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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정맥(2007-10)·完了/낙동정맥(10)·完了

7/24고헌산(메아리농장-와항재)구간종주-낙동15구간

by 道然 배슈맑 2010. 7. 19.

 

 

 

(산행 시간표)

7/24    04:00  메아리 농장 출발

          04:55  청우농산 임도           1.5km

          06:00   697봉 능선

          07:00   (아침식사 후 출발)

          07:35   소호고개                 4.5km

          08:40   전망바위(20분 휴식)

          09;15   삼강봉(호미기맥 분기점)

          10:00  백운산                     3.0km

          11:10  소호령                     3.2km

          12:30  고헌산                     1.9km

          12:50  (휴식 후 출발)

          14:00  외항재                     2.4km

          14:10  와항리                     1.0km

              10시간10분             17.5km

 

 (아래상목골 임도)

밤새 세차게 내리던 비는 멈추었지만, 새벽 하늘은 구름을 뒤덮은 채 어둡기만 하고, 이른 새벽 산객들의 불빛에 멍멍이만 충성스럽다.

眞木亭 마을로 흘러내리는 개울물은 지난 밤의 폭우를 자랑하듯 요란스레 새벽을 뒤흔든다. 한낮의 불볕더위를 피하려 출발을 서두른다.

메아리 농장길을 더듬어 올라, 蠶頭山(누에머리605봉) 들머리를 살피지만, 밤새 젖은 풀섶에 어둠마저 뒤섞여 띄엄띄엄 리본만을 따른다.

결국 왼쪽 산허리를 휘감는 잡목길을 헤치며, 잘못 매달아 놓은 알바 리본을 따라 정상 내림길과 합류 지점에 닿아 잠시 두리번거린다.

독도를 확인하고 왼쪽으로 급히 떨어지는 등로를 좇아 무사히 마루금을 이어간다. 두어번 오르내림으로 桑木(뽕나무)골 임도에 닿는다.

어둠 속에서 장승들의 사열을 받으며 긴 임도를 따라 망가지는 535.1봉을 우회하고 상목골재 전원단지 표지판 네거리에서 숨을 고른다.

대체 이 마루금 산중에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하면 누가 와서 살건지..아서라 맥길은 영혼들의 길이고, 바람과 산짐승들의 길이거늘.. 

 

 (경주 방향 아침)

상목골 임도를 벗어나 소호고개를 넘어가는 능선을 찾아 10여분을 길게 오르니, 멀리 울산 앞바다쪽이 붉어지며 아침을 밝힌다.

계속되는 헬기장의 편한 능선 자락에 멧돼지가 먼저 치룬 식사자리에 앉아 김치찌게를 끓이며 아침상을 차린다. 반주도 곁들여..

짧게 끊어가는 내 발자취 처럼 디지털화 되어 가는 기억들의 편린을 줏어 모우며, 몰운대에서 기억될 하나의 낙동을 그려본다.  

산 아래서 멀찌감치 선 채로 큰 산들을 관조하는 여유로움을 모르는 바 아니나, 내가 만나고 싶은 산길은 머리가 이해한는 것이

아니라 내 가슴에 울려 퍼지는 발 바닥을 통한 內感이기에, 이 숲 속에서의 만찬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내 自我의 실재를  느낀다.

무한히 쪼개질 수 있다는 인간 과학 속에서, 내 삶의 궤적도 그렇게 한 조각의 고통들에 지나지 않는 보잘 것 없는 흔적일지라도,

훗날 뒤돌아 볼 내 지나온 발자취들이 한데 묶여, 다가올 나의 앞날과 내 이웃들에게 멋진 기다림을 안겨줄 자유인의 길이 되기를..

헬기장과 대여섯 구릉같은 봉우리들을 풀섶을 따라 헤쳐 나가 700.1봉을 지나고, 경주/울산 경계를 타고 소호고개 임도에 닿는다.

 

 (쩍바위)

소호고개를 건너 水界와 불일치하는 道境界를 벗어나 울산땅으로 진입한다. 송전탑을 지나고 638.5봉을 넘어 쩍바위 앞에 선다.

시간을 잊은 채 어떤 변화의 단계를 멈추고 우뚝 서 있는 것일까..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의 멈춤을 예고하듯이 생명을 느낀다.

그곳엔 본래 의도했던 조각의 모습도 아니요, 그리되어야 할, 또는 무엇을 표현하려는 목적도 없다. 그냥  자유롭게 쩍 벌린 채..

그러나, 지금 내가 느끼는 커다란 영혼의 생명력은 움직일 수 없는 바위가 아니라,자유로운 발길들이 심어 준 정신이 배어 있다.

그리하여 어떤 힘에 의하여 강제로 만들어진 조각이 아니라, 내가 닮고 싶을 정도로 자유스런 큰 힘을 발하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사방을 둘러 보며 맥길을 점하는 정기를 담고 억새 숲 속으로 발길을 돌린다. 새벽부터 젖었던 바지 가랭이가 샅을 스쳐 따갑다.

점점 뜨거워 오는 여름 낮의 열기를 느끼고, 암릉 오르막을 잡목 가지를 부여 잡으며 힘겹게 올라 전망대 바위에서 발품을 쉰다. 

 

 (고래등바위-소호리 가지산 방향) 

쓰라려 오는 고샅을 말리며 거풍을 즐기고, 바쁜 일 없는 3일간의 일정 속에서 한가로운 여유를 부려 본다. 서쪽 가지산을 바라보며..

梨川里(배냇골)와 더불어 울산시에 속하면서도 落東水界의 西쪽을 점하고, 울산 태화강의 물길은 바다에서나 만나는 蘇湖里 마을. 

아무리 둘러 보아도 그럴듯한 호수는 없는데, 時多마을에서 범곡천과 합류할 소호천만 한가로이 선을 긋는다. 저 물길 따라 내리면

운문호에서 머물다 밀양강을 지나고, 삼랑진이 바라다 보이는 오우진에서 비슬기맥 넘어서 돌아 내리는 낙동 큰강에 합류하겠지..

도장골 아래 당리 와리 마을들이 소호령 넘어 언양장으로 넘어 갈 산길을 버리고, 와항재 신작로를 향해 잠시 경주 땅도 스치는 길. 

그 옛날엔 '어찌살고'하며 울고 넘어와,'어찌 나갈꼬'하며 정겨운 눈물을 흘리던 소호령 고갯길도 이젠 한적한 전원 단지로 남았다.

당리 당수나무도 와리 기왓장도 그 흔적이나마 남아 있을 것인가..부디 살기 좋은 동네로 발전하여 지난 날 설운 한을 풀 수 있기를.. 

 

 (삼강봉-호미기맥 분기점)

소호리 마을을 내려다 보며 긴 휴식과 간식을 즐기고 가벼운 걸음으로 전망대를 떠나 백운산 굽어지는 능선을 따라 오른다.  

암릉길을 따라 고래등바위라 불리우는 860봉을 지난 후, 형산/태화강을 가르는 虎尾岐脈 팻말을 만나고 왼쪽 三江峰을 잠시 들린다.

동북으로 길게 나아간 형남/태화북기맥을 따라가면 致述嶺 망부석에 닿아 박제상과 백결선생의 혼을 만나고 隱乙岩에서 새가 날까..

9정맥 끝나고 가장 먼저 걷고 싶은 길..토함산 지나 호미곶에 닿는 날, 솟는 태양을 향해 절하리라..기다려라 보고싶다 동해 바다여..

다시 백운산을 향해 잡목과 암릉을 번갈으며 긴 오르막을 맛본다. 점점 더해지는 샅의 고통을 참으며 느린 걸음으로 정상을 향한다.

사람의 작은 두뇌 속에서 또 얼마나 많은 부질없는 철학으로, 살아 숨쉬는 자연은 잊고, 자연에 반역하는 죽음을 깨닫는데 몰두할까..

긴 마루금을 따라 함께 걷는 우리들의 영혼들은, 지난 날의 아프고 쓰라린 경험 속에서도 다가올 환한 세상을 꿈꾸며 자유를 찾는다.

백운산 정상 곁을 꾸미고 있는 큼직한 암봉이 우람하고 멋드러지다. 어데선가 김유신의 咆哮와 함께 칼춤의 장이 펼쳐질듯하다.

 

 (백운산 정상)

白雲山..구름 한점이라도 낮게 드리워져 그 이름처럼 햇빛 좀 가려주면 좋으련만..정오를 향하는 여름 햇살이 따갑게만 여겨진다.

咽薄山, 열밝산의 이름이 떠오르고, 여러개의 정상표지가 어지럽게 산정을 점하니 아무래도 정성이 과하여 고스락의 멋이 덜하구나.

더위를 먹은 듯한 열기 속에서 어데선가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환청으로 들리며 活川 마을의 東都 名妓 전화앵이 춤추며 날아 오른다. 

긴 임도 내리막을 따라 언양 땅 남쪽을 향하며 햇빛 가림도 없는 너덜길을 밟아 내리기가 여간 힘겹지가 않고, 쉴 곳도 마땅찮다.

옛 소호령 고개를 지나 잠시 너덜겅을 올라서니 692.7봉을 지나더니 소호령 포장길에 닿을때 까지 지루한 오르 내림을 반복한다.

언양장 넘어가는 소호령 길엔 햇볕이 따가웁다.양쪽 골골이 맺힌 원혼들은 소쩍새 피울음 아니라도 여름날 개망초꽃으로 살아나는데..

다시 고헌산을 향하는 임도 따르기가 여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길섶에 배낭을 내리고 반바지 맨살로 고샅 고통을 이겨보려 애를 쓴다.

컨테이너 절집 한켠에서 배추 속으로 갈증을 달래고, 고헌산을 향한 긴 돌등긍(巖田)을 힘겨운 된오름으로 오르자니 너무 뜨겁다. 

차라리 한차례 소나기라도 퍼부어 부서진 돌들 밑으로 세찬 우레들 물소리를 남기며 차리 마을 용샘미로 향해 산칼치 헤엄쳤으면..   

 

 (고헌산 정상에서)

긴 뙤약볕 돌밭을 쉬엄 쉬엄 기어 올라 정상을 향하는 능선 삼거리에 올라선다. 잘 정비된 목판 데크 길을 따라 감시초소를 지나고,

고헌산 동봉이라 불리우는 주능 관망데크에서 배낭을 내리고 휴식을 취한다. 남쪽 궁근정 마을과 언양시내를 굽어보며 진산을 느낀다. 

드디어 영남 알프스의 한군을 이루는 이 곳에서 한 눈에 펼쳐지는 광대한 산군에 가슴이 뭉클하다. 얼마나 그리워하며 달려온 곳인가..

지천으로 널린 나물꽃들의 설움 아니라도 나물밥 한 그릇 생각나고, 고함산(고디기) 꼭대기에서 외쳐 볼 오직 한마디란.."아! 自由여!!"

전쟁중 불과 사흘만에 백성들의 피터지는 손으로 만들어 냈다는 화장산 아래 언양 비행장은 이제 신도시로 거듭나고 있겠지만..

아직도 작은 흙무덤 하나 덮고 편히 눕지 못한 숱한 전쟁의 상흔들은 저 높고 넓은 산 꼭대기 평원을 맴돌며 떠나지 못할 길을 찾을까..

고헌산 서봉으로 향하는 데크 길이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문복산을 바라보며 서봉을 지나 와항재 고갯길을 찾아 돌탑길을 내려선다. 

 

 (고헌산) 

임도 내리막 너덜길과 숲길을 번갈으며 오늘의 마지막 힘겨운 내림길을 밟아 내리니, 발바닥이 너무 뜨겁다. 한모금 물을 발에 붓는다.

소호리를 넘어가는 와항재 차도엔 무심한 차량들만 바쁘고, 외양말랭이 瓦項里 마을은 고갯마루 넘어가는 식당가로 변하여 요란하다.

타는 목마름을 한 잔 맥주로 달래고 정신차려 돌아보니, 기와목(기와미기) 마을의 哀患이 서린 반세기가 산내면 산자락에 걸렸건만..

머리 좋은 외지인들 틈에서, 50여년전 개척 귀농의 운명을 안고 군용 트럭으로 넘던 고갯 길의 설움은 장사꾼의 무감각으로 변하는가..

문복산 아래 범골 범곡천 따라 개척되던 농지는 어느 새 외지인의 전원 주택으로 바뀌고 있다 하니 세월의 빠른 눈치가 더욱 놀랍다.

내일의 가지산 등로에서 만날 수많은 영혼들을 꿈꾸며 피곤한 발길을 한 잔 술과 노래로 달랜 후 이른 저녁의 잠자리에 빠져든다.        

 

 (와항재 내림길-가지산)

 

8/14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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