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시간표)
7/10 22:00 사당역 출발
7/11 03;30 시티재 산행 시작
04:00 호국봉
06:10 어림산(510.4) 7.4km
06:50 마치재 1.6km
08:00 (식사 후 출발)
08:30 남사봉 1.5km
09:15 한무당재(청석골재) 2.8km
10:30 외골재 전 안부 휴식(30분)
11:50 관산(393.5) 5.9km
13:00 만불산(275) 3.5km
13:30 아화고개 1.5km
10시간 24.2km
(호국봉)
7월의 긴 장마가 주말을 골라 비를 뿌린지도 꽤 오래된 듯하다. 우중 산행에 비교적 적은은 되어 가나 아무튼 준비가 성가시다.
잔뜩 찌푸렸던 날씨가 영천-포항을 넘는 시티재 안강휴게소 건너에 도착하자 바람과 함께 오늘 새벽을 만만치 않게 펄럭인다.
莎草(향부자, 방동사니) 풀섶이 헤드랜턴에 비춰지는 절개지 배수구 들머리를 따라, 어림산을 향한 무거운 첫걸음을 내딛는다.
세상에는 말을 앞세우질 않고 묵묵히 자신의 소신을 실천해 가며 그 결과로 존경을 득하는 선인들도 많다. 맥길 걸음도 그러하다.
벌써 백두 대간의 개념을 실천하여, 이 땅의 맥길이 어릴적 배워 온 산맥들이 아님을 교과서에 실릴 정도이니, 30여년의 꾸준한
맥길 잇기가 보다 알차고 의미 있는 트레킹 코스로 정착되어야 될 것이다. 정맥길들도 산림청 차원에서 관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호국봉을 찾아 오르는 밤길에 통신 중계소의 윙윙거림이 곧 어디선가 귀신 울음 소리를 싣고 올 기분이다. 무덤보다 더 무섭다.
간간히 나뭇가지 사이로 따라 오르는 너더리 마을 불빛을 즐길 만큼 빗줄기는 가늘다.382.9봉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땀을 씻는다.
(어림산)
야수골 서낭단 고개를 향하는 맥길에 긴 철조망 경계선이 거슬린다. 호국원 경계선인 줄 알았더니, 불발탄 처리장이라고..
이것이 善惡의 이원론적 線上이라면 어느 기슭이 평화요, 어느 비탈이 전쟁의 참혹함일까..저편 언덕에 누운 참전의 영광이여..
무성한 싸리가지에 젖어 들며 축축해지는 걸음으로 긴 철조망을 벗어나고, 서낭단 옛길을 넘어서서 어림산 기슭을 더듬는다.
60년전의 치열했던 전선으로의 의미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키려 했던 민주주의와 애국심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닐진대..
흐리고 추운 산길에 누워 지척의 땅을 지키려했던 그날의 애국심은 어느 새 입으로만 떠드는 직업적 애국자들로 변했는가..
만인이 평등하고,반대의 권리도 존중되는 민주주의가 옳다면, 애국심을 독점하려는 오만하고 비민주적 목청은 사라지기를..
서너개의 전위봉들을 천천히 넘어서고, 짙은 비구름 속에서도 아침을 여는 밝음은 다가오고 된오름으로 御臨山 정상에 닿는다.
옛 임금의 자취는 어두운 숲그늘에 가려지고 작은 나뭇가지에 걸린 정상 표지판이 초라한 모습으로 젖은 백성을 맞이한다.
(마치재)
잘 정돈된 묘역을 지나는 객은 함께 즐겁다. 맥길을 지키고 누운 영혼들의 안식처가 바로 사람들의 소통을 보여주는 길이기에..
沙土를 이룬 묘역에서 잔디가 벗겨짐에 함께 걷는 일행이 안타까워 하고, 南莎골 莎草(방동사니)를 떠올리니 백과사전식 지식이다.
어차피 세상 살며 내 한가지 소임과 전문지식으로 이 땅에 도움될만한 박사급 전문가가 되기에는 세월 건넌 느낌이고, 누군가는
자기 소임이나 잘 챙기고 분수만을 지키는 것이 옳다고 하더라마는 그것도 그럴싸 하긴 하다. 헌데 요즘 세상은 "유식한 무식꾼"이
너무도 큰소리로 횡행하고 휘젓고 다니는 판이니, 내 비록 벗은 몸으로 발품을 팔지만 그래도 뭔가 배우는 맛이 있어 재미 쏠쏠하다.
스스로 탐구하는 좁은 구석만을 알아서는 제 밥그릇 채우는데는 별 지장 없을 터..아니 요즘은 그리함이 똑똑한 미덕으로 여겨진다.
이것 저것 호기심에 기웃거리면 딜레땅뜨라고..허나 소위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교양없는 과학자,박사들은 과연 유식한가 무식한가..
산성터 허물어진 너덜길을 지나고,묘역들을 오르내리며 잡목 억새길에 젖어 내리니 馬齒재(말티재) 공원에 젖은 아침상을 채린다.
(남사봉)
허술한 가림막으로 소낙비를 피하며 오랫만에 꽁치통조림 찌개의 따뜻한 옛 내음에 이슬이는 목구멍을 잘도 넘는다.
동쪽 길 따라 내리면 南莎池 못가에 '마지막 잎새' (배 호)의 노래비가 있다는데..그 시절 푸르던 잎 어느듯..현곡 땅의 순애보다..
마치재 공원 오른쪽 능선을 찾아 올라 만만치 않은 두어 봉우리를 급경사로 넘어서니 남사봉 아래 화려한 캠핑장이 어지럽다.
대체 이 땅에 국토 관리의 정책은 어떤 기준에 따르는 것일까..논쟁의 4대강 개발 문제도 결국 '유식한 무식꾼'들의 말장난이니..
자기 전공분야에서 한치 앞만 나가면 깜깜한 전문가들이 고집으로 온갖 현학적인 비유와 논리로 객관성 없는 주장만 되풀이 한다.
뻔히 바라다 보이는 구체적인 땅파기 공사를 앞에 두고 무슨 비유가 필요하고 엉뚱한 설득의 논리를 늘어 놓아야 하는가..
온 국민의 정서와 삶이 연결된 문제를 전문가들의 편협된 고집에만 맡겨서 될일이 아니다.백성들의 문화를 마비시켜서는 아니된다.
남사봉 남쪽 구미산 용담정을 그리며 '人乃天'으로 그님을 맞고, 東學의 파랑새가 날아 오르는 '無極大道'의 길을 더듬는다.
(청석골)
한무당재 고갯길을 찾아가는 맥길이 대여섯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언덕 넘어 가듯이 오르내린다. 덕정리 청석골을 내려다 보면서..
선암사 아래 황수탕 유황천은 신라때 부터 솟았다는데..모기도 없는 옛골 자락에 논실 뒷골댁 막내 아들은 어느 도회에서 헤멜까..
이 땅 산산골골로 용틀임치는 맥길을 걸어 본다면 그 골골이 만드는 큰 강을 다스림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텐데..,
모든 강들의 발원지에서 본디 우리네 삶이 시작되었음을 본다면, 함부로 흐르는 물을 막아 벌이는 치수가 능사는 아니다.
청계천, 고속도로 등의 첫 삽뜨기가 어찌 큰 강에 비유될 수 있을까, 자연이라는 근본 원리를 무시함은 객관적인 논거가 될 수 없다.
강의 흐름과 물부족에 대한 치수는 별도의 문제이다.온 백성의 환경을 다루는 문제에 한 분야의 지식의 논리로 강변함은 무식한 것이다.
"宮廷에서의 생각과 거리에서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했던가..사회적 직업과 위치에 따른 이해관계의 주장은 불신만 조장할 뿐이다.
모든 계층의 백성들에게 먹혀 들어 갈 수 있는 보편적인 진리를 찾을 수는 없을까..한무당재(할미당재) 포도에 빗줄기가 더욱 거세진다.
(한무당재-인내산)
세찬 빗줄기 속에서 눌러 앉아 비피하고 잠시 발품을 쉴 곳도 만만치 않다. 형산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人乃山이 등뒤로 오똑하다.
'사람이 곧 하늘'(人乃天)이든가, '사람이 곧 산'(人乃山)이든가...형산강 자락을 두루 돌아 내리며, 물질적 발전은 요란하건만 ..
경주의 전통을 아름답게 여기는 대다수 백성들은 발전의 혜택을 누리기는 커녕 산업화의 해독만을 뒤집어 쓰고 있지는 않을까..
연이어 나타나는 무덤들이 잡초마저 벗겨진 채 빗속에서 흙울음 흘리며 봉분을 씻겨내린다. 된오름으로 316.4봉을 힘겹게 넘어선다.
冠山이 마주보이는 묘역 등로에서 가림막으로 비를 가리고, 젖은 양말을 짜내며 이슬이 한 잔을 곁들이니 이를 가히 행복이라 하겠다.
산행의 본질은 내가 오르고자 하는 곳, 닿고자 하는 곳에 대한 목표와 걷는 기쁨이 결합된 것이리라, 더욱이 빗줄기 속의 고독은..
이제 이리도 뜨겁게 타오르는 가슴으로 저 비탈진 산오름을 맛보고, 나를 둘러 싼 이념과 정신의 사유를 버리며 머리를 비우리라..
유난히도 많은 무덤들이 줄지어 등로를 지키고, 골안재 이어지는 외골재를 지나 관산 오름에 코를 박아 보지만 발은 미끄러진다.
(관산)
빗길이기도 하지만 본디 급경사로 악명 떨치더니..아이젠이라도 착용하질 않고 오르기 힘든 관산길을 30분 남짓 지쳐 오른다.
관산 서봉을 지나 편한 걸음으로 정상 무덤가에 닿았으나, 가지에 걸린 정상 표지판이 초라하게 비에 젖고 삼각점이 무례하다.
뉘라서 빗길을 걸어야 산행을 맛본다 했는가..내가 행하는 전신의 체험, 발로 디뎌 걸어 본 이 길만이 내면의 의식을 충동질한다.
영화나 텔레비의 도움으로 쌓는 지식 따위가 무슨 감흥을 일으킬 수 있겠나..점점 상품화 되어가는 등산 모임 또한 그러하다.
삼각점이 가슴에 박힌 무덤가에서 非情한 모순이 지배하는 현실을 읽고, 후손들의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무력감에 서글프다.
잠시 급경사 내림길을 오른 것 보다는 짧게 보상? 받고는 두어개의 오르내림을 거쳐 深谷池가 내려다 보이는 묘역길을 걷는다.
겨울 숭어잡이가 유명하다는데..수레길을 거쳐 묘역을 벗어나니 294.9봉을 점령한 양계장 독한 냄새가 냇물 이뤄 등로를 흐른다.
(관산 정상)
양계장 도로를 따라 애기재 고개를 만나고 만불산 정상에 올라 큰 절의 상업적인 냄새를 맡으며 부처 진신사리탑을 지난다.
아화고개를 찾아 내리는 억새풀 능선을 헤치며 동쪽 능선에 크게 자리한 만불상을 조망하며 종교 사찰에 회의를 느낀다.
물론 스님들도 이 땅에 발을 딛고 일을 하며 먹고 살아가는 자연인이요 사회인임은 옳으나, 세금 내질 않는 기업이 되어서야..
오늘날 종교에 기대는 현대인들의 나르시즘에 경계를 표한다. 눈앞의 현실과 주위의 세계가 일치하질 않는 소외의 세상에서
희망의 상실을 보상받으려 하겠지만, 자기만의 믿음을 강조하고, 타인에게 마저도 강요하는 믿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악을 구분하질 않는 니힐리즘이나, 제 속의 것만을 고집하는 나르시즘이나, 모두 현실을 잊으려는 인간적인 것의 상실이다.
공장 부지들이 깕아 오르며, 반쪽으로 버티고 있는 맥길 등로를 힘겹게 찾아 내리며 흠뻑 젖은 발길로 아화리 고개에 닿는다.
旱害가 심하여 阿火(불 꺼지지 않는 고개)라 했다던데..창대 빗속에서...다음 주엔 애기지 연못에 어리연이 노란 꽃피울까..
(만불사 진신사리탑)
7/15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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