선길이 짙은 안개로 휩쌓여 오고..
젖은 잎새가 작은 바람에도 후두둑 빗방울을 만들어 냅니다.
녹음 무성한 길을 걸으며 또 한 계절을 느끼고,
또 한 세대를 이어가고 ,
또 한 역사를 떠 올립니다..
함박꽃(산목련)이 깨끗한 순결을 간직한 채 청초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대간 길을 장식하며
늘 그렇게 그 자리에 있읍니다.
무궁화 처럼 순결한 한민족의 꽃으로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킵니다..
11:25 신선봉 직전 안부를 장식하는 암봉...
금수강산의 화려함도 느낍니다..
신선봉 갈림길을 지나 잠시 편안한 길목에서..
엎드려 절하든지, 힘겨운 다리 벌리기를 강요하는 수문장입니다.
질곡의 역사를 견뎌 낸 숱한 상흔이 아프게 느껴집니다..
너덜 내림이 점점 미끄러워지면서 안개비가 굵어집니다..
점점 시야를 가리면서 상념의 마루금을 이어갑니다..
한 발 한 발 그렇게 우리는 조심스런 발길로 오늘을 살아왔읍니다..
경외로운 내 땅을 함부로 발길질을 할 수는 없읍니다..
돌 하나 풀포기 하나에는 민족의 정령들이 살아 있다고 배워 왔읍니다..
12:00 신선봉 내림길을 지나 화암재 직전 안부에서 속초 동해안을 쳐다 봅니다..
바다와 안개구름이 뒤섞여 한 몸이 되었읍니다.
파도가 일렁이며 설악을 담은 채 춤추며 상봉을 향합니다..
동해물 고래도 보이고 날개짓하며 오르는 용마도 보입니다..
30여년전 저 파도를 마주하며 둥근 태양 속에서 설악을 감상하던 그 시절이..
이글거리던 그 꿈이..
이젠 촉촉히 젖은 안개비 속에서 꿈으로 젖어듭니다..
신선봉-상봉 오름길은 많이 힘겨운 코스로 난이도가 A급입니다..
칠순의 연세에 15-16년을 훨씬 앞서 가시는 선배님들의 나르는 듯한 발걸음을
한발 한발 되새기며 훗날을 벤치마킹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훗날 그날에 가서 저 발걸음만 내게 남아 있어 주기를..
그리하여 또 한 번 이 길에 서서 내 사랑스런 추억을 더듬을 수 있기를..
끊어진 밧줄 아니라도.용마들의 날개 짓으로 암릉을 긁어 오르며
우리는 내 땅의 한 땀 한 땀을 기워나갑니다..
지리산의 천황봉에 땀에 절은 웃도리를 묻을 때 까지
강인함을 간직하고 서로 손잡아 가며,
조국의 영광을 노래하고
선열들의 피 흘린 역사를 배워 나갈 것입니다.
6/25일이 아니라도 이렇게 험한 바랑 위를 오르 내리는 이 산골 길의 6월에는
항상 땀과 피범벅으로 얼룩진 아픈 기억들을 떠올리며..
결코 멀다고 느껴지지 않는..
아직은 역사의 뒷전으로 흘려 보낼 수 없는 비극의 여름을 기억하면서..
내 아들들과 그 후손들에겐 정리된 사실로서
정리된 역사의 교훈으로 넘겨 줄 수 있으면 좋겠읍니다..
누구의 잘잘못이 아닌
인간이 만든 처참한 제도의 굴레를 탓하면서..
자연을 닮을 수 있는 그런 인류의 앞날을 기대하면서..
저 말없는 바위 처럼..
저 푸르고 곧은 소나무 처럼..
인고의 풍상을 겪고서도 말없이 접은..
생명의 끝자락을 보여주는 마른 비목들을 바라보며..
인간의 삶도 그 끄트머리는 이 세상에 남아 후대에도 그 모습을 간직하겠지요..
12:30 이제 마지막 봉우리를 올랐읍니다..
속초 시내가 한 눈에 보일 이 곳에서
아쉽게도 안개 속의 해변 도시를 상상합니다..
또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상봉을 등 뒤에 두고..
미시령 내림길을 더듬는 발길이 점점 느려집니다.
다시금 스치는 작은 바위 하나에도 눈길을 머물며..
옷깃을 적시는 나뭇가지에 얼굴을 비비며..
13:40 찬 바람 부는 겨울 날에도 멈추지 않고 흐르던
샘터에서 맛있는 물을 마시고..
후미조를 기다리며 긴 휴식을 취합니다..
하산을 서두르고 싶질 않은 까닭인가요..
14:20 상봉 내림길이 끝날 즈음에
미시령을 지나는 찻소리가 들리고..
이제 오늘 한 구간을 접어야 합니다..
또 언제 올지 모르는 상봉, 신선봉을
등에 메고 내리는 발걸음이 무겁고 힘겨운 발길입니다..
15:00 안개 속의 미시령 광장으로 숨어듭니다..
속초 해안을 돌아 영금정 바닷가에서
안개비에 젖고 이슬이에 젖고 ....
6/23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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