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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정맥(2007-10)·完了/금남호남(07)·完了

3/17-18팔공산(수분치-신광치)구간종주-금남호남2차

by 道然 배슈맑 2007. 3. 6.

 

 

(산행 시간표)

 

3/17    22:00     신도림 출발

3/18    03;40    수분령 출발

                      -당산재(철탑)-밥내재

          04:50    뜬봉샘 갈림길(

          05:00     신무산 (10분 휴식)                      1.7km

          05:50     차고개(10분 휴식)                       1.5km

                      -합미성 입구-대성리 갈림길

          07:10     팔공산                                       3.5km

          07:20     1136봉 헬기장(10분 휴식)           

          08:20     서구이치                                    2.7km

          08:50     아침식사후 출발

          09:35     천상데미 

          10:20     데미샘 왕복 (40분간)                  (1.5km)

          10:55     오계치                                       2.7km

          11:30     삿갓봉                                       0.6km

          11:55     1080봉(1098)

                       -1056-962-961

          12:30      홍두깨치 (5분 휴식)            

          13:10     시루봉 (-30분 휴식 )                    2.8km

          14:20     신광치                                       2.0km

          (14:50     중리 마을)                                (2.0km) 

                                  11시간 10분               21km

 

 (잔설이 뿌려진 산죽길에도 봄내음이...)

 

(3/17  22:00) 한주씩 번갈으는 한북과 금호남 정맥길이 주말을 매우 분주하게 만들기는 하나 스스로 좋

아서 짠 스케쥴이니 마냥 마음은 즐겁기만 하다. 내일 물푸레는 집안 결혼식에 혼자 대표를 행해야 하니

다소 미안하기도 하다. 아무튼 눈 질끈 감고 내 작은 소망의 길을 위해 올 한해 주말은 산행길로 채우기

로 맘 먹었으니 깊은 이해를 바랄뿐이다. 배중위는 요즘 훈련으로 바쁜지 아직도 진급한 계급장 구경을

시켜주질 않은 채 전화로만 인사한다. 주말이 바빠 면회도 힘들고..배병장은 요즘 학교 일이 갑자기 많아

져서인지 한집에 살면서도 얼굴보며 이슬이 한잔하기가 어렵다.

 

일찌감치 신도림에 도착하여 소백산구간으로 떠나는 백두대간 9기팀들을 만나 커피 한 잔 나누고, 금호

남 구간이 끝나고 호남으로 내려 설때엔 좀 더 많은 인원이 함께 해 주길 바라면서, 금수산으로 떠난다는

어느 산악회 멤버들의 젊고 즐거운 수다스러움에 부러운 눈길도 보내 본다. 그 어떤 이끌림이 있어 이렇

게 밤을 새워 먼 길을 달려가 아직은 채 도달하지 않은 봄맞이 산행으로 아침을 맞으려 하는가..한결같이

평화로운 얼굴로 모일 수 있는 산객들의 아름다움은 모두 다  입산의 경험이 쌓아 온 내공에서 우러나오

겠지..대장을 포함한 16명의 대원들이 금호남 정맥의 가장 힘든 구간을 향해 떠난다. 

 

낯익은 장수 톨게이트를 지나 수분령에 도달하니 다소 차가움은 아직 가시지 않았으나, 이젠 시원함을

느낄 정도의 새벽 밤바람이 가까워진 봄을 알린다. 두 갈래로 정맥길의 들머리를 나누고 있는 19번 도로

수분령주유소 맞은편에 보이는 작은 계곡이 과연 금강으로 흐르는지, 섬진강으로 흐르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섬진강으로 흐름이 확인 됨. 3/19 장수 군청 확인) 그에 따라 신무산으로 향하는 들머리가

결정된다. 섬진강으로 확인될 경우 분명 계곡오른쪽 원수분 마을 진입로를 걸어가서 뜬봉샘 수분정자

가기전에 비포장 임도길로 올라서야 마루금이 물을 건너지 않을 것이다. 현재는 양쪽으로 리본이 붙어

있어 정맥길을 걷는 탐사자들이 다소 혼란스러움도 사실이다.(03:00)

 

 (어둠속에서 어렵사리 찾아오른 신무산 정상에서)

 

(3/18 03:40) 수분령 주유소와 붙어있는 휴게소는 불이 꺼져 있지만 깨끗하게 청소된 화장실은 밝게 불을

켜 놓고 있으니 주인장의 친절하고 정성스러움이 빛나고 있다. 여유롭게 산행 준비를 마치고 간단히 몸

을 푼다. 들머리에 대한 확신은 분명 수분마을을 통과하는 오른쪽 마을길에 마음이 더 가지만, 한밤중에

개짖는 소리를 들어가며 마을을 통과하기도 미안하다. 물길을 건너지 않는다는 대간,정맥 탐사의 원칙은

이해하면서도 도로에 묻혀진 망각으로 잊기로 한다.

 

마주하는 능선의 오른쪽 사면으로 붙어 있는 잘못된 리본을 따라 오르며 두개의 철탑 중 거치지 말아야

할 첫번째 철탑을 지나고, 오히려 나중에 마을에서 올라오다가 은행나무가 있는 두번째 철탑 길은 만날

수가 없다. 이곳이 밥내고개...저아래 밥내샘(食川)이 있어 남원 요천을 거쳐 섬진강으로 흐르던 작은 개

울이 바로 오늘 들머리 오른쪽 개천이겠지만, 이미 밭으로 파헤쳐져 흔적을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잡목 숲을 이어가는 입산의 첫 걸음에 얼굴을 때리는 싸릿 가지가 매섭다.아무래도 그리 많지 않은 정맥

산행객의 드문 개척 길이라 한 밤중에 불빛으로만 방향을 잡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느린 걸음으로 잡목

숲을 겨우 헤쳐나가 오른쪽 마을에서 올라오는 임도를 만나니 한결 맘이 놓인다. 벌써 부터 대원 중 1명

이 뒤처지기 시작하며 아무래도 계속 진행을 하기가 힘든 모양이다. 일단 신무산 넘어 차고개 까지 끌어

가기로 한다. 야간 무박산행에 나서기 위한 사전 테스트가 없었던 모양이다. 함께 온 일행이 매우 힘들

것 같아 안스럽다. 임도를 지나 송림 숲을 지날 때 쯤에야 다소 행렬이 갖춰지며 제대로 된 마루금을 밟

기 시작한다. 진행 속도는 매우 느리다. 

 

(04:50)1시간이 지나서도 신무산 정상이 보이질 않는다. 865봉으로 보이는 안부에 올라서니 묘2기가 자

릴 잡고 있는 오른쪽으로 내림 길이 이어진다. 아무래도 방향이 아닌 것 같아 천천히 쉬면서 독도를 마치

고 주변을 둘러보니 멀리 팔공산 통신탑 불빛이 있는 북쪽 방향은 90도 이상 왼쪽으로 꺽어야 한다. 진행

방향인 동쪽은 뜬봉샘 내림길로 보여진다. 10분남짓 작은 오름으로 길을 찾으니 지척에 신무산 정상이

어느 새 발을 받치고 있구나..(896.8)안도하며 헛걸음을 치진 않은 것에 다행으로 여기며 잠시 휴식을 취

하며 후미를 기다리며 불을 비춰준다.

 

 (차고개에 서있는 커다란 표지석..아무래도 옛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05;10) 불빛으로 겨우 확인된 후미의 속도가 너무 느려 어쩔 수 없이 진행을 시작한다.神舞山 표지목에

적힌 성적산(聖跡山)이라는 표기는 아무래도 산경표에 수분령과 팔공산 중간에 위치한 산이름을 따 온

모양이다. 그러나, 현재 존재하는 여러 기록들은 八聖寺를 끼고 있는 八公山의 별칭으로 성적산을 일컫

고 있으니 다소 혼란 스럽다. 원효, 의상과 함께 한 8명의 승려들이 이 곳에서도 발자취를 남겼으리라.

아랫마을 수분리에 자릴 잡은 천주교의 수분성당이 말해 주듯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도 聖跡일텐데..

 

뜬봉샘..금강의 발원지를 탐사하지 못함이 아쉽다. 발 아래 작은 샘에서 발원하는 금강의 정기를 호흡하

며 굽이 굽이 수많은 사연들을 상상해 본다. 저 작은 출발이 장수의 논개를 가슴에 품고 흘러, 진안 천반

산 아래에 닿아 금강을 이루겠지..훗날 '진안 죽도'에 들러 불운한 혁명가 정여립을 애틋한 맘으로 만나

보리라.. 그렇게 호남금남의 아픈 기억들을 담은 영혼들이 훨훨 날아 오르는 정맥 길에 내 작은 여적을

남겨 훗날 이 땅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과 함께 고통을 씻어 보리라..

 

(05:50)신무산 정상 턱밑까지 둘러쳐진 목장의 펜스를 우측에 두고 길고 급한 경사면을 반복하며 내림길

을 밟아 내린 후 왼쪽으로 급히 돌아 오른다. 온갖 이야기들을 싣고 오는 장수읍의 불빛들이 유난히 밝게

느껴지는 738봉우리에서 발아래 목장의 작은 불 빛 하나가 외로운 듯 떨어져 비추인다. 저 불빛 속에서

새로이 잉태할 우리의 꿈들은 이 정맥길을 타고 끝없이 천하를 주유하며 아름다운 어깨동무의 삶을 누릴

수 있으리라..통신기지국 전봇대를 바라보며 왼쪽으로 급히 내려서니 차고개(작고개,자고개;13번 장수

읍/산서면) 포장도로에 작은 실바람을 타고 꿈들의 영혼만이 춤을 춘다. 봄바람이 아직은 뺨에 차갑다.

후미 탈출조에게 안내문을 붙여 놓고 서둘러 팔공산을 향한다.(06:00) 

 

 (합미성 후문 쪽 무너진 담을 넘어 여명이 밝아 온다.)

 

팔공산 오름길에 올라서서 비포장 임도를 따라 오르니 고갯 쪽에 산림보호의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로

수년째 방치된 공사 현장이 어떤 목적의 시설물을 계획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왼쪽 산능선 언저리를

온통 훼손하며 말뚝 파이프만 요란스레 박아 놓았다.적어도 공사 내역이나 일정을 표시하는 행정적인

조치가 있을 법한 꽤 큰 공사인데도...넓은 임도를 따라 오른 후 우측 작은 봉우리를 넘어선 후 합미성터

에 다다라 복원중인 성곽을 한동안 기억에 담는다. 둘레가 십리나 된다는 꽤 넓은 성터에서 후백제 시절

보관했다던 군량은 찾을 길 없고 허물어진 성벽 안쪽 곳곳에 무덤들만 잠을 잔다.

 

수꾸머리(守軍地)를 오른쪽으로 돌아 넘어 삼거리에 합미성(合米城,含米城) 안내판을 읽고 오르막을 오

르니 대성리 갈림길을 지나 1013봉(원수봉)에 이른다. 바로 오를까 망설이다가 카메라가 말썽을 부려 지

체된 관계로 선두와 거리가 많이 먼것 같다. 배도 고프다. 너덜지대와 산죽군락이 꽤 멋드러진 우회길을

천천히 걸으며 오른쪽 장안산에서 올라오는 일출을 보려하나 그리 맑지 못한 하늘이 잡목 숲에서 해를

가린 채 아침이 드디게 밝아 온다.(06:40)

 

 (팔공산 오름길 일출-멀리 장안산 위로 구름을 벗어난다)

 

필덕리 갈림길을 지나 산죽길을 천천히 걸으며 왼쪽 사면을 향해 오른다. 팔공산 정상을 차지한 통신시

설에서 퍼져 나오는 윙윙거림이 매우 기분 나쁜 느낌으로 귓가를 맴돈다. 이 전파 지역 내에는 우리들의

사라진 영혼들이 근접하기가 어렵겠다. 가쁜 숨으로 정상마루를 향하며 聖跡山의 영험스런 분위기를

망가뜨린 채 정상을 차지한 시설물이 아쉽다. 조금 비켜서 세우면 철탑 높이가 많이 달라질 것인가..  

아쉬운 산객이 설치한 '頂上->'이란 표지석이 햇살 아래 초라하다.(07:10)

 

내가 K군을 만난지도 벌써 35년전..대학 초년의 여름,첫 방학의 보람을 생각하다 결정한 농촌

봉사활동..예당호 저수지가 있는 예산군의 황지마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시작된 그와의 만남

이 내 젊음의 방향을 바꿀 만큼 꽤 큰 사건이 되고 말았다. 아직도 잘 알 수 없는 그의 어린 시

절이지만 ,그를 만난 이후 지금까지의 생활은 2-3년에 한번씩 큰 변화가 생긴 소식을 전해 들

으며, 여러가지로 탐구 대상이 될 정도로 기인의 행색을 보여준다.비록 자주 만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제 가끔씩 외로울 때도 있을 이 정맥길,호남 내림길에서 그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올

년말 쯤에는 그가 머물고 있는 영산포 근처 월출산 아래에서 생막걸리 파티를 계획해 본다.

 

정상 통신탑 아래에서 쉬고 있던 선두조를 만나, 경관도 별로 좋질 않고, 무엇보다도 거세게 울리는

전파들의 윙윙거림이 싫어 서둘러 완만한 능선길로 이어지는 1136봉 헬기장으로 옮겨가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삼각점까지 옮겨 놓은 채 조망 좋은 이곳이 팔공산의 주봉으로 손색이 없다.

동쪽의 사두봉이 가깝게 다가오고 장안산 위로 높다랗게 아침이 솟아있다. 나아갈 북쪽의 삿갓봉은

흰색 꾸불거림을 뱀처럼 감아오르는  서구리재 넘어로 천상데미에 가려진 채로 까마득하다.(07:20) 

 

 (1136봉 팔공산 헬기장에서 바라본 삿갓봉 방향..갈길은 멀다..)

 

팔공산 내림길은 처음 시작은 완만한듯 하였으나 암봉들을 지나면서 꽤 큰 암릉을 이루는 마루금을 좌우

로 번갈아 내림이 로프를 잡아야 할 정도로 꽤 험한 내림을 거친다. 아직 잔설이 얼어 있는 매우 미끄러

운 내림길에서 자세를 낮추고 살금거린다. 오른쪽 장수읍을 훤히 내려다 보이는 1028봉 안부에 이르러

잠시 휴식을 취한다.(07:50) 좌우가 시야를 틔워주며 이른 봄의 맑은 아침을 크게 들이 마신다. 멀리 무주

진안과 더불어 무진장의 오지를 지켜왔던 장수 마을..이제 그렇게 오랜 세월을 버티며 전설 같은 슬픔들

을 북으로 흐르는 금강물에 실어 보내던 작은 고을이 육십령을 드나들고, 동서남북의 고속도로를 머리에

이고 탈출을 꾀하는 몸부림이 들려온다.

 

통나무로 정비된 내리막 길과 산죽길을 지나서 장수읍이 잘 내려다 보이는 955봉 서구리재 마지막 내림

길 암봉 위에 다다르니 고사목 한그루가 아픈 몸짓으로 세월을 담고 서 있다. 발 아래 송천마을에서 용추

丹坪飛瀑(장수8경)을 자랑한다면, 梅山淸風을 바라보며 긴 세월 간직한 역사라는 이야기들을, 다시

피우지 못할 잎새 처럼 그냥 묵묵히 묻고만 서 있을 이  고사목 한그루에 생명을 느낀다. 깊은 산중 마을

을 바라보며 밤이면 장안산 도깨비들의 향연만을 즐기고,인간들의 척박한 놀음이 벌어지는 역사를 외면

하였는지도..멀리 육십령을 마주하는 덕유 자락에 임진란의 원혼들이 고개를 넘고 있다. 

 

암릉이 간간히 이어지는 내리막 능선을 지나 억새밭의 평전을 이루는 백운면 신암리 갈림길에 이른다.

"별 바람 아침이슬 아름다운 장수사랑"을 느끼는 아침이다. 오른쪽으로 산죽길을 밟아 서구리재에 내려

선다.(장수읍/진안군 백운면,742번) 새로 포장되고 동물이동통로까지 잘 정비된 고갯마루 넓은 광장에

인적없는 물레방아만 덩그랗다. 늦은 아침을 펼친다.(08:20) 14명의 단촐한 정맥 탐사대의 두번째 만남이

즐겁게 나누는 한잔 막걸리와 함께 올 한해를 또 다른 만남의 장으로 흘러가리라.. 

 (서구리재 위 955봉 고사목..멀리 덕유가 아스라하고..)

 

(08:50) 아침식사를 끝내고 이제 남은 구간을 자유로운 진행을 하기로 한다. 대간 길을 이미 걸어 온 대원

들이라 리본을 따라 각자 행보에 맞춰 부담없는 속도를 유지한다. 미끄러운 우측 절개지를 지그재그로

힘겹게 올라서니 작은 봉우리들이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산죽군락과 억새능선을 가꾸며 식후 산행의

호흡을 가쁘게 한다. 천천히 후미를 점하며 40여분 만에야 天上데미에 올라서니 좁은 마루금 곁으로 꽤

튼튼한 벤취가 두개 놓여 있다. 하늘로 오르는 길에 하나, 데미샘으로 내림길에 하나..아무튼 오르든 내

리든 잠시 쉬어 갈 여유를 가질 수 있음에.. 인간의 삶의 길에도 휴식은 필요하겠지..(09:35)

 

지선각산, 지장수, 원신암마을 등의 표지는 떨어져 있다. 선각산 방향과 원신암마을에 대한 표지는 이해

가 가지만, 지장수는 아무래도 데미샘 상부 너덜 속에 저장된 水原을 일컬음인가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잠시 사위를 둘러보며 숨을 고른 뒤 "데미샘 0.67km"에 큰 부담을 느끼질 않아 배낭을 벗어 인적도 없는

벤취에 놓아둔 채로 데미샘 내림길로 내려선다. 곧 이어 갈등이 시작될 정도로 직벽 내림이다. 고도를 3-

4백미터는 족히 낮추는 기분이다. 다시 돌아서 올라 올 일이 꿈만 같다.

 

"데미샘".. 예쁜 이름과 달리 그 뜻을 알면 재미있다. 천산데미 아래 있는 섬진강 발원샘.. 그러나 '데미'

란 꼭데기 '덤'의 사투리이다. 덤 아래 샘(덤샘)이란 뜻이 된다. 아무튼 섬진강 500리를 단숨에 들이키니

물맛이 꽤 좋다. 이 깊은 계곡의 너덜아래를 흘러 오계치 아래 동천을 이루고, 남원 요천을 흘러 두꺼비

전설의 섬진강으로 흐른 뒤 올 년말 여수 포구에서 산길을 걸어 간 나를 만나겠지..함께 그 넓은 바다에

발을 담글 땐 슬픈 이야기들은 사라지고 맑은 웃음이 피기를..서둘러 천상 오름길을 재촉하나 직벽 오름

에 진을 다하여 오늘 남은 구간을 위한 발길이 걱정될 정도이다.(10:20)

 

 (데미샘에서..)

 

천상데미를 출발하여 로프를 잡는 암릉을 지나서 1100봉 안부에 다다른다. 왼쪽으로 방향을 바꾼 오계치

내림길에서 바라보는 삿갓봉 오름길이 까마득하다. 왼쪽 선각산과 이어진 능선까지 직벽 오름이 다가온

다.오른쪽 와룡휴양림 능선을 버리고 왼쪽으로 직진 내리막을 밟아 내린다. 오계재 억새 풀밭에 드러눕

고 싶은 발걸음이다.(백운면 신암리/와룡휴양림) 계획보다 시간이 1시간 정도 지체되었다.(10:55)

계속하여 삿갓봉을 향해 된비알의 오름에 코를 박는 기분으로 발길을 옮겨 보지만 보폭이 매우 짧아진

다. 벌써 7시간이 지났는데...길섶에 앉아 잠시 발을 쉰다.

 

로프가 설치된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선 후 바위전망대에서 지나온 길을 돌아 보니 참 길기도 길다.

마주하는 삿갓봉(1114)정상엔 예쁜 소나무 한그루가 잡목 숲 속에서 뽐을 내며 얼굴을 내민 채 어서 오라

미소 짓는다. 전망 봉우리 오른쪽 사면을 감아 삿갓봉에 오르며 휴양림에서 올라 온 일단의 산행객들이

떠드는 웃음소리 마저 반갑다. 오늘 처음 만나는 산행팀이다. 30여분의 힘든 사투 끝에 삿갓봉 정상에

오랐으나 좁은 암봉 정상 길에 발을 놓고 쉴 수도 없다. 멀리 지나온 팔공산과, 나아갈 진안 쪽 시루봉이

아직도 멀기만하다.(11:30) 

 

힘든 걸음으로 찾아 나선 우리들의 자유는 결국 인간으로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일진데..왜 지금 우리는

이렇게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의 범주에서 찾아 가져야만 되는 게임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정치인

들의 궤변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영혼이 그 어느 누구로부터도 억압당하지 말아야 될 타고난 자유

를 누릴 수 있어야 된다. 이 山頂의 발아래에 펼쳐진 저 골골의 평온한 바람들을 힘껏 마시며 다 함께 춤

출 수 있어야 된다. 자유롭게..자유롭게..독창적인 발걸음으로..

 

 (삿갓봉에 올라..지나온 팔공산을 돌아보니..)

 

삿갓봉에서 오른쪽으로 직진하는 와룡자연휴양림의 큰 길을 버리고 왼쪽 백운면쪽 내림길을 내려선다.

잡목과 키 큰 산죽군락이 도열하며 배낭을 당겨 걸음을 더디게 한다. 건너다 보이는 1080봉 암봉이 멋져

보인다.지나온 삿갓봉과 그 이름을 놓고 다툴만 하다. 작은 오르내림으로 쉽게 암봉에 올라서니 조망이

매우 좋다. 멀리 동쪽의 백두대간 백운봉길이 선명하게 다가오고 덕유마저 오른쪽을 차지한다.(11:55)

 

홍두깨재로 내려서는 내림길은 매우 완만한 오르내림으로 꽤 긴 거리를 걷는다. 서너개의 작은 봉우리

를 거치며 시루봉에 가까워진 선두의 길찾기가 조금 지체되는 모양이다. 약간의 암릉을 거쳐 깊은 산죽

터널을 지나 961봉 안부에 이르니 왼쪽 차도에서 기계음 마저 들려 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홍두깨재

안부에 내려서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12:30) 후미에 뒤따르던 대원이 아무래도 오름길에 자신이 없어

오른쪽 중리마을로 직접 내려서는 탈출을 계획해 본다. 이제 시루봉 하나만 남겨 놓고 아무래도 아쉬어

서로 도우며 천천히 함께 걸어 가기로 맘을 고쳐 먹는다.

 

우리가 계획하고 변해나가는 목적은 당연히 변혁을 위한 변혁이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흔히 하기 좋

은 말로 무조건 변해야하고 바꿔야한다고 부르짖는다. 그러면서도 마누라는 제외할 줄 아는 도덕적인

냉정함도 요구하긴 하지만..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개혁과 변화는 앞날의 결과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할

것이고,그러한 앞날이 우리의 자유로운 삶에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냉정한 잣대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 무조건 변혁과 개혁을 부르짖는 정치꾼들, 심지어 보수적인 정당에 몸을 담

은 인사들이나 그 지지자들 마저도, 작은 그들의 집안 일을 논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상대방을

수구꼴통으로 몰아 세우는 말장난이니 참으로 그들의 비인간적이고 맹목적인 논리에 혀를 찰 일이다. 

 

 (시루봉,덕태산이 예쁘다.)

(13:10) 홍두깨재를 지나 느린 걸음으로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선다.큰 바위지대를 지나 시루봉이 보이는

헬기장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한차례 밀려온다. 이제 힘겨운 오름길은 끝이 났다. 시루봉 예쁜 정상

아래 오른쪽 신광치 내림길 갈림길 안부에서 긴 휴식을 갖는다. 마지막 이슬이 한잔으로 원기를 돋우며

1시간여의 마지막 긴 내림길을 위해 후미조를 기다린다. 같은 길을 함께 걸으며 외로움을 달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동지애는 참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길이요 자유로운 길이기에...결코 서로에게

억압하는 그러한 불필요한 존재가 없는 길이기에..이 땅의 모든 영혼들이 이처럼 자유로워 지기를...

 

(13:40)긴 휴식 후 오른쪽 급경사 내림길로 내려서는 발길이 이른 봄의 잔설에 매우 미끄럽고 조심스럽

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배낭속의 아이젠을 꺼낼까도 생각해 보지만 귀찮은 마음에 길섶의

나뭇가지에 매달리며 안부까지 20여분 엉금엉금 기어 내린다. 안부에 내려서서 암릉을 넘고 잣나무 울창

한 숲길을 벗어나니 억새밭을 지나면서 개여뀌군락의 언덕에 멈춰선다. 비포장 도로로 이어진 신광재

고갯길엔 대간길 고냉지 채소밭 보다도 더한 누더기 개간이 이루어져 줄지어 늘어서 있는 비료 푸대가

독약처럼 아려 온다.민가도 없는 이 산마루 고갯길까지 기어 오를 수 밖에 없는 우리네 가난들...

검은 위장막의 비닐 하우스 안에서는 어떤 행복이 자라고 있을까..

 

 

 (신광재-중리마을 내림길)

 

(14:20) 오른쪽 송림숲으로 내려선 비포장 도로길 옆 개울에는 신광재에서 흘러내리는 금강을 향한 또 다

른 시작이 맑게 흐르고 있다.단지 고갯마루 위의 난개발의 영향으로 이미 골을 따라 진행되는 산사태가

오래지 않아 아랫마을로 흘러 내릴까 염려스럽다. 보름 후 다시 이길을 올라 성수산 오름길을 향해 밤길

을 밝혀야만 되겠지...중리 마을 어귀에서 재배한 더덕을 손질하는 산골 마을의 향내를 맡으며 터벅거리

는 외지인의 발길에 강아지 한마리가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구나..(14:50) 

 

3/19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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