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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정맥(2007-10)·完了/금남호남(07)·完了

3/3-4 장안산(영취산-수분치)구간종주-호남금남1

by 道然 배슈맑 2007. 2. 27.

 

 

(산행 시간 )

 

3/3  22:00     신도림  출발

3/4  02:30     무령공재 도착

       03:40     무령재  출발    

       03:55     영취산  출발

       04:10     무령재                                  0.8km

       05:15     장안산(1286)  5분휴식             2.6km

       06:30     -955봉-   

       06:45     백운산(947.9) 5분휴식             3.5km

                   -897봉-960봉-

       08:30     밀목재                                  4.5km

       09:00     아침식사후  출발-

       09:50     사두봉(1014.8)                       2.8km

       10:20      882봉

       10:45      송계재-박니재

       11:15      당재-마지막봉

       11;40     수분치                                  4.4km

 

                                     8시간             18.6km         

 

 (정월 대보름달)

 

(3/3 22:00) 3달여 만에 나서는 무박 산행길..작년 11월말에 진부령에서 대간길을 마무리 지은 이후로 바

삐 돌아다니며 산행을 멈추지 않았건만, 왠지 휴식을 취한듯한 기분에 몸을 만들지 않아 체중이 다소 는

것 같기도 하고.. 긴장에서 벗어난 탓인지 벗들과 음주를 많이 즐긴 지난 겨울을 느낀다. 이젠 다시 올 한

해 동안 밟아 나갈 호남 땅의 정맥 길에서 무탈하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싶다. 조심조심 시작하는

맘으로 보람된 산행길이 이어지기를..섭섭하지만 역시 물푸레는 셔틀 기사로 만족하고 싶단다. 

 

지난주 진급한 배중위가 3.1절날 잠시 외출하고 이번주에는 나오질 못하는 모양이다. 제법 이젠 장교티

가 나겠지..1년이 금방이다. 지난해 졸업하고 임관하던 초급 소위의 앳띤 얼굴이..예비역 배병장은 호주

연수에서 돌아와 지도교수 방에서 본격적인 학자의 길로 나서는 준비에 여념이 없다..결코 쉽지 않을

학자의 길을 택한 배병장의 의지가 더욱 굳어져 보람된 인생을 엮어나가길 바란다. 어린 시절 넉넉하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도 밝게 성장한 아이들이 대견스럽고 잘 키워나온 물푸레에게 감사한다.

 

낯익은 신도림 정차장에 밤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호남정맥길을 배웅나온 백두대간 동지들의 따뜻한

정이 담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좋은결과를 전해주리라 다짐한다. 바쁜 일상 탓으로 비록 호남정맥을

함께 출정하진 못하지만, 간간이 한북정맥을 함께 걸으며 우의를 다져나가며 남은 정맥길들을 함께 할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지난 해 대간길의 추억들이 다시 살아나며 황장산으로 떠나는 대간팀들과도 반가

운 악수를 나눈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축축하게 젖어드는 밤에 비바람을 예고하는 일기예보도 무시한

채 대보름날 밤샘을 산 속에서 지내도록 유혹하는 것일까..

 

 (백두대간/호남금남정맥 분기점-영취산정)

 

(02:30)오랜만에 경부를 벗어나 진주통영 고속도로를 달린다. 대간 초기에 수없이 드나들던 무주 장수를

거쳐 논개사당을 지나고 무령공재에 닿는다. 05년도 겨울 크리스마스 이브를 더 이상 오르지 못하는 산

행버스를 포기하고 무릎까지 눈쌓인 고갯길을 걸어오르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영취산-육십령 구간의 힘

겨운 러셀로 지친 나머지 크리스마스 축제를 접고 장계에서 목욕탕을 찾던 추억들..그렇게 진부령으로

이어갔던 길에 이제 호남 땅으로 분기점을 찾아 다시금 올라서는 기분이 새삼스럽다. 날씨 탓인지 무령

재 주차장엔 주차한 차량이 한대도 없다.1시간 정도 잠을 청한 후에 계획보다도 많이 줄어든 14명의 대원

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년말까지 이어나갈 금남호남,호남정맥의 출발을 힘차게 내딛는다.(03:40)

 

영취산(靈鷲山)..대간길 백운산에서 육십령을 거쳐 덕유의 장엄한 품으로 들기전에, 다시 한 번 솟구치며

대간 걸음을 멈추게하고 서쪽 장안산과 덕유를 함께 아우르던 영험스런 봉우리..10여분만에 잘 정비된

급경사 길을 올라서면서 지난해와 달라진 등산로 정비에 감사한다. 국립공원 내에서도 이렇게 애쓰는 모

습이 아쉽다. 도대체 국립공원 관리공단이란 곳이 무얼하는지 한심한 밥벌레들..비록 좁은 山頂이지만

빽빽히 매달린 걸음들의 표지들이 대간/정맥 분기점의 분주함을 말해준다.짙은 안개가 보름달마저 가린

채 출발의 세리머니를 담으려는 디카들의 불빛을 흐리게 삼켜버린다. 어디선가 佛國淨土를 기원하는 법

화경의 다보탑이 솟구치는 느낌의 자리에는 정성스레 쌓아올린 돌탑만이 축축히 젖고 있구나.. (03:55)

 

배낭을 길섶에 내려둔 채 올랐던 길을 다시 내려와 벽계쉼터에서 복장을 추스리고 맞은편 장안산 오름길

을 향해 통나무 계단위에 발을 올려 놓는다.(04;10) 을씨년스런 안개 속에서 제법 세차게 느껴지는 바람

이 그나마 봄기운에 젖어 많이 차갑지는 않아 다행이다. 부디 오전동안 산행을 마무리 지을때까지 비를

뿌리지는 말았으면..보름달은 구름 속에서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않는구나..그시절 시골 동네에는 밤을

새우며 복조리를 팔러다니는 악동들이 있어 간간이 씨름하는 정겨운 밤길에 간식으로 먹던 오곡밥에 집

에서 직접 말린 묵은 나물 비빔밥이 정말 맛이 있었다. 마룻턱 부엌문 난간에 매달린 커다란 복조리는 여

름내내 장마에 찌들려 때묻을때 까지 그대로 한여름을 붙들어 매곤 했었지..이제 이 밤을 새워 달맞이

길을 걸으면 눈썹이 하얗게 될리는 없겠지..

 

 (밤안개속의 장안산 정상석)

 

짙은 운무가 헤드랜턴의 불빛을 반사시켜 발걸음 앞만 겨우 살피며 장안산 오름길을 내딛는다. 그리 심

한 된비알은 아니라 다행이지만 물기를 머금은 풀섶과 날씨가 따뜻해지며 눈이 녹아들어 젖은 육산의 비

탈이 미끄럼을 지치게 하며 조심스럽다. 5분여 만에 팔각정 갈림길 임도를 지나 넓게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비교적 쉬운 산행을 즐긴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안개가 걷히며 보름달이 보일듯 말듯 아쉽다.

이런 날 날만 맑았으면 팔각 정자에 올라 보름달 아래 동동주 한 잔 즐길 수 있으련만.. 

 

군데 군데 등산로를 정비한 장수군의 관광객 유치를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좋은 일이다. 산은 멀리서

지켜볼 수 있도록 잘 가꿀 필요도 있지만, 그 속에 파묻혀 호흡하고 싶은 입산자들이 늘어나는 요즈음

편하게 느끼고 등산로가 훼손되질 않도록 관리에 힘써야 될 일이다. 그냥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바보들

처럼 10년씩 막아 놓고 방치한다고 가꾸어질 일이 아니다. 오른쪽 장계면 논개사당이 위치한 계곡에서

안개속을 더듬어 흐릿한 영혼의 불빛이 나타났다 사라지곤한다. 누군가 이 밤에 보름날 메밥이라도

올리며 더위를 팔고 있을까..내일이면 달집태우며 天地人 三神을 맞이 할터인데 부디 날이 맑아야..

 

"나에게 울음과 웃음을 동시에 주는 論介여! 나는 詩人으로서 그대의 애인이 되었노라.."(한용운)

 

샘터 이정표를 지나 하봉을 급경사로 지쳐 오르니 이어지는 억새평원에 길게 뻗어 누운 억새들의 알몸

이 구름 안개 짙은 밤에도 희미한 달빛을 받아 하얀 밤을 베고 누웠다. 가을 날 사랑하는 이와 쉬엄쉬엄

걸어 올라 멀리 백두 대간을 마주하며 호남의 맥을 용트림하는 舞龍고개를 살필 수 있다면 좋은 산행코

스가 되리라..가파른 진흙길에 로프잡이를 한 두번 거치니 헬기장으로 넓게 꾸며진 장안산 정상에 올라

선다.(05:15) 호남의 종산(宗山)으로 백두대간을 병풍삼고 호남,금남정맥을 거느리는 큰 산의 위풍을 이

밤에도 느낀다. 진행 방향의 남서쪽 철탑이 함께 서 있는 파발재 내림길이 너무나 뚜렷해서 자칫 알바를

경험하기에 알맞다.

 

 (백운산 정상부근에서 새벽의 봄비에 젖어드는 산죽밭길..)

 

장안산 정상에서 5분여 휴식을 취하자니 젖은 땀이 식어들며 비를 머금은 세찬 바람에 몸이 식어 온다.

서둘러 정상표지석 뒤로 90도 꺾어 내리는 북서쪽 내림길을 밟으니 짙은 운무 속에서 갈림길이 애매하

다. 조심스레 오른쪽 지보마을 내림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급경사 내림길을 밟으니 좁은 마

루금을 이루며 정맥 표지기들을 만난다. 조금씩 밝아오는 여명과 다소 세찬 바람이 일면서 간간이 운무

를 쓸어내며 시야가 깨끗해 지기도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질 않는다. 오른쪽 지보마을의 불빛이 가깝게 보

이기도 한다. 다소 평탄한 내림길을 만나며 오랜만에 긴장을 풀고 천천히 폭신한 낙엽을 밟으며 트래킹

을 즐긴다. 전형적인 육산의 또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산중의 새벽을 홀로 아리랑이다.

 

"自由人의 길"..그것은 천상의 님이 만들어 어디에 내려준 선물이 결코 아니다. 더구나 이 땅의 힘없는

백성들에게는 너무나 아쉬운 자유라는 것이 그냥 보물 캐듯 캐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님을 대간 길

내내 힘겨운 걸음을 이어가며 느꼈다. 이제 아픈 기억의 땅을 밟으며 주어지는 것이 아닌 힘겨운 과정을

통해 얻어질 그 自由를 위하여..자유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痛因을 찾아 보려는 내 시야는

오늘 이렇게 짙은 운무에 휩쌓인 장안산 내림길처럼 아직은 답답하리 만큼 어둡고 막막하기만 하다.

부지런히 올 한해를 걸어가 당도할 섬진강 어귀 여수 앞 바다에는 자유를 가득 싣고 축제의 포를 올리는

작은  항해가 기다리고 있기를..어차피 단 한 숨에 이루지 못할 그 어려운 자유의 길이라 할지라도.. 

 

잠시 955봉의 작은 오름을 지난 후(06:30) 백운산(647.9) 안부에서 삼각점을 확인하고 왼쪽 으로 크게 돌

아 남쪽으로 방향을 꺾어 내린다.(06:45) 10여분 뒤 안부에 다달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간식과 물을 마신

다.이미 밝아진 아침이 촉촉히 봄비에 젖으며 시장기를 느끼지만 밥상을 펼치기엔 일러 중간 샘터 부근

까지 식전 산행을 이어가기로 한다. 어제 밤에 어둠속에서 대충 나눈 대원들의 얼굴들을 밝아오는 아침

에야 서로 익히며 겨울까지 이어질 호남정맥 길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우정을 다짐하며 과일 한 쪽

을 건넨다. 

 

 (백운산 아래 897봉 갈림길의 새벽)

 

남으로 이어지는 좁은 마루금을 20여분 밟아 내리다가 오른쪽 내림길로 이어지는 서쪽 숲길에서 모처럼

바람이 잦아들며 잠시 날씨가 개인다. 잘하면 후반에는 날이 맑아 지려나..서쪽 안부를 밟아 잠시 오르막

을 밟으니(07:30) 897 봉에서 북쪽 장수읍이 꽤 가까이 보인다. 북쪽 싸리재 아랫마을 선창리에는 金氏

외에 裵氏(양선마을), 崔氏(음선마을) 집성촌이 있다고 들었는데..그 옛날에는 뱃길이 닿았던 모양이다.

다시금 왼쪽으로 꺾어 남쪽으로 내림길을 잡으니 잘 단장된 오래된 묘 한기와 새로 모셔진 듯한 지도상

에도 없는 묘가 연이어 마루금을 차지한다.

 

풍수지리는 잘 모르지만, 대간 길 경험상으로 마루금 방향으로 모셔진 무덤들은 그리 좋은 명당으로 여

겨지질 않는다. 대체로 마루금에 직각으로 首尾를 향하고 가능하면 남으로 바라보며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길을 바라봄이 좋은 명당이라 여겨진다. 또한 주위에 여러 봉우리들이 감싸고 있어 안온함을 느끼는

마루금의 아랫자락이 좋아보인다. 높이 솟아 있는 山頂은 후손들의 또 다른 정성의 의미는 있을지 모르

나 편히 모시고저하는 명당으로서는 결코 좋은 곳이 아닐 것 같다. 어설픈 풍수설을 생각하며..

 

아침식사를 계획하던 마루금 왼쪽 아래 샘터가 비에젖은 채 마땅히 앉아 쉴 수가 없을 것 같아 밀목재 까

지 계속 진행하기로 한다.(08:00) 시장기가 밀려 오지만 여유있는 산행시간에 좀더 편히 식사를 할 수 있

으리라 생각하며 960봉을 작은 오름으로 넘어선다.(08:10)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오른쪽 내림길에서 벌

목을 진행하며 왼쪽 산마루를 깎아 먹은 농장들이 원망스럽다. 앞으로 정맥길은 무수히 파헤쳐 진 채 어

두운 난개발의 현장을 간직하리라..다행히도 산림청 주관으로 등산로 관리 정책을 수립한다고 하니 큰

기대를 가져본다. 이젠 산림보호의 차원이 적극적인 등산로 개발 정책으로 이어져야 될 일이다.

 

 (밀목재 신덕산 이주마을의 샘물)

 

비가 후두둑거리는 밭길을 걸어서 수몰민 이주마을이라는 신덕산 마을, 깨끗하고 멋진 전원마을이 자릴

잡은 밀목재에 내려서니 비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한다.(08:30) 마을 입구 샘터에서 자릴 잡으려다, 물

한모금 마신 후 마당 넓은 집 작업장 귀퉁이에서 비바람을 피한 채 포장 박스를 깔고 앉아 맛있는 조찬을

즐긴다. 모두들 시장한 탓인지 금새 식사를 마치고 식어가는 체온을 아끼면서 출발을 서두른다. 이제 횟

수가 늘어갈 수록 식사 시간의 여유와 정감 어린 대화들이 오가겠지..오늘 첫 만남의 날은 다소 조용한

분위기다. 후미조의 늦은 식사를 뒤로하고 아무래도 한두사람은 이곳에서 탈출을 할 모양이다.

 

이제 날은 완전히 밝았지만 후두둑거리는 비바람이 예사롭지 않아 사두봉 구간을 향해 발길을 서두른다.

(09:00) 대장은 후미조 조치를 위해 남아 있고 선두조 대원들은 대간길을 마친 베테랑들 답게 다소 혼돈

스런 갈림길을 잘도 찾아 리본을 따라간다. 임도차단기 왼쪽 능선을 밟아 올라 880봉 활공장으로 훼손된

정상에서 갈림길을 맞아 오른쪽으로 내려서니 또렷한 마루금이 이어진다. 남쪽으로 뻗어내리는 좁은 능

선길을 한 시간 남짓 호젓하게 지쳐 오른다. 고사목 지대를 지나 그리 급한 경사는 아니지만 점점 바람

이  거세어지며 후두둑거리는 빗방울과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운무에 가려져 마루금은 시야가 좁아지고

발길 나아가는 마루금을 살필 수 있음이 다행이다. 적은 인원의 대열은 앞뒤 간격이 많이 벌어진채로 자

유산행을 즐긴다. 느긋한 걸음으로 보이지도 않는 사두봉을 그려보며 오름길을 지쳐 나간다.

 

오른쪽 장수읍이 간간이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운무가 씻겨나가면서 맑은 모습을 잠시 보이기도 한다.

長水라..참 이름이 좋다. 금남호남 긴 물줄기를 시작하면서, 정맥을 가운데 품은 채 수많은 고갯길로

지역을 아우르는 멋진 고장이다. 대간 넘어 경남 거창 땅과 더불어 그 옛날 참으로 깊은 오지중의 한 곳

이었으나, 육십령 고갯길을 넘나들며 이 땅의 영혼들이 잦은 교류를 나누며 살아 왔기에 한민족의 얼을

함께 가꾸어 왔으리라..그렇게 우리네 조상들에게 마루금은 교류의 맥을 살리는 교통로가 될 수 있었다.

오히려 흐르는 강을 가운데 두고 양안으로 갈라진 마을들의 교류가 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예

는 문화적인 면에서 많이 보이고 있으니, 섬진강을 기준으로 좌도/우도 풍물굿의 차이도 한 예이다.

 

 (사두봉 봉수대 표지목)

 

(09:50) 쉬엄쉬엄 지쳐오른 사두봉(蛇頭峰1014.8)..뱀과 두꺼비의 전설을 안고 섬암(두꺼비모양의 望岩),

蛙岩을 품고 있다고 들었으나 확인할 길도 없고..나뭇가지에 매달린 사두봉 표지판만 비바람에 나부낀

다. 산정을 차지한 두기의 묘소에도 봄비만 촉촉하니, 저멀리 동산치에 내려서서 마주보면 신선 높은 터

에 두꺼비 형상이 보일려나..번암천(반계) 은어떼가 몰려드는 물 한가운데 예쁜 바위가 있어 蛙岩이라 칭

했는가..오른쪽으로 꺾어져 서쪽으로 이어지는 내림길에 들어서니 장수봉수대 표지목이 초라하게 돌탑

을 지킨다. 그나마 풍설에 지워지는 막대기에서나마 우리는 精靈을 느끼고 싶은게다.

 

고도차가 그리 크지 않은 작은 봉우리들을 서서히 오르내리며 882봉을 지나고(10:20) 점점 내림길을 밟

으니 다소 비가 개이면서 시야가 맑아온다. 묘지 2기가 연이어 지는 안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후미

에 서둘러 오는 대장팀과 합류하고 천천히 남쪽으로 내려 밟으니 왼쪽 깊은 덕산계곡 쪽에 방화동 휴양

지구가 잠시 보인다. 남부군 촬영지로 더욱 유명해졌지만, 깊은 계곡속에 가족단위 휴가촌을 형성하고

있다. 오른쪽 송계마을과 왼쪽방화동을 잇는 송계재에 내려선다.(10:45) 조금 더 지쳐 오른 바구니재(박

니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선두조를 만나 목을 추긴다.

 

마지막 당재고개를 향한 작은 오르내림은 참 편한 걸음이다. 촉촉히 내려 적시는 가늘은 봄비가 오히려

단맛을 느끼게 한다. 그동안 가물었던 대지에 생기를 불어 넣으며 가지끝에 맺힌 물방울 속에서 봄을 움

트는 새싹이 영롱하다. 이렇게 계절은 변함없이 때가 되면 자연의 순리대로 우리에게 다가오는데..인간

의 정의로 만든 제도와 규칙이 언젠가 법이라는 거대한 힘으로 살아 움직이며, 스스로를 묶어 다스리는

힘센자와 약한자를 구별한 삶의 법칙은 변할줄을 모른 채 이 땅을 뒤덮은 먹구름처럼 짓누르고 있는가.

흘러온 질곡의 역사만큼 또 다시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온전한 모습으로 되돌아 올 자유를 위하여..  

 

 (당재 마지막봉 오름길) 

 

(11:15)송산리 고갯길과 수분마을 내림길이 교차하는 당재에 내려서니 임도 공사와 전신주 매설 공사가

이루어지며 날머리가 가까워 오는 마을 냄새가 풍긴다. 수분마을로 넘어가는 마지막 봉우리에 올라서서

천천히 다음 구간에 이어질 신무산과 팔공산 능선을 조망하며 미끄러운 진흙길을 조심스레 밟아 내린다.

운무를 걷어간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며 산아래 농장 과수원의 묘목들이 함초롬이 젖어든다.

 

이렇게 금남호남정맥의 첫걸음은 봄비 속에서 부드러운 육산의 감촉을 느끼며 가볍게 마무리 되는구나.

부디 앞으로 한 해 동안 이어질 낯설은 호남 땅의 산마루에서 따뜻한 영혼을 함께하며 회한을 정리할 수

있기를..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본성을 찾아서 내 힘든 발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앞날이 점점 맑아옴을 느낀다. 우리들의 영혼의 자유를 짓누르는 어떠한 부당한 힘들도 거부하리라..

이 산하를 떠돌며 순수한 삶을 노래하는 경이로운 영혼들을 맞이하리라..어디선가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

 

 (수분재에서)

 

(11:40)금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이라는 원수분 마을 앞 19번 국도에는 사과나무와 물레방아로 단장한 수

분령 표지석이 잘 단장되어 있고 첫 구간을 무사히 마친 대원들과 함께 따뜻한 순두부로 정을 나눈다.

1년 남짓의 기간이지만 25회의 출정길에 부디 탈없이 즐겁고 보람찬 동행이 되어 다시 겨울이 다가오는

날 여수 앞바다 외망마을에서 축배를 들 수 있기를.. 

 

앞으로 남으로 이어갈 호남 정맥 길까지 구름 속에서 동행할 K군의 영혼이 다가온다.

그의 노래를 빌어 자유를 위한 영혼들께 축배의 잔을  바치고 멀리 남도 땅끝까지 훨훨 날을 수

있기를.. 

 

3/5  道然 배슈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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