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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기맥(2011-14)·完了/금북기맥('14)·完了

[스크랩] 2014/03/01 금북기맥 1구간(백월산-지티고개)

by 道然 배슈맑 2014. 3. 6.

 

 

 

 

(산행일정)

2/28  21:00   강서구청 출발

        23:40   부여 은산  숙박

3/01  07:20   백금리 금곡저수지 출발

        08:25   헬기장

        08:40   백월산                                   3.0km

        09:10   달재(月峙)                             1.5km

        09:55   성태산 천세봉                         1.9km

        10:15   (만세봉 왕복/휴식 후 출발)

        10:45   행여봉  

        11:20   반고개                                    3.0km

        12:00   구루고개(점심)

        12:40   조공산 갈림봉                          2.9km

        13:04   마동재

        14:12   새재고개                                 5.1km

        15:16   것칠고개                                 2.7km

        15:50   월하산 갈림봉                          1.5km 

        16:40   305.3봉

        17:00   지티고개                                 3.8km

                    9시간 40분                         25.4km

      (만수산 무량사 입구 숙박)

 

 (월산사지-백월산 오름길 청송)

 

갑오년 맞은지도 꽤 오랜 것 같아..겨울 긴 잠에서 깨고

맥길 두리번 거려 청양 땅에 발길 옮긴다.

 

21세기 소용돌이 속 삶이 뭔지도 몰라

벗어 나기도 해보고, 기어들기도 했건만..

아직도 헤매는 건 마찬가지, 그냥..

이 물길 속에서 헤엄을 즐길 수 밖에..

 

백월산 오름 길에 푸른 솔만 고고하다.

 

 (능선 헬기장에서 바라 본 오서산)

 

 함께 더불어야 된다는 가르침에 젖어

 온갖 아이디어로 머리를 짜내 질서에 순응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 헤어나기 힘든 까닭은..

 

내 조국, 내 민족, 내 생존이 삶의 뿌리라는데,

오늘 나를 괴롭히는 이 질서는 또 무엇인가..

내가 배워서 알아 왔던 삶의 지식과

저 땅 아래 현실은 너무 다르구나.. 

 

스무재 넘어 오서산 크고 부드러운 등줄기가 서해까지 드리운다.

 

  (배문 갈림길)

 

  어느 초인의 힘에 의지한 채

  그 커다란 소용돌이에  그냥 몸 맡기고 굴복할 것인가..

  아니, 내  발 길을 믿고 내 갈 수 있는 길을 찾을까..

 

  그 동안 내 작은 밥벌이도 본능적이 아니라,

  내 중심과 나름의 계획에 따라 무척 계산적이었다.

  우연의 행운을 싫어 했고, 내 의지로 살아 보려 했지만,

  역시 큰 소용돌이를 벗어 나진 못하고 말았구나. 

 

  수 년전 금북정맥길에서 느꼈던

  배문 갈림길의 시원했던 바람이 오늘은 아직 쌀쌀하구나.

 

  (백월산 정상-금북기맥 시작)

 

 온 백성이 어느 한 사람의 계획으로 잘 먹고 오래 사는 건 아니다.

 오늘날 경제 질서는 노예시대의 그것과는 달리,

 온 국민의 믿음 속에 협력이 필수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누가 경제 계획의 이름 아래 백성들을 강제할 수 있겠는가

 때론 대립하고, 이해하고, 타협해 가는 긴장 속에서 이루어지고,

 누구 한 사람의 계획이 온 나라의 계획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백월산신께 절하고 4구간의 금북기맥길 무탈 종주를 기원해 본다.

 

  (성태산 만세봉)

 

 선거를 앞둔 민중의 속내 읽기가 참 어렵구나.

 정치는 백성을 두려워하고, 백성은 그 정치를 잘 골라야 한다.

 헌데 막상 백성은 정치를 잘 고를래야 고를 수가 없기도 함은,

 조직이 없는 군중은 일시적인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몇달 후 선거에서 만은..

 다수의 의지로  보이지 않는 여론의 힘을 만들어야 한다.

 각자 개개인으로 남기 보다는 다수에 의해 결의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다리재(月峙) 지나고 성태산 천세봉 올라, 성주지맥 갈라치는 만세봉도 기웃거려 본다.

 천세봉 평상 마루에 앉아 막걸리 한 사발로 풍요를 맛 본다.

 (천세봉에서 바라본 행여봉/나아 갈 능선)

 

 지난 날, 인간의 삶이 채찍과 밥으로 길들여져

 아무런 바램도 없이, 의욕없는 흥분 속에서,

 비참한 현실을 무관심으로 잘견뎌내 왔다..그러다가, 조금 배부르면

 지루하여 또 새로운 것을 찾는 그런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직적인 대중이라야, 보다 현명해지고, 우리들의 것에 대한 변화를 바랠 수 있다.

 다만 '우리들'이라는 연대 속에 빠져들어 

 개미처럼 비인간적인 사육은 당하지 않을 만큼.. 

 조직적인 집단도 개인의 힘으로 새롭게 변화 시킬 수 있어야 한다.

 

  부여 땅을 감아 도는 금강 하류 물길은 아직도 먼데,

  금강 북쪽 끝자락을  맥으로 감싸 안으며 내 발길은 아직도 청양 땅을 많이 구불거린다.

 

 (행여봉/백금리 갈림길)

 

 우리는 자유롭다고 생각지만, 실제는 자유보다는 집단에 속박되고 싶어한다.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은 나와는 무관하다고 자위할 줄도 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예의 없는 자기 광고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정치꾼은 예외없이..

 

 이렇게 집단 대중으로  살아 갈 길과, 내 삶의 원천을 위한 창조의 길을 함께 고민하며 산다.

 과거와 미래를 연계하는 내자신의 오늘은 얼마나 큰 의미인가..

 단지 하루 하루의 연명을 위해 살고, 진정한 생활이 없으면 우리의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이 곳 행여봉에서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을 멀리 내다 볼 수 있기에 갈림봉의 의미가 있다.

 

 (반고개)

 

 오늘날 비교적 풍족하다는 세상에서 작은 것의 결핍으로 자살의 소식에 접한다. 

 언제 우리가 고귀한 것을 탐해 왔던가..

 그러나 사소한 것도 내게 없으면 중요한 것이 너무나 많다.

 그것이 독특한 사치를 겸하면 예술은 될지언정 서민들의 바램과는 거리가 멀다.

 

 소통이란 이렇게 평범해지는 것이다.

 대통령도 매일 만나고, 정치꾼 어르신도 자주 만나다 보면 그냥 평범하게 느껴진다.

 그 속에서 우린 소통을 느끼고, 작은 것을 놓치지 않는 삶을 누릴 수 있다.

 

 반고개 밤나무 골이 이어지는 능선에서 부여 땅을 맛본다.

 조공산 된오름 발치에서 분뇨 거름 냄새와 함께 허기를 달랜다.

 

 

  (조공산  갈림봉)

 

이제 한 걸음씩 저 먼둥을 향해 걸을 때 마다

우리는 분명 늙어가건만.. 결코 머무를 수 없는 젊음의 환희를 꿈꾼다.

태어 나면서 부터 죽어 갔었고,

모든 가능성과 꿈으로 살아 왔지만, 한 일도 이룬 것도 없이 여기까지 왔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이젠 더 젊은이 행세를 하고 싶다. 

그렇게 버릇없는 아이로 자라, 품위 없는 늙은이로 죽어 가고 있었다.

이젠 서서히 예의를 깨달으며, 무리하지 않는 배품과 미소, 침착도 배워야 한다.

 

가쁜 숨으로 올라 선 조공산 갈림봉에서 작은 무덤에 등 붙이고 한 숨 잠을 자고 싶다.

 

  (화성못/월하산)

 

 내 자리에서 내 할 일을 내 뜻대로 해야 한다던 진리는..

 발가벗겨 내던져진 백성들을 속이는 상투적인 위로에 불과한 것을.. 

 오랫동안 이어져온 규범도 사라지고, 그냥 짧은 번득임으로 만사는 진행된다.

 

 반복된 걸음 속에 나는 사라지고, 지나온 길은 잊혀지고, 지금 저 풍경만 의미를 담는다.

 오직 다음 길을 걸어 가기 위해, 되는대로 무심코 걸어 가고 있지는 않은가..

 맥길 이어 걷기에 대한 사랑이 식을까 두렵고.. 

 이런 망각 속에서 지나온 삶과 남은 생애를 바라 볼 여유가 아쉽다.

 

 건너편 월하산이 커다란 짐으로 버티며, 고단한 걸음의 마지막 안간힘을 예고한다.  

 

  (새재고개)

 

 창조적 경영이란 말이 요즘 화두다. 참 좋은 말이지만, 정치에서 맴돌다 보니 씁쓸하다.

 결국 세상은 독특한 개성이 아니라, 지위획득이 목적인 범속인이 지배하는 것을..

 관료조직에 의해 조종되는 이 세상도 결국 창조가 아니라 냉혹한 욕망이 지배한다.

 설복,뇌물,침묵,기망, 거짓,구실,가면,상전,복지부동..이런 것에 익숙해야만 출세한다. 

 

 대개 출세한 자들은, 창조적이고 개성적인 인간을 추구하는 존재들을 혐오한다.

 불손,괴벽, 독단,무가치, 무개념으로 몰아 부치며,자신을 포기함을 덕목으로 삼는다. 

 속과 겉이 달라야 하며, 모순적인 발언에 익숙해야 한다. 거짓된 우정도 쌓아야 한다.

 그리하여 가식적인 삶 속에 철저히 자기를 숨기는 것이다. 아니, 자기를 잊는 것이다.

 

 맥길을 벗어나 새재고개 임도길의 조망을 즐기며 잠시 일탈을 꾀한다.

 금강 구드레나루로 이어가는 축융지맥의 우아함을 즐기며 월하산을 향한다.

 

  (거칠고개)

 

 창조적인 국가는 맹목적인 복종이나 강제적인 수행이 없어져야 한다.

 공직자의 책임과 진정성이 있어야 하고, 기업의 충분한 이해 속에서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은 공직자 스스로 알에서 깨어나, 스스로를 깨닫는 창조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

 

 선거에서 우리는 누구를 선택해야만 한다.

 여론에도 귀 기울이지만, 분명히 자기 소신에 따른 창조적 인물을 리더로 뽑아야 한다.

 집단들의 그것과 다른 의지라 할지라도 창조적 질서를 가꿔야 하는 지금은 더욱 더 그러하다.

 요즘 누구처럼 우연한 기회에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책임을 모르는 지도자란 단독으로 결정도 못하고 창조적인 의지 실현도 기대할 수 없다.

 그들 주변의 환호와 격분은 짙은 안개 속에서 결정적적인 일이 없을 경우에 한한다.

 그것이 한계요, 전부일 뿐이다.

 

 부여땅 외산/내산을 넘나들던 거친 성황당 고개에 잔돌이 어지럽고,

 월하산 된비알에서 기력을 소진한다. 서쪽 만수산 등줄기가 시원스레 동행하며 보령땅을 인도한다.

 

 (지티마을)

 

 이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죽어 간 그들을 떠올리며 작은 발걸음의 오늘을 접는다.

 가정은 잠자고 일어나, 일터로 나가는 기숙사가 아니다.

 돈 버는 일터만이 전부 인양 가정의 해체와 일탈이 당연시 되며 무감각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가정교육은 왜 공공교육에 의해 무시되어야 하는가. 둘 다 병행해야만 한다.

 교육은 스스로 자기를 찾는 자유에서 부터 출발해야 하며 가정은 그 필수요소다.

 

 저 소용돌이 치는 세상도 좀 사그라들고, 창조가 무언지도 깊이 생각하고,

 올 봄에는 모든 것이 활짝 피어나고, 모두가 인간의 존재를 깊이 깨달아

 복지국가란 허울보다도 이 땅에서 작은 것의 결핍이 가져온 이유로 생을 버리는 일이 없어야겠다.  

 

 305.3봉에서 버스시간에 급한 마음이  지티마을 직진 하산길로 내몰아 가까스로 외산행 버스에 올라탄다.

 만수리 무량사 앞에서 AI를 염려하며 일찍 생을 마감한 토종닭을 염하다.   

 

3/3 道然

출처 : 自由人의 길
글쓴이 : 배슈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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