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시간표)
10/22 23:30 동서울 출발
10/23 04:50 간월재 출발
05:13 간월산(1068.8)
05:40 간월재 1.2km
06:20 능선 삼거리(30분 휴식/식사)
07:00 신불산 1.4km
07:10 신불재 0.6km
08:13 영축산 2.3km
(20분 휴식)
10:30 O.K목장식당
11:25 (식사 후 출발)
11:47 지경고개 4.8km
13;50 솔밭공원 4.0km
9시간 14.3km
(간월산 정상)
낙동길의 끝, 1대간 9정맥의 끝을 보려는 부산으로 향한다.
우선 내일 하루는 지난 9월에 폭우와 강풍으로 밀려 났던 간월재에서 다시 한 구간을 이어 놓아야 한다.
동서울을 떠난 심야 우등버스가 물금 양산을 지나 언양 터미널에 영남 알프스를 향한 산객들을 내린다.
이른 새벽을 뚫고 梨川里(배냇골) 임도를 따라 올라 조용히 잠든 간월재 산장에 닿아
霜降의 차가운 산길을 밝히는 보름달을 마주한다.
잠시 전망대 데크에 배낭을 벗어두고, 지난번에 강풍속에서 제대로 기념을 남기지 못한 肝月山 정상에 올라
이틀간의 행군을 신고한다.
구름 속을 들락거리는 달빛 속에서 너덜과 암릉길을 조심스레 오르내리며
언양 시가지의 야경과 깊은 잠에 빠진 원동 골짜기를 바라본다.
어느 골짜기에서 하얀 배꽃과 풍성한 먹거리를 찾을 수 있었던가..
차라리 九折羊腸 길고 긴 뱃속처럼 깜깜한 어둠의 역사만 잠들었을까..
싸늘한 가을의 새벽을 얼굴에 맞으며 간월재 비박 테크에서 신불산을 향한 걸음을 준비한다.
텐트 속의 야영객이 잠을 깰까 조심스럽다.
(언양의 야경)
잘 정비된 침목 계단 길과 계속되는 암릉을 오르며 제법 세차게 불어 대는 가을의 새벽 바람이
언양의 야경을 차갑게 실어 나른다.
돌탑봉들과 헬기장을 지나 능선 삼거리 전망데크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가져간 버너의 고장으로 막걸리와 안주로 대신하고..
지나온 간월공룡과 영축산-시살등 독수리기맥이 구름 속에서 모습을 펼쳤다 감추었다를 반복하며
일출 장관을 기다리는 맘을 춥게한다.
그러나, 우린 이미 저 광활한 평전 위의 역사를 느끼고 있음에,
비록 눈에 보이는 그 감각의 인식을 잊고서라도 의식할 수 있는 것을..
우리의 의식이란 그렇게 외연의 공간적 경치 뿐만 아니라 내포된 역사,
즉 시간의 흐름을 반영할 수 있는 관념이란 것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란 우리가 걷는 이 땅위의 길에서 잠시 존재하는 그 순간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자유를 쫒는 것이다.
저 넓고 넓은 억새 평전에서 지난 날 우리는 어떤 상반된 미래의 자유를 꿈꾸며,
서로가 아픈 전쟁터의 변방을 이어가고 있었던가..
(신불산 정상)
조금씩 아침을 열어가는 신불평원의 단조성늪을 내려다 보며,
신불산 정상을 향한 암릉을 편하게 걸으면서, 구름을 밟아 오른다.
갈산(681)고지의 영혼들도 부시시 추운 잠자리를 벗어나 가마니 입구를 열고
세상을 향한 기지개를 펴면서 자유의 정상을 향한다.
함께 살아가는 동시대의 공간이 존재했던 까닭에,
분명히 구별되는 다양성이라는 타협의 결과물이 필요했던 인간들의 삶 속에서,
왜 우리는 타협을 포기한 채 제 한 몸의 이기적인 삶과 미래만을 고집하며,
서로 섞일 수 없는 自意的인 관념으로 죽음을 택했을까.
신불산정에 올라 등억리로 떨어지는 신불릿지를 감탄스레 접하고,
싸한 바람이 솟아 올라 차갑게 고스락을 감싸니 야영객도 잠을 깬다.
점점 밝아지는 신불재를 향해 걸으며,백련천 작천계곡을 더듬어 본다.
파래소 폭포길이 어디쯤일까..丹鳥古城의 피못을 두리번 거린다.
(단조늪/영축산)
억새와 암릉들이 뒤섞인 내리막을 걸어 데크로 꾸민 신불재를 지난다.
저 넓고 아름다운 억새평원을 오르며 슬픈 역사를 읽어 내린다.
임란의 石戰을 떠올리는 돌무더기가 즐비하고, 떡장수이던, 여천각시든 간에
목숨을 부지하는 배반과,밤낮의 총부리가 뒤바뀌는 역사와..
아침 햇살에 빛나는 저 억새의 하늘거림 아래서 피빛 울음을 울어야 했던
종달새의 보금자리가 깃털처럼 날아오른다. 저항의 산위로..
푸르름을 잃은 가을 억새의 향연은 역시 보드랍고 군락을 이룬 봄꽃을 연상하게 하건만,
"세월이 흘러 맑은 하늘에 ..이름없이 잊어져
가는 그리운 마음의 빛"(언양읍 불망비) 처럼 또 겨울을 준비해야 되겠지..
부디 그 마음이 어느 한쪽이 아닌 양쪽의 빛으로 남기를..
그리하여 잔인한 네이팜탄의 화염 속에서 활활 불타는 燃獄의 땅이 아니라,
생명을 잉태하는 天上의 늪으로 남아 오래 간직되기를..
(천황산/재약산)
남으로 멋드러진 영축산정 암봉을 마주하고, 봉화산과 화장산을 내려다 보며
서너번의 편한 오르내림으로 억새밭을 길게 이어간다.
여러개의 돌탑을 쌓은 암봉에 올라서니 배냇골 너머로
천황산/재약산 능선도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간직한 채 다음을 기약한다.
정성스런 기도로 쌓아 올린 돌탑 속에서 어떤 아름다움과 멋을 느낄 수 있는가..
마치 自我를 들여다 보듯 매우 다른 감상에 빠진다.
내가 보는 나의 시각에 따라 나의 염원을 그 탑속에 실을 수 있을까..
아니면 저 탑을 쌓아 올린 수많은 他人들의 염원을 읽으려 할까..
지금 우리가 찾아 가는 '자유인의 길'은 나의 미래인가,
수많은 인류들이 피눈물과 투쟁으로 써내려온 역사의 산물을 찾아 가는 길인가..
생각 없이 말하고, 나의 길 보다는 만들어진 길을 따르고, 내 바깥의 그림자를 따르고,
결국 자유와는 반대의 길을 가고 있지는 않는가..
(등억리)
돌탑봉을 지나 억새와 잡목 오르막을 거쳐 영축산 암봉 표지석에 올라선다.
鷲棲/靈축/靈鷲의 여러 이름들이 모두 불교에 유래한다.
결국 佛寶 진신사리의 적멸보궁을 모신 통도사의 오랜 역사와 무관치 않으리니,
한 종교의 탓으로 또 누군가 시비 걸까 두렵기도 하다..
꿈의 능선이라 불리우는 신불-영축 능선길을 다시 한번 뒤돌아 보고,
북쪽 華臧山 꽃내(花川)가 흘러드는 태화강 상류를 조망한다.
아리랑/쓰리랑 릿지길이 가천리로 떨어져 내리고, 붉게 물든 단풍길이 가을을 익혀간다.
취서산장 옆에서 이슬이로 알프스를 이별한다.
통도사로 향하는 영축지맥의 시살등 능선을 아쉬워하며
동쪽 지산리 방향의 독수리바위 우회길을 찾아 급한 경사의 내림길을 밟는다.
오른쪽 전망바위를 곧장 넘어서고, 산죽길을 더듬으며 말라 버린 샘터를 지나
임도위 대피소에 닿는다. 참 오랜 산꾼들의 움막이다.
(시살등)
임도가 꾸불거리며 지산리로 이어지는 동쪽 맥길은 매우 가파른 급경사를 유지하며
너덜과 소나무가 반복되니 무척 조심스럽다.
수차례 임도를 건너 내림길을 찾으며 방기리 방향 삼남목장 철조망에 닿으니,
경사는 완만해지고, 편한 걸음으로 임도를 따른다.
왼쪽으로 작은 골프장과 목장길의 가운데를 걸어며 억새 숲속에서 지나온 영축산을 뒤돌아 본다.
나를 쫒고 있는 내 그림자를..
영남 알프스의 멋진 억새 풀밭을 걸어 온 것이,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늘 그렇게 환상의 공간으로만 남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내가 걷는 이 '자유인의 길'은 역사와 함께 끝 모를 그곳에 까지 시간을 통하여 끊임없이 변해가고,
무딘 발걸음을 멈추지 않게 한다.
지내고개 소나무 숲길을 벗어나 包道를 건너고, 통도환타지아 왼쪽의 농로를 따라
옛날 국도 주변 OK목장 식당에서 식사를 즐긴다.
(독수리바위)
한시간 남짓 여유있는 휴식과 식사를 즐기고, 다시 남은 길을 향하여 순지리 마을길을 넘어
새로 생긴 35번 국도를 건넌다.
과수원 마루금을 생략하고, 경부고속도로 육교를 지나 지경고개 마루금에 복귀한다.
마루금 허리를 자르며 울산-양산을 잇는
이 길이 경부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통도사 I.C 부근이구나...
대암호 물막고개 지나면 태화강 범서에는 은어떼가 놀고 있을까..
울산이라는 거대한 공업도시의 풍요 속에서 태화강을 타고 오르는 수많은 오염원들을 어느 물길이 막아주어,
인간의 행위와 환경의 생존이 공존하며 진정으로 생명을 축복하는 영혼의 길로 남아 있기를 빈다.
이 땅에서 사라질 역사의 단면이 아니길..
(아리랑릿지/신불공룡)
지경고개 오른쪽 소나무 숲을 올라서서 묘역과 철조망을 따르고,
골프장 개발로 사라진 맥길을 더듬으며 한가운데를 통과한다.
(N14-N16-클럽하우스 진입로-S4-S5-S6-S7-S14-S15-S13-S16) 공짜로?
필드를 가로 지르고, S16 배수로를 타고 마루금에 닿는다.
골프장이 억지로 마루금 한가운데를 파헤치고
물길을 북쪽 삼동면으로 지하 배수로를 통해 흘리고 있음이 결국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능선에 복귀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임도를 따라 묘법사 갈림길을 지나고 406.6봉에 올라선다.
추석 전에 올랐던 정족산을 바라보며
편안한 걸음을 재촉하여 솔밭산 공원묘역 입구 도로에 닿아 또 한구간의 발길을 멈춘다.
내일은 구덕산 넘어 몰운대 바닷가에서 긴 발길을 접고 한없이 취해 보리라 꿈꾸면서,
하북 삼수리로 둥지를 옮긴 벗에게 전화를 건다.
(하북면 노상산)
10/28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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