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시간표)
9/20 07:00 솔밭산 묘지 출발
07:50 정족산(700.1) 2.8km
-대성재 1.4km
09:00 안적고개 1.7km
(20분 휴식)
10:00-10:40 천성2봉 직전 안부 식사/휴식
10:50 천성산 비로봉(825) 3.8km
11:27 은수고개
11:45 천성산 원효봉(922.2) 2.9km
12:30 원효암 갈림길
13:50 596.6봉 5.0km
14:30 다람쥐 캠프장 갈림길
15:00 운봉산(534.4) 2.5km
16:45 299.4봉 2.5km
17:20 군지고개(유락농원)
18:00 남락고개 3.5km
11시간 26.1km
(솔밭산 공원묘지)
지난 구간 신불산을 기상악화로 남겨둔 채 솔밭산 묘지 구간 이어 걷기를 위해 양산 지하철을 이용하니 새로운
느낌이다. 추석명절을 쇠러 가족들과 함께 찾은 부산 땅에서, 무엇에 쫒겨 이리 맥길 밟기에 몰두하고 있는가
참 이해하기 힘들겠다. 전날 호남정맥 첫구간(영취산-슬치)을 힘들게 치루고 부산까지 달려와 합류하는 백대장의
정성도 가히 도사? 수준이고..아무튼 한밤중이 아닌 느긋한 출발이 고향 땅 언저리의 밝은 낮의 행보를 보장하니
한결 낯 익은 지리에 마음 또한 여유롭구나..
生居千聖 死後鼎足이라 했던가..양산 땅 아파트 만큼이나 넓게 펼쳐진 솥발산의 묘역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어 간다. 살아 생전 악전 고투하며 찾아 헤매던 갈망을 접고, 저 곳에 누워 만사 투쟁의 허무를 느끼며
쓰디 쓴 불행의 고통을 삼킬가..유난히 많은 노동투사들의 검고 커다란 휘장이,어둠의 한밤을 지나고
다시 맞을 명절을 기다리며 촉촉한 아침을 맞이한다.
(정족산정)
'솥발산' 아래 터 잡은 묘역이라더니..
'솔밭산'이라 쉽게 고쳐 이름 붙여진 공원 내 도로를 걸어 올라 들머리를 찾는다.
억새밭이 반겨주는 왼쪽 능선길을 길게 오르며 운무로 가려진 영축산과 하북 일대의 산자락을 살피려 하나
아직은 이르구나.억새로 뒤덮힌 헬기장을 지나고 멋진 암봉들과 삼덕묘원에서 오르는 임도를 거쳐 정족산
암봉에 힘겨운 벌림으로 올라선다.눈 아래 펼쳐지는 무제치늪의 광활한 山野가,구름 이불 속에서 꿈속에
머무르고 싶은 아이의 단잠을 담은 채 아침을 늦춘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산꾼들의 탄성 이전에 존재한 것이려니와..
오늘 이 탄성은 저 아름다움이 산꾼을 만나 다시 예술이 되리라..
여정을 위해 아쉬운 발걸음을 내려 서면서 또 언제 한가로운 발길로 이곳에서 멋진 아침을 맞이 할 수 있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무제티(물티,舞雨祭,기우제) 다운 습한 안개를 뚫고 내려서는 남암지맥 웅촌길이 고요하고
웅장한 고원을 펼쳐 산꾼을 반긴다.
(무제치늪)
우리가 산과 자연을 노래하고, 왜 산을 오르는가 자문하기도 한다.
쉽지 않은 선문선답도 오가는게 사실이다. "그냥 거기 있어서.."라고..
이는 산의 멋드러진 아름다움을, 인간이 노래하는 그 이전의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산이란 신비로운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산이란 결국 인간을 만나고, 인간 또한 이 멋드러진 산을 만나 아름다움이란 것을 생각하고
또 새로운 감정을 일으키는 것일게다.
광활한 高山에 담긴 수많은 늪과 생명력의 보존이, 인간과의 조화를 위한 가치로 이해될 때에
인간의 숨결과 방문도 가치있는 것이다.
수년전 인간의 편리를 위한 철도 터널을 둘러싸고 지루한 논쟁을 벌이던 웃지 못할 사건들을 떠올리며,
환경이란 명제가 쓸쓸해진다.
마치 국립공원 관리자들의 단편적인 논리 처럼, 환경론자들의 일방적이고 고집스런,
담론을 위한 담론이 결국 공허하게 메아리 친다.
부디 내가 가꾸고 아껴야 할 이 산하들이 결코 집단들의 논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共生하는 삶터로 가꾸어져야 할 것이다.
(정족산 남릉 바위)
남서쪽 희야강을 바라보며 점점 옅어져 가는 아침 안개 속 암릉을 조심스레 내딛으며 삼덕묘지에서
대성재로 향하는 임도에 내려선다.
태화강과 회야강을 가르는 남암지맥(정족산-남암산-문수산)을 흘려보내고 오른쪽 맥길 임도를 거쳐
억새와 암봉의 멋진 고개를 넘는다.
대성암으로 향하는 고갯길 포장도로에 닿아 고만고만한 서너개의 봉우리들을 임도 따라 눈길을
그어면서 안적고개 까지 길게 이어간다.
무릇 산행이란 우리가 많은 산길을 걷고 그 길을 더듬을 수록 그 산을 안다고 자랑하기 보다는
그냥 가슴 속에 산을 담아 갈 뿐인 것을..
그리하여 산과의 우정을 나누며 이 땅과 자연과 맥길의 영혼들과 서로 함께 나눈 숱한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끊임 없는 길을 함께 할것이다.
영산 대학쪽 주남리 내림길 包道가 차량을 싣고 오르니, 安寂庵의 고요한 안녕이 염려스럽다.
마주하는 천성산 공룡능선이 우람하구나..
추석을 보내려 부산 형님댁에 내려 온 식구들이 얼치기 산꾼의 식량 보급을 위해 영산 대학 뒷산을 힘겹게 올라 천성산을 동행한다.
(천성산 제2봉 오름길)
안적고개 정자에서 영산대학 쪽을 내려다 보며 20분 남짓 형님 일행과의 조우를 기다렸으나,
이미 천성산 쪽 임도로 진행중인 모양이다.
자주 이곳을 넘어 다닌 경험으로 안적고개 包道길을 따르지 않고, 남쪽 임도길에 직접 올라 온 모양이다.
서둘러 능선 좌측 임도를 따른다. 길게 이어지는 능선 좌측 임도를 따라 편한 걸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천성산 오름길 들머리를 찾아 集鼓峙(집북재) 갈림능선에 다다른다.
811.5봉 아래 천성산 2봉 직전 안부에서 상을 펼치고 막걸리 한잔과 함께 식사를 즐긴다.
물푸레가 낙동길 동참을 이걸로 때우는가 보다.
대간과 정맥길을 이어가면서 점점 익숙해 가는 내 다리의 근육이 이제 온몸에 퍼져 가는 느낌이다.
때로는 걸음 종반에 무거운 감각으로
내 작은 발밑을 차지하고 오랫동안 남아 있는 피로들이 결국 고통으로 다가 오기도 하고,
참을 수 밖에 없는 눈물의 걸음을 이어 왔지만..
이제 곧 작은 매듭을 고향 땅 바닷가에서 지을 수 있으리니,
훗날 내 정신적 힘으로 온 가슴에 남아 늙어가는 나를 지탱할 수 있으리라..
(천성산 제2봉 정상)
千聖山 정상에서 내원사로 하산하는 가족들과 헤어져 원효봉 부드러운 능선을 향해 남쪽 암릉을 밟아 내린다.
척반구중(擲盤求重)이라..내 밥상 하나 던져 온갖 중생을 구할 수만 있다면..
여태 작은 밥그릇 하나 채우기에 급급하여 한 몸 지탱하기에 여념이 없으니, 슬프구나..
圓寂山의 이름으로 그리 고요한 적막을 간직하였드냐,
어데 한 몸 편히 누이고 염불 소리에 잠들만한 데야 도처에 왜 없으리요 만은...
발 아래 땅 밑으로 열차 달리는 소리 마저 심중을 흔들까 두려웠을까..
비구니님이 도룡용 벗들 삼아 그리 큰 목소리로 가로 막던 일들..
아서라 매연 뿜고 올라와 바치는 시줏돈을 거절 못할 바에는,
조용히 미타암 아래 穴水龍瀑(무지개폭포) 물소리에 세속을 흘려 보내지.
내 발끝의 고통들이 일깨어준 마음 속 깊은 곳의 의식들이, 저 광활하고 신비로운 마루금 위를 날으며
에올레(Eole)의 동굴을 벗어난 새들 처럼, 새로운 느낌으로 내 삶의 환상적인 감정을 노래하며,
훌훌 날아 회야강 물길 따라 동해 바다를 향해 높은 飛上을 즐긴다.
(천성산 2봉에서 지나온 길)
천성늪길 임도를 가까이 하며 소나무 능선 사면을 가볍게 돌아 내려 억새 밭 멋진 미타암 하산길
은수(화엄)고개 안부에 내려선다.
머리 속을 채우며 하나의 관념으로 자릴 잡은 억새 밭은 작은 가지들의 단순한 집합도 아니면서,
커다란 하나의 정원으로 다가온다.
원효봉(천성1봉)을 향하는 발걸음이 억새 밭을 지나며 평원의 화려함과 가을의 시작을 느끼게 하는 바람에
두팔을 올려 만세 부른다.
뺏긴 원효봉을 대신하던 평전 암릉정상석이 부셔진 걸 보니 아마도 정상을 되찾은 기념의 분노를 터뜨렸는지도..
좀 더 다가 가보자.두개의 정상이라는 개념이 같은 맥길을 차지할 수없다는 사실은,
물리적인 질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 필연이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에서 어긋나는 행태에 대하여 양보의 미덕으로 너그러움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중용은 반대의 논리를 허락하는 것은 아니다.
군부대가 이미 철수한 막영지에 철조망과 폐타이어 방어물들이 방치된 채로 맥길을 점하고 있으니
마루금을 고집할 엄두를 버린다.
(원효봉 가짜 정상)
오른쪽 화엄늪 방향의 편한 등산코스를 버리고 왼쪽 원효암으로 연결되는 철조망 우회길 지뢰지대 경고판을 따라
길게 사면을 걷는다.
친절한? 나무육교를 건너 원효봉 군부대길 임도를 만나고 상북 도로를 향하는 포장길을 걸어 원효암 갈림길
안부 공사 현장에 닿는다.
잠시 공터 한귀퉁이를 차지하고 발품을 쉬며 이슬이 한 잔으로 기력을 도우고, 뜨거운 발을 식혀 보니
바쁘지 않은 걸음이 한결 여유롭다.
회야강과 수영강을 나누는 용천지맥이 왼쪽 용천산, 아홉산을 거쳐 해운대 장산으로 길게 뻗어 나감을 감상하며
마루금을 찾아 나선다.
40년전 밤길에 양산 국도에서 친구들의 캠프를 찾아 나서던 내원사 계곡길이 새삼 떠오르고,
밤길의 공포에 땀흘리던 겨울이 생각난다.
혼돈스런 머리 속에서 한밤의 공포가 가져다준 意識이란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개념인지..
가도 가도 십리길이요, 空間의 實在가 가능할까..
내게 남겨진 앞으로 가야할 길이 과연 얼마의 공간과 시간의 개념으로 측정될 것인가..
내 삶 처럼 내 고통의 양에 따를 追想일 뿐일테니까..
(원효봉)
원효봉을 뒤로하고 작은 봉우리 능선을 오른쪽 임도를 따라 돌아 내리고,
이미 철수한듯한 군부대 폐막사 앞에서 뺏긴 마루금을 바라본다.
굳게 닫힌 정문에서 지뢰지대의 경고문이 뻔뻔스럽게 느껴지지만
감히 분노마저도 감출 수 밖에 없는 탄식으로 오른쪽 사면을 더듬는다.
바위와 계류들을 번갈아 지나면서 철조망의 친절한 안내를 따르고,
긴 사면길을 벗어나 다시 마루금에 복귀하면서 '위험지대'와 헤어진다.
편한 걸음으로 능선 한가운데를 차지한 596.6봉 삼각점을 스친 후,
신기산성 갈림길과 서낭당 돌무더기를 지나면서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내가 걷고 있는 이 발길은 내 삶의 공간이동도 아니요, 시간의 흐름도 아니다.
내 삶의 행위는 무수히 분해될 수 있는 그런 사물과는 다르다.
발끝의 고통은 쪼개어져 치유될 수 없는 것이기에,
산마루 한 귀퉁이를 넘는 정복의 기쁨으로 남지도 않을 것이고, 오직 삶의 연속일 뿐이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것은 만져질 수 있는 것 뿐은 아님을 깨달으며,
운봉산 오름길을 마주하는 범고개(다람쥐 고개) 내림길 방화선에 선다.
(운봉산 오름길)
깎아지른 듯한 급경사 내림길을 조심스레 지그재그로 밟아 내려 법기저수지/다람쥐캠프장 옛길 안부에 내려서고
숨을 고르며 멈춘다.
이미 내림길 방화선에서 조망되는 운봉산 오름길의 뚜렷한 지루함이,
더위를 머금은 채 버티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탈출의 유혹 마저도..
'방화선'이라는 언어로 자릴 잡은 '몽가북계'와 '국망봉'의 무더위가,
변화라는 것을 거부한 채 내 감각을 지배함은 착각에 불과한 것일까..
나를 둘러 싼 모든 것들이 늘 변한다고 여기는 나와,
늘 변함없이 멈추어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과연 어느 것이 '참 나'인가..
맥길들을 점하고 있는 많은 산을 오르내리며,
같은 봉우리를 보며 같은 이름으로 불렀던 그 길들이 이젠 기묘한 변화를 경험할 수 있기를..
헬기장과 상수원 표지석을 지나며 30여분의 지루한 오르막을 거쳐 운봉산 깨진 표지목을 마주하고,
웅상고개를 넘는 망월산을 바라본다.
(운봉산정)
산정의 기분을 자축하며 이슬이 정상주를 한 잔 들이키고 점점 지쳐가는 발길을 달래 본다.
소나무 숲 내림길을 밟고 운봉재를 지난다.
남락을 향해 내리는 능선이 끊임없는 오르내림과 소나무와 잡목이 반복되며,
물통마저 빈채로 299.4봉을 지나 민가에 닿으니 물이 없다.
유일한 희망으로 2시간여를 갈증 속에 버텨 왔지만 이미 텃밭 가꾸기에 싫증이 난
외딴 오두막은 폐허로 남았을 뿐, 물 구경을 하기엔..
이럴 땐 단순한 사고가 우리에게 자유를 가져다 준다.앞길을 예측할 단순한 원리가 보이지 않기에..
나의 자발적 관념으로 이겨야 한다.
가자 그냥 목마르지 않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나를 가꾸며 나의 수많은 감각들을 오직 발길에 집중하며
군지고개 농원의 풍성을 꿈꾼다.
여럿 송전탑들을 뒤로하고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를 만나 목을 추길 만한 농원을 찾아 긴 방황 끝에
찬 물 한모금 얻어 마시니 낙원이다.
(용천지맥 망월산/함박산 방향)
여락리 마을을 가로지르는 농원 우회길을 걸으며,
남락고개로 향하는 송전탑봉(225.0봉)을 눈금으로 이어가고 코스모스 가을을 즐긴다.
사송리 사배골짜기와 더불어 60년전 여름 날에 수천의 생명들이 갇힌 채 영혼의 날개 짓으로 숨죽이며
넘나들든 남락골은 말이 없다.
아니, 무심히 내달리는 신작로의 빠른 차량들의 소음 속에서 영혼 마저도 날개를 접은 모양이다.
가자, 금정산 넘어 저 넓은 바다를 향해..
교통편도 마땅치 않고, 내일의 금정산길을 위해 일찍 오늘을 마감하고,
추석 전의 연휴를 즐기려는 세속을 향해 노포동을 찾아 걷는다.
건너 보이는 계명봉의 가파른 솟음이 무섭게 다가오고,
지경고개를 향하던 각오 마저 꺾인 채 인정머리 없는 고향 땅 어귀를 헤맨다.
결국 노포 전철역을 마주하는 길 옆 포장집에서 돼지국밥 한 그릇 말아 놓고 부산 입성의 기념을 자축하니
그 또한 풍성한 추석이구나..
(여락리 마을)
10/4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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