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시간표)
9/28 07:00 신도림 출발
09:00 차현 고개 출발
09;20 황색골산 0.7 km
10:20 9번도로 3.0 km
10:50 도솔산 비로봉
도솔산 보현봉
11:30 걸미고개 2.8 km
12:15 (점심식사 후 출발)
13;00 376봉(감시초소) 2.3 km
13:40 삼정맥 분기점
13;45 칠장산 2.3 km
13:50-14:20 무사종주 감사제
14;35-15:00 칠장사 관람 1.2km
6시간 12.3km
(황색골산/도고리봉)
(9/28 07:00) 전날 천마지맥 주금산행 뒷풀이가 길어진 관계로 정맥길을 떠나는 몸 상태가 영 좋질 않다.
구간거리는 그리 길지는 않지만, 한남금북의 마지막 구간을 축하하기 위하여 도담산우들이 많이 참석한다는데..
졸리는 눈으로 신도림을 출발하여 안성 차현고개에 닿는 동안 잠시 졸음으로 피로를 회복한다.
대간 길 이후로 한북정맥을 거치고 이제 또 한남금북의 한 획을 마무리하는 마음이 벅찰 수도 있겠으나,
많은 산우들이 속리산을 벗어 난 후 정맥 길의 화려하질 못한 풍광에 지친 탓인지 출석율이 저조하여
아쉬운 마음으로 걸어 온 길을, 오늘 무사히 그 마무리를 할 수 있음에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들머리에 도착한다.
(08:40) 지난 구간에서 주운 도토리로 직접 묵을 만들어 내 놓는 정성이 너무 고맙다.
한 점씩 제대로 된 도토리묵의 향기를 삼키며 오늘 산행의 원기를 북돋운다.
(9번도로 건너 오르막에서 바라본 황색골산)
(09:00) 들머리 절개지 입구를 감싸고 있는 잡목 덩쿨을 바라보며 마지막 구간엔 제발 가시잡목 구간이라도
길어지질 않았으면 하고 바래본다. 축하산행차 동행하는 산우들에게 조금이라도 덜 미안하고 싶어서..
우리가 걸어가는 그곳이 무슨 정해진 인생의 목표도 아닐진대..
그냥 하염없는 이 땅의 핏줄 같은 맥길을 훑어 내리며 긴 역사를 돌이키고, 한많은 지역간의 소통을 이해하며
힘든 걸음 걸음 마다 작은 의미를 간직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랄 것인가..
도토리와 알밤이 풍년답게 흐드러진 산길을 따라 잠시 된비알도 맛보며 20분 남짓만에 황색골산 도고리봉에 올라
단체 기념을 남긴다.(09:20)
부디 대간 길의 열정으로 거듭날 수 있는 산우들의 환한 웃음이 오래 간직되기를 바래본다.
(백운산 능선 앞 당목리)
황색골산에서 왼쪽 남쪽으로 이어지는 편안한 능선길을 따라 작은 봉우리를 가볍게 두어번 넘어 내리니
성황당 흔적이 있는 겨티(저티)고개를 지난다.
이어지는 산박골산 갈림봉(356봉)까지는 꽤 지루한 오르막이 이어지며 땀이 배이기 시작한다.
통나무로 만든 간이 의자에 배낭을 내려 놓고 물 한모금으로 땀을 식히니 숙취가 가신듯하다.(09:53)
그런대로 송림길이 이어지며 낮은 잡목 구간은 그리 길지 않아 지난 구간들에 비해 한결 진행이 빠르고 수월하다.
날씨마저도 확연한 가을 바람과 함께 햇볕을 가려줄 구름으로 더위를 식혀주니 등로가 시원하다.
조금씩 완만하게 오르내리며 고도를 낮추어가는 5-6개의 봉우리들을 구릉처럼 지나치면서
좌우 갈림길을 번갈아 내려 잡목과 산초 가시나무들을 잠시 헤친 후 죽산면 9번 도로에 내려선다.(10:20)
(칠현산,덕성산 앞쪽 제비월산 방향)
예정보다 시간도 단축되고 대원들의 표정도 밝아 한결 가벼운 마음이다.
1시간여의 땀 흘림으로 지난 밤의 숙취도 해결이 되면서 조금씩 여유로운 걸음이 이어진다.
하얗게 칠한 용설리쪽 언덕 위의 예쁜 집을 부러운듯이 쳐다 보면서,택지 조성중인 농로를 따라 올라
오른쪽 능선을 넘어서서 다시 왼쪽 숲속으로 이어지는 편안한 능선길을 좌우로 오르내리니
멋진 가족 묘지가 조성된 안부에서 백운산 능선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돌린다.
언제나 잘 관리되고 후손들의 정성이 묻어나는 묘역을 만나면 내 마음도 평온해진다.
아오실산과 닭모이산을 座向으로 맥길을 베고 제대로 누운 영혼들의 소박한 기댐이
후손들의 손길을 빌어 모든 길손들에게도 가르침을 주는 것 같다.
다음 고개를 넘어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니 안부 아래서 긴 목탁소리와 함께 청아한 염불이 한가로운
산모롱이를 감싼다.
능선 오르막 직전의 맥길 방향으로 누운 묘역은 큰 잡목이 분묘 옆자락을 뚫고 나와 보기에도 민망스럽고 안타깝다.
상처난 영혼의 아픔을 느끼며 편안한 잡목 능선을 길게 오르내린다. (10:40)
(도솔산 비로봉)
잠시 남쪽 덕성산이 바라보이는 능선에서 제비월산을 담고 잡목 우거진 숲길을 헤쳐 오르니
278.7봉 도솔산 비로봉 삼각점을 지난다.(10:50)
오른쪽 용설리 사찰의 어느 스님께서 자주 산책길로 삼는 느낌이다.
아무튼 불심 깊은 명명에 어울릴 조망처를 마련했으면..
잡목만 우거진 이곳도 극락 같은 비로봉으로 우리들 가슴에 심을 수 있으련만..
오른쪽 내리막길을 길게 밟으니 서낭당 흔적의 안부를 건너 262봉에 올라선다.
도솔산 보현봉이라..도솔산 두 봉우리가 이리도 가까울진대..
극락도 도처에 있으리니 부디 먼길 헤매지 말고 내 주변의 행복을 기꺼이 누릴수 있기를..
왼쪽으로 크게 꺾어 진행되는 편안한 능선길엔 염불 소리만 더욱 크게 들려 오는 한가로운 휴일 한낮이다.(11:00)
(걸미고개 소나무)
282봉을 가볍게 넘어서고 큰 바위가 버티고 있는 바가프미산 갈림길에서 90도 왼쪽으로 꺾어 내린다.(11:10)
왼쪽 바깥걸미 마을에 축사에서 개짖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17번 국도가 지나는 걸미고개 절개지에서 미끄러운 철망길을 조심스레 내림길을 밟고 내려,
안성CC 정문앞 수준점 잔디밭에서 점심겸 긴 휴식을 취한다.(11:30-12:15)
젊은 시절 칠장산 아래 안성 세븐힐스와 더불어 자주 찾던 격조 높은 골프장이다. 벌써 십 수년이 흘렀구나..
IMF시대를 지나면서 힘든 고통의 시간을 그런대로 골프에 몰두할 수 있어
만사를 털어내고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었는데..
결국 건강을 염려하는 50대에 들어 서면서 이렇게 등산길을 걷다보니 점점 멀어지는 운동이 되고 말았구나..
올가을엔 설악산 아래에서 단풍놀이를 겸해서 등산과 함께 병행하여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
늦게 도착한 후미조를 기다리며 긴 휴식을 끝내고, 안성CC 진입로 오른쪽 마루금을 생략하고
오래된 벚꽃나무가 줄지은 포장길을 따라 골프장 주차장까지 걸어가서
왼쪽 모퉁이로 이어지는 정맥 들머리를 찾아 오른다.(12:20)
배수로를 따라 올라 짧은 오름으로 두어개의 봉우리를 넘어서고,오른쪽 아래 골프장을 나뭇가지 사이로 구경하면서
'좌벼울고개'를 넘어 오름길을 밟는다.
남쪽 '제비월산'으로 이어지는 고갯길이란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 어찌하여 이렇게도 변하는 모양이다.
그리 급하지 않은 오름길을 밟은 후 376봉 산불감시초소를 지난다.(13:00)
잡목 숲으로 가려져 여전히 조망이 좋질 않다. 저렇게 시야를 가린 초소에서도 산불 감시가 가능할까..
정맥길 비박용으로 이용하면 좋겠다.
(금북정맥 앞자락의 안성천 지역)
감시초소봉을 지나면서 서너개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좌우를 번갈으며 그리 힘들지 않지만 지루하게
오르내린후에야 왼쪽 칠장사로 이어지는 복전고개를 지난다.
마주하는 칠장산이 오른쪽 능선길에 뚜렷하게 한남정맥을 긋고 두개의 봉우리를 곧추세운다.
양쪽 다 칠장산 표지석이 있다고 하니 북쪽 관해봉과 어느쪽이 더 높은 주산인지는
내년 한남정맥 길에서 확인해 볼수 있으리라..
오르막 능선이 천천히 반복되며 계속 고도를 100여m 올린 후에야
3정맥(한남,금북,한남금북) 분기점에 올라서서 배낭을 내린다.(13:40)
유난히도 더웠던 지난 여름 동안의 복분자, 산초나무 가시밭길이
내 인생의 어느 한 토막처럼 파노라마로 뇌리를 스친다..
11번의 구간 종주중에 짧기도 하고 길기도 했던 여러날들도떠오른다..
무사종주 감사제를 준비할 동안 잠시 칠장산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13;45)
(칠장산 정상)
북으로 한남정맥이 죽산과 안성을 가르고 기후 마저도 차이가 나는 한강과 안성천을 갈라치며
도덕산을 거쳐 문수봉으로 이어진다.
남쪽 칠현산, 덕성산으로 이어지는 금북정맥은 지천땅의 비옥함을 뽐내며 금강으로 흘러들어갈
구암천을 왼쪽으로 흘린다.
지나온 한남금북길의 끄트머리인 속리산 자락들을 되돌아 보며, 마지막 서너구간의 무박길에
힘겨운 긴 여정에 동참했던 대원들에게 감사의 맘을 전한다..
짙은 선글래스로 북받치는 감격을 애써 감추고 먼곳 산그리메를 향하며,
또다시 이어갈 한남과 금북의 끝인 태안 안흥진 바다와 강화 보구곶의 그날을 상상해 본다.
올겨울까지 낙남을 끝내고 내년에는 한가롭게 남북으로 이어지는 한남과 금북을 배워 나가리라..
그 곳엔 또 다른 희망과 지난 날의 아픈 역사들 마저도 사랑할 수 있는
맥 마루금을 차지한 숱한 영혼들의 춤사위를 느낄 수 있으리라..
되돌아 내려선 정맥 분기점에서 감사의 제를 올린 후 남으로 잠시 금북정맥 길을 따라 내려 칠장사로 향한다.(14;20)
(칠장사)
능선 왼쪽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산죽길을 따라 칠장사 나한전에 내려선다.
박문수의 장원급제를 따르는 촛불기도를 보며 입시철을 느낀다.
자장율사가 세우고 7인의 악인을 교화시켜 칠현산의 이름을 얻은 혜소국사비는 3등분되어
탑비와 귀부(거북모양받침대),이수(용모양 탑모)로 나뉘어진 채로 보존되고 있다.
낡았지만 고색의 은은함을 간직한 대웅전 오른쪽엔 봉업사 터에서 옮겨온 석불입상과 광배가 자릴 잡았다.
잔디를 깔았었다는 절마당은 작은 잡석으로 교체되어 한결 나아 보이고
괘불석주들과 3층석탑이 절마당을 조화롭게 꾸미고 서 있다.
명부전 현액 그림들은 애꾸눈 어린 궁예가 활쏘기를 즐기고 있고,
앞뜰 큰 나무 아래에는 임꺽정이 갓바치 병해스님과 술잔을 기울인다.
인목대비도 영창대군의 손을 잡고 음택을 나서서 휴일 나들이를 즐긴다.
주차장으로 내려서는 발길이 사천왕문을 지날 때 사천왕이 장난스런 모습으로
비파를 퉁기며 뭘 그리 바삐 떠나느냐고 잠시 멈추게 만든다.(15:00)
(사천왕)
드라마 임꺽정과 역사 속의 임꺽정을 고난과 질곡의 지난 날과 오늘날의 사회상이 잘 반영되기를 바래보며,
우리는 소설 '임꺽정'의 저자인 월북인사 홍명의를 재조명하며, 일제 강점하에서 옥중의 연재로 남았던
이 소설을 통해 그가 바랐던 민족의 새로운 삶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과연 그가 택한 좌우의 이념이 분단된 조국의 민족주의가 설 수 있던 곳은 남쪽이었을까 북쪽이었을까..
차라리 그들이 머물 수 있는 남도 아닌 북도 아닌, 좌도 아닌 우도 아닌 38선 어디쯤에 중립의 땅이라도 만들었더라면..
권력도 바라지 않는 한반도 제3의 땅에서 통일된 조국을 아우를 수 있었을까..
부질없는 상상들을 칠장천 맑은 물에 땀과 함께 씻어 내리니 갓 익은 손두부와 시원한 이슬이가
범부의 가슴을 가득 채운다..
10/1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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