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시간표)
3/9 06:20 신도림 출발
09:30 윗대목리 출발
10:44 백두대간 주능선
11:00 천왕봉(1057) 한남금북 출정 2.7km
11:30 출정식 후 출발
11:45-12:20 923봉 사면 점심식사
13:20 680봉
14:15 667.3봉 3.0km
16:05 577분기점 4.5km
16:35 갈목재 2.0km
7시간 05분 12.2km
(윗대목리 입구 천황사,.아직 제대로 모습을 갖추려면,,)
(3/9 06:00) 봄을 알리는 맑은 날씨의 일기예보에 지난 주와는 달리 훨씬 배낭도 가볍고, 옷도 얇아진 차림으로 오랫만에 신도림으로 향
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백두대간 동지들(도담산우)과 즐겁게 어울리는 한남금북정맥길이 오늘 속리산 천왕봉에서 첫걸음을 시작하고, 또
한해의 무사산행을 비는 시산제도 예정되어 있다.작은 버스에 예상외로 많은 회원들이 참가하여 22명 완전 만석을 이루고 새로 생긴 청원
상주간 고속도로 속리산 I.C를 거쳐 쉽게 큰 저수지가 있는 삼가면을 거쳐 대목리 골짜기에 들어선다. (09:20)
2년전 백두대간 북진 길에서 구병산 아래로 펼쳐지는 만수계곡을 내려다 보며 금강유역의 발원지라는 막연한 지도를 그렸었는데..어느새
정맥길을 두해째 밟아 가고 있으니..내 땅의 기기묘묘한 산과 골들을 이제야 조금 이해할 것 같구나..도화리로 이름을 바꾼 대목리의 봄날
휴일은 인적을 찾기가 드물고 새로 지은 너와집이 그리 깊은 산골의 내음을 간직하지 못한 채 꺼지지 않은 전등불이 창밖으로 새 나온다.
(윗대목리 들머리에서 바라본 천왕봉 )
(09:30)천황사 입구 공터 주차장에서 산행 준비를 마치고 오른쪽 계곡쪽 포장길을 잠시 따른다. 이제 겨우 대웅전을 마련한 '천황사'도 속
리산 천왕봉 이름따라 '천왕사'로 명칭을 바꿀런지..도화리로 이름을 바꾼 대목골 계곡에 아직은 桃花를 찾을 수는 없구나..2시간 남짓 된
오름을 거쳐야 대간길 주능선을 타고 천왕봉에 오를 수 있으리라..국적없는 돌부처 군상들이 세워져 있는 기도터를 지나 꽤 넓은 임도를
따르다가 점점 좁아지는 계곡길을 건너 오른쪽 사면으로 오르면서 20여분만에 예쁜 다리를 건너 급경사길을 만난다.출발부터 숨고르기가
만만찮다.(09:52) 통나무로 만든 계곡 오른쪽 오르막을 오르는 감회가 새롭다. 2년전 대간 길의 추억을 떠올리는 대원들의 즐거운 웃음 속
에서 함께 걷는 산행을 통해 싹틔운 우정을 고맙게 생각한다.
(천왕봉에서 바라본 문장대쪽 북쪽 주능선)
이정표들이 잘 갖춰진 계곡 길을 올라 서너개의 구조표지목을 거치고 무너진 성터처럼 보이는 작은 돌덩이들이 쌓인 너덜지대 오르막을
힘겹게 지난다. 왼쪽 천왕봉 아래 폭포 줄기가 하얗게 얼어 붙은 채로 멋진 정상의 모습을 남쪽 햇살을 받으며 뽀얗게 장식한다. 산죽길과
통나무 계단을 딛고 백두대간 주능선에 올라서니 주탐방로 안내판이 반갑다.(10:44) 지난 백두대간 시절 절뚝거리며 천왕봉을 내려와 한
남금북 갈림길에서 아침을 먹고 이곳 대목재 갈림길에서 형제봉을 올라가느냐 중간 탈출을 하느냐..참 많이도 망설이던 곳..오른쪽 인대
가 부어 오른채로 갈령을 넘어 오를 땐 기진맥진하며 억지로 비재에 내려서는 발걸음은 선두와 두시간 이상 뒤떨어진 도착이었다. 속리산
의 기억이 그렇게 깊이 새겨져 이달 말 한남금북 2차 종주 전날엔 문장대-천왕봉을 제대로 즐겁게 다시 밟아 볼 계획이다.
(천왕봉에 올라..)
주능선 안부에서 잠시 휴식 후 북쪽 급한 경사면을 밟아 천왕봉으로 향한다. 잔설이 얼어 붙은 봉우리 동북쪽 사면이 매우 미끄럽고 아이
젠을 착용하질 않은 채로 올라가는 걸음이 조심스럽다. 힘겨운 오르막을 거쳐 한남금북 삼거리에 올라서니 출입금지 표지판만 반긴다.
이래서 국공단(국립공원관리공단) 머저리들이 또 싫어진다. 아무런 기한도 없이 그냥 제멋대로 생태계 운운하며 일방적으로 "탐방로 아
님"을 붙여 놓고 어쩌자는 것인지..미리 미리 1년전에 일정 기간을 정해 공지할 수는 없을까..어쩔 수 없이 오늘도 구름을 타고 1차구간을
내려다 보며 날아 갈 수 밖에 없겠다..바로 위 산죽길을 헤치고 올라서니 천왕봉 정상석은 여전히 "천황봉"이다..이제 명칭을 바꾸기로 했
으면 국공단에서 정상석을 바꾸는 정도의 작업은 해야하질 않을까..(11:05)
(남쪽 백두대간능선..충북알프스..)
(11:05-11:30) 후미조를 기다려 한남금북 출정식을 간단히 단체사진으로 마무리하고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대간능선길,충북 알프스의
화려하고 장엄한 산그리메를 담으며 긴시간 휴식을 취한다. 남쪽 형제봉 너머로 구병산 봉우리들이 아스라하다. 보름후 다시 오를 문장
대에서 이어지는 암봉들의 행렬이 화려한 봄을 맞을 채비를 한다. 이곳에 떨어진 한방울의 빗물이 삼파수로 흘러내려 대간 길 동쪽 낙동
강을 비롯해, 올 한해 답사할 한남금북 길이 갈라 놓을 남한강과 금강을 아우르며 내 땅의 맥길을 넘지 못하고 먼 바다에서 만나리니..
도대체 무슨 돌머리를 돌리면서 이루어 놓은 대운하 계획으로 "山自分水嶺"을 넘겨 江의 흐름을 바꾸어 놓겠다는 발상인지..걱정스럽다.
(학소대..)
천왕봉에서 뒤돌아 내려와 한남금북 1차구간의 첫걸음을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 밟은 후 지난 대간길에 아침을 먹었던 비로산장 내림길에
서 왼쪽 암봉을 돌아 오르며 힘겨운 다리 벌리기를 거친다. 923봉 왼쪽 사면을 거친 후 왼쪽 무덤가에서 점심을 챙기며 따뜻한 봄볕마저
즐기는 긴 휴식을 취한다.(11:45-12:20) 왼쪽 형제봉을 조망하는 암반에서 멋진 포즈도 잡아 본다. 삼가저수지의 반짝임에 봄을 느낀다.
식사 후 산죽길의 내리막을 거쳐 마주하는 봉우리를 넘어서니 오른쪽 내림길이 급경사를 이루며 고도를 급하게 낮추기 시작한다. 속리산
내림길의 특징은 온통 소나무 능선이다. 꽤 멋드러진 소나무로 장식한 암봉들을 두세번 오르내리고 우회하며 좌우의 광할한 계곡들을 내
려다 보는 느낌은 속세의 그것과는 판이하다..왼쪽 학소대 능선의 멋진 암릉을 담으며, 다시 찾아 내려갈 사람 사는 세상도 저 처럼 큰 고
요 속에서 평화로울 수만 있다면..
(680 암봉)
고사목 암릉지대를 거쳐 오른 680봉에서 멀리 북쪽의 문장대-관음봉-속사치를 잇는 충북/경북 경계 능선을 조망하며 잠시 숨을 돌린다.
(13:20) 40년전 고교시절 수학여행에서 법주사 아래 여관에 머물면서 마냥 즐거웠던 추억들이 떠오른다. 상품가게에서 점원을 하던 예쁜
소녀는 훗날 부산에서 고속버스 안내양으로 생활하다가 좋은데 시집을 갔을까..복천암을 거쳐 문장대로 오르던 지루한 산길에서 똥구두
(군화를 3년쯤 약칠하지 않고 신어 너덜거리며 하얗게 변한 구두)가 입을 벌려 고생했던 기억들..그 시절 은사님들도 이젠 저 먼곳으로 가
신분이 많을 것이고..어느새 몇년후 졸업40주년을 맞게 되면, 흰머리 회갑을 맞은 벗들로 변했지만 건강하게 웃으며 학교 교정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잠시 내림길을 밟으니 왼쪽 하산길이 있는 윗대목재 안부를 지난다.
(북쪽 문장대-관음봉 능선)
큰 소나무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 기다리고 있던 대원들과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나누고, 두어개의 꽤 높은 봉우리들에 멋진 소나무로 장
식한 등로를 지루하게 오르내리고 나서야 667.3봉의 삼각점을 지난다.(14:15) 천왕봉 내림길에서 너무 시간을 많이 지체한 느낌이다.예상
보다 갈목재로의 남은 내림길이 길어지고 시산제등 행사를 위해 발걸음을 서두르기 시작한다. 빠른 걸음으로 편안한 능선길을 접어 달리
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며 완만한 봉우리를 올라 넘어서니 돌들로 사각 표지를 해놓고 가운데에는 그리 멋도 없는 잡목이 자릴 잡았다.
능선길을 버리고 90도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작은 봉우리들을 두세개 넘은 후에야 다시 남쪽으로 90도 방향을 제대로 잡는다. 묘지들
이 자릴잡은 능선 내림길을 한참 내려가니 아랫대목재를 지나는가 보다.. 이곳을 불목이재로 착각하니 이후 남은 거리가 자꾸 늘어난다.
(남쪽 구병산 능선..)
아랫대목재를 지나 무인감시시스템이 있는 574봉에서다시 90도 오른쪽으로 내려선다.(15:30) 안부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왼쪽의 표지
기를 따라 내림길을 밟는다. 10분 남짓만에야 불목이재를 지난다. 마주보이는 높은 봉우리에 지친 대원들이 매우 힘들어한다. 다행히 헬
기장을 지나고 잠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 오른 577봉 분기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16:05) 이어지는 높은 봉우리쪽을 버리고 왼쪽
으로 내려선다. 선두조는 높은 봉우리를 답사?한 후에야 다시 길을 수정했으니 힘들었겠다..서둘러서 갈목재로 내려서고 시싶은데..두어
개의 작은 봉우리가 계속 이어지면서 두어번의 헷갈리는 삼거리를 조심스레 표지기를 따라 30여분만에야 갈목재 포장도로에 내려선다.
葛目재의 명칭은 아무래도 칡이 많다고 붙여진 것 같지는 않고 이 땅의 산길 고개마다 많이 붙여진 억지 漢字명칭이고, 여러갈래의 길목
이라는 설이 옳게 보인다. 지도상으로 삼가리와 속리면, 보은쪽으로 세갈래 길을 이루는 갈목마을에서 붙여진 이름이니까..(16:35)
(지나온 천왕봉을 다시 바라보며..)
(17:00) 휑한 하늘에 구병산 쪽으로 새 한마리 날아가는 그 시각에..일찍 돌아가신 내 어머님의 체취와 인정을 느끼게 했던 이모님이 결국
한 많은 세속의 인연을 지우며 영면의 길로 떠나셨다.옹이져 가슴 골골이 못 박힌 모진 세월의 한들을 어찌 잊고 눈을 감으셨을까..
고갯마루 길섶에 시산제 상을 펼치고 올 한해 한남금북 정맥길의 무사한 걸음을 빌면서 지는 해를 바라본다. 이 길이 어떤 의미의 길이 되
고 훗날 대원들의 삶에 어떤 추억으로 자리를 잡을지 모르나, 분명 우리들은 '自由人의 길'이 되기를 다시 다짐해 본다.
정2품은 아니라도 서원리 멋진 소나무를 돌아 나오며 멀어지는 속리산을 다시 올려다 본다..
道不遠人 人遠道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은 도를 멀리 하려 하고
山非離俗 俗離山 산은 속세를 여의치 않는데 속세는 산을 여의려 하는구나 - 최치원
(서원리 소나무)
3/13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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