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시간표)
10/25 00:00 서울 남부터미널 출발
03:30 산청 원지
04:50 돌고지재 출발
06:45 옥산 천왕봉(15분 산제 후 07:00출발)
08:00 배토재 5.6km
08:40 아침식사 후 출발
09:30 안남골재 2.8km
11:00 마곡고개
12:30 2번국도(오랑동) 5.5km
12;50 헬기장
13:15 (점심식사 후 출발)
14:35 234.9봉 6.0km
15:20 딱밭골재 1.8km
16:45 선들재 3.0km
18:00 솔티 3.5km
13시간 10분 28.2km
10/26 06:00 솔티 출발
06:45 태봉산
07:50 유수교 3.5km
09:00 비리재
10:25 실봉산 6.0km
11:30 3번국도 3.7km
12;30 (점심식사 후 출발)
13:40 93.8봉 2.5km
15:20 고미동 고개
16:00 계리재 5.0km
10시간 20.5km
(개옻나무 단풍)
(10/24 23:00)낙남정맥 2번째 길을 떠나는 발걸음은 한결 가볍다.
지난 첫구간에서 지리산을 벗어나기 위한 비박장비들을 제외하고 나니 배낭 무게도 한결 가볍고,
고도차도 그리 많지 않은 야산들을 걸어갈 예정이므로 구간거리를 좀 더 길게 잡아 보기도 한다.
남부터미널 출발에 익숙치 못한 대원이 강남터미널로 착각하여 애를 태우다 아쉬움을 남긴다.
자정을 넘기고 서울을 떠나 지리산 아래 진주로 향하는 우등고속이 참 좋은 세상을 맞이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 고단한 몸을 잠재운다. 깜빡 졸음에 산청군 원지정류장에 도착하여,
길가 가로 공원에서 출출한 시장기를 라면으로 달랜다.(10/25 03:30)
택시를 타고 옥종면 궁항리 입구를 지나 돌고지재에 도착하여 지리산을 벗어나는 산행을 시작한다.(04:50)
그믐에 가까운 새벽달이 낙엽 떨어진 나뭇가지에 걸려 있으나, 등로를 밝히기엔 너무 어둡구나..
(옥산-지리산)
동쪽 절개지 위의 농원건물 오른쪽 포장길을 따르다가 억새가 무성한 언덕 오르막을 5분여 가로질러
다시 포장길을 만나고, 숲속 급경사 오름길을 지나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서서
남쪽 광양만의 잠들지 않은 용광로 불빛을 향한다.(05:10)
지난해 겨울 백운산에서 마주했던 호남정맥의 끝자락이 스쳐 지나간다.
섬진강 자락을 바라보며 하동 금오산 아래에 펼쳐지는 새벽의 장관을 잊을 수가 없구나..
멀리서나마 그날의 감흥을 다시 느낄 수 있는 행운을 맛보며, 다시 낙남의 길을 떠난다.
임도를 거쳐 숲속 오르막길의 잡목을 헤치며 어둠속에서 길찾기가 만만치 않다.
잠시 헤메기도 하며 소나무와 잡목을 헤치고 올라 526.7봉에 올라 숨을 다스린다.(05;35)
아직은 동트지 않은 새벽길이 무척 조심스럽다.90도 남쪽길로 되돌아 내리며
키낮은 소나무와 잡목들로 빽빽한 어둠속을 내려서며 오른쪽 옥산 천왕봉(활공장)을 가늠한다.
(옥산-하동-광양만)
억새로 가득한 작은 봉우리를 지나 재배단지 오른쪽 임도길에 내려서서 임도 왼쪽 오르막을 따르다가 옥산 오름길 숲속
으로 들어선다. 곧 이어 만나리라 생각되던 임도는 나타나질 않고 산허리를 오른쪽으로 계속 돌아 넘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어둠속에서 리본을 잘못 본 것임에 틀림없다.
10여분을 진행하다 다시 임도로 원위치하니 10여m위에서 오름길이 보인다.(20분 알바)
숲길 오르막과 임도를 번갈아 거친 후에야 헤드랜턴을 벗으며 새벽을 맞고, 활공장이 있는 옥산(천황봉)에 올라서니
사방이 아침 햇빛을 누리며 산꾼의 발길을 잡는구나..
북쪽 지리산 천왕봉이 아득하고 동쪽 진양호의 운무가 신비스럽다..(06:45)
(옥산일출)
배낭에 지고 온 간단한 제수과일과 떡을 놓고 한잔 술을 따르며 지리산을 벗어나 낙남 산길로 떠나가는
아픈 영혼들과의 발길에 무탈을 기원한다.
영남의 서쪽을 일구며 가야의 땅에서 면면이 이어 오던 반골의 기개가,
그예 오늘에 이르러 말문을 닫게한 상잔의 비극을 맞은 이 땅..
부디 내 걷는 한걸음 한걸음 마다 작은 정성으로 슬픈 영혼들을 어루만지고,
고향을 떠난지 반세기가 훨씬 지난 오늘의 낙동강을 만나거들랑
회한의 슬픔을 딛고 구포나루 어귀에서 이념의 적들이 하나되어 떠나가길 빌어 본다..
밤이면 구천을 맴돌던 망령들도 저 찬란한 햇살의 축복 속에서
지난 시절의 어처구니 없는 상쟁의 한을 녹이고 잠들기를..
만고액살을 푸는 마음의 굿을 춤추며 사방을 맴돈다.
부디 덕산 동학의 넋으로부터 이어 온 배고픔의 항쟁을 일깨우고,
논개의 땅을 지나는 오늘의 발길이
이 땅을 살아가는 민초들의 오롯한 절개를 가슴에 깊이 간직하게 하소서..
(옥산-진양호)
(07:00)남동으로 이어지는 백토재 내림능선길이 유순하게 넘실댄다.
억새 춤추는 내림길을 지나 편안한 솔숲길이 정맥길 치고는 공원길이다.
10분 남짓 편한 걸음으로 당도한 옥산 갈림길, 망설이다가 오늘 남은 갈길이 멀어 왼쪽 옥산정상을 눈으로 올라본다.
오른쪽 옥산제2봉을 향해 부드러운 능선길을 동남으로 내려 밟고, 백토재로 향해 급한 내림길을 밟기 시작한다.
왼쪽 정수리 淸水마을이 불소유황온천으로 이름나 있다는데..
지도상의 옥산서원(圃隱 정몽주)도 같은 마을에 있는 모양이다.
진주 姜,河,鄭氏들의 인걸이 저 계곡 마을들에서 태어났으니 지리산에서 이어지는 정기가 진양호에 묻히지나 않았을까..넓은 농로에 내려서서 임도를 따르다가 통신안테나와 노인병원을 짓고 있는 배토재(백토재)에 내려선다.
부근이 고령토 지대인 모양이다. 길가 한적한 곳을 골라 아침식사를 끓이며 옥종으로 넘어가는 차량들의 야릇한
시선을 느낀다. (08:00-08:40)
(배토재 옥종공원)
옥종면 멋진 비석공원을 뒤로하고 도로를 건너 묘지길을 따라 오른다.
옥종 정수리 마을들을 뒤돌아 보고 임도를 따라 올라 밤나무 단지 능선을 오르내린다.
잘 익은 밤알들이 수확을 제대로 못한 탓에 반쯤은 그냥 길에서 버려진 채로 겨울을 기다린다.
포장임도 곁을 지나는편안한 능선길을 올라 작은 봉우리를 임도 따라 우회하고,
계속 이어지는 밤나무단지와 소나무 숲을 번갈으며 북천면 안남골 고개를 지난다.
오른쪽 대나무 숲 속의 푸른 지붕에서 늦은 아침밥을 데우는 연기가 올라온다.
고향의 냄새가 함께 피어 오른다.(09:30)
탱자나무 가시로 둘러쳐진 밤나무 단지를 지나고 임도를 따르기도 하면서 소나무 조경단지를 지나
30여분만에 삼각점이 있는 237봉에 올라 지나온 옥산과 천왕봉을 뒤돌아보니
이젠 완전히 지리산을 벗어난 느낌이다.(10:00)
세종/단종의 태(胎)를 묻었다는 은사리 胎峰山(소곡산)은 아직도 잠든듯이 고요하다.
왼쪽으로 급히 꺾어 내리는 소나무 숲길이 고도를 제법 떨어뜨리나 싶더니,
묘역들을 지나며 편안한 걸음으로 봉우리 오른쪽 사면을 거쳐 옥정산(248봉)을 지나고,
지루하리만큼 긴 능선들을 큰 고도차 없이 오르내리며 조금씩 고도를 낮추어 마곡고개(밤재) 큰 절개지에 다다라
오른쪽 펜스끝으로 내려선다.(10:56)
50여년전 상잔의 비극이 발생한지 한달여만에 진주가 함락되던 날(7/31)..
북쪽 마곡리 완사천 제방가에서 더운 여름날을 피난하던 흰옷을 입은 민초들이 ..
하늘에서 내뿜는 미군의 총탄세례를 받아야 했으니 무슨 원한의 한풀이를 당해야만 했던가..
단지 지리산이 가까웁고 옛부터 농민들의 항쟁이 가당찮은 탓이었을까..
하루도 아니고 이틀 후 남쪽 조장리 곤양천 제방에서도 같은 일을 당하고,마침내 그 다음날은
주약동 장좌굴(진티령) 터널 자갈밭에서 팥죽을 쏟아부은 듯한 피난민의 피가 흘러나오게 되었으니..
(사천 마곡리)
(11:00)마곡고개 도로 건너 절개지 왼쪽으로 이동하여 왼쪽 사면을 타고 마루금을 찾아 오른다.
그리 높지 않은 봉우리를 넘어서니 벌목으로 어지러운 능선길을 잠시 이어 내린다.
오른쪽 발 아래 묘지를 바라보며 90도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 남쪽능선으로 향하는 임도에 내려서야 한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무심코 직진을 하여 20여미터 지난후에야 임도에 내려 동쪽으로 향하는 임도를 타게되어
오늘의 두번째 알바를 겪는다.어지럽게 파헤쳐 놓은 임도에서 동쪽으로 뻗은 능선을 오랐다가 되돌아 나오고..
엉뚱한 스토리를 엮어가며 임도를 헤매다가(20분) 다시 묘지쪽으로 되돌아 나와서야 리본하나를 발견하고
차분히 새로운 산길을 엮어 내린다. 남쪽 능선을 따라 내리는 임도를 지나고 밤나무단지를 길게 이어간후
다시 임도를 만나는 삼거리에서 조금 더 임도를 따라내려 가서 오른쪽 숲으로 들어서야 한다.
문제는 알바구간의 리본들이 잘 제거되질 않고, 농장들을 통과하는 산객을 꺼려 엉뚱한 곳에
리본을 매어 놓은 곳이 많아 국도변으로 내려서는 길이 어지럽다.
결국 오른쪽 숲길을 너무 빨리 찾아 내리다 보니 마루금 등로를 조금 벗어나 곤명면 원전마을쪽
모텔 마당으로 내려서고 2번 국도로 빠져 나온다.(12:20)
(곤양-옥산-지리산)
(12:30) 2번 국도를 걸어서 10여분을 동쪽 오랑동 마을쪽으로 이동한뒤 철길 지하통로를 지나
오랑동 마을을 거쳐 등로를 찾아 오른다.오른쪽 능선길에 올라서서 폐축사 옆을 지나 밤나무단지 오르막을 이어간다.
포장임도를 건너고 숲길을 올라 헬기장 넓은 공터에서 지친 다리를 쉬면서 점심을 즐긴다.(12:50-13:15)
북쪽 진양호를 내려다 보며 알바로 인하여 계획된 시간보다 1시간여 지체되어 걸음을 빨리한다.
201봉을 올라선 후 비교적 편안한 능선길을 빠르게 나아간다.
크게 고도의 변화가 없는 능선을 오르내리고 포장 임도를 지나서 245.5봉 곤양면 경계선에 올라선다.(13:40)
오른쪽 조장리 넘어 봉명산 아래에는 '等身佛'(김동리)의 多率寺가 있다고 했는가..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다시 239봉을 지날때까지 임도와 송전철탑을 거치면서 잡목지대를 편히 지나간다.
성터 흔적이 있는 소나무 숲을 지나고 작은 봉우리들을 두어번 오르내린 후 234.9봉(사립재) 곤명/곤양면 경계
최남단봉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북쪽을 향한다.(14:35)
(딱밭골재 내림길)
사립재 봉우리를 지나 잠시 후 다시 삼각점이 있는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를 지나면서 등로는 90도 왼쪽으로 내리막을
거치면서 잡목 무성한 봉우리들을 두세개 오르내리면서 조금씩 고도를 낮추는 느낌이다.
20여분 후에 교회수련원 판넬건물 왼쪽을 지나 능선 오른쪽 임도를 따른다.
조립식 외딴집을 지나고(15:04) 갈림길에서 왼쪽 임도를 따라 조경수가 심어져 있는 묘목단지를 지난 후
딱밭골 내림길에서 숲속으로 들어서서 왼쪽 딱밭골 고개로 넘어서는 길이 잡목으로 가득하다.
그냥 편한길을 찾아 딱밭골 임도로 내려서고 도로 왼쪽으로 걸어 올라 딱밭골고개 감나무 단지로 들어선다.(15:20)
막사발을 만들어 내던 공명요터는 어디일까..온통 감나무 단지가 차지한 등로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
감나무 단지 주인의 안내를 받아 지도상의 205봉으로 오르는 임도를 따라 오르다가 숲 속의 묘역에서
어지러운 등로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 오른쪽 아래를 돌아 오르는 포장임도로 다시 내려와 205봉에서 내려오는
외딴집 앞에서 선두로 올라 간 대원을 기다리니 아무래도 잘못된느낌이다.
많은 선답자들이 205봉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90도 꺾어내리는 외딴집 통과길을 놓친 경험을 읽었기에..
표지기를 돌려 놓고..엉터리 안내판을 붙여 놓고..물론 외딴집 농장주인으로서는 우회등로를 알려준다는 뜻이겠지만
마루금을 이어가는 맥꾼들에게는 결국 알바다.
20여분의 알바 끝에 작팔리 방향으로 돌아 오르는 대원을 기다려 왼쪽 가족묘지 능선을 눈으로 이어가며
포장도로를 따라 작팔리 고개까지 진행한다. 아무래도 딱밭골 고개에서 이곳까지는
처음부터 마루금을 왼쪽에 두고 포장도로를 따르는 것이 농장들과의 사정상 나을듯 싶다.
(나동공원묘지)
작팔리 고개 오른쪽 밤나무단지를 거쳐 183.5봉을 지나니 편한 소나무 내림길이 이어지고 한동안 고도를 낮추더니,
선들재를 지나는 차소리가 들리는 작은 봉우리가 마지막으로 급경사를 이루며 지친 발길이 늦어지고
발바닥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200m 남짓의 고도에 이렇게 힘이 들다니..
밤나무 숲을 지나 선들재에 내려서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16:45) 여기서 멈추어야 하나..
솔티에서의 약속 시간은 1시간 정도 남았는데..동료들의 힘을 빌어 마지막 솔티까지 계속 진행하기로 용기를 낸다.
곤양면/곤명면 경계 표지판을 지나 송전탑을 향해 좌우 묘역들을 차례로 지나며 힘겨운 오르막을 올라
나동 공원묘지가 내려다 보이는 넓은 공터에서 사천시를 내려다 보며 다시 휴식을 취한다.(17:00)
내동면(柰洞面)의 명칭이 '柰'(능금나무 내)에서 誤記되어 '奈'(어찌 내, 어찌 나)로 기록된것이
오늘날 '내동'과 '나동'으로 혼용되고 있으니 아무래도 마을 이름으로는 내동이 옳을듯 싶다.
공원 묘지 상단의 임도를 따라 등로를 따르다가 성모마리아 상 앞에서 묵도하고..천주교 공원묘지인 모양이다.
봉화대 같은 축대를 지나 임도 왼쪽의 억새 밭 숲 속으로 능선길을 따라 올라 꽤 높아 보이는 봉우리를 넘어서고
30여분의 긴 내리막을 힘들게 찾아 내리며 결국 어둠이 짙어진 숲 속에서 새벽에 접었던 헤드랜턴 불을 밝힌다.
주유소와 모텔 간판이 보이는 2번 국도 넓은 길 절개지를 내려서면서 13시간의 힘든 걸음을 자축하며
3인의 맥꾼이 Hi-five로 낙남길 두번째 구간 첫날을 마감한다.(18:00)
(석양을 바라보며 솔티를 향해)
사천땅을 지나 드디어 진주땅으로 본격적으로 접어드니,
경상대학에서 미생물 농법을 연구하는 정박사의 반가운 만남이 기다린다.
지리산 피앗골에서 시간을 마추어 모텔을 방문하고, 택시를 타고 완사역 시장터의 피순대집으로 안내한다.
정말 오랜만의 토종 순대 맛에 긴 시간의 피로를 녹이는 이슬이가 잘도 넘어간다.
중학시절 이후의 추억도 되살리며 망육의 오늘에야 이렇게..
객지 어느 역전에서 지나 온 세월을 잠시 정리할 수가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늘 맑은 얼굴 그대로 이 땅의 농민들을 위하여 좋은 연구 업적을 남겨주기를..
며칠 후 이 곳 곤명/다솔 축제날엔 완사역전이 매우 붐비겠구나..
면면이 이어 온 농민들의 축제를 농민들과 함께 재현하는 큰들 예술촌에 박수를 보낸다.
갑오년 동학혁명 보다 30여년 먼저 일어난 1862년의 진주농민항쟁의 정신이
동학을 거쳐 1920년대 衡平社운동(백정계급해방운동)과 해방 이후의 소작조건 개선운동..
4.19의 김주열..그러한 경남 남서부의 반골 기질이 私學파(士林파) 南冥 曺植선생에서 비롯되었을까.
완사천 넓은 강이 진양호에 빠져들며 지리에서 흘러내린 한많은 사연들을 녹여드니
춤과 극의 예술 고장 진주의 흥이 취해 오른다.
"에라 여인네야..한번 변한 진주낭군 맘돌리기 힘들도다..."
(유수터널)
(10/26 05:00) 모텔 탁자에서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대신한다.
전날의 피로는 한잔 즐거운 이슬이로 녹여 잠을 푹 잔 탓인지 그런대로 좋은 컨디션이다.
아직은 어두운 새벽길을 나서 2번국도 서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연평리 마을길로 포장도로를 따른다.(06:00)
신흥목장 고갯길 옛날 솔티고개를 넘어서서 '愛鄕' 비석이 있는 마을 입구에서
오른쪽 숲 속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짚어 오른다. 묘역이 있는 첫 오름이 꽤 빡세다.
묘역을 넘어서서 오른쪽 내림길을 편안하게 이어가다 왼쪽 사면을 타고 올라 넓은 공터에 이르고
왼쪽 진양호의 새벽을 느낀다. 20여년전 남강댐을 더욱 높이는 공사가 마무리 될 즈음 사업관계로 진주를 방문하고
진양호 공원 부근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던 기억이 새롭다.
그 이후로 진양호의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완사천 계곡 하류는 더욱 넓어졌겠지..
북쪽 대평면 수몰지의 마을들은 그렇게 역사를 묻은 채 잠들었다.
오른쪽 숲 속길을 5분남짓 걸어 올라 태봉산 삼각점에 배낭을 내리고 휴식을 취한다.
어느새 날이 밝았구나..(06:45)
(바락지산-나동공원묘지)
태봉산 내림길은 큰 봉화터(太烽)를 연상 시키며 많은 성터 흔적이 남아 있고 편안한 내림을 이어간다.
왼쪽 미륵산 분기점에서 오른쪽 내리막을 밟으며 유수터널들을 지나고 작은 봉우리(디비리산) 안부를
왼쪽으로 넘어서니 임도를 따라 내려 2번 국도 굴다리 밑에서 경전선 유수터널을 만난다.(07:00)
유수철교를 건너 오던 열차가 이곳 유수터널을 지나면서 속도를 늦추고
새앙실고개(솔티마을/두루박골)에 기적을 남기겠지..
2번국도 4차선 굴다리를 건너 오른편 절개지를 올라 왼쪽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찾아 따른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바락지산 정상에 올라서니 사천땅이 한눈에 들어 오기 시작한다.
편안한 걸음으로 묘역들과 묘목밭들을 지나면서 유수리 주변을조망한다.
(道統祠계동문)
가화천 배수로 공사로 인하여 끊어진 맥길을 이어가질 못하고,
왼쪽 쑥골마을로 내려오는 길목에 감나무 단지를 지나 농로에 접어드니 오른쪽 道統祠 사당이 깨끗하게 자릴 잡았다.
孔子,朱子,安子의 영정을 봉안하던 이 사당은 본래 진양호로 수몰된 대평면에 있던 것을
1995년 남강 댐의 높이를 더욱 높이면서 이 곳으로 옮겨 놓았다.
지리산 쪽 덕산을 마주해야 멋스러울 텐데..떠나 온 진양호를 바라보고 있구나..
마을을 지나 포장 도로를 따라 오른쪽 가화천 길을 걸어서 유수교에 다다른다.(07:50)
가뭄으로 말라 붙은 가화천이 공룡화석의 발자욱을 드러낸 채, 강바닥이 일러 주는 물길의 방향을 가늠해 본다.
진양호로 흘러 들었어야 하던 가화천이 거꾸로 유수교 남쪽 맥길 산허리를 자른 인공수로를 통해
사천만으로 흐르게 되었으니..홍수 조절을 위한 방편이라지만 과연 오늘날에도 그러한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일까..
山自分水嶺을 깨부순 인간의 힘이 훗날 어떤 재앙으로 남을지.
.'산없이 시작하는 강이 없고, 강을 품지 않은 산이 없다'는데...
허한 마음으로 머물다가 배낭을 진다.
(유수교)
대간 정맥길에서 유일하게 물길 다리를 건너는 기념 아닌 기념을 남기고,
유수교 다리를 건너 폐교된 유수초교의 인공잔디 구장옆 오른쪽 농로를 걸어 들어가
과수원 집 옆길을 따라 왼쪽 숲으로 오르면서 끊어진 정맥을 잇기 위해 들머리를 찾아 오른다.
제단석만 쓸쓸히 자릴 잡은 낡은 묘소와 대나무 숲을 지나 '홍수경보시설'을 지난다.
남강 물이 넘쳐 흐르면 이곳에서 사이렌을 울리나 보다..
편안한 오르막도 잠시,밤나무 단지를 지나면서 된비알을 거쳐 묘역이 있는 171봉을 넘어 서고,
잡목과 밤나무단지를 거치며 작은 봉우리를 한번 더 넘어 설때까지 온통 밤나무와 감나무단지로
어지러운 등로를 가까스로 찾아 내린다.
다시 감나무단지 농로를 건너 저수도가 있는 언덕을 넘어 비리재 지방도(유수리/축동면)에 내려선다.(09:00)
(가화천 인공수로)
비리재 도로를 건너 물탱크 비슷한 구조물 위로 등로가 이어지면서 임도를 거쳐 오른쪽 숲속으로 올라선다.
낮은 봉우리를 넘어서고 묘지가 있는 봉우리를 편하게 넘어서니 감나무단지가 있는 농장에서
잠시 방향을 잡기가 힘들 정도로 마주하는 산등성이가 도로들로 채워져 있다.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외딴집 농장을 거쳐 한우 축사가 있는 포장도로를 따라오른다.
본래 축사 뒤로 이어지는 맥길 마루금은 감나무 단지로 개발되어 한창 잘 익은 과일 수확을 하는
주인들의 눈초리가 따가워 눈길로 마루금을 긋고 그냥 포장도로를 따르기로 한다.
나동터널 위로 이어지는 탑리/독산리 도로가 새로이 포장이 된듯하나 지나다니는 차량은 거의 없다.(09:45)
도로정상 부근에서 다시 실봉산 오름길을 찾아 오른쪽 숲속으로 오르막을 타고
나동터널 위 삼거리 봉우리까지 제법 가파른 된비알을 겪는다.
오른쪽으로 90도 꺾어 내리며 편한 오르내림으로 179봉 무덤가에서 배낭을 내리고
지쳐 배고픈 허기를 초콜렛 하나로 달래본다. 아침식사가 부실한 탓에 유난히 허기가 지면서 피로를 느낀다.
(실봉산-사천-통영)
잠시 휴식후 묘지 왼쪽으로 이어지는 잡목 숲속길 내리막을 밟아 임도를 건너서고,(10:09)
묘역들을 스치는 오르막을 편히 오르다 실봉산 마지막 오름길에서 오랜만에 급경사를 만나 힘겹게 정상에 올라선다.
(10:25) 이어지는 내림길 묘역들을 지나 두릅나무 단지 내림길도 지나고,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예쁜 체육공원을
지나면서(10:40) 오른쪽 포장도로를 따라 말무덤재 임도를 건너 오른다.
힘들지 않은 능선을 넘어서고 편안한 오르내림으로 묘역들과 작은 봉우리들을 두세개 넘어선 후,
왼쪽 진주 경상대학이 보이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감나무단지를 거쳐 묘역들이 자리한 내림길을 밟는다.
지루하리 만큼 긴 능선길을 벗어나 황새등 마을로 내려서는 억새와 소나무 숲길은 한결 멋스럽고
가벼운 걸음으로 당도한 화원삼계탕집에서 점심과 긴 휴식을 취한다.(11:30-12:30)
(황새등 내림길)
(12:30) 긴 휴식 후 선답자의 산행기에 따라 중부/남해 고속도로 진주분기점을 건너는 도로행진을 시작한다.
참조***(우측저수지-삼거리에서 우측-고속도로지하통로-3번국도-횡단보도-지하도 2번건너-좌측 감나무단지-포장도로-
절개지상단-고속도로지하통로-외딴집 오른쪽-고속도로절개지)***
메모지를 참조하여 리본도 없는 분기점 통과를 무사히 마치고절개지 상단 116봉에 올라서니 20여분이 흘렀다.
(12:50) 50여년전의 아픈 기억들을 간직한 채 유골들을 캐고 있는 남쪽 정촌 마을들은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들을
수확하기에 여념이 없다. 묘역 내리막을 거쳐 밤나무단지 길을 따라 모산재(내동/모심동) 도로를 건넌다.(13:05)
넓은 묘역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왼쪽 능선길을 따라서 감나무단지와 송전철탑이 있는 봉우리를 넘어 서니
왼쪽으로 아파트 단지가 보이는 포장임도에 내려선다.
갈림길들 마다 다소 어지럽긴 하지만 '낙남정맥'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어 크게 어려움 없이
묘역과 포장임도 삼거리를 거쳐 대나무 숲속으로 올라선다.
작은 와룡산(93.8봉)으로 불리우는 대나무 숲 속 3거리에서 오른쪽으로 90도 꺾어 긴 대나무 터널을 이어간다.
송전탑을 지나고 긴 대나무 숲길을 "경로당 등산길"이라 적어 놓은 포장 임도(개양동/내동)에 내려선다.(14:05)
(작은 와룡산 대나무숲길)
오른쪽 능선길 감나무단지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잠시 따르고,
작은 언덕같은 봉우리를 넘어서니 과수원과 채마밭이 있는 포장임도를 따라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선다.
(14:30) "낙남정맥을 환영"하는 플랭카드가 붙어 있는 정감 어린 초소다. 북쪽 개양역이 발 아래다.
경전선 진주가는 열차가 삼천포 객차를 분리시키는 사천선이 분기되는 역이었던가..
부산,마산에서 한잔 술에 취해 진주로 가던 취객이 미처 방송을 듣지 못하고 맨 뒷칸 객차에서 졸다가
졸지에 삼천포로 향했던가.."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졌다"던가..
초소 뒤로 이어지는 무우밭에서 무우를 캐고 있던 초로의 부부가 갓 캐낸 무우 한개씩을 건넨다..
내 고향의 맛을 느끼며 길섶에 앉아 싱싱한 인정으로 갈증을 달랜다.
이어지는 농로를 따르다가 오른쪽 포장길로 꺾어지는 감나무 농원 창고 앞에서 단감 하나씩을 건네주는
농부들의 훈훈한 풍년을 가슴에 지닌다. 오른쪽 죽봉동 죽봉골로 넘어가는 포장도로에 내려서서
왼쪽-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배나무단지 포장농로를 따라 길게 이어 걷는다.
발 아래로 사천선 죽봉터널이 지나고 전쟁 후 30년 남짓 만에 운행이 중단 된 터널도
'살인의 추억' 촬영장소가 되었다는데..이 곳의 주민들은 그러한 추억을 결코 떠올리고 싶진 않을것이다..
(산불감기초소가 있는 농장 봉우리)
대형 감나무단지가 펼쳐진 포장 농로를 따르며 철탑을 지나고 장승까지 새워 둔 "낙남새말원"농장이
풍성한 감을 수확하기에 여념이 없다.(15:00)
이어지는 왼쪽 새동네 도로를 건너 오른쪽 산길을 찾아 오르면서 잠시 된비알을 거쳐 112봉 밤나무 밑을 지난다.
내림길 감나무 농장에서 젊은 농부가 잘익은 홍시감을 건네주니 무덤가에 다리쉼을 하면서
제대로 익은 연시의 단맛에 마지막 피로를 삭힌다. 고미동 고갯길 포장도로에 내려서니 (15:20)
마주하는 오늘의 마지막 구간이 온통 감나무 단지로 가꾸어져 있고 "家族農場"이라는 간판을 달고
여러 식구들이 온통 감 수확에 바쁘다.
농장 저수조들을 참고하며 지워진 마루금을 적당히 찾아 올라 단지 최상단에 이르러 소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감나무 아랫도리를 둥글게 잘라놓아 의아해서 물어보니 얕은 상처를 내어 키자람을 방지하는 농법이란다.
묘역 봉우리를 지나 묘지들이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을 걸어 내려 계리재 포장도로에서 오늘을 마감한다.(16:00)
(감나무농원)
문산읍 택시를 타고 진주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고,
간단히 목욕한 후 남강 촉석루를 바라보며 진주장어라 불리는 바다장어와 함께 마시는 이슬이가 달고나..
긴 시간의 발걸음에 아직도 발바닥의 열기는 식지를 않느데..
서울 갈길이 점점 늦어지는 진주 남강변의 저녁이 붉어진다.
저 강을 흐르는 논개의 영혼이야 말이 없는데..
기생 출신이면 어떻고, 양반 첩 출신이면 어떠한가..
나라 지키고 이 땅의 기개를 보여줌에 양반 상놈이 별거드냐..
변해가는 세월에..
변해가는 지구촌에..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설운 한들이 있다면 저 강물따라 흘러라..
그리하여 낙동강 끝자락에서 멀리 태평양으로 떠나 갈 수 있기를..
본시 때린놈은 잘 잊겠지만..
맞은 설움은 잊혀지지 않는 법..
저 여무는 감나무의 풍성한 열매처럼,
富者의 貪慾도 아닌,
貧者의 시기도 아닌,
잊혀지지 않는 교훈으로 흘러라..
11/5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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