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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정맥(2007-10)·完了/호남정맥(07)·完了

6/16-17서암산(방축리-과치재)구간 종주-호남정맥 7차

by 道然 배슈맑 2007. 6. 7.

 

 

 

(산행  시간표)

 

6/16   22;00    신도림출발

   17   03:30   방축리 출발

         04;55    314.5봉                          2.0km

         05:55    봉황산(235.5)                  2.5km

         07:15    서암산(450)                    2.8km

         07:40    식사후 출발

         08:45    설산 갈림길(412)             3.2km

         09:25    설산등정 후 갈림길 회귀

         09:45    괘일1봉-괘일2봉-괘일3봉(괘일산 정상)

         10:55    무이산(304.6)                 2.5km

         12:00    과치재(15번국도)            2.4km

          

                       8시간 30분              14.4km  (설산구간 제외)                    

 

 (산나리)

(6/16 22:00) 정맥 길을 준비하던 토요일 한낮을 엉뚱한 일로 보내고 늦은 준비를 서두른다. 배병장이 대

학원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기숙사로 들어간다는 계획에 이슬이라도 할까 했지만 얼굴 보기가 힘들어 산

행을 다녀와서 한 잔 나누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부디 스스로 택한 길에 후회없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

랄뿐이다. 무릇 학문의 길이 아직은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충족할 수는 없는 현실이지만, 단 한가지라도

이룰 수 있다면 명예를 택한 길이니 부디 지식기능인이 아닌 진지한 학자로서, 인류의 보편적인 행복의

탑에 작은 돌 하나 얹을 수 있는 보람을 가지도록 빈다.

 

오늘날 지식인으로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는 상위1%의 훌륭한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많은 부를 누

리고 있으나,정치쪽은 물론이거니와 온갖 분야에서 명예보다는 부의 축적에 더 많은 쾌감을 느끼고 살아

왔으니, 일찍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꾸지 않은 탓에 뒤늦은 자리매김을 이루자니 얼마나 힘이들꼬..부

디 더 큰 행복과 만족을 위하여 다가 올 앞날도 내다보며 배운데로 올바른 삶의 길을 찾아서 노력할 일이

다. 내 스스로 꿈꾸던 그 길을 이루지 못한 애비로서 배병장의 삶에 후회없는 정열이 함께하여 오랫동안

쌓아 갈 지식을 통하여 이웃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려 본다.

 

서울로 부터 점점 멀어지는 산행 들머리를 찾아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I.C.를 빠져나온 미니버스가 담양

읍을 지나 밤길의 24번 국도 메타세콰이어 숲길을 달린다. 벌써 여름이 무르익어 녹색의 싱그러움이 가

득한 방축리 고갯마루에서 전남북 담양/순창 땅을 양발로 나눠 밟는다. 지난 구간 날머리 길 덕진봉 아랫

마을에 자리한 全州 李翁宅이 자리한 방축 마을도 아직은 한밤중이라 어둡고,남쪽 들머리의 서너가구 공

장터에서 큰 개가 한밤중 나그네의 발 소리에 잠을 깨 짜증을 부린다. 미안한 맘으로 서둘러 채비를 차리

고 산행 걸음을 재촉한다. 

 (전남북 경계표지 사자상)

(6/17 03:30) 포장 길을 따라 작은 공장 터 왼쪽으로 오르며 마을을 급히 벗어나니 묘지들을 지나고 컨테

이너 숙소 곁을 지나 수레 임도를 따라 걷는다. 갑자기 어두워지는 렌턴 불빛에 당황스럽다. 전지약을 갈

아 끼운지가 얼마 되질 않는데..달도 없는 음력 초이튿날의 새벽이 더욱 어둡게 느껴진다.오른쪽 숲속으

로 들어가 묘지 터에서 잠시 어둠속에서 길찾기에 머뭇거리다 오른쪽 묘지터를 지나는 숲길을 찾아 지난

다. 여러기의 묘지들에 합동으로 안녕을 여쭙고 대나무가 꽤 많이 섞인 소나무 숲을 지나 88고속도로(광

주기점 18.5km)에 내려선다.

 

지도상 마루금은 고속도로를 남으로 잠시 건너 1km 정도의 낮은 오르내림 후에 다시 고속도로 북측으로

넘어 온다.밤길 질주하는 차량들과 10여명의 초행길이 염려스러워 건너 오름을 생략하고 서쪽 고지산

(314.5봉) 들머리를 찾아 고속도로 갓길을 따라 서쪽으로 걷는다.  지나는 차량들이 한 밤중을 걷고 있는

산꾼들에게 참 딱한 눈길이겠지. 하지만 이른 새벽에 바삐 달리는 차량 속의 분주함도 거꾸로 딱해 보일

지경이니, 이 시간에 잠못드는  인간이란 몽땅 딱하고 한심스러운 부류들임엔 틀림이 없겠다. 깜빡이를

켜 놓고 갓길에서 잠시 잠을 청하던 젊은이들의 차량이 산꾼들의 헤드랜턴에 귀찮은 듯 자리를 뜬다.

 

미리 숙지한 선답자의 기록에 따라 광주기점 17km표지부근을 목표로 무심코 걷다보니 16.5km표지까지

넘어 섰다.도로 돌아오면서 상황을 살피니 거리표지가 광주쪽은 짝수요, 대구쪽은 홀수인 모양이다. 지

하통로 옆에서 어둠속의 작은 리본을 발견하여 고지산 들머리를 확인하니 벌써 20여분 시간을 허비하며

머뭇거렸다.서둘러 고지산 정상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지만, 엄청난 잡목가지와 소나무 마른 잎이 목을

타고 땀과 함께 등뒤로 스며든다. 산딸기, 찔레덩쿨의 따가움 까지도..작은 능선봉을 지나며 잠시 오르막

을 맛본 후에 고지산 정상 삼각점을 지난다.(04:56) 여명 속의 큰 무덤가에서 배낭을 내리고 신발을 벗어

본다. 작년 속리산에서의 등산화 고통을 상기 시키며, 뭔가 기분이 좋질 않게 발바닥에서 열기가 올라 온다. 이제 겨우 시작인데...

 (이목마을 개망초 언덕의 새벽)

(05:00)고지산 아래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조금씩 밝아 오는 여명 속에서 랜턴을 집어 넣고 소나무 숲 속

을 천천히 걸어 내린다.남쪽으로 급히 꺾어 내리는 마루금은 이내 오른쪽 대나무골 야영장이 이어지는

88 고속도로에 닿는다.담양 금성면 봉서리 마을의 고지산 자락에는 "다모"(MBC) 촬영등으로 유명해진

죽녹원도 있다는데..언젠가 한가로 운 걸음으로 물푸레와 함께 대나무 숲길을 걸어 볼 수 있기를 기약해

본다. 절개지를 왼쪽으로 내려와 차량이 뜸한 틈을 타 중앙분리대를 가로지른다. 지하통로나, 동물(?) 이

동통로 하나쯤 설치했으면 하고 아쉬움을 남긴다. 도로 건너편 묘지에서 잠시 휴식후 절개지 남단으로

도로를 따라 이동하여 왼쪽 마루금을 찾아 오른다. 가을 들국화 같은 개쑥부쟁이 하얀 꽃잎이 새벽을 산

뜻하게 살랑거린다.(05:20)

 

거칠고 쓸모 없는 소나무 숲과 잡목지대를 길게 지나고 나서야 정원용 소나무 묘목밭을 가로질러 수레길

에 오른다.평탄한 길에서 발바닥을 자극하는 고통이 시작되니, 대간 길 초반의 따가운 평발의 설움이 되

살아 난다. 아무래도 오늘은 힘든 걸음을 이어갈 것은 틀림 없는데..긴 수레길을 따르고, 인삼밭과 멋진

묘소를 지나 이목 마을 오른쪽의 이목고개를 넘어선다. (05:40) 대여섯 가구의 깨끗한 농가로 이루어진

이목 마을의 고요한 새벽이 기지개를 편다.임도를 지나 긴 오르막으로 가시 덤불의 잡목을 헤쳐나간다.

왼쪽으로 잠시 방향을 돌려 잡으니 잡목 숲을 지나 봉황산 표지판이 매달린 작은 봉우리를 지난다.

(05:55) 

 (일목고개에서 서암산을 바라보고..)

평지 같은 넓은 숲길을 이루는 봉황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조금씩 방향을 틀면서 동쪽 일목 마을로 향해

편안한 오르내림을 반복한다.묘지가 줄지은 곳을 지나 오른쪽 수레길을 따른다. 이미 해는 꽤 많이 올라

온 시간이나, 다소 흐린 날씨에 아직은 햇볕이 따갑지 않고, 큰 오름을 맛보지 않았으니 힘들지도 않은

구간인데..오직 신발에 적응 못하는 발바닥의 따거움만이 점점 심해지니 고문을 당하는 느낌이다. 참자..

어디 개울이라도 있었으면...배낭에서 와세린을 꺼내 듬뿍 발라본다. 파스도 뿌려보고..한결 시원하고 그

런대로 견뎌낼 것 같다.

 

잡목 숲을 올라서고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니 마주보이는 서암산 두 봉우리가 크게 다가온다. 오늘의 첫

된오름을 맛보겠지..  대나무와 소나무가 뒤섞인 숲을 천천히 지그재그로 내려가니 금과면 일목마을로

통하는 일목고개에 내려선다.(금과 목동/담양 봉황, 06:20) 가장 공기가 맑고 적당한 고도를 유지하는 산

골 마을이라 세계적인 장수촌이라 했던가..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이야 천명이라 했거늘, 길고 짧은 수

많은 삶들이 이 땅 어느 곳에서 제 각각의 역사를 이루다가 사라질지라도 부디 구천을 떠도는 영혼의 아

픔은 잘 씻겨지고, 이 땅 산산 골골에 한서린 원혼들의 울음은 잠재울 수 있기를 바래본다. 저리도 평온

하고 풍성한 지붕 아래서 이념 따위가 뭔 가치가 있으리요..

 

시멘트 포장길을 지나고 수레길을 따라 대나무 숲 내림길을 밟아 내리니 소나무 묘목 밭이 잘 조성되어

있고, 지도상의 단풍나무 묘목장은 좀 더 아랫마을쪽인 모양이다. 호남정맥 등산로 이정표를 친절하게

세워 놓은 상신기 마을입구 고갯마루에 내려서서 "松旨農園"을  끼고 농원 좌측으로 돌아든다. 이른 아침

농원을 둘러보며 정맥 길 나그네를 마주하는 마루금 농원 주인 아저씨의 구리빛 주름에서 소나무 농원을

 가꾸기 위해 긴 세월을 보낸 보람을 읽는다. 비록 작은 몸집이지만 그 성큼한 걸음이 키 큰 타조만큼 우

람해 보인다.

 

     (서암산 직전 산불 감시초소 전망대에서 금과면을 바라보고..)

 

송지농원 묘목 밭을 거슬러 오르는 농로에서 바라보는 서암산 비탈이 꽤 힘겹게 다가온다.농원 윗쪽의

숲속 오르막을 가운데로 치고 오르자 마자 된비알이 시작되면서 10여분을 허덕거린다. 다행히 가쁜 숨은

몰아쉬더라도 발바닥 고통은 오히려 오름길에서는 훨씬 편하게 느껴지니 그런대로 살만하다.소나무 숲

의 마른 잔잎들이 목을 타고 등쪽 안으로 스며든다. 잡목 가시덤불도 여전히 길을 막는다. 서암산 오름길

은 일반 등산객들이 자주 찾지는 않는 모양이다. 서암산 오름 길 중간 감시초소가 있는 바위 전망대에 올

라서서 금과면 들녘을 바라보고 휴식을 취한다.(06:55)

 

북쪽으로 멀리 지나 온 정맥 길들이 겹쳐지며 순창 들녘으로 밀려드는 아침 안개가 시골 부엌 연기처럼

퍼진다. 저 푸른 들녘에 해가 높이 솟으면, 금과 들녘에 최장수 노인들의 들소리 농요라도 들려올까..일

찍 모심기를 끝낸 논가에 앉아 이앙기 문명을 고마워 할진대, 힘겨움을 잊기위한 그 시절의 가락이 묻어

날 것인가..비록 자연을 보호하고 아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무조건 밀림의 원시로 회귀하는 식의 국

립공원관리공단 보호정책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오늘날 환경론자들의 정책이나 시위도 좀 더 합리적이

고 보편적인 인간의 삶의 질과 부합하는 설명이 요구된다. 이 땅의 역사는 자연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

들의 행복을 위한 진보를 요구해 온 것이다. 이어지는 바위지대의 급경사 오르막을 10여분 힘겹게 올라

서니 서암산 정상 어깨(455)에 다다라 아침식사를 펼친다.(07:15) 

 

  (설산 정상에서 전북 순창 땅을 벗어나면서)

 

(07:40)아침식사 후 마루금에서 벗어난 설산 오름길을 위해 선두와 함께 출발을 서두른다. 이어지는 오른

쪽 서암산 정상길과 고비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버리고 왼쪽 내리막으로 방향을 잡아 다시 동쪽사면을

밟아 내리니 아무래도 너무 마을 쪽으로 떨어지는 느낌에 불안한 마음이다. 임도 수레길을 따르다 왼쪽

에 새로 만든 컨테이너 하우스를 지난 후 오른쪽 숲길로 들어서면서 완만하나마 마루금 다운 오르막을

마주한다.조금씩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남동 방향을 잡아 나간다.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니 서흥

마을 고갯길을 지난다. 햇살이 따가워 진다.(08:00)

 

임도를 건너고 짧은 오르내림으로 편한 걸음을 이어 나간다. 꽤 키 큰 소나무 숲이라 비교적 걷기에 여유

롭고, 잡목가지도 별로 없어서 좋다. 속력을 좀 붙여야 설산 삼거리에서 후미와 만날 수 있을텐데..발바

닥이 말을 듣질 않는다. 왼쪽 청룡리 들판으로 내려서는 임도를 지나는 안부에서 잠시 물 한모금 들이키

며 쉰다. 민치 고개다.(08:20)이젠 전북 땅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설산 어깨 부터는 전남 곡성땅과 담양땅

을 가르게 된다. 멀리 설산 오름 길에서 사람들의 반가운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새벽에 고지산 아래

에서 만났던 포항 친구들인 모양이다.

 

 (괘일 1봉에서 2봉을 배경으로)

송전탑을 끼고 오른쪽 오르막을 10분정도 올라서니. 별로 쓸모 없는 펜스가 나타나고 왼쪽으로 꽤 넓은

길이 나 있다. 능선 우측 사면길을 잠시 된오름으로 올라서서 편안한 능선 길을 만난다. 작은 오르내림을

거치며 송전탑과 잡목 숲을 지난다. 꽤 멋들어진 암벽을 올라서니 왼쪽 설산길 갈림길에 다다른다.

(08;45) 4-50분 걸리는 설산을 다녀 올까말까 매우 망설여 진다. 발에 느끼는 통증 아닌 통증이 짜증스럽

다. 배낭을 벗어 숲 속에 던져 놓고 왼쪽 설산을 향해 뛰어 오른다. 오히려 덜 따가운 기분이다. 오름길

중간에 있는 멋진 암릉 전망대에서 담양쪽을 조망한다. 설산 정상에서 금과면과 옥과면을 남북으로 조망

한다.(09:10)

 

관음사 사적기를 바탕으로 심청전의 원류를 구성하고 있는 곡성땅..저 멀리 통명산 아래로 겹겹이 밀려

오는 전설 속에서 대흥마을 元洪莊의 효심이 가득하고,송정마을 섬진강 나루터에 晋나라 배가 닿았구

나. 석곡 마을 들판에서 삼베(돌실나이)짜는 소리가 들려 온다. 오른쪽 남쪽 정맥 마루금이 이어지는 곳

에는 괘일봉  사자머리가 녹음을 뒤집어 쓰고 더욱 풍성하구나.(獅子仰天穴) 비록 動樂朝日 雪山落照

(곡성팔경)는 시간상 상상으로 지나치지만, 雪山歸雲(옥과8경)은 기대했는데...햇살만 따갑다. 서둘러

정맥 갈림길로 돌아 내리는 걸음이 몇 분전의 갈림길을 혼돈하니 자칫 수도암 내림길로 잘 못 내려 갈 지

경이다. 삼거리를 지나는 후미팀의 무전을 바로 따르며 벗어둔 배낭을 표지 삼아 다시 괘일봉을 향해 오

른쪽으로 내려 선다.(09:25)

 

 (괘일3봉 능선길)

설산 갈림길에서 편한 내리막으로 수도암에서 오르는 임도까지 쉽게 내려서니 설산에서 먼저 내려 갔던

선두팀이 보이질 않는다. 결국 수도암 쪽으로 잘 못 내려 간 모양이다. 날도 더운데..곧 바로 뒤돌아 오르

기엔 힘겨운 아침 나절이다. 설옥리에서 담양으로 넘는 고갯 길을 건너 소나무 울창한 작은 봉우리를 짧

게 넘어 오르니, 설산이 마주 보이는 바위 전망대에 올라서서 뒤에서 올라오는 대원들을 기다리며 10여

분 휴식을 취한다.(09;45) 발 아래 설옥리 마을이 한가롭다. 설산 남면이 한 눈에 들어오며, 수도암 절터

가 내려다 보인다.

 

괘일봉 세 봉우리를 차례로 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다. 오른쪽 우회길을 버리고 사자머리 정수리를

조심 조심 밟아 넘기로 하지만 조금 스릴을 느낀다. 제1봉은 그런대로 쉽게 암릉 좌측을 돌아 올라 제2봉

을 배경으로 감탄한다. 손에 잡힐듯한 사자머리 직벽이 신록을 뒤집어 쓰고 3봉을 가린채로 보여주질 않

는다.곡성 땅에서 저녁나절에 넘어가던 해가 걸린다는 사자머리가 급경사 얼굴면을 동쪽 옥과 들녘을 향

하고 서 있다. 책을 쌓아 놓은 듯한 퇴적층 바위 더미가 기묘한 형상으로 아름다움을 더해주니 점점 산꾼

들의 발길은 늦어지고 멀리 남으로 향하는 눈길 속에서 무등산이 솟아 오른다.

 

1봉과 2봉은 내리고 오름에 로프잡이를 거쳐서 10분 남짓 다리찢기를 경험하고, 2봉에서 3봉 내림길과

오름길은 긴 로프 구간과 암릉을 우회하는 신중을 요한다. 모든 암봉이 우회길을 마련하고 있으니 겨울

이나 우기에는 직접 오르는 길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3봉 정상 소나무에 괘일산 팻말이 매달려 있다. 마

지막 조망을 끝내고 왼쪽 사면을 돌아 내리니 3봉 아래 바위 전망대에서 3봉의 우람한 암봉을 조망한다.

(10:15) 무이산을 향한 내림길은 암반이 이어지는 매우 미끄러운 경사면이다. 완만한 슬랩지대와 잠시 비

탈진 소나무 능선을 밟아 내리며 안부에 내려선다. 

 (괘일산 내림길 슬랩지대)

남쪽 무이산을 향해 오른쪽 임도로 내려 선 후 마지막 후미를 먼저 보내고 휴식을 취하며 신발을 벗고 응

급조치로 발바닥에 파스를 몽땅 뿌려보지만 그마저도 동이났구나.. 아무래도 등산화 깔창이 1년여 신지

를 않은탓에 딱딱해 진 모양이다. 포도주 몇방울을 발에 묻히니 참 시원하다.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

아 너덜지대를 거치고 급경사 된오름을 맛본 후에야 무이산 삼각점을 지난다. 朱子를 떠올리는 9곡계곡

의 중국의 武夷山과는 너무 차이가 난다. 마을 뒷산 치고는 봉황산과 더불어 너무 거창한 이름을 빌어 왔

구나.. (10:55)

 

이후 과치재 까지의 서너개 작은 봉우리를 걸어면서 온통 과치재에서의 탈출로 고민에 빠져든다. 아무래

도 이 상태로는 1시간 반정도의 연산을 넘어 방아재까지 가기는 힘들겠다. 중간 봉우리에서 10여분 남은

포도주로 고통을 달래며 마지막 안간힘을 쏟는다. 날은 뜨거운데 금방 나올 것 처럼 자동차 소리만 요란

하고 넘어도 넘어도 다시 나타나는 봉우리들에 점점 지친다. 마지막 봉우리를 넘어 왼쪽 사면으로 돌아

내리니 주유소가 있는 과치재 13번 국도를 넘는다.(12:00)

 (남겨둔 연산..고개 넘어 방아재..)

호남고속도로를 넘어서서 연산을 넘기위해 선두팀은 고속도로 배수구를 기어서 건넌다. 맞은 편 절개지

에 서서 용기를 북돋우지만 도저히 자신이 없다.명색이 호남정맥길을 가로지르는 호남고속도로를 건설

하면서 지하통로 하나쯤 넓혀 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2년간의 대간 정맥 길에서 처음으로 탈출을 맛

본다. 길가에 늘어진 버찌나무 열매를 따서 씹어보지만 그마저 쓰다. 빨리 어디 계곡을 찾아 발을 담그고

싶을 뿐이다..

 

연산너머 방아재로 넘는 구름이 더욱 맑고 어서 오라 손짓하건만..씁쓰레한 기분으로 鋪道에 주저 앉아

다음 구간 전에 보충하리라 다짐만 할 뿐이다. 일찍 방아재 계곡에서 발을 식히고, 창평면 돼지불백에 이

슬이로 대신한다..

 

6/19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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