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시간표)
3/23(일) 06:30 신도림 출발
09:30 갈목재
10:00 희엄이재
11:10 말티고개 4.0 km
12:00 점심식사후 출발
13:10 새목이재 2.0 km
14:00 구룡고개 2.0km
14:40 수철령
15:20 631봉 2.5km
15:55 백석리 8번도로
16:45 구티재 3.0km
7시간 15분 13.5km
(봄비에 젖으며 피어나는 생강나무)
(3/23 06:00) 전날 속리산 문장대-법주사 구간 산행을 동기들과 끝내고 부근에서 숙박할 계획이었으나, 비도 내리고 여러가지로 여의치
않아 서울로 돌아와 조금 마신 이슬이 덕분에 새벽 잠을 깨기가 영 만만치 않다. 몸이 무거운 채로 다시 배낭을 꾸리는 낭군을 물푸레가
걱정스레 신도림까지 배웅한다. 밤새 내리던 봄비가 만만치 않게 계속 이어진다. 부디 낮 동안은 잠시 개인 날씨를 보여 주길 바라며..
다양한 얼굴과 다양한 성격의 도담산우 자유인들의 걸음이 어떻게 함께 한 방향을 향해 끊임 없이 이어질 것인가 ..서로 다른 삶과 서로
다른 가치의 자유를 찾는 개인의 생활 속에서 주말 날씨에 상관없이 이렇게 모일 수 있는 끈끈한 정을 쌓은지도 벌써 3년을 채워 간다.
작은 모임이지만 이 모임의 리더로서 오직 바램이 있다면 자율적인 생각과 삶을 이어가는 우리 모두의 능력을 존중하며, 무한히 사랑하
는 山 속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즐거운 걸음으로 체력을 키워 나갈 뿐이다. 불편한 작은 버스 속에서 졸리는 눈을 잠시 감고 나니 어젯 저
녁에 넘었던 갈목재에 도착한다.(09:25)
(비구름으로 가려진 구병산)
(09:30) 추적거리는 봄비를 맞으며 갈목재 남쪽 절개지를 올라 능선길을 향한다. 말티고개에서 점심지원을 차량에서 받기로 하고 배낭을
짊어지지 않은 탓으로 한결 발길은 가볍지만, 능선까지의 급경사 사면에 비에 젖은 솔잎이 매우 미끄럽다. 능선길에 올라 남쪽 서원리 삼
가천 너머로 구병산 자락을 향하니 비구름에 덮힌 마루금이 조금씩 모자를 벗기 시작하며 보슬비 처럼 내리는 봄비가 싫지만은 않다. 나
뭇가지들과 약간의 비바람에 우산마저 성가시니 우의를 입지 않은 탓에 차라리 봄비에 젖어드는 수 밖에..두어번의 오르내림으로 10여분
만에 545.7봉 국립공원 표지석을 지난다.(09:47) 왼쪽 삼가천을 따르는 서원리 도로에 휴일 속리산을 찾는 차량들이 심심찮다. 예전엔 보
은에서 말티고개를 넘어 다니는게 유일한 길인데..삼가터널이 뚫리면서 이 곳 서원리 막힌 산골이 법주사를 통하는 편한 길이 되었다. 게
다가 금강과 백두대간으로 둘러쌓여 충북의 오지로 남아 있던 탄부,마로 땅에 속리산 I.C가 생겼으니 이젠 보은 땅도 분주하겠다..
(장안면 뒷산 547암봉)
남쪽 서원리 쪽으로 천길 단애를 이루고 있는 마루금을 서쪽으로 천천히 내려 밟으며 멋진 소나무들을 10여분 즐기니 또다시 국립공원 표
지가 서있는 희엄이재 돌무덤을 지난다.(10:00) 장안골과 갈목리를 넘어 다니던 법주사 불공길의 힘든 고갯길 이쯤에서 작은 돌 하나 엊
어 놓으며 못다한 정성과 아쉬운 공덕을 또 빌고 빌며 다리 쉼을 즐겼을까..외속리(장안)면/내속리(속리산)면을 가르는 이 정맥 마루금이
말티고개를 향해 북쪽으로 방향을 바꿀때 까지는 1시간 남짓 동안 수없이 많은 오르내림을 거치며 점점 고도를 높혀 간다. 남쪽 휴양림으
로 이어지는 두번의 갈림봉을 급경사 오르막을 거쳐 지난 후 오른쪽 말티재로 90도 꺾어 내린다. 묘들을 지나며 오른쪽 속리산 천왕봉 아
래로 내려 뻗은 지난 구간의 정맥 마루금을 바라보지만 비구름 속에서 모습을 감춘다. 10여분의 내림길을 밟아 말티재 깨끗한 도로에 내
려선다. (11:10)
(말티재 석장승 앞에서 기념을 남기고)
말티고개란 옛문헌 馬峴薄石에서 따온 말이라 하더라도 '마루'(높은)고개에서 연유한 것으로 여겨진다. 고교시절 구비구비 돌아 오르던
비포장 고갯길에 드문 승용차들이 날렵하게 지나 다닌다. 배낭들을 싣고 기다리던 산행버스에서 점심을 부려 정자 마루에 펼치니 우중산
행에서도 편히 성찬을 즐긴다. 일산댁의 잘 삭힌 홍어회 보시에 열여섯 대원들의 기쁨은 배가된다. 무엇보다도 호남정맥길에서 정을 쌓은
두대원이 금북한남정맥길에 합류하여 더욱 기쁘다. 긴 시간의 회식을 가지며 여유로운 자세로 오늘 산행을 즐긴다. 바로 이것이 자유인의
길이다..
어떤 국가나 단체도 이처럼 통제없이 각자의 걸음으로 잘 누려가는 삶에 간섭하질 말고, 공적인 규제란 정의로움에 반하는 나쁜짓을 억누
름에 그쳐야한다. 무슨 권력이 우리의 삶을 책임지고 윤택하게 해 주리라 바람은 결국 독재의 길로 이끈다. 그것은 자유주의 국가든, 공산
주의 국가든 마찬가지다..선거철이 다가와 누구나 관심을 갖는 정치이지만, 부디 자유를 알고 자유인의 세계를 이해하는 올바른 선량들이
이젠 나올 때도 됐는데..대통령 한 사람이 경제를 부흥시켜 주리라 믿는 백성들 앞에는 항상 탈을 쓴 권력의 횡포가 도사린다. 그건 전부
거짓이다..우리 삶의 행복은 각자의 개성으로 평등한 룰에 따라 자신의 열망과 노력으로 얻는 것이어야 한다. 조금씩 굵어지는 빗방울을
느끼며 우의와 배낭을 갖추고 새목이재를 향해 오른다.(12:00)
(말티고개 서쪽 오름길 암릉)
식사 후의 된비알이 부담스런 오르막을 거쳐 크게 자릴 잡은 암릉 왼쪽으로 힘겹게 올라 능선 분기점에 다다르니, 왼쪽으로 이어지는 정
맥길이 중판리 계곡 전체를 장뇌삼밭으로 가꾸는 긴 철조망 안쪽으로 징발당하고, 이 땅의 주인인 자유인 산객들은 마루금 왼쪽으로 비탈
진 걸음으로 하염없는 철조망과 동행하며 531봉까지 이어간다. 산삼재배로 인하여 미안하다는 공고문을 매달 정도면 마루금 안쪽으로 철
조망 작업을 하고 마루금 정맥길은 바깥에 확보해 두어야 할 일이다. 다행히 30여분 후 531봉에서 오른쪽으로 꺾이어 592봉으로 이어지는
철조망은 마루금을 바깥에 내 놓았다. 새목이재를 지날때 까지는 지루한 철조망을 동행하고 여성대원의 신발 속에서 아픈 발이 안타깝고
지난 날 대간길의 속리산 내림길 악몽이 되살아나 응급조치를 서두르지만 걱정이다.(13;10)
(구룡치를 넘어가는 길목의 안개비)
새목이재를 지나 조금씩 고도를 높혀 가는 봉우리를 지나면서 철조망과 헤어지고 580봉을 급경사로 헐떡이며 올라서니 앞서 간 대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목을 추기며 잠시 다리쉼을 하고 두어번 오르내림을 거치며 조금씩 고도를 낮추어 구룡치를 넘어선다.(14:00) 식사
후 말티고개를 출발한 지 두시간 동안 점점 짙어지는 안개 비 속에서 부근 마을의 부엌 아궁이 냄새가 실려 오른다. 가끔씩 느끼는 운무
냄새다. 정겨운 시골 냄새란 이런 것일까..요즘도 소먹이 짚을 끓이는 쇠죽 외양간이 있을 것인데..두어번 오르내린 후 수철령 직전 봉우
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남은 홍어와 막걸리 한잔을 즐기며 휴식한다. 10여분의 휴식후에 급한 경사를 왼쪽으로 내려서니 수철령 돌무
덤과 큰 벚나무를 만나고 앞서 간 대원들과 합류한다.(14:40)
(비에 젖는 수철령 벚나무)
수철령을 지나 편안한 오름으로 서너개의 봉우리들을 지나면서 촉촉히 젖어드는 봄비에 옅은 싻을 틔우는 진달래를 보며 진한 생명의 환
희를 느낀다. 이렇게 또 한해의 멋진 결실을 위하여 움츠렸던 생명의 기지개를 어김없이 펴 나가는 자연 속에서, 인간의 한 생애를 시작한
봄날은 언제였던가..아니 매일 매일의 아침에 맞이하는 태양을 바라보며 기지개를 켤 수 있음은 매일 봄을 맞이하는 것이 아닐까..노랗게
물들은 생강나무들을 담으며 즐거운 봄길을 걷는다. 촉촉한 봄비에 젖는 배낭 아래 살결이 땀과 함께 부풀어 오른다. 630봉 능선 분기점
에 올라 급히 왼쪽으로 꺾어 내리는 사면길을 미끄러지며 백석리로 향한다.(15:20)
(능선 오름길의 여인상)
가느다란 로프마저 고맙게 느껴지는 급한 경사를 지쳐 내린 후 안부를 넘어 서서 묘역을 벗어나니 백석리 임도를 따라 오른쪽 포장도로에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축사 한가운데를 뚫고 사육되는 멧돼지를 구경하며 보리밭 가장자리를 거쳐 8번 도로에 닿아 잠시 쉰다.
(15:55) 아직도 1시간 정도 마주하는 능선을 넘어야 하는데..조금씩 힘이 드는 모습이다. 후미조를 보살필 대원을 남기고 이어지는 인삼밭
오름길을 왼쪽 진흙 길로 따라 오른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공동묘지를 거쳐 어둠마저 느껴지는 축축한 숲속 길로 접어든다. 묘역들을 지
나 큰 바위 옆으로 우회하며 능선 길에 올라 왼쪽으로 편한 길을 걷는다. 능선길을 벗어나 오른쪽 과수단지로 향하는 내림길에서 거의 다
내려온 줄 알고 희망을 가졌으나 이후 20여분간 대여섯번의 오르내림에 녹초를 당한 채 구티재 유래비 앞에 내려서니 온 몸이 추워진다.
(16:45) 아직은 이른 봄이런가..
(백석리 마을)
어느 산이 거북이 모양을 하고 있는지 둘러 보아도 쉽사리 찾을 길이 없고..아홉구비 고갯길 마저 이젠 네굽이로 잘 포장되었으니..龜峙인
가..九峙인가..지도상에 거북치는 다음구간의 탁주봉 아랫길인데..결국 발이 아파 고통 받던 대원은 무사히 탈출하여 버스로 이동해 있어
다행이다. 보은 읍내의 도가니 수육에 이슬이 한잔이 내 모든 고통을 자유롭게 한다..그렇게 이틀간의 속리산 자락 여행을 마무리한다..
누군가 귀에 꽂은 봄꽃을 보며 문득 이런 시가 떠오르고..다가오는 한식 날에는 정맥 길을 걸을까, 산소에나 들릴까...
遙知兄弟登高處 遍揷茱萸少一人
형제들 묘소에 올라 수유꽃 머리에 꽂을때 문득 한사람이 없는 것을 알리라..
(구치고개 유래비)
3/25 道然
'9정맥(2007-10)·完了 > 한남금북(08)·完了' 카테고리의 다른 글
5/25 선도산(추정재-산성고개)구간종주-한남금북5차 (0) | 2008.05.20 |
---|---|
4/27국사봉(벼재-추정재)구간종주-한남금북4차 (0) | 2008.04.25 |
4/13구봉산(구치재-벼재)구간종주-한남금북3차 (0) | 2008.04.02 |
3/9속리산(천왕봉-갈목재)구간종주-한남금북1차 (0) | 2008.03.03 |
한남금북정맥 일정표 (0) | 2007.11.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