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시간표 )
8/4
04:15 어림 고개(381) 출발
05:20 별산 (687) 2.0km
-별산 주위 임도에서 30분간 반데룽..
05:50 무인감시 초소 암봉
06:45 593.6봉 1.2km
07;40 묘치 2.8km
08;20 385.8봉 1.1km
10:00 천왕산(424.2) 2.4km
11:15 서밧재(170) 3.5km
7시간 13km
(달맞이꽃?)
8/3 휴가기간을 짜맞춘 4형제들의 금년도 하계휴가를 즐기기 위해 새벽 05:00에 서울을 출발한다. 목적
지는 담양군 창평면..호남정맥 길에서 유서깊은 마을을 둘러 보고, 소쇄원에서 점심을 해결한 후에 천운
산 아래 한천 휴양림에서 한 이틀 푹 쉬면서 형제간의 쌓였던 회포를 풀고 싶은게다...며칠 전 큰 누님의
회갑일을 맞아 저녁식사를 함께했지만, 부산에 떨어져 계신 형님께서 집안 조카 결혼식으로 상경하질
못한 탓에 아예 휴가를 일치 시켜 4형제 부부여행으로 일정을 잡아 보았다.
뜨거운 뙤약볕이라 가사문학관 시원한 에어컨 영상실에서 지난 선비들의 예향을 맡는 것으로 일정을 즐
기고 소쇄원을 거쳐 오후 일찍 도착한 한천 휴양림 황토 팬션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긴다. 현지에서 조달
한 질좋은 보양식으로 숲 속 그늘 속에서 푸짐한 저녁을 맞이한다. 일찍 부모님들을 여읜 탓에 유난히
건강에 신경쓰며, 의좋은 형제간의 무병 장수를 가장 큰 과제로 여기는 우리 형제들의 다독거림이 반갑
다. 부산에 계신 형님만 빼 놓고 서울 한 동네에 오손도손 살고 있으니 늘 얼굴을 맞대고 사는 편이다.
부디 오래 오래 즐겁고 편안한 여생을 누리며 자식들의 건강한 성장을 즐기시기를....
(별산 정상 옆 무인감시소 암봉에서)
(8/4 03:00) 전날의 가족여행 첫날의 즐거움 속에서 늦게 잠이 든 탓인지, 새벽 3시에 깨워주는 큰 매형의
소란 덕분에 겨우 눈을 뜨고 주섬 주섬 챙겨 오전에 홀로 치루기로 한 정맥 10번째 구간 길로 나선다.
결국 산을 좋아하시는 작은 누님 부부가 동행을 나서고 형님의 차량지원으로 편히 어림고개 들머리에
올라선다.(04:00) 어두운 밤길에 휴양림으로 돌아가시는 형님이 이 쪽 지리에 밝지 않아 걱정스럽다.
이번 구간의 유일한 조망처인 별산(鱉山) 암봉에서 동복호 위에 떠오르는 일출을 자랑했지만, 왠지 낮게
드리워진 안개 구름이 맘에 걸린다. 일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오름길을 천천히 잡으며 어두운 잡목 된오
름을 쉬엄쉬엄 오르자니 이미 한여름의 습기가 땀으로 적셔든다. 운무 속의 여름밤 새벽은 발 아래 어림
마을과 청궁마을의 요란스럽다던 개들 마저 잠자리 속에 가두어 놓았는지 천지가 고요한 칠흑이다.
비교적 잘 찾아지는 풀섶길을 헤치며 묘지를 지난 후 된비알 한 봉우리를 끝내니 임도를 건너고, 억새 밭
길이 무성하여 뒤따르는 누님 내외분이 걱정스럽다. 그동안 무박산행을 중단하고 대여섯시간의 일반 산
행을 매주 즐겨왔지만, 정맥길의 험한 잡목 속에서 실망이나 하지 않을까 미안스럽다. 오른쪽으로 방향
을 잡으며 오르막을 거치니 안테나가 높이 세워진 억새 밭 평원에 올라선다. 점점 깊어지는 운무 속에서
별산 암봉이 보일만한 위치인데도 전혀 길도 보이질 않고 방향잡기가 만만치 않다.(05:00)
(묘치 삼거리에서)
어둠 속에서 희미하나마 오르던 길의 진행방향으로 대충 갈대 숲을 헤치고 나아가니 임도를 따라 돈다.
아마도 정상이 가까워오나보다. 미리 작성한 선답자의 안내문을 기억하며 오른쪽 숲으로 오르는 정상길
을 찾으며 계속 임도를 따른다. 여기서부터 중간 쯤에 숲길로 차고 오르는 리본을 놓친다. 지금부터는
안개속의 반데룽을 기술하노니 결코 따라서 할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정상밟기가 계속된다.(05:10)
정상을 휘감아 오르는 임도의 긴 풀섶을 헤치다 보니 짙은 안개속에서 오른쪽 능선 숲길을 놓친 채, 마루
금 부근의 묵묘까지 이어지는 임도를 밟아 결국 정상 넓은 암봉에 올라서서 시원하게 바람을 쏘이며 사
방이 안개 속에서 감추어져 있음을 섭섭하게 여긴다.(첫번째 암봉이 정상이 아니라 믿으며..) 정상에서
5분여 휴식 후 두번째 암봉이 정상이라는 계산으로 바로 이어지는 암봉을 어렵게 밟아내리면서도 같은
봉우리로 여기고, 어디엔가 나타날 리본 달린 정상을 향해 내림길을 밟으니 다시 임도에 내려선다.
(결국 정상 마루금을 거꾸로 탄 셈이다.그러나 아직도 깨닫지 못한 채 다시 임도를 돌아 오른다.)
다시금 임도를 돌아 올라 묵묘 넓은 터 왼쪽으로 나 있는 희미한 길을 찾고 바라다 보니 무인 감시초소가
운무 속에서 슬그머니 나타난다. 반가운 마음에 감시초소 옆 암봉에 올라서니 리본들 중에서 2주전 앞서
지나간 자유인 탐사대 연두색 리본이 반긴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 다시 뒤죽박죽이 되는 상상이 참 한심
스럽기도 하다. 방향 감각을 잃고 처음에 정상 오르는 길을 잘못 오른 것으로 상상을 하고 감시초소를 첫
번째 암봉으로 해석하고, 먼저 쉬었던 실제 정상 암봉을 옳다고 해석하니, 왔던 길쪽으로 다시 반대길을
찾아 헤멘다. 어처구니 없는 반데룽을 한번 더 겪고 차분히 정신차려 조금씩 밝아 오는 아침을 느끼며
시야를 가늠하고 두번째 걸음에서 제 방향을 찾아 감시초소 암봉을 넘어니 이미 30분을 헤멨다.(05:50)
(묘치고개 오름길)
감시초소 암봉에서 잡목 내리막길을 밟은 후에 임도를 거쳐 왼쪽 숲으로 올라서니 헬기장이 풀섶에 가린
채 조금씩 시야를 밝혀주는 새벽을 느낀다.5분여 편한 능선길을 내려서니 큰 묘 1기가 잡초에 파묻힌 채
멀리 나뒹구는 비석이 안타깝게 누워 있다. 규모로 보아 꽤 정성을 다하여 모셨던 이 훌륭한 맥길에서
후손의 보살핌이 끊긴 채 길손들에게 부끄러운 자손들의 이름을 읽히고 누웠으니 사연은 또 어떠한가..
대저 큰 맥길을 차지한 채 홀로 감당키 어려운 정맥의 기를 끊고 누웠으니, 결국 명당의 조건을 넘어선
것이 아닐까..결국 過는 禍를 부를 수 있는 것이다.(06:25)
내림길을 비교적 편히 걸으며 완전히 밝아진 아침에 안도하지만,운무가 쉽게 걷히질 않으니 좌우 조망을
즐기지도 못하고 잡목 숲길 만 계속 걸어야 하니 참 답답하다. 봉우리 오른쪽 사면으로 난 등로를 편히
밟으며 작은 봉우리를 넘어 마루금에 올라서니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급격히 내려서면서 산죽길을 지난
다. 긴 풀섶에 파묻힌 임도를 자주 넘나들며 지도상의 593.6봉을 지난 후 계속 임도를 따른다. 오른쪽
능선길을 올라선 후 작은 오르내림을 두어번 거치니 급경사 내리막 길을 로프를 잡으며 조심스레 내려간
다. 이후 계속 임도를 번갈으며 잡목을 헤치기도 하고 가시에 긁히는 옷자락이 성가시다.
마지막 로프잡이를 거친 후 자동차 소리를 들으며 묘치 삼거리에 내려서니 배도 고프고 많이 지친다.
(07;40) 누님과 서로 번갈아 보니 거칠고 조망도 없는 숲길에서 나마 한 봉우리 정상을 넘어선 보람으로
땀에 젖은 서로의 모습을 대견스러워한다. 어디에 앉아서 편히 막걸리라도 한 사발 하고 싶지만, 매형
부부는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질 않는다. 늘 소긱을 유지하며 건강을 챙긴다. 참 좋은 습관으로 여겨진
다.그동안 여러가지로 어려움도 많았지만 노년이 한가롭고 편해 보이니 만족스럽다.
(주릿재 직전 조망처에서 바라본 천운산 방향)
괭이재(猫峙,景峙)로 부리우는 삼거리 포장도로엔 한가로움을 달리는 휴가 차량들이 속력을 내기도 한
다. 동복호 서편의 창랑천 적벽정을 돌아들어 영월 사람 김삿갓을 사로잡은 만년 정취라도 느낄 수 있었
으면...지나온 별산 산머리에 흰구름이 남은 채 머물고 있다.(景峙八景)
오늘의 두번째 오름길인 천왕산을 향해 절개지 왼쪽 사면 풀섶을 헤치고 능선을 찾아 오른다.(07;45)
무성한 풀섶에 뒤덮힌 등로가 쉽게 찾아지지 않을 정도로 앞길을 가로 막아 시간이 지체된다.여러기의
묘지와 가시덤불을 헤치며 작은 봉우리 능선에 올라서서 90도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묘치고개에 다다른
다.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힌든 가시덤불의 정맥 길을 오르내린 후에 조망이 좋은 묘터에 앉아 동면 여러
마을들을 내려다 보며 오랜만에 경치를 즐기며 아침식사를 대신한 빵을 나눈다.(08:05-08:15)
긴 휴식을 끝내고 묘 뒷편 왼쪽 숲길을 천천히 올라 지도상의 385.8봉을 넘어 서면서 편한 오르내림으로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니 주릿재(주라치) 임도에 내려선다.(09:20) 잠시 임도를 따르다가 건너 언덕을
올라 남쪽 숲길로 들어서니 앞에 마주하는 천왕산이 앞자락에 서너개의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를 앞세운
다.구름 개인 여름 한낮의 더위를 느끼며 눈가를 맴도는 벌레와 잡목가지, 긴 풀섶들을 헤치고 오르자니
정말 힘이 든다. 결국 누님 내외께서 천왕산 넘어 서밧재에서 멈추자고 제안하신다. 천운산-돗재 구간은
다음 구간(돗재-개기재)이 짧으니 미리 이어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도 힘이 드는 것 같다.
(천왕산)
천왕산 직전 봉우리 왼쪽 사면을 돌아 오르며 암릉을 비껴 왼쪽으로 올라서니 숲 속에서 많은 리본을 가
지에 펼친채 발앞에 삼각점을 그늘로 가리는 정상 활엽수를 만난다. 천왕산 표지판을 목에 걸은 채, 자유
인 연두 표찰도 반갑다. 모자를 걸어 놓고 기념 촬영을 했지만 그 이후로 카메라 메모리에 이상이 생겼
다. 메모리 포맷을 하여 앞으로의 기록을 남길 것인가..그냥 지나온 것을 보관하고 중단할 것인가...이런
결정이 참 어렵다. 인생사 한번쯤 지나 온 과거를 잊고 앞날의 새로운 도전을 펼칠 수도 있겠지만, 지난
행보가 그리 나쁜 기억이 아닐진대 쉽게 단절을 위한 단절이란 참 어려운 법이다.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어차피 오늘 행보를 서밧재에서 끊기로 한 만큼 지금까지의 기록만 보관하고 이번 구간의 촬영을 멈춘
다. (10:00)
천왕산을 넘어서 오른쪽 암릉지대의 급경사 내리막을 길게 지쳐 내린다. 차라리 숲길 잡목지대 보다는
한결 편한 느낌이다. 긴 내림을 거친 후 안부에 다다라 오른쪽 복암리 마을을 지나는 자동차 소리가 시원
스럽게 들려온다. 다시 왼쪽 잡목지대를 헤쳐 나가며 마지막 오름이라 생각하니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봉우리 왼쪽 사면을 돌아 큰 묘터를 지나고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고 있는데 휴양림에서 기다리고 있던
형님께서 전화를 걸어 온다. 여러가지로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서밧재에서 픽업을 부탁하고 행보를
서두른다. 뒤따르는 누님이 조금 지쳐 보인다.
묘터를 지나 작은 봉우리를 다시 넘어서니 임도 수레길을 따라 천천히 오름길을 걷는다. 왼쪽 장전리에
서 올라오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만나 통신탑이 있는 송신소를 향해 포도를 걸어 오른다. 햇볕에 따가
움도 잡목지대를 벗어난 상쾌함으로 잊을 수 있다. 밤나무 과수원을 돌아 첫 번째 통신탑과 숲길을 거쳐
두번째 통신탑 옆의 임도를 따른다.왼쪽 구봉산으로 오르는 능선에서 정맥 길이 갈라지며 오른쪽 서밧재
내림길 삼거리에서 남은 빵으로 허기를 달래며 한잔 막걸리로 목을 추긴다.(10:50) 그동안 오랜 기간의
등산으로 잘 가꾸어 온 누님 내외의 건강이 다행스럽게 여겨지지만, 보다 경치 좋은 곳으로 함께 하질
못하고 모처럼의 동반 산행이 온통 잡목과 가시덤불을 헤메었으니 미안하기 짝이 없다.
(소쇄원)
구봉산 갈림길에서 능선 길을 버리고 오른쪽 사면을 내려와 삼거리에서 왼쪽 작은 봉우리를 넘어 묘터를
지나니 왼쪽으로 급히 꺾이는 수레길이 편하게 인도한다. 다시 이어지는 묘지와 수레길을 따라 걷고 있
는중에 오른쪽 숲 길에서 형님이 갑자기 나타나서 잠시 놀랜다. 서밧재에서 기다리다 심심하셔서 올라
오다 보니 10여분 오르신 모양이다. 젊은 시절부터 은행원으로 긴 청춘을 보내고 몇년전 은퇴 후 대장암
으로 수술을 받아 매우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5년여 동안 건강관리에 힘써 큰 고비는 넘긴 것 같다.
부디 등산을 즐기시며 건강한 노년을 즐기시길..젊은 시절 일찍 여읜 부모님을 대신하여 가장으로서 맘
껏 누리지 못한 여행을 이제부터라도 이어나갈 수 있기를...내년 한남정맥 길에 형님과 함께 할 수 있으
면 좋겠다.
능선 내리막길을 천천히 걸어 내리니 잘 꾸며진 묘역 아래로 15번 큰 국도가 높은 절개지를 이룬다.
오른쪽 절개지 상단을 걸어내려 석재 공장이 있는 서밧재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한다. (11:15)
(소쇄원 죽림)
개기재까지의 다음 구간을 한번 더 미리 보충할 계획이었지만 서울 쪽 기상상황이 벼락과 집중호우를 알
리고 다음 날 전국적인 호우주의보가 발령된다는 소리에 짐을 챙겨 보성 차밭을 관광하기로 한다.
부산 형님댁에서 하루를 머무르기로 하여 남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니 지난 날 아버님의 잦은 전근으로 누
비던 경남 일대의 산하가 더욱 가깝게 느껴지고 긴 여정의 차량 속에서 흘러간 지난 날의 추억들을 되씹
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다.
8/7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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