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시간표)
8/9 11:30 신도림 출발
8/10 03:10 질마재 출발
04:20 칠보재 3.0km
05:00 칠보산 1.5km
05:48 596.5봉
06:20 송치재 3.0km
07:20 모래재 1.5km
08:30 보광산-09 :30 (식사후 출발)
10:00 395.4봉
10:15 고리터고개 2.5km
10:35 백마산 갈림길
10:40 내동고개 2.5km
11:50 토골고개 2.5km
8시간 40분 16.5km
(질마재의 낭인들..)
(8/9 23:30) 토요일 오전을 고교동기들과 남한산 북쪽 고골계곡에서 말복을 기념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에 출발할 한남금북길 여장을 꾸린다.
잠시 눈을 붙이려 했으나 올림픽 유도 금메달이 잠을 내쫓았다.
자정이 가까워 오는 시간에 자유인 도담산우 여섯명이 한 여름 밤을 걸어 가기 위해 증평 질마재로 향한다.
증평 시내 골목길에 차를 세워 놓고 택시 2대를 나누어 타고 질마재 어두운 고갯마루에 내려서니
맑은 하늘에서 별들이 쏟아진다.(8/10 02;30)
잠시 휴식을 취하며 도로가에서 라면으로 출출한 배를 채우며 야식을 즐긴다.
이제 남은 4구간..더위를 피해 당분간 야간 무박산행을 진행함이 나을 것 같다.
가끔 지나가던 밤길의 승용차가 거꾸로 고갯마루의 해드랜턴에 놀라서주춤거린다.
(칠보산 정상)
(03:10)공적비가 세워진 들머리 입구에서 지난 밤의 소나기에 젖은 긴 풀섶을 헤치고 잠시
절개지 급경사를 더듬어 올라 쉽게 마루금에 올라선다.
잠시 랜턴을 소등하고 밤 하늘의 별자리를 감상하며 땀을 훔치고 긴 여로를 위해 배낭 끈을 조인다.
북서쪽 증평읍의 불빛이 맑게 마루금을 따라 오른다.
그리 힘들지 않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간간이 바람마저 불어 오니 한 여름 밤의 산길이 즐겁기만 하다.
20여분 남짓 만에 첫 봉우리를 넘어서니 숲 속의 통신 안테나가 랜턴 불빛에 반짝인다.(03:30)
곳곳에 벌목으로 베어진 큰 나무들이 밤길을 걸어가는 산객들의 발목을 성가시게 만드니
오랜만의 야간 산행이 조심스럽다.목사동 고갯길을 지나고 두어개의 봉우리를 쉽게 넘어서니
오른쪽 민가에서 불빛이 보이고 물웅덩이 같은 습지대를 지나 벌목지대로 들어선다.(04:00)
짙은 밤도 결국 조금씩 스며드는 아침의 밝음에 내 헤드랜턴의 총명함을 잃어 갈 즈음에
벌목들이 가로 누운 솔숲을 지나며 오르내림을 거친 후 칠보재 임도에 내려선다.(04:20)
(장암리 농장)
어둠 속에서 칠보재를 건너 오름 길이 바로 직등하는 곳과 오른쪽 벌목지대로 올라 가는 곳
두군데에 리본이 달려 있다. 잠시 기웃거려 본 후 직등길을 택한다.
잡목 절개지를 잠시 올라서니 10여분 후에 고갯마루를 넘어선다.
간혹 갈림길 비슷한 곳이 나타나긴 하지만 날이조금씩 밝아 오면서 리본들을 따라 조금씩 고도를
높여가면서 서너개의 봉우리를 넘실거린 후에야 칠보산 정상을 바라보며 오른쪽 날등을 타고
급경사 된오름으로 마지막 안간힘을 다한다.
정상에서 즐길 시원한 막걸리와 함께 할 첫 휴식을 기대하면서..
마루금 갈림봉(542)에서 오른쪽으로 벗어난 칠보산 정상을 찾아 가시잡목을 헤치고 나아갔지만
깊은 잡목과 풀섶으로 가려진 정상은 편히 쉴 곳은 못되는구나..
아직은 일출을 볼 기회가 남았음에 서둘러 쪽지봉을 찾아 뒤돌아 내린다.
갈림봉 마루턱에서 잠시 목을 추긴다.(05:00)
(괴산읍 방면)
(05:10)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왼쪽 100여m 고도를 낮추는 급한 내림길을 미끄러진 후 서너개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20여분 지루하게 오르내린다. 이미 아침 일출은 아쉽게도 잡목 숲 속에서 날려버렸다.
이리 좋은 날씨에..이제 남은 건 작렬하며 타 오를 대낮을 맞기 전에 서둘러 행군을 마칠 일 뿐인가..
벌써 온 몸이 젖어들기 시작한다. 벌목지대를 올라 쪽지봉(596.5봉) 전위봉 삼거리에서 다시 휴식을 취한다.
(05:40) 백두대간의 긴 여정을 함께한 도담 산우들의 끈끈한 정을 이어가며 정맥길을 도모하고 있지만
한여름의 별 경치도 없는 야산길에서 오직 자맥질하는 오르내림에 점점 지쳐만 가는 산꾼들의 모습을 느낀다.
하고 많은 산길중에 이리도 물 한모금 없는 마루금을 찾아서..
아니 물길을 피해다니는 이 길을 따라서 내 발길이 닿는 그 곳을 그리워 하며...
한 줄기 정맥의 끝에 내릴 닻을 짊어진 채 이 새벽을 걸어가는 마루금 밟기가,
오늘을 살아 가는 이 땅의 민초들에게 좌우 편향되지 않는 판단의 깨달음을 안겨 줄 것인지..
(모래재 의병기념비)
(06:00) 596.5봉(쪽지봉) 갈림길에서 풀섶에 가려진 삼각점을 확인하고 왼쪽 내리막을 길게 내려서니
오른쪽 목장 계곡을 가르는 경계 철조망이 마루금을 이어간다.차라리 길을 잃을 염려가 없어 편하다고 여기며
시야를 좌우로 살피며 숲길 오른쪽으로 간혹 보이는 괴산쪽 마을들을 훔친다.
경계 철조망과 길게 동행을 하다가 솔티재에서 철조망과 헤어진 후 심한 잡목과 긴 풀섶을 헤치며
잠시 알바를 염려하다가 솔숲을 만나며 리본을 확인하고 안도한다.
수레길 비슷한 풀섶길을 따라 오르니 큰 무덤을 지나면서(07:00) 봉우리를 넘어선 후 오른쪽 사면길을 따라
오르내림이 반복 되면서 긴 능선을 올라 오른쪽 꽤 넓은 공터 봉우리에서 후미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한다.
이제 1차 목표지점인 모래재가 바로 발 밑에 느껴지면서 간간이 들리는 차량들의 소음이 반갑기도 하다.
오른쪽 내림길을 따라 10여분 동안 좌우로 통신선과 철선으로 이어지는 철탑 능선을 지나고 보광농원
후문으로 들어가니, 휴일 새벽에 산속에서 내려오는 산꾼들을 바라보는 팬션 휴가객들의 눈초리가 이상하다.
농원 앞 국도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땀을 식힌다.(07:20-07:30)
(수암제 보광산 들머리)
보광농원 정문 앞 의병 격전 유적비를 바라본 후 수암리 구도로를 건너 도로를 따라 보광산 들머리를 찾는다.
수암제 낚시터에 꽤 많은 낚시꾼들로 붐빈다. 이른 아침에 세월을 낚는 저들도 지난 밤을 꼬박 세웠으리라..
별로 먹음직스럽지도 않은 양식어를 깨끗하지도 않은 웅덩이에서 건지고 있는 그들이 되려 아침 뙤약볕을 걷는
배고픔들에게 위로의 눈길을 보낸다..다 제멋에 사는 인생일지니..넓은 신도로 지하차도를 건너 안내판이 있는
보광산 들머리에는 "구례손공 봉성군"의 큰 무덤이 긴 풀섶 역사를 덮고 돌보는 이 없이 누웠다.(07:40)
숲 속으로 빨려 들어 햇볕을 가리니 한결 걸음이 가볍다. 배는 고프지만 보광산 오름길을 의식하여 아침 식사를 미룬다.
20여분 만에 숲속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니 수암리 마을에서 올라오는 보광사 포장길이 마루금을 짤라 먹었구나 ..
항상 이 땅의 불교가 중흥을 위해 절을 떼어 마을로 내려 오기는 싫고, 시줏돈을 싣고 오를 자가용 찻길을 편히
꾸미는데에 많은 투자를 아끼질 않는구나..
차도와 인도가 갈라지는 고갯마루에 의자를 마련해 놓은 작은 공원을 꾸며 놓았지만 별로 앉아 쉬고 싶질 않다.
인도를 따라 올라 보광사길을 버리고 오른쪽 숲으로 들어서서 511봉을 향해 잠시 헐떡인다.(08:00)
날은 밝았는데 왜 이리 졸리운지..
(봉학사지 오층석탑)
511봉에서 왼쪽으로 크게 떨어지니 왼쪽 사면길과 만난다..졸리운 김에 봉우리를 쉽게 생략할 수도 있었는데
미쳐 살피질 못했구나..편한 능선을 만나고 봉학사지에 들러 오층석탑을 둘러 본다.(08:10)
전설의 석탑은 아침 햇살에 눈부시건만 후세에 대한 욕심으로 절터를 차지한 김참판네 묘소들은
당대의 세도를 느낄 만큼 꽤 잘 보존 되고 있건만 아누래도 그 돌 봄이 점 점 쇄락하는 느낌이다...
權不十年이라 했던가..문득 일제 매국노의 후손들이, 조상의 이름이야 명예와 불명예를 불문코,
물려 받은 땅덩어리를 지키려 애쓰는 모습이 떠오른다.
(보광산 정상)
활엽목 능선길이 절터 뒷쪽으로 나즈막히 마루금을 이어가다가, 고리티재 삼거리에서 마루금을 벗어난
보광산 정상으로 발길을 돌린다.넓은 정상 공터에서 아침상을 펼친다.(08:30-09:30)
망은 별로 좋질 않으나 정상답게 조금씩 바람이 불어주니 견딜만은 한데..
왠 산모기 떼가 땀에 절은 등뒤를 뚫고 침을 놓는가.. 시선 머무는 곳에서 멋진 영지 한뿌리 발견하고 위안을 삼는다.
긴 식사와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고리티재 갈림길로 내려와 편한 걸음으로 조금씩 고도를 낮춰가며
고리티재를 향해 서너봉우리를 오르내린다. 둔터골 사거리 안부를 지나 395.4봉 삼각점에 올라서면서
땀에 절은 바짓 가랭이가 점점 따가워 오면서 보행에 문제를 일으킨다.
자주 입던 산행용 내의가 벌써 낡았나..(10:00)
햇살은 따갑고 몸은 많이 지쳐가는데..계획된 시간표 보다 30분정도 진행이 느리다.
(내동고개에서 바라본 음성군 주봉리 방향)
고리티 고개 임도를 내려선 후 백마산 방향으로 짧은 봉우리를 넘어서니 다시 옛날 고리티재 서낭당터를 건너
오른다.(10:10) 이후 잡목과 솔 숲을 번갈으며 낮은 봉우리들을 서너개 넘어서며 편안한 산길을 걷고 있지만
예상외의 아랫도리 복병으로 고전을 면치 못한다.결국 백마산갈림길을 지나면서(10:35) 아예 내의를 벗어버리고
갈짓자 걸음을 걷는다. 내동고개 임도를 건너 가끔 산길을 꾸미고 있는 바위들이 육산 풀섶길에서 새롭다.
작은 봉우리들을 두어개 넘고 삼각점이 있는 377.9봉을 지난 후(11:10) 마주보이는 그경사 봉우리가 100m나
높아 보이고 걸음은 부자연스러우니 난감하구나..
마지막 급경사 오름길에서 선두조의 기다림을 외쳐 보면서 오른편 마을들을 향하며 걸음을 늦춘다.
꾸미골(夢村里)이라 했던가..저 아래 마을에는 柳西烱 선생의 사당이 있어 꿈을 꾸는 柳氏들의 번성을 지키고 있겠지..
마지막 439봉에 올라 후미 동료들과 다시 상처를 달래며 마지막 내림길을 준비한다.(11:20-11:30)
아무래도 더 이상 진행은 무리일 것 같다.
마주하는 암봉을 왼쪽으로 돌아 넘어 묘터를 지나고 숲길을 급한 경사로 밟아 내린다.
다시 마주하는 묘터를 비껴 오른쪽으로 이어진 수레길을 타고 내려 무사히 보천고개(토골재)에 닿아
오늘의 탐사를 접는다.(11:50)
(보천-토골고개 느티나무)
450년 느티나무 아래서 증평 택시를 불러 놓았으나, 이 동네 기사들은 보천 고개를 잘 모른다.
나중에 대화해 보니 백마터널 오른쪽의 백마재를 통상 이 동네에서는 보천고개로 알고 있다.
이곳 음성군과 괴산군의 경계인 주봉/옥현 고개는 괴산땅 토골고개가 토속명칭이다.
한 여름의 마루금 밟기에 9시간을 함께 한 동료들과 깊은 우정을 새기며 또 한 구간을 마무리하는 느낌이 새롭다.
8/13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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