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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기맥(2011-14)·完了/땅끝기맥('12)·完了

6/12 땅끝5구간(계라리재-주작산-오소재)

by 道然 배슈맑 2011. 6. 16.

 

 

 

(산행 일정)

6/12  04:00     계라리 고개 출발

        04:50     275.7봉                       1.4km

        05:10     봉황리 고개

        06:30     204봉                          3.5km

        07:00     헬기장(간식, 휴식)

        07:22     첨봉                            1.6km

        08:20     덕용동봉 갈림길            2.0km

        09:00     주작산 덕용봉

        09:20     작천소령(수양리재)        1.7km     

        11;20     427봉                           1.4km

        12:08     제2탈출로

        13:45     오소재                          3.3km

             9시간45분                      14.9km  

 

(봉황리 여명)

새벽을 밝혀 걸어온지 반만년..

긴 역사를 새기는 지혜로운 발길 덕분에

인간 세상의 길고도 넓은 삶을 향유하노라..

내 좁은 눈이 아닌

내 짧은 팔이 아닌

내 허약한 다리가 아닌

숱한 영혼들의 노래가 실어 준

그 길고 험한 역사를 새기며 나는 오랜 삶을 살아 가노라.. 

 

(덕용산)

버러지 같은 인생이라 하였나..

내 비록 너희와 뜻을 합치지 못한 채

외로운 길을 탐하며 살아 왔지만

내게 소중한 그 고집만으로도

살아 갈 이유가 충만하기에

허허로이 바라보는 저 하늘을 향해

한 줄기 빛을 그리워하고

아직 꺼지지 않는 정열을 불태우나니..

 

(덕용능선)

오늘 비웃음 속에 저 편으로 밀려난 자들이

너희들의 술수를 비웃으며 등장하는 날

다시 세상은 뒤바뀌고

또 한 번 소용돌이 속에서 미꾸라지 헤엄 치겠지..

그리하여 밀어 냈던 그들의 발밑에

고개를 조아리며 비굴한 칭찬을 늘어 놓으리라..

 

(주작산)

자고로 센불에 달구면 달구어질수록

거센 망치로 두드리면 두드려 맞을수록

더욱 단단하고 무디어지지 않는 칼로 태어나는 법

그 칼이 너희 간사한 혀를 자르고

더 이상 인간의 긴 역사를 더럽히지 않도록

너희를 벌할 날도 올 것이니..

 

 (덕용능선)

지금 내 눈에 비치는 저 화려한 산야가

내 작은 숨소리 하나 끼어들기엔 너무나 멋진 그림이기에

저것이 정녕 내가 느끼는 모든 영혼들의 집합이고

神이 내린 작품이라면 나는 神을 받들어야 하리라..

내 작은 손으로 무엇 하나 저 모습에 더함이 가하겠느냐..

 

 (주작서봉)

덧없는 걸음과 부질없는 노래로

저 화려하고 웅장한 세상을 가지려 하나

고스락 바위 작은 웅덩이에 생을 마련한 올챙이가

뙤약볕에 말라가는 제 세상을 원망하듯이

인간들아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너희가 살아 갈 수 있고 너희에게 주어진 곳을 택하라

함부로 온 산을 파헤치며 기어들면 큰 태양이 너희를 멸하리라..

 

 (주작릿지)

내가 살아가고 호흡하고

감탄하는 아름다운 신의 영역 속에서

나는 나의 숙주를 위해 무엇 하나 이로움을 남길 수 있을까

해만 끼치는 기생충으로 생을 마감하지나 않을까

생각하면 참 쓸쓸하고 가여운 인생이다

내 비록 짧은 육신의 삶이지만

그래도 배운 역사의 시간 만큼 긴 앞날을 위해 걸어 가리라..

 

 

대체 인간이란 것이 이 광활하고 위대한 자연 속에서

어떤 가치와 의미를 가지길래

그 짧은 혀로 세상을 정의하고 너의 횡포를 일삼느냐

저 무수한 미물들의 영혼보다 뭐 그리 잘났더냐

어둠 속에서 벗어나 저 태양 아래 모든 것이

너의 두꺼운 얼굴 만큼이나 귀하고 가치 있는 것임을 두루 살피거라..

 

 

내 주먹만한 머리를 믿고

내 짧은 다리에 의지하며

이 반만년 광토를 알려고 했던 우둔함을 느낀다.

참 어리석고 어리석구나

내 부런합도 결국 우둔함으로 끝나니

아직도 채워지질 않는 내 텅빈 가슴과 머리는

많이 배고프구나

 

 

수년전 내 머리를 꿰뚫고 지나간

자성의 화살 덕분에

대간길과 정맥길이 나에게 큰 자연의 핏줄을 심어주었지만

아직 저 발끝 손끝을 저리는 맥길을 더듬지 못한 까닭에

걸으면 걸을수록 더 깊어지는 위대한 맥길을..

끝이 없음을 이제야 깨달아 간다..

 

 (해남/ 진도 방향) 

결국 나 자신도

神의 무릎 앞에 꿇어 앉아 빌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내게 대리인은 필요치 않고

내 스스로 만나야 할 神일 뿐이다.

 

 (오소재 마지막 릿지)

내가 바라는 마지막 위대함은

그것이 神이든 미물의 영혼들이든

저 모든 山山을 품어 보여 주듯이 

저 모든 골골에 역사를 묻어 가듯이

내가 짧은 이 목숨 부지하는 동안에 내 정열로

나는 나의 진정한 영혼의 神을 찾아 가리라..

 

 (두륜봉)

이제 네모난 교실에서 배운 지식과

어줍짢은 지식인들의 철학 나부랭이도

내것이 아닌 너희들의 헛소리에 불과하니

이제 나 여기 주작에서 깨닫느니

저 위대한 영혼의 작품들 속에

나를 묻어 감이 곧 신을 알게 되는 길이라는 것을..

 

 

6/15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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