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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정맥(2007-10)·完了/낙동정맥(10)·完了

5/8-9주왕산(황장재-피나무재)구간종주-낙동정맥9차

by 道然 배슈맑 2010. 5. 6.

 

 

 

 

(산행 시간표)

5/8     22:00      사당동 출발

5/9     03:00      황장재 출발

          04:30      대둔산                     3.7km

          05:55      두고개                     4.7km

          06:05      먹구등                     0.7km 

          06;30      명동재(875 헬기장)   1.4km

          07;10      (식사 후 출발)

          08:20      왕거암                    2.6km 

          09:13      대관령                    1.8km

          09;20      갓바위 전망대

          09:58      798 헬기장

          10:05      돌무덤 야영터(30분 휴식) 

          12:00      주산재

          12:25      별바위                    6.0km

          14:30      피나무재                 3.2km

               11시간 30분             24.1km     

 

 (대둔산 갈림길 묘역)

낙동 맥길 아홉번째..싸늘했던 4월이 가면서 언제 그랬었나 할 만큼 완연한 봄, 아니 초여름을 느낀다.

밤길을 달린 버스가 안동 임하호 상류 가랫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청송 진보 땅을 거쳐 황장재에 닻을 내린다. 

赤松의 고상함 보다는 청송,영덕을 오가던 영혼들의 설움이 깃든 고갯 길에서 이제 전설의 산 周王山을 향한다.

그믐으로 향하는 하현달이 새벽의 동녘 하늘을 흐린 낯으로 지품리 계곡을 끌며 동행한다.

괴정리 청송꽃돌(화문석) 광산 계곡은 숨 죽여 잠든 새벽을 한 마리 개짖는 소리로 살아 있음을 알리는데.. 

멀리 신촌 약수터 불빛이 섬광 처럼 밤을 밝히니, 갈평재를 향해 작은 봉우리를 넘는 길이 동쪽으로 숨어든다.

낙동길의 유일한 국립공원 표지석을 지나며 오늘 또 주왕산 큰 능선을 구름을 타고 신선으로 돌아 넘는구나..

 

 (먹구등 오름길 너덜지대)

어둠속에서 빈대에 쫒겨 난 절터 절등재를 지나 大遯山 갈림길 어느 처사 묘역에서 배낭을 내리고 잠시 목을 추긴다.

삶과 죽음이 하나의 태극을 이루는 맥길..어두운 밤길을 걷는 발길이 황홀한 엑스터시로 時空을 초월한다.

그곳에 노래가 있고, 춤이 있고, 除災招福의 믿음이 있기에 이 제단 앞에서 영혼들과 술 한잔 나눈다.

어버이날 밤에 멀리 남녘 고향 땅에서 달려 온 부모님을 만난다. 당신의 막내 아들 보다 젊은 모습으로..

강철부대가 달아 난 대둔산을 이별하고 두고개를 향한 바윗길 능선에서 기사저수지에 흐린 여명을 느끼니,

화전 집터 무너진 너덜이 발길에 채이고, 살아 못 다한 너구(네귀마을,四耳洞)의 사연들을 절골 계곡으로 흘려 보낸다.   

먹구등 길고 긴 오르막에서 태행산(933.1) 최고봉을 등뒤로 이별하며, 달기약수 노루용추 계곡을 그리워 한다.

금은광이 뼈바윗골에도 꽃 피는 봄 날의 아침은 찾아 왔으려나..영덕 장날 숯지게를 고쳐 메고 명동재를 향한다.

 

  (느지미재)

지품면 수암 마을로 넘어가는 명동재 산먼둥 고갯길(875봉)에서 아침상을 펼치고 느긋한 휴식을 즐긴다.

청송 땅 오지 마을에서 숯이라도 구워 이 고개를 넘어 가면 영덕 땅 먹거리와 바꿀 수 있었을까..

周王洞天(周房川) 절벽길이 막혀 금은광이 고개에서 내림길 마다하고 먹구등 넘은 발길이 예서 쉬어갔을까.

연분홍 철쭉 길 아침을 즐기며 긴 내리막을 지쳐 느지미재(느리미재,緩項) 낮은 목골 갈림길에 내려선다.

後周天王 머물던 장군봉 노적가리는 먼데, 주왕산(石屛山,周房山) 석문길 內院 마을 미륵은 성불을 기다리나..

대전사(대전도군), 백련암(백련공주)의 슬픈 전설은 걸뱅이 왕초 스님의 노랫 가락 속에 이어질 것이나,

잊을 수 없는 현대사의 비극은 누구의 기록 속에서 살아 훗날 기억 될 것인가..화개리 묏골의 영혼들과 함께.. 

 

 (하얀제비붓꽃)                                          (개옻나무순)                                                      (철쭉)

 (왕거암 정상)

연분홍 철쭉 길을 힘겹게 오르며 두어 봉우리 넘어 서니 왕거암 삼거리 깔딱 고개에 올라 선다. 

오늘 맥길의 최고봉 王居岩(907.4) 정상을 찾아 오른다. 두릅 밭 양식들은 王의 보물인가.정상암은 너무 초라하구나.

가메봉(석름봉)을 앞세운 왕의 최고봉다운 풍모를 상상해 본다. 산산 골골을 거느리며, 속세의 권세를 꿈꾸었을까..

절골을 따라 내리는 대궐령 깊은 계곡 능선에 점점이 수놓은 산벚이 화려하고, 후리매기 사창골은 봉우리에 가린다.

점점 깊어져 가는 주왕산 큰 산의 암릉을 타고 대관령(대둴령)을 향해 내리는 발길이 황홀경에 빠져든다.

이제 이 깊고 깊은 산중에서 우리의 지난 역사 속에서 神話를 느끼고, 다시 降臨할 한반도의 하느님(한울님)을 만난다.

그리하여 더 높은 곳에서 만날 山頂 나무 꼭대기에 태극을 매달고, 천지조화의 기쁨과 황홀한 자유를 즐기리라..

 

 (제단바위)

긴 오르내림을 거쳐 갈전골 내림길 대관령을 지나고 거대한 제단 바위에 내 영혼의 의식을 차린다.

술에 취한 듯 걸어 온 발길을 멈추고, 노래와 춤을 추듯 흐느적 거리는 환상에 젖어든다. 만발한 철쭉을 벗삼아..

脫我境이다.  忘我境이다. 이제 入神의 祭를 올리고 이 세상의 모든 속박의 끈을 헤쳐 풀어야 한다.

완전한 자유를 위하여 우리는 언제나 죽음을 경험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나의 존재, 부활한 나를 맞이한다.

그것이 '자유인의 길'이다. 우리들이 꿈꾸듯 만나 왔던 맥길의 모든 영혼들이 그렇게 죽은 뒤 다시 살아 나는 것이다.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는 이 고스락에서, 신과 영혼과 인간이 함께 춤추는 이 영광의 제단에서 카타르시스를 맛본다. 

 

 (갓바위)

갓바위 갈림능선 높은 나무 아래 초록의 평원을 이루고 있는 초지가 탐스럽다. 가히 巫俗 춤판을 펼치고 제를 올릴만하다.

영덕 달산쪽 갓바위를 바라보며 또 하나의 영험한 정령을 만나고, 그렇게 三山 五岳 아니래도 도처에 늘린 山神을 接한다.

그리하여 배고픔을 달래주는 農神을 만나고,복을 얻고,생명을 지켜주는 三神으로 우리 생활에 늘 함께 자리한다.

저렇게 곧고 불룩한 힘을 상징하는 陽의 신이 있기에, 밤을 주관하는 여성의 陰神이 있어, 陰陽中和의 역사를 이룬다.

햇살 따스한 갓바위가 있으면 빛없는 동굴도 있게 마련이니 저 깊은 계곡 어드메에 쑥과 마늘 씹는 곰이 있을까..

훗날 하늘의 아들과 땅의 여인이 다시 만나 새로운 始祖를 낳거들랑,  부디 反逆의 땅에 반역의 역사는 짓지 말기를..

갓바위산 정상을 거쳐 청련사 내림길을 스치는 798봉 된오름에 入夏 지난 더운 계절을 헉헉거린다.

 

 (영덕 지품면)

영덕 북쪽 땅 첩첩 산골을 바라보며 긴 사슬 같은 슬픔과 회한의 역사를 끌고 걸어 가 닿을 반도의 끝 몰운대를 그려 본다. 

이 발길 끝 간데서 부디 미련없이 작별할 숱한 영혼들의 승천을 기원하면서, 知品院 아래 묻힌 한 맺힌 고무신도 캐낸다.

60여년전 해방의 기쁨 속에서 배고픔을 잊자던 우리네 흰옷 입은 백성들은 저 달산 학교 마당에서 무슨 외침을 보였던가..  

30여년 빼앗긴 국토라도 버릴 수 없었던지라 숨죽이고 일구던 해방의 땅에서 누가 호미와 괭이를 빼았었던가..

잘난 사람들이 갖다부쳐 만든 이념이라는 말장난을 머리로 알려고 생각지도 못한 채, 그냥 뱃 속에서 배운 사상으로..

20세기 민주의 나라에서, 군인도 아닌 농민의 옷을 입고, 戰場 아닌 고향 마을에서, 전쟁 아닌 학살을 겪어야 했던가. 

 

    (영덕 달산면-장사해변)

동남으로 펼쳐지는 옥계계곡 건너 산너울에, 남정면 장사해변이 안개 속에 또 다른 비극을 피워 올린다.

전쟁의 승리를 꿈꾸던 그해 9월, 서해안 인천이 아닌 동해안 장사 포구에 이틀 먼저 진행된 상륙작전을 기억하는가..

군복도 아닌 학생복의,젊다 못해 어린 꽃다운 우리의 젊음들이 고장난 배를 타고 진격해야 했던 흐린 하늘의 그날을.

저 해안가 삿갓봉 기슭에서 흔적도 없는 무덤으로 남아 긴긴 세월을 中陰身으로 떠도는 억울한 영혼들을 거두어야지 .

돌무더기 넓은 안부에서 긴 휴식을 취하며 한 잔 이슬이로 默言의 祭를 올리며 무거운 발품을 달랜다.

 

  (주산재-별바위 오름길)

흐드러진 철쭉 사이를 헤집으며 긴 능선과 유순한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주산재를 찾아 오르는 길이 한적하고 고요하다.

우설령(양설령) 너머 팔각산 능선 길에도 봄이 깊었겠지..반역의 몸으로 저 고개 넘어 주왕골로 숨어드는 김헌창을 만난다.

암릉을 타고 오른 별바위 정상에 우뚝서니, 발 아래 절골 계곡 넓게 펼쳐지고 注山못 멋진 풍광을 머리 속에 그려본다.

계절이야 변함 없이 사시사철로 돌고 돌건만..변하질 않는 듯한 인간사의 슬픈 고집들은 언제나 사그라들것인가..

저 산아래 俗界가 가까워지면, 산중 연분홍 철쭉꽃도 수달래(壽斷花,산철쭉) 피빛으로 붉게 물들어 주왕산을 울리겠지..

저 깊고 깊은 산산 골골에 파묻힌 비극의 역사들을 높디 높은 이곳에서 훤히 내려다 보고 가슴에 담고 머리에 적어야 할것을..

통천문을 지나고,피나무재로 향하는 내림길이 길고도 멀지만, 함께 걷는 맑은 자유의 영혼들이 있어 춤을 추듯 흐느적거린다.

 

 (별바위-주산지) 

 (통천문 암릉)

"이 비결이 세월이 멀사람들 재주 또한 줄어들게 되면,

전하고 받는 것이 가히 일만분의 일도 안될 것이므로

마음이 늘 쓸쓸하다. 누가 우리시대의 '낭공대사'가 되어 

오늘 주왕산의 역사를 숨죽여 秘記에 묻을텐가.."(金梵文-'周王寺蹟')

 

적송 깊은 골을 지나고 청송 땅 무포산이 보이는 피나무재 내림길을 걷는 두발길이 살아서 갇힌 몸이라 더 무겁고나.. 

 

 (철쭉)

 

九旬을 잘 넘기시고 맑은 정신으로 세상을 즐기시던 장인 어른의 갑작스런 환우를 걱정하며,

부디 고통 없는 百壽를 누리시다가  손자 손녀들 제 짝 찾는 구경하시길 두손 모아 빕니다 .

 

5/12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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