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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정맥(2007-10)·完了/낙동정맥(10)·完了

4/24-25 명동산(곰취밭-황장재)구간종주-낙동정맥8차

by 道然 배슈맑 2010. 4. 19.

 

 

 

 

(산행  시간표)

4/24   22:00   사당역 출발

         03:30   하삼의 출발

         04:00   곰취농장 임도        (1.5km)

         05:18   명동산                    2.7km

         06:30   포도산 삼거리          3.7km

         07:25   (식사 후 출발)

         08:30   장구메기                 3.8km

         09:50   화매재                    4.8km

         10:20   (30분 휴식 후 출발)

         11:45   시루봉

         12:20   황장재                    4.2km

                8시간 50분                20.7km

 

 (하삼의 소공원)

웃지 못할 비극의 사건들을 염두에 떠 올리며 또 다시 낙동길로 향하는 발길이 안동 임하댐에 닿는다.

보름으로 치닿는 상현달이 배를 불룩 솟은 채로 서쪽 새벽을 향해 넘으며 환한 별빛을 함께 밝힌다.

내가 동쪽으로 가는 까닭은 달마 아니라도 뻔하지만, 한 밤중을 달려 영양 땅 삼의 계곡을 찾는 것도 마지막..

이미 서쪽 산너머로 새벽달은 넘어가고 맹동산 민둥능선에 윙윙대는 바람개비 소음에 별자리만 쓸쓸하다.

봉의곡을 거슬러 올라 봉화산 아래 임도 삼거리에서,  마당두들길을 작별하고 상처난 맥길을 더듬는다.

오른쪽 씨감자 밭은 봄철도 깊었건만, 벌 나비 사라진 산 먼둥에서 생명을 키울 힘을 잃은 모습이다.

안간 힘으로 오른 봉화산 쓰러져 가는 봉수대 제단 앞에서 대리 마을의 깜빡이는 불빛이라도 살아 오를래나.

 

 (명동산 여명)

오늘의 최고봉 鳴動山(812.4)을 찾아 오르는 길이 이리도 편안할 수가..적송의 밤길 지킴이 우람하다.

철쭉은 물론 진달래 마저도 찬 바람에 꽃봉오리를 움츠린 채, 꼬부랑 하얀 가지만 랜턴 불빛에 스산하다.

영해 大里 한골(큰계곡)에서 불어 오는 바람에 범굴  영혼들이 실려와 능선길에 춤춘다.  

평민 申乭石 장군이 호령하고, 돌대바우가 붉은 바위 되었다가 푸른 바위가 되었다가 朝夕으로 변하더니

사내라는 죄로 양쪽으로 찌진 채 일월산 넘어 간 남정네들은 봄이 와도 돌아 올줄을 모르고,

석보 땅은 어느새 '女苑'의 땅으로 바뀌었구나..'다시는 가질 않을 고향'으로 남아 반백년을 기다렸느냐,

처절했던 기억들을 끌고 묘곡 저수지 건너 대진 포구 저 앞 바다로 향한다. 

명동산의 여명 속에 동해를 향하며,계속 윙윙대는 맹동산의 바람개비 惡鬼 소리를 털어내려 애쓴다.

 (대진 일출)

805봉 꼭지점을 돌아드는 능선 길에서 대진항을 물들이는 동해 일출에 발길이 잡힌다.

30여년 전 망망 대해의 검은 바닷 속에서 힘차게 밀어 오르던 큰 태양 속에서 설악을 보았던 감흥이란..

저 태양이 더욱 솟아 밝은 한낮이 되면 대진(한나리,난날기) 포구 한냥짜리 논에도 복사꽃이 필건가. 

아부지라고 마음대로 불러 보고파..하느님 아부지나마 맘대로 외치는 장로 마을로 숨어들었다는데.

괴시리 望日峰(매일봉) 아니라도 일출은 그윽하니, 국사당산 능선 버리고 박점(바가지점) 고개를 향한다.

꽃 피우지 못한 새벽의 철쭉 능선길이 을씨년 스럽게 흰가지를 너울대니, 급한 내림길에 발걸음도 바쁘구나.

박점으로 향하는 삼의곡 길은 아직도 어둠속을 헤매는데,粟谷里(속골짜기,속계곡) 내림길은 아침 햇살에 따스하다.

 (노랑제비) 

맹동산 기슭의 예쁜 꽃 집단 서식지가 파헤쳐지는 삽질을 피해 이곳 박짐고개 내림길로 도망쳐 왔나보다. 

 (포도산)

송이 보호를 위한 하얀 금줄을 따라 포도산 사거리를 지나고 또 삼거리를 가쁜 숨으로 오른다.

어드메에 머루(葡) 나무가 지천일꼬..멀리 포도산은 저만큼 비켜섰는데, 저 고개 넘으면 避岸인가.. 

머루산(구머리,葡山) 남쪽 능선을 따라 내려, 흔적도 사라진 송이 모듬터에 앉아 아침을 펼친다.

일흔을 넘기신 艸垠님의 가벼운 걸음이 부러울 정도로 편해 보인다.부디 훗날 저리 걸을 수 있기를..

편안한 赤松 길을 이어가 포산리 갈림길이 보이는 송전탑을 지난다. 계곡 길 아래는 聖地로 불렸던가.

여정봉을 향하는 오름길이 찬란한 슬픔을 간직한 고사목으로 전설을 떠올리게 한다.

 

 (포산마을)

여정봉의 산불 흔적을 뒤로하고 장구메기마을의 새로난 임도를 함께한다. 동학교도의 움집과 천주교의 성지..

무엇이 復古요, 무엇이 保守라는 걸까..대원군의 천주교 박해는 분명 보수이고, 溫古而知新은 복고려니..

오늘 우리는 이 땅의 비극을 개혁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 가길 위해선, 과거의 옳고 그름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

담배농사 짓던 마을 어귀에 교회 십자가의 역사가 씌어졌던 까닭을 알아야 한다. 당집에 깃든 영혼을 배워야 한다. 

포산리로 넘어가는 깨끗한 임도를 잠시 헤어지고, 어느 애국지사의 묘처를 거친 후 갈림길 임도를 다시 만난다.

포도산 아래에서 옮겨 놓은 송이 모듬 천막이 새로 단장 되어, 또 정맥꾼의 침 흘리는 휴식처가 될 수도 있겠다.

 

(주왕산) 

주왕산 아래 원전리 계곡들을 내려다 보며 화매재로 넘는 고갯길이 긴 오르내림으로 지치게 한다.

그 해 知品面 마을 서른 넷 장정들은 院前 주막모치를 지난 후 ,저 아래 각별계곡에서 원혼으로 떠도는고..

애미랑재에서 부터 긴 능선을 오가던 영혼들의 발길이 저 삼의 계곡 바라보는 포도산 아래에서 멈추었는가.

이제 누가 누굴 원망하리요, 하늘을 원망할 것도 없이 오직 우리 자신만을 원망하고, 바른 길을 찾아야지..

긴 송전탑 능선을 따라 화매재 밭 언덕을 내려선다.院터에 빌던 여우가 비를 뿌리듯 하늘은 점점 흐려져 간다 

 

 (화매재에서)

저길 따라 영양고추밭 지나고 화매천 따라가면 두들 마을 그님도 만나고,답곡리 萬枝松도 만날 수 있을래나..

화매리 절골 사기점터에서 白磁 陶窯에 불 붙이면, 그님도 살아 생전  꿈꾸던 그 세상 만나듯 다시 태어 날래나.

잘 가꾸어진 묘역에 앉아 긴 휴식을 취하며 황장산을 찾으려 하니, 서쪽으로 오똑한 시루봉 정상이 맘에 걸린다.

긴 능선 길에 서너개의 봉우리를 앞세운 시루봉에 올라서니 마지막 영양 땅이 발길을 붙잡고 이별을 아쉬어 한다.

이제 청송땅을 밟으며 저 슬픈 고사목의 사열 속에서 또 다른 아픔을 기억해야 하겠지..저 주왕산을 넘고 넘으며..

편안한 걸음으로 이어지는 묘역들을 두루 거쳐 철조망으로 가려진 황장재 도로에 내려선다.

 (시루봉)

청송 진보 땅에서 불어 오는 봄바람이 함께 황장재를 넘으니, 시름도 잊은 듯 솟대만 평화롭구나.

영덕 미주구리(물가재미) 막회와 홍게 안주로 한 잔 이슬이를 들이키니, 아픈 구간 훑어 내린 발길이 기특하고

저 아래 강구항 가는 길, 오십천 따라 펼쳐질 지품면 연분홍 복사꽃이 눈에 아른 거린다.

 

 (황장재)

4/28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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