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시간표)
10/6 22:00 신도림 출발
10/7 03;45 용추폭포 출발
04:05 골재 1.4km
04:30 골치산
04:45 일림산(삼비산664.2) 1.2km
05:15 (일림산,보성) 1.5km
06:00 413봉 2.0km
06;40 삼수동222 2.0km
07;25 활성산(465.2) 1.0km
08:00 활성산 아래 갈림길 식사 후 출발
08:45 봇재 1.7km
09:00 제일다원 입구
08:30 313봉 1.5km
09:40 411.4봉 2.2km
10:45 봉화산 1.3km
11:40 417봉 2.2km
12;25 그럭재 1.8km
13:20 314.6봉
13:40 대룡산 분기점
14:00 346봉 2.8km
15:00 오도재 3.2km
11시간 15분 25.8km
(모싯대-잔대가 아님) *잔대는 잎이 조금 짧고 둥글다. 암술이 길게 나온다.*
(10/6) 22:00 1주일 만에 다시 이어가는 호남정맥 길이 계획상 연이어 긴 구간을 소화해 내어야 한다. 남
쪽에서 태풍의 영향으로 비소식이 있으나 오후에 시작될 듯하니 조금 서두러 피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한 주 동안 높은 어른의 방북 소식에 접하며 조금은 진전되어 가는 느낌의 통일에 기대를 걸어도 본다.
상황이야 어떻든..정치꾼들의 바보짓이나 진실되지 못한 언행들이야 곧이 곧대로 믿을 바는 아니지만,
요 며칠간 만큼은 그래도 살아 생전에 백두산 오름길을 내 땅에서 들머리 잡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
에 가슴 설레기도 한다..그 곳 산정에서 그날에 터뜨릴 한 많은 비명들이야 또 얼마나 처절하겠냐마는..
그냥 먹물로 검게 지워도 될 노란 줄 하나 그어 놓고..대통령의 작은 손으로 휘저어도 걸리지 않는 썩어
가는 이념들의 찌꺼기에 가위 눌린 채, 제대로 터지지 않는 함성으로 꺼이 꺼이 불러 온 통일의 노래들..
부디 이 땅의 민초들이 바람을 맞아 쓰러지고 다시 일어 나는 날, 잔머리로 다스리고 묶어 온 낡은 생각
들을 다 날려 버리고, 맑고 생기나는 민주의 꽃을 피우며 사람다운 삶과 생각으로 환희에 찬 대간 맥길을
이어 걸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광주 체전을 하루 앞둔 시가지는 아직은 조용하게 잠이든듯하다. 주남 마을 앞길에서 밤을 새워 기다리
던 雲海선배를 태우고, 잠든 웅치면 용추폭포 주차장에 조용히 닻을 내리니, 그믐으로 향하는 칼날같은
달빛이 계곡 암반에 부셔지며 물길을 뒤흔든다.(10/7 03:30)골재 정맥 길 등로까지 거슬러 오르자면 또
한번 긴 워밍업을 필요로 할 것이고, 긴 구간의 행군을 준비하며 행장을 서두르고, 보성 땅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나아 갈 정맥꾼의 머리위로 선뜻 청량한 바람이 억새 모습으로 어두운 밤길을 앞서 가니 시
린 남자의 계절도 깊어 가는 모양이다. 덥지않은 날씨에 등산객의 발길은 가벼운 계절이다.
(지난 주 사자산 하산 길에 보아 둔 일림산)
(03:45)자유인 탐사대 9명의 헤드랜턴만이 오직 살아 있는 듯한 용추계곡 주차장을 출발하여 목조다리를
건너 편백나무 숲속으로 빨려들듯 대원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오늘 구간의 긴 거리도 그렇거니와, 오
후에 밀려온다는 비소식도 채찍질에 몫을 더한다. 지난 주 내림길에서 뜨거운 발을 신발채로 담갔던 계
곡물이 한밤중을 꽤 큰 소리로 흘러 내리며 숲 속을 채운다. 20분 남짓의 빠른 걸음으로 임도를 지나 골
재 마루금에 올라선다.(04:05) 왼쪽 동쪽 골치산으로 향하는 등로가 부드럽게 이어진다.
골재란 순수한 우리말이 골치(峙)로 변하여 결국 '골치산'까지 만들었나보다..그러나 그 오름 길은 별로
골치가 아플 정도는 아니고, 가을 바람 솔솔 부는 그믐달 밤에 왼쪽 용반리 마을의 졸리는 불빛들을 가지
사이로 흘끔거리며 '작은봉'이라 쓰여진 능선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가볍게 골치산(614) 봉우리를 올라
선다.(04:30) 오른쪽 내리막으로 방향을 잡아 철쭉 길을 걸으며 어둠 속에서 지난 봄 붉게 타올랐을 화려
한 축제를 연상하고, 편안한 능선 오르막을 채우고 있는 산죽 길에서 성긴 억새가 뺨을 스친다. 이정표가
있는 산죽 억새길 삼거리에서 90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철쭉 숲길을 잠시 올라서니 일림산(664.2) 정
상이 머리가 벗겨진 채로 합장묘 1기를 자락에 누이고 희미한 달빛 아래 철 지난 방문객을 맞이한다.
(04:45) 정상표지석은 보이질 않고 삼각점 하나 외롭다. 장성 삼비산을 고수하고 싶은 까닭인가..
지도상에 삼비산으로 표기 되었던 이곳이 보성 일림산 v 장흥 삼비산의 시비 속에서 일단 2006년 7월 18
일 부로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지명을 일림산으로 확정했으니, 여러가지로 서로 이해 관계와 역사적 사료
들에 따른 주장의 여지는 남아 있겠으나, 확실치 않은 주장들을 옮겨 적고 싶지는 않고 일단 통일된 지명
으로 사용되고 표기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튼 그동안 일림산으로 병행 표기되던 보성 쪽의 626.8봉이 그
이름을 잃게 되어 섭섭하겠다. 일림산 주봉은 정맥길의 최남단을 꺾으면서 다시 동북쪽으로 정맥길을
밀어 올리는 봉수대 삼거리를 발치에 두고 최고봉 정상답게 고교한 모습으로 보성만을 굽어 본다.
(골재 정맥 길 안부에 올라서서)
투구봉,상제봉과 더불어 장흥 삼비산(三妃山, 參妃山)의 전설을 간직한 일림산에서 목을 추기고 휴식하
며 대원들의 워밍업을 확인한 후 서서히 선두조를 앞세우며 억새 바람이 이는 철쭉 평원을 천천히 걸어
내린다.봉수대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한치재 방향으로 90도 왼쪽으로 꺾어 산죽 길을 편히 걸어 나가니
헬기장을 지나 왼쪽 용추폭포에서 올라 오는 등로 갈림길을 만나고 보성강 발원지 표지가 선명하다.
(05:00) 모후산 아래 주암호의 숱한 전설을 잉태하고 섬진강으로 보태질 물줄기가 바로 이 곳 용추폭포에
서 큰 소용돌이를 맛본 후에 화강천을 거쳐 북으로 물길을 잡아 내린다.
편안한 능선 길을 오르내리며 두번째 헬기장에 다다른다.용반 삼거리 이정표가 있고, 지도상의 옛 일림
산(626.8)으로 여겨지나 이미 아무런 표지가 없다. 이어지는 암봉을 지나(05;15) 산죽길 급경사 길에서
조심스레 방향을 확인하고 왼쪽으로 꺾어 내리니 어둠 속의 바위 전망대에 서서 멀리 보성만의 희미한
불빛들을 지켜보며 밤 바다를 상상한다. 그것이 강인들 산인들 어둠속의 푸르름은 온통 하늘 뿐이요, 검
은 것은 산이었지만..오늘은 하늘과 바다가 희뿌옇게 맞닿아 내린다. 어둠의 저편에는 '삼도의 강'(三途
川)이 있어 9월초 북한산 노적봉에 육신을 묻은 젊은 산친구의 영혼이 그 강물 들이키고 이승의 번뇌를
깡그리 잊은 채 훠어이 날아 건너고 있겠지...
(한치재 삼수마을 입구에서)
어둠속의 전망을 끝내고 왼쪽 벼랑길도 잠시 산죽길과 편백나무 숲을 천천히 내려와 회령다원 삼거리를
지난다.(05:45) 이 후 서너개의 큰 오르내림이 없는 봉우리를 넘어 암릉 전망대를 지나 413봉 한치재 정
류장 갈림길에 올라선다.(06:00) 직진의 한재 능선길을 버리고 새롭게 정맥길로 개척된 삼수동 마을길을
찾아 90도 왼쪽 사면을 돌아 내리니, 급경사 잡목 길이 호남정맥답게도? 어지럽게 돌아 내린다. 긴 잡목
숲을 헤쳐 내리며 희미한 선답자의 발자욱을 따라 내리니 대나무 숲속을 지난다.
(삼수마을에서 413봉을 돌아보고)
이 대나무 숲속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치고 오르는 희미한 길을 찾아야 했으나, 이미 수레길을 따라 내려
와 과수원 오른쪽의 정맥길을 잠시 벗어나 과수원 왼쪽 가장자리를 밟고 매남마을 지방도에 내려와 삼수
동 마을 입구에 다다른다.(06:20) 아직도 아침이 찾아 오질 않은 마을 앞 벼논에는 노랗게 익어가는 가을
을 축제하는 코스모스가 가장자리를 장식하고, 서편제 애절한 판소리가 억새 풀잎 위로 하늘거린다. 지
리산 고리봉 아래 고기리 마을 길과 같은 포장도로의 맥길을 따라 걸으며 사슴농장의 아침을 여는 큰 소
리와 함께 한바탕 동네 어귀를 감돌아 삼수마을 앞 삼수정에 배낭을 풀고 물을 채운다.(06:40)
(삼수정에서 물을 채우고..)
삼수정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른쪽포장도로를 따라 고갯 마루까지 걸어 올라 오른쪽 능선 길로 이어
지는 숲길 임도에 올라 선다. 삼거리를 만나 크게 난 길을 따르고 오른쪽 급경사 잡목 숲을 오랫만에 숨
가쁘게 지쳐 오른다. 30여분 동안의 된오름을 거쳐 활성산 갈림길 능선에 올라선다.(07;20) 후미조가 오
를 동안 잠시 왼쪽 활성산 정상을 돌아 나온다.(467) 표지판 하나 외롭게 정상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적
막하고, 조망이 좋질 않을 정도로 잡목이 무성하다
(활성산에서 득량도를 마주하며..)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오른쪽 내림길 직전의 봉우리 묘터에서 보성만을 조망하며 막걸리 한 잔과 빵 한
개로 아침식사를 대신한다.(07:30-08:00) 마주보이는 득량도가 손에 잡힐 듯 한가운데서 방향을 잡아 주
고, 그 너머로 안개 속에 희미한 고흥반도 끝자락엔 한 많은 설움을 간직한 채 천형의 벌로 여기고 숨죽
이며 살아가는 소록도의 설움이 긴 시간 변함없이 소리없는 아침을 열고 있겠지..사슴처럼 예쁜 섬을 가
꾸며 인고의 세월을 안고 살아가는 그들에게 그나마 곧 다리가 완성되어 뭍으로 드나들기가 편리해진다
니 다행이다. 부디 그들의 병고가 결코 인간 세계의 수많은 질병들에 불과한 것으로, 비록 그 치유가 힘
들지언정 이웃의 버림을 받을 만큼 죄인시 하지 않는 오늘이 되기를..
(봇재 다원 전경)
(08:00)식사 후 묘터 왼쪽으로 급경사 길을 잠시 밟아 내리니 드디어 경사진 남사면에 녹차밭이 활성산 8
부 능선까지 밀고 올라 왔다. 밭 왼쪽 가장자리를 따라 돌아 내린 후,동쪽으로 길게 뻗어 내리는 능선길
을 향해 천천히 올라간다. 얕으막한 봉우리를 서너개 오르내리면서 고사목과 잡목이 어지러운 능선을 20
여분 헤쳐 나간 후 급경사 내리막을 거쳐 임도를 지난다. (08:25)좌우에 녹차밭이 보이기 시작하는 완만
한 능선길을 따라 봉우리 왼쪽을 돌아 넘으니 발아래 봇재다원의 넓은 시설이 확 트이면서 새벽을 달려
온 관광객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녹차밭 사이로 난 편한 계단길을 따라 주차장을 지나고 보성읍을 지나
장흥으로 넘어가는 봇재 18번 국도에 내려선다.(08:45)
(봇재에서)
봇재 정상에는 작은 공원을 꾸미고 관광객들의 눈요기감을 위한 조형물들이 많이 설치되어 있고, 계속
공사가 요란하다. 다만 아직은 좀 난잡스럽고 정리되지 않은 조형물과 시설물들이 자연스런 다원의 친
환경과는 밸런스가 맞질 않아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조금 더 전문가의 계획적이고 차원 높은 꾸밈이 아
쉽다. 며칠 전의 비극적인 사건 탓인지 주말의 관광객이 너무 한산한 느낌이다. 빨리 치유되고 이 아름다
운 율포 고갯 길에 맑은 웃음들이 찾아들어 잠시나마 3景(山, 湖水,바다) 3寶鄕(義鄕,藝鄕,茶鄕)의 멋드
러진 노랫가락을 즐길 수 있기를..
(녹차꽃잎이..)
봇재주유소 왼쪽으로 오르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봉화산 등산로 들머리를 찾아 오른다. 좌우 녹차밭
이 생산용 농로라기 보다는 관광용 차량을 위한 도로처럼 보이는 잘 정비된 포장길로 갈라져 있다. 녹차
꽃잎에 달라 붙은 꿀벌들이 이채롭다. (09:00)제일 다원 입구 삼거리에서 왼쪽 봉화산을 향한 오름길을
잠시 급경사로 오르면서 가시철망이 거북스럽다. 녹차 농원 답게 꾸밀 수는 없을까..능선 삼거리에 올라
서니 짙게 깔리던 비구름이 결국 방울져 내리기 시작한다. 배낭커버를 씌우고 간이 우의를 걸친다.
(봉화산 오르는 길에 오봉산 줄기가 득량만으로..)
능선길 왼쪽으로 길을 잡아 북쪽 봉화산 방향으로 잠시 오름길을 따르고 다시 왼쪽 농장 경계선을 따른
후 넓은 농로를 벗어나 오른쪽 숲길로 들어선다. 서쪽에 지나온 활성산과 보성읍내가 빗속에 희미하다.
잡목 숲으로 이루어진 작은 봉우리들을 편한 걸음으로 서너개 오르내린 후 전망 좋은 313봉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회천 앞바다 득량만을 조망한다. 오봉산 다선 봉우리가 고흥반도 긴 산줄기를 배경
삼고 바다로 빠지면서 천포리 작은 마을들을 골골이 감싼 채 가을비에 적셔진다. (09:40)
마주 보이는 진행방향의 북쪽 능선에 봉화산이 통신 안테나를 앞세우고 빗속을 걸어 오르는 산꾼을 반긴
다. 조금씩 개일 것 같기도 하던 날씨가 아무래도 짙어지는 구름으로 봐서 오늘 후반부는 비에 젖을 수
밖에..아직도 5시간 여를 더 가야하는데...비슷한 높이의 봉우리를 쉽게 넘어서서 두어 고개를 넘어 내리
니 잡목 숲 아래에 고갯길이 뚜렷하다.(재양골재) 동쪽 천포리 갯가 마을 사람들이 서쪽 삼산 마을 앞에
서 보성읍내 버스를 내려 이 고개를 걸어 넘던 고갯길이다. 오늘도 저 아랫 마을을 지키는 촌로는 도회에
서 공장일을 하는 막내 따님이 경전선 기차역에 내려서서 이 고갯길을 넘어오는 모습을 그리고 있을까..
(10:05)
(봉화산 정상에서)
고갯마루 왼쪽 편백나무 숲을 올라서서 녹차밭 왼쪽 갓길을 따라 작은 봉우리를 넘어선다. 녹차밭이 있
는 마루금까지 차량용 도로가 올라와 있다. 임도삼거리에서 봉화산 방향으로 10여분 올라서서 포장도로
가 이끌어 주는 곳에 통신기지 시설이 두개 연달아 세워져 있다.뒷편 정상엔 삼각점과 산불 감시초소가
빈집으로 비에 젖고 있다.(411.4봉, 10:16) 이젠 봉화산도 지척으로 보인다. 잠시 빗방울도 멈춘다. 빤히
보이던 봉화산 봉화대가 작은 봉우리에 가려지곤 하더니 결국 서너개의 오르내림을 거치고 30분 남짓 지
루한 숲길을 헤치고 나서야 봉화산 봉화대에 올라선다(10:45)
봉화대앞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며 남은 막걸리 한 잔으로 갈증을 달랜다. 희미한 안개 속에서 동쪽 오봉
산 줄기와 서쪽 보성읍내가 그림처럼 펼쳐 보인다. 양수아(양팽손 후손,파스텔 화가)님의 그림도 이렇게
흐린 날의 정경에서 시작된 것일까..일찌기 이념의 소용돌이를 벗어 나기 위해 그님이 부르짖었던 '무엇
보다도 인간다워야' 한다는 외침이 오늘날 내 발걸음 걸음마다 오직 새겨두고 싶은 인간다운 삶과 인간
을 위한 삶의 방향이 될수 있기를..그리하여 이 땅의 맥길이 저 먼 바닷가에 빠지는 날 회한의 잡념도 이
빗속에 녹아들어 씻기어 지기를..
(그럭재 내림길에 멀리 존제산이..)
(11:00)봉화대를 출발하여 헬기장의 봉화산 정상에서왼쪽으로 돌아 내린다.임도를 지나고 산죽군락 길이
비에 젖어 바지를 적신다.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에 조금씩 등산화 안쪽으로 빗물이 스며든다.왼쪽 보성
사 갈림길을 지나고 ,편안한 오르내림으로 작은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감아 돌아 보성유스호스텔 갈림길
을 지난다.다시 오른쪽 동막마을 내림길 안부를 지나 잠시 된오름으로 배각산(417) 정상 삼각점을 확인
한다.(11:50) 오른쪽으로 이어내리면서 잠시후 임도 삼거리를 만나 오른쪽 산허리로 감아 내린다.
작은 암봉을 넘어 바람재 임도 삼거리에 내려서니 키 큰 남근석 하나 우뚝하고 아직도 그럭재는 한 고개
를 더 넘어야 하나 보다. 멀리 다음 구간의 존제산 안테나가 안개 속에 희미하고 이제 호남정맥의 끝자락
을 향한 걸음이 점차 느껴진다. 또 올 한 해가 저물어 가는 모양이다.帝암산,존帝산,帝석산..임금도 많다.
임도 왼쪽으로 이동하여 오른쪽 임도를 따라 오른다.(12:00) 잠시후 통신 기지국을 지나고 계속되는 임도
를 따라 왼쪽으로 통신시설이 있는 봉우리 사면을 감아돈다.(반섬산,307봉) 왼쪽으로 내려서기전 이동통
신 기지국 담장을 돌아 묘지가 있는 언덕을 내려서니 그럭재에 닿는다.(12:25 보성/벌교, 2번국도)
(오도재를 넘어가는 봉우리들이 비에 젖어..)
그럭재 남쪽 정류소에서 잠시 비를 피하며 점점 뜨거워지는 발을 담그려 했으나, 마땅한 개울이 없다.
바람재(풍치) 마을 팻말과 대룡산 안내표시만 인적드문 4차선 도로에 덩그랗다. 4차선 도로 분리대를
조심스레 뛰어 넘어 북쪽 절개지 옆 농가 오른쪽으로 올라선다. 배수구 옆을 지나 숲으로 들어서니 급경
사 오르막이 시작되며 폐타이어 경사길과 개인호가 연속된다.10여분의 힘든 된오름으로 이미 지쳐버린
발걸음을 길섶에 내리니 녹차밭이 내려다 보이는 첫 봉우리가 반긴다.(272봉, 12:40) 양말을 벗고 파스를
뿌리니 시원하고 좀 살 것 같다. 남은 간식거리를 털어 내며 마지막 2시간여의 행군을 대비한다.(-13:00)
다시 20여분의 오름길을 밟아 315봉 삼각점에 이르니 이미 사위는 구름에 파묻혀 어두워 지기 시작한다.
대룡산 분기점(370)에 이르기 까지 편한 걸음으로 비에 젖으며 간간이 박혀 있는 암반의 이끼가 비에 젖
어 더욱 진한 초록빛을 띄며 생기를 북돋운다.조금씩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던 등로가 분기점을 지나
면서(13:40) 완전히 동쪽으로 방향을 튼다. 비에 젖은 고사목과 누렇게 시들은 고사리 밭들을 지나면서
조금씩 고도를 낮추어가며, 급경사 내림길도 나타난다. 346봉 삼각점을 지난 후에는 뚜렷한 목표지점도
없이 계속되는 오르내림의 등로를 파도타기 하듯 지쳐 나간다. 짙은 안개 속에서 촉촉히 젖어드는 습기
가 묘한 기분이다. 묘지들이 나타나면서 등로는 넓고 편해지면서 곧 마을들이 가까워 옴을 느낀다.
(한적한 오도재에 빗길을 밝히는 애마..)
(15:00) 긴 오르내림과 묘역들을 거쳐 빗길에서 안개로 어두운 오도재(悟道峙)에 내려선다.(겸백고개,검
백고개) 곳곳에 많은 오도재의 이름을 단 고갯길이 있겠지만 오늘 나는 이 어둡고 황량한 마루금에서 무
엇을 깨달을 것인가..
벌교 칠동마을의 弘巖 羅 喆이 깨달음을 얻은 곳이 이 고개일까.."진실로 자유를 사랑할 수 있는가.."
물음을 안고서 중광후사의 대종교를 세우고는,황해도 구월산에서 곡기를 끊고 이 땅을 하직한 그 님의
영혼은 먼길 떠나는 길에 이 고갯마루 넘어 너울너울 춤추며 벌교를 지나 갔을까..
보성군청 옆 식당에서 꼬막정식 안주에 생막걸리 한 잔으로 또 한 걸음을 자축한다. 복내면 삼베 수의 한
벌이면 족할 인생길에서 오늘 우리네 인생은 또 얼마나 많은 것을 위하여 피곤한 육신을 굴리고 있는가..
10/10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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