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시간표)
8/18 22:00 신도림 출발
8/19 03:20 돗재 출발
04;25 태악산(530) 2.6km
05:30 노인봉(529.9) 1.9km
06:00 성제봉
06:30 429봉(아침식사 40분)
07:20 말머리재(344) 2.5km
08:20 촛대봉(522.4) 3.0km
09:10 두봉산(630.5) 1.6km
10:00 두봉산 아래 안부 휴식후 출발
11:00 488.6봉 2.2km
11:20 개기재(290) 1.0km
8시간 14.8km
(취나물 꽃?)
(8/18 22:00) 신도림으로의 배웅길도 오랜만이라는 물푸레의 얘기를 듣고보니,무등산 정맥길 이후로 신
도림 출발은 한달만이구나...중간 천왕산,천운산 구간을 가족여행으로 채우고 아직도 천운산(서밧재-돗
재) 짧은 구간을 남겨 놓고 있다. 원래 계획은 오늘(토요일) 오후에 보충하고 돗재에서 야영을 할 계획이
었으나, 총대장이 일본 알프스 원정팀을 이끌고 있어, 짧은 정맥 구간이지만 여러가지 준비할 일이 많아
져 신도림 출발로 계획을 수정한다. 가을 날 시원할 때 보충을 해야겠다.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사생결단의 외침도 오늘 저녁으로 일단 조용해 지겠지..무릇 권력이란 맛보기
전이나 후나 인간들에겐 마약과도 같은 것임을 새삼 말해 무엇하리요만, 무정부주의 까지는 아니더라도,
국가권력의 강압적인 폐해를 들어 이에 저항하던 세력들..소위 민주화니 독재에 항거하던 자유론자들 마
저도 자신의 정치적 위치와 정권 장악은 국가 사회주의의 실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요구인양, 혈안이 되
어 이룩하려는 그들의 욕구는 끝간데가 없는 추잡함으로 변하여 세상을 뒤덮고 있구나...독재자 개인의
권력은 무엇이며, 그가 이용한 절대적 국가권력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호남고속도로를 달려 동광주를 지나고, 무심한 주남고개를 넘어 주릿재 터널을 통과하니 화순 땅 죽수서
원이 낯설지 않게 반기며 죽어서 영의정이 된 靜菴 趙光祖의 회한이 어린 금전 저수지 옆길에 배롱나무
붉은 꽃이 잠들지 못한 채 흐드러진 자태로 밤길에 찾아드는 산객을 반긴다. '화려한 휴가'의 그 해 5월에
피어나던 그 여름 꽃들이 아직도 눈망울을 뜬 채로 잠들지 못하는가..세월 속에 묻혀질 수 없는 아픈 기
억들의 상처는, 언젠가 다시 깨어날 이 땅의 영혼들에 의한 진정한 공동체 사회가 이루어 지는 날 그들의
희생을 기리며 가슴 속에 묻어 가리라..
(돗재)
(8/19 03:00) 2주전 가족 휴가로 하룻밤을 지내던 화순 한천휴양림 고개위 돗재에 도착하여 한낮의 뜨거
운 산행을 줄이고자 서둘러 산행 채비를 마치고 밤길 들머리에 올라서는 다리 뻗침을 시도한다.(03:20)
절개지 우측을 올라서서 새벽 이슬에 함초롬히 젖은 긴 풀섶을 헤치고 작은 봉우리를 쉽게 오르 내린다.
산행 들머리 워밍업 치고는 매우 부드럽고 오늘 산행의 순조로움이 예상된다. 지난 구간에 비해 잡목 숲
들도 가시나무가 적어 헤치기가 훨씬 수월하다. 깊은 여름 밤을 내내 울어 재끼는 매미들의 합창 소리만
어둠을 차지한 산 속에서 여덟개의 헤드랜턴이 줄을 잇는다.
(태악산 정상에서)
갈라지는 길이 없이, 숲 속의 비교적 완만한 오르내림과 가끔씩의 암릉길을 거치며 서너번의 작은 봉우
리를 넘어선 후에, 말벌이 위험하다는 산죽밭을 조심스레 헤쳐 나간 후 ,잠시 된오름을 한번 지치니 태악
산 정상을 차지한 소나무 한그루가 외롭다.(04:25) 아직은 해 오름을 기대할 시간도 아니지만 동쪽 하늘
을 바라보고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구름이 짙게 깔려 반달마저 가리는 한천면 동쪽 마을이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대간 정맥길에서 보기드물게 작은 면 소재지 행정 구역을 가로지르는 分水嶺을 따라 한계천(영산강)과
사평천(섬진강)으로 물길을 가르는 능선길이다. 이렇게 온통 산줄기로 이루어진 한천면은 농사지을 땅이
부족하여 척박한 땅으로 버려진 채 각종 광산 개발로 조금씩 알려지고 있었다. 이 한밤 어느 잠못드는 객
이 있어 모후산 아래 유마사의 옛 전설을 떠 올리며 寒川(濟月天)가에서 달을 낚고 있을까...
(노인봉 여명)
태악산 내림길 발치에 꽤 큰 묘지를 스치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편안한 산길을 즐긴다. 랜턴 불
빛에 반짝이는 영지 버섯 꽤 큰 송이들을 발견하고..인적이 드문 정맥 길에서 요즘 날씨에 흔한 횡재일
수도 있겠으나, 아무튼 짧게 잡은 구간 거리에다 서둘러 출발한 탓에 노인봉에서의 일출을 계획하며
행보를 느리게 하니 내 어두운 눈에도 좋은 버섯이 띄는 모양이다. 술을 담가 놓았다가 여수 외망포구
바닷가에서 축배를 들어야지..
太岳山 그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조금씩의 암릉구간을 제외하고는 부드러운 육산을 형성하고 노인봉까
지는 큰 오르내림도 없다. 아마도 신선이 장구치며 노니는 곳으로 大樂山으로 불리웠던게 이해가 간다.
다만 석기시대의 유물과 지석묘가 많이 발굴되는 것으로 보아 산 내부는 암반으로 형성되어 있음이 짐작
된다. 오른쪽 용암산 채석장이 흰머리를 희미하게 드러내 보인다. 부디 금오산성의 역사적 유물을 훼손
하지 않는 복원이 이루어지기를 부탁한다. 간간이 마주하는 키 큰 산죽밭을 말벌이 깰까봐 조심스레 스
친다.
가천리로 내려가는 당고개 희미한 안부를 지나 바위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암릉길을 밟아 오른 후
노인봉 정상에 올라섰으나 내 작은 엉덩이를 앉힐 자리도 없구나..(05:30) 동쪽 하늘이 붉어지며 곧 일출
을 예고하나, 구름이 짙게 드리운 보성강 주암호 너머 조계산 자락은 검게 선을 그을 뿐이다. 뙤약볕을
가려줄 아침 나절을 다행으로 여기며 왼쪽 숲으로 내려가는 길을 더듬는다. 선두는 휴식 장소를 찾지 못
하고 성제봉까지 달리는 모양이다.
(구름 속의 촛대봉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꽤 긴 내리막을 밟은 후 두세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한자로 된 숫자를 적은 시멘트 표지석
이 보이긴 하나 아마 화순 일대의 광업소 경계표지석인 듯하다. 산죽밭이 또 다시 키높이로 자랑하는 된
오름을 지쳐 성제봉(519) 정상에 올라서니 '전방九八'이라는 예의 경계표지석이 꽂혀 있고 나무에 매달
린 정상표지판이 해오름 속에서 초라해 보인다.(06:00) 일찍 시작한 산행 탓으로 벌써 시장기가 돌지만
잡목 숲 속에서 시야도 흐리고 적당한 바람마저도 불지 않아 좀 더 진행하기로 한다.
후미 대원이 무릎에 이상이 생겨 말머리재 탈출을 고려한다. 일단 아침식사와 휴식을 취하면서 다시 회
복하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따라 무전기도 없는데..홀로 탈출이 맘에 걸린다. 미리 숙지한 바로 용반리
고암촌 내림길이 꽤 경사가 급하고 여름철 잡목 숲이 억세어 만만치 않다는 정보를 가져 더욱 걱정된다.
성제봉에서 편한 능선으로 서쪽을 향하다가 용암산 갈림길 능선 삼거리에서 90도 방향을 틀어 왼쪽 경사
면으로 내림길을 밟는다. 용암산 아래 채석장이 희게 드러나고 광업소 흔적이 안스럽게 비쳐 온다. 남동
을 향하면서 작은 봉우리들을 서너개 오르내린후 말머리재 직전 429봉에서 아침상을 펼친다.(06:30-07:10)
(촛대봉에서 바라본 두봉산)
식사후 10여분 말머리재 내림길이 작은 봉우리 한개를 넘긴다. 돌무더기의 서낭당 흔적도 찾기 힘든 고
갯길 잡목 숲이 더욱 울창해 보이고, 지도상의 좌우 내림길은 소로 흔적에 불과하다. 그리 먼길은 아닐
것 같아 조심스런 하산길을 당부하고 홀로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영 마음이 놓이질 않으니, 평소 대
장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동쪽 고시리 방면은 조금 나을 것 같으나, 요즘 댐공사로 마을들이 철수하여
교통편과 연결이 쉽질 않을 것 같다.(07:20)
촛대봉을 향해 오르는 긴 능선 마루금은 그리 힘들지 않게 여남은 봉우리가 고만고만하게 자맥질하며
온통 키 큰 잡목으로 뒤덮여 좋은 전망을 가린다. 가끔씩 가지 사이로 비춰지는 보성강 주암호에서 피어
나는 운해가 산허리를 감아돌며 아침나절의 맑은 산정을 아름답게 꾸며주지만 한컷 카메라에 담을 만한
조망처를 가지지 못함이 아쉽다. 서둘러 촛대봉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촛대봉이 가까워 지면
서 산죽밭이 길게 이어지고 머리위로 솟아오른 여름 해가 잡목 가지를 뚫고 머리를 데우기 시작한다.
(촛대봉에서 바라본 남쪽 정맥길의 계당산 방향)
1980년 그 해 5월의 한낮도 이처럼 햇볕이 따사로웠다. 며칠간 추적거리는 빗속에서의 서울 도심 시위가
영등포를 거쳐 양화대교를 건너고, 신촌과 남대문 광장을 빽빽히 채우는 학생들과 시민들의 민주화를 향
한 열망이 표출되면서, 전두환 일파의 정권장악 음모를 거의 이겨낼 수 있다고 희망에 부풀기도 했었다.
5.16 날의 시위가 절정에 달하고, 다음 날 영등포에서 만나기로 했던 K군과는 아침 일찍 거리를 장악한
탱크에 가려진 채 만날 수 없었다. 개미 한마리 찾을 수 없는 적막의 광장에서 그는 이미 호남선 기차를
타고 나주 영산포로 향하고 있었다. 오랜 상처의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는 그 남쪽을 향하여...
촛대봉 오름길을 쉽게 지나고 큰 특징 없이 조망이 가려짐에 흐린 안개 속의 두봉산을 당겨보나, 말(斗)
모양의 斗峰은 잘 잡히질 않는다. 쉼없이 오른쪽 내리막을 밟아 내리며 비슷한 봉우리를 이어 지나니,
암릉 급경사 내리막을 만나 잠시 긴장한다. 이 후 두봉산까지의 산죽 길은 그리 힘들지 않다. 산죽 길 지
나 560봉 직전 된 오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후미를 기다리나 소식이 없다. 탈출대원의 무사를 빈다.
560봉 능선에 힘겹게 올라서니 선두조가 달아 놓은 리본이 반갑다. 왼쪽으로 90도 꺾어 마주 보이는 두
봉산 정상을 향해 산죽과 암릉길이 번갈으는 급경사를 지쳐 오른다. 생각보다 그리 심한 암릉지대는 아
닌 것 같다.
( 두봉산--저끝이 활성산이면 그 너머엔 득량만 바다가...)
(09:10) 두봉산(631) 정상에 올라서서 기대하던 시원한 조망이 키 높이의 잡목 숲에 가려져,키작은 발 뒤
꿈치를 곧추 세우게 한다. 멀리 동쪽의 보성땅 주암호에서 피어 올린 운해가 호남정맥 길 산마루를 이어
가며 봉우리들을 섬처럼 둥둥 띄운다. 적지 않은 하늘의 구름들도 맑은 청빛 하늘에서 경쟁이라도 하듯
이 어서 오라고 산객의 마음을 유혹한다. 올 한해가 끝나는 날, 저 굽이치는 마루금을 밟으며 보성땅, 순
천땅을 감아 돌아 저 처럼 푸른 바닷가에서 지나온 가시밭길을 기억하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릴까..
태양이 따갑지만 오늘 구간의 최고봉에서 정상주 한잔을 곁들이며 후미조와 함께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긴 휴식이 끝날 즈음 지나 온 길 아랫쪽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누군가 또 다른 정맥팀이 뒤쫓아 왔나?하
고 돌아보니 탈출을 시도했던 대원이 엉켜진 잡목 숲을 뚫지 못하고 아픈 무릎으로 힘겹게 다시 올라 온
것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오른쪽 내림길 능선 아래 시원한 곳을 찾아 다시 충분한 휴식을 기다린다.
어차피 예상보다 이른 하산 길이니 서두를 이유도 없다.부디 오늘의 고통이 훗날 우리의 삶에 의미 있는
선택이 될수만 있다면...우린 또 이 길을 즐길 수 있으리라...(10:00)
(두봉산 정상에서 기념을 남기고..)
긴 휴식을 끝내고 점차 고도를 낮추며 10여분 오르내린 후 폐기된 헬기장을 지나 장재봉 갈림길 분기봉
에서 오른쪽 남쪽으로 90도 꺾어 내린다. 잡목 가지 사이로 복내면 마을들이 간간이 보인다. 여전히 구름
은 짙게 깔린다.편한 걸음으로 오르내리며 두어개의 봉우리를 내려선 후 자유인 6기 대간팀 멤버가 이끄
는 호남정맥 상행팀과 조우한다. 오늘 새벽 예재에서 출발했으나, 뙤약볕과 잡목 숲에 지쳐 개기재에서
대부분의 대원들이 중단하고 선발대 4명만이 말머리재 탈출을 목표로 올라오고 있었다. 우리 팀의 탈출
불가 설명을 듣고 다시 올랐던 길을 되돌리며 현명한 후퇴를 택한다.
어차피 또 다음구간의 어프로우치를 고려한다면 당연한 선택이다. 오늘같이 폭염 속에서 길을 뚫기 위해
자칫 탈진이라도 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내림길 마지막 봉우리 468.6봉 못 미쳐 안부에서 잠시 휴식
을 취하며 대간 팀들의 우정을 나누며 잠시 이슬이를 주고 받는다. 부디 모래재 지나 장안산 까지 북진길
긴 행로에 추위와 잡목을 잘 이겨내기를 빈다.
530봉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크게 한번 꺾은 후 큰 묘지 곁을 지나고 봉우리 오른쪽 사면을 타고 넘으며,
468.6봉 삼각점을 지난다.지도상의 제주 양씨묘터를 확인하지 않고 스치며 오른쪽 발아래에서 차소리가
들리는 개기재를 향해 뛰다시피 서둘러 내리니 선두조들은 이미 개울물을 찾아 아랫쪽 계곡으로 이동하
고 보이질 않는다. (11:20)
(개기재 배롱나무)
맑은 하늘 아래 한낮을 꾸미는 배롱나무 붉은 정에 얼굴 붉히며, 쌍봉사 갈림길 증촌 마을앞 다리 밑에
서 여름낮의 알탕을 즐긴다. 화순 우체국 앞 장터국밥집과 이양면 생막걸리를 그리며...
8/20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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