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시간표)
12/20 01:00 강남 고속 터미널 출발
05:00 마산 도착
05:30 만날재(아침식사)
06:00 만날재 출발
06:35 대곡산 1.2km
07:35 무학산 2.5km
09:10 마재고개 5.0km
09:55 송정고개
12:53 천주산 6.5km
13:40 (식사후 출발)
15:11 굴현고개 2.5km
15:30 북산
16:00 용강고개(20분 휴식)
17:00 신풍고개 2.5km
11시간 20.2km
12/21 06:00 신풍고개 출발
08:30 정병산 5.5km
09:57 용추고개 4.5km
12:18 대암산 4.5km
12:40 (식사 후 출발)
13:46 용지봉 2.5km
15:30 냉정고개 4.5km
9시간 30분 21.5km
(대곡산 오름길-마산 야경)
(12/20 01:00) 전날 자정이 가까울 무렵 후두둑거리는 습한 밤길을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서는 모습이
무척 안쓰러운듯 물푸레의 배웅이 짠하게 느껴온다.
고속터미널 식당에서 밤늦은 해장국으로 수면취침용 이슬이 한잔을 하고 올라 탄 고속버스가 중부내륙을 달리고
내서읍을 거쳐 마산터미널에 단숨에 닿는다.(05:20)
다행히 남도의 밤하늘은 동지로 향하는 하현달이 마지막 달빛을 태우며 맑은 새벽을 밝힌다.
만날재 잘 정비된 공원에 올라 멋진 마산 시내의 새벽을 내려다 보며 준비한 누룽지탕을 끓여 이른 아침 식사를
대신하고 대곡산을 향하는 들머리를 찾는다.(06:00)
본래 쌀재까지 포장길을 따라 접근한 후 짧은 오르막으로 대곡산을 오를 수 있겠으나, 지난번 쌀재 날머리에서
확인한바 농장개발로 인하여 맥길이 변형되고 엉뚱한 대곡산 오름길이 되어 버렸으니,
차라리 멋진 마산항의 야경을 즐기며 다소 긴 오름이지만 만날재-대곡산을 잇는것이 새벽의 멋스러움을 더해줄 것 같다. 만날고개 詩碑 뒷편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입구를 찾아 가벼운 걸음을 내딛는다.
(大谷 靑松)
부드러운 들머리 초입도 잠시 ,대곡산 오름길이 매우 가파르다.
랜턴에 의지하며 다행히 많은 마산 시민들의 발길로 잘 드러난 등로를 따라 오르니 밤길 초행길이라도
크게 염려되지는 않는다. 된비알의 거친 호흡을 만날재 슬픈 여인의 전설로 삭히며 천천히 내닫는다.
월영동 어느 양반집 규수임에도 홀어머니 가난을 벗어나고자 쌀재(싸리재) 너머 감천골 윤진사댁으로
팔려갔던 여인의 슬픈 애환을 떠올리며, 비록 말못하는 장애인으로서 아내를 끔찍히 사랑했던 윤도령이
대곡산을 날아 오른다. 언제고 추석 지난 팔월 열이렛날엔 보고 싶은 고향 친구들 만나듯이
물푸레의 친정나들이도 그리 애잔할거나..중간 쉼터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랜턴에 비친 사면 길에
흔한 무덤들과는 달리 돌무덤들이 즐비하다.
아..그 옛날 의술이 없던 시절,어린 나이로 생을 꽃피우지 못한 채 사라져간 어린 영혼들의 애장터란 말인가..
대간 맥길을 따라 걸으며 산자와 죽은자의 길이 비록 한길임을 깨달았으나 저리 비켜 누운 어린 영혼들은
이 길을 오가는 산자들의 사랑을 느끼고 누군가 찾는이가 있었을까..
(무학산 정상 오름길)
30여분 남짓의 긴 오름을 거쳐 대곡청송(다복솔) 푸른 솔 아래를 올라서니
돌무더기 곁에 대곡산 정상 표지석이 보인다.(06:35) 왼쪽 쌀재 내림길이 뚜렷하다.
눈으로 바람재 넘어 쌀재 고갯길에서 대곡산 오름길을 그어 보고 마산만을 내려다 보니
아직도 잠든 도시에 불빛만 요란하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북쪽으로 이어지는 무학산을 향해 안개약수터 방향으로 편한 내림길을 밟는다.
뚜렷한 마루금 등로에 새벽 달빛마저 밝으니 솔숲길을 걷는 발길이 양탄자를 느낀다.
10여분만에 편한 걸음으로 500봉을 넘어서고 벚꽃샘터를 지난다.
봄날의 정취가 그리운 겨울날의 밤길이다.
다행히 남도의 겨울 새벽은 서울과는 달리 포근함을 느낀다.
이어지는 전망대에서 다시 마산만의 새벽을 조망하고,암릉을올라 봉우리를 넘어서니
안개약수터 갈림길 휴식처를 지난다.
학봉 갈림길과 왼쪽으로 마주하는 727암봉을 지나면서 억새 숲길과 조화로운청솔들의 멋진 산길을 드러내고
점점 밝아오는 여명 속에서 마산의 진산에 안기어 간다.
잘 정비된 마루통로를 이어간 후 태극기 휘날리는 무학산 정상 암봉에 올라선다.(07:35)
(무학산정상에서)
斗尺山(마재산)이라 했던가,風長山이라 했던가..
저 鶴峰을 머리로 마산만을 향해 양날개짓하는 이 산허리가 최치원 아니래도 舞鶴山이라 일컬을만 하다.
정상석 뒷켠에 마산의 3월정신이라 했던가..1960년의 3.15 의거는 진달래 꽃피울 3월이라 생기진 않았을 터..
수백년 흘러 온 이 땅의 민중들이 얼마나 많은 폭압의 설움 속에서 국가권력에 짓밟히고,
소위 인간정신을 지킨다는 지배구조의 선전 속에서 가난과 침묵을 강요 당했던가..
그리하여 저 마산 앞바다 '돝섬(돼지섬)'의 맹렬한 금돼지로 다시 환생한 猪突의 혁명이었을까..
고 김주열님의 영혼이 안개비속의 무학산을 타고 오른다.
"내고향 남쪽바다.." 그 푸르고 잔잔하던 마산 앞바다는 여전한데..
노산의 평온함보다는 광풍의 현대사를 떠올려야 하는 서글픔을 맛본다.
(마산만의 아침)
(베꼬니아의 꽃잎처럼이나 -마산사건에 희생된 소년들의 영전에-)
김춘수/국제신보 1960.3.28
남성동파출소에서 시청으로 가는 대로상에
또는
남성동파출소에서 북마산파출소로 가는 대로상에
너는 보았는가··· 뿌린 핏방울을
베꼬니아의 꽃잎처럼이나 선연했던 것을···
1960년 3월15일
너는 보았는가··· 야음을 뚫고
나의 고막도 뚫고 간
그 많은 총탄의 행방을···
남성동파출소에서 시청으로 가는 대로상에서
또는
남성동파출소에서 북마산파출소로 가는 대로상에서
이었다 끊어졌다 밀물치던
그 아우성의 노도를···
너는 보았는가··· 그들의 애띤 얼굴 모습을···
뿌린 핏방울은
베꼬니아의 꽃잎처럼이나 선연했던 것을···
( 광려산 상투봉 방향)
(07:40)마산만 넘어 장복산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옅은 아침 안개 속에서 교교하다.마창대교와 돝섬이 아름답게 모습을 드러내는 적요의 아
침에, 촉촉히 젖어드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진해만을 뒤로하고 마재고개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오른쪽 서마지기 내림길은 나
무계단으로 잘 정비되어 있으나, 낙남길이 이어지는 왼쪽 능선길은 등산객이 적은 듯 자칫 놓치기 쉬운 등로다.길게 이어지는 내림길을 편히
걸어 내려 시루바위 삼거리를 지나고 소나무가 멋진 661봉에서오른쪽 중리 내림길로 내려선다.(08:00) 10여분만에 원계 갈림길을 지나고 점
점 고도를 낮추며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니 마재고개 이정표를 따라 호젓한 숲길을 따른다. 중리쪽으로 향하던 내림길이 327봉을 넘어선 송전
탑을 지난 후 중리 방향을 버리고 오른쪽 묘역들과 편백 묘목장이 있는 마재고개 차도에 이어진다.(09:00)
(무학일출)
지방도와 남해고속도로가 함께 가로지르는 마재고개 마루금은 이미 크게 잘려져
마주하는 절개지 위로 등로를 이어가기가 쉽질 않겠다.
허기를 달랠만한 장소도 없어 고속도로 위로 연결되는 두척육교를 건너
절개지 펜스 오른쪽 리본을 따라 등로를 더듬는다.(09:10)
묘역들을 지나 구봉산 삼거리에 올라서니 절개지 왼쪽에서 올라오는 등로를 만나
과연 어느길이 정맥 마루금에 더 정확한지 의문이간다.
배낭을 내리고 빵을 간식으로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진행방향의 구봉산 오름길을 버리고 오른쪽 과수원 내림길을 택해 잠시 후 마티고개 임도를 건너 오른다.
절개지를 올라서서 소나무 숲속의 호젓하고 솔잎 향기 그윽한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 나아가니
편한 걸음으로 송정고개(곰태고개) 포장도로에 내려선다.(09:53)
도로 건너 펜스 아래 배수구를 이용해 절개지 오름길을 찾는다.
짧은 된비알을 거쳐 폐탱크가 있는 202봉을 넘어서면서 왼쪽 내림길을 밟고 중지고개길에 내려선다.(10:13)
(중지고개)
축사들로 어지러운 사육장 컨테이너 막사를 기웃거려 보지만 식수를 구할 수가 없다.
천주산을 넘어 설 동안에 어디선가 점심을 끓여야 하는데..아무래도 식수가 좀 모자랄 것 같다.
개 사육장으로 알려졌던 폐막사 속에는 개 한마리 없이 요즈음은 토종닭을 키우는 곳으로 바뀌었다.
사육장 끝 부부분의 작은 수로 같은 통나무다리를 넘어 농장으로 끊어진 왼쪽 마루금을 찾아 오른다.
합장묘역을 지나고 폐묘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면서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으며 편안한 오름길을 이어 나간다.
425봉을 지나면서 리본을 잘 살피고 오른쪽 금강사 하산길을 버리고 직진하여
장등산 봉우리에 올라 멀리 천주산과 작대산 두 봉우리를 조망한다.(11:15)
(천주산을 바라보며)
장등산에서 안성고개 내림길은 왼쪽으로 급히 꺾어지며 매우 경사가 급하다.
축축한 낙엽길에 미끄럼을 타기도 한다. 천주산을 바라보며 낮은 348봉 능선을 오르고,
이어서 편안한 내림으로 길게 내려서는 안성고개는 오른쪽 구암 마을 3.15 국립묘지에서 올라 오는 길과 만나면서
마산 시민들의 천주산 주등산로가 되었다.(11:50)
고갯길을 건너 오르는 오르막길이 조금씩 가팔라지면서 작대산 갈림길을 지나고,
오른쪽 오르막을 타고 오르니 본격적인 왼쪽 급경사 오름길을 만난다.
조금 지치기도 하고 선두대원과의 간격도 줄일 겸 오른쪽 8부능선길로 요령을 피운다.
10여분만에 왼쪽 등로를 만나 여유를 부리며 가늘은 빗속이지만 배낭커버도 씌운다.
그런데 뭔가 방향이 이상하다...결국 꾀를 부림이 화를 불렀다.
올라선 능선길은 엉뚱하게도 429봉넘어 3.15묘지가 있는 옥녀봉으로 향하는 남쪽 능선길이었다.
(천주산 오름길에서 바라 본 남쪽 마산방향)
돌아서서 왔던 길쪽으로 다시 북쪽 능선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서니
급한 경사길을 거쳐 오르는 왼쪽 봉우리에서 오는 길과 합류한다.
오른쪽 천주산을 바라보며 구름속의 창원 시가지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12:20)
멀리 '떡뫼'라고도 불리우던 등명산 아래 창원 훈련소가 보인다.
내 마지막 젊은 시절의 추억을 가장 많이 접어야 했던 곳...
33년전 그 해 겨울의 훈련소 5중대 막사 뒤 아주까리 나무 밑에도 오늘처럼 남도를 적시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지..
병장 친구가 건네주는 2홉들이 작은 맥주에 몽롱히 취해갔던 그 날의 기억이 되살아 난다.
6개월여 만에 마시는 술맛에 잠시 흥분한 탓이었을까..
고향 김해로 이어지는 국도변을 바라보며 뭘 그리도 그리워 했던가..
억새길로 이어지는 편안한 능선을 따라 길게 또 하나의 전망대를 거칠때 까지 좌우
산길을 따라 오르는 비구름을 감상하며 추억에 젖어든다.
(천주산 정상에서)
돌탑안부를 지나면서 점점 급해지는 경사를 지그재그로 오르면서 안간힘을 다한다.
긴 너덜지대와 짧은 소나무 사면길을 거쳐 天柱山 정상(龍池峰)에 올라서니
정상비석이 비에 젖은 채로 반긴다.'용지봉'이란 진례쪽 봉우리와 혼돈스럽다.
넓은 헬기장을 이룬 정상부근에는 진달래 군락을 이룬 채 이원수의 '고향의 봄'은 겨울잠을 누리고 있다.
동북쪽 주남저수지가 안개 속에 아련하다.
오른쪽 천주봉 능선을 바라보며 내림길 정자에서 점심을 끓이기 위해 배낭을 내린다.(12:53-13:40)
준비했던 물이 부족하였으나, 창원 산객들의 따뜻한 정이 어린 식수와 이슬이의 보충으로
찬바람 부는 천주산 정자에서 훈훈한 맥길을 담는다. 감사합니다..
드디어 마산의 경계선을 지나 새로운 도시 창원땅을 진입한다.
잘 계획된 도시에 전국에서 몰려온 새로운 사람들로 형성된 이 도시가
경상남도 도청소재지로서의 명예를 간직한 채 훌륭한 삶터로 자릴 잡길 바란다.
아픈 역사도 갈등도 쌓질 않았던 옛날의 평화로움만을 기억하면서...
평화를 위한 공업도시가 되는 날까지..
(천주봉 능선)
긴 식사와 휴식을 끝내고 훗날 내가 다시 찾을 봄이면 진달래 만발하여 신도시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리라 생각하며
천주봉을 향해 배낭을 꾸린다.
나아갈 능선길이 천주봉까지 훤히 내려다 보이고,나아 갈 인생길도 이처럼 부드럽고 뚜련한 목표를 향해
살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첫번째 헬기장(612봉)을 가볍게 넘어서고 이어지는 두번째,세번째 헬기장 까지는 잘 정비되고
편안한 오솔길이 동네 뒷산을 걷는 듯이 솔숲에 쌓여 있다.
이후 급한 내리막길을 나무계단으로 거치고,달천과 천주암 갈림길을 지난다.
주민들의 산책로로 이용되는듯 예쁜 산림도서관도 있는 휴식처를 지나 천주봉 정자까지는
아기자기한 암릉을 이루며 내 머릿 속에는 예쁜 진달래가 무성하다.
天柱峰 능선 마지막 암봉에 올라 남북 양편으로 갈라진 남해 고속도로를 조망하고
북산 너머 정병산까지 동으로 이어지는 맥길을 가늠해 본다.(14:38)
(천주봉)
굴현고개를 내려다 보며 천주봉에서 내려오는 급한 내림길에는 간간히 멋진 바위들이 박힌채로, 억새와 잡초들만이 무성한 너덜과 황폐한 흙
먼지를 일으키며 60도 이상의 급사면을 이룬다. 매우 조심스런 걸음을 지그재그로 20여분 즈려 밟은 후 초라한 공동묘지들이 즐비한 안부에
내려선다. 한눈에 보아도 어느 어느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의 영혼들이 집단으로 자릴하고 있음을 안다. 내림길 끝 부분에 시멘트로 만든 비석
에 자식들의 손으로 새긴듯한 세자매의 이름 속에서, 비록 가난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면서 성실히 살아가는 모습을 읽는다.
어느 화려한 묘역 보다도 숙연해지고 아름다운 영혼들의 행복을 느낀다. 어느새 굴현고개 포장도로를 건너 북산으로 향하는 대나무 숲으로
향한다.(15:15)
(북산-정병산 방향)
긴 대나무 숲의 깨끗한 터널을 지나고,비 그친 뒤 흐린 안개 속에서나마 오른쪽 희미한 창원 시가지를 내려다 보며
능선길 벌목지대를 오르니 상수도 시설 공사를 하는지 어수선한 개활지로 이어진다.
대나무와 잡목으로 이루어진 편안한 오름길이 왼쪽 구룡산에서 이어지는 능선마루를 만나
오른쪽 오르막길을 타고 북산(297봉)에 닿는다.(15:33)
앞서 간 대원들이 보이질 않는다. 아무래도 이곳이 직진 리본들이 많이 달린 채 알바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는데..
지도를 주의해서 보면 왼쪽으로 급히 꺾어 내리는 길이다.
염려스레 전화를 걸어보니 역시 직진 알바구간으로 내려간 모양이다.
되돌아 올라옴을 확인하고 천천히 왼쪽 계곡 옆 사면길을 따라 내리며 용강골 고속도로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왼쪽 과수원들의 어지러운 시설물을 지나 배수로를 거치고 남해고속도로 지하통로를 건넌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소답동에서 용강골로 넘어가는 용강터널 고갯길 옆 식당을 찾아가 물을 보충하고
북산에서 잘못 내려가 다시 수정해서 넘어 오는 대원을 기다리며 맥주 한잔으로 갈증을 달랜다.(16:00-16:20)
(굴현 고개 산죽길)
'나無를 가꾸는사람들'이라는 멋진 간판의 원예농장 입구에서 길 건너 절개지 들머리를 찾아 오르고,
단풍나무 농장 윗길을 지나 송전탑 오르막길을 오르니 정자가 있는 작은 봉우리에
마을 주민들의 운동시설과 함께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소답동쪽 직진길을 버리고 정자 왼쪽으로 이어지는 편안한 등로를 따라 내려 식당으로 이어지는 임도에 닿아
신풍고개 검문소 앞 큰도로에서 구간 첫날의 여로를 접는다.(17:00)
택시를 타고 소답동 훈련소 앞길을 지나 ,깨끗하고 멋진 창원 중심 도로를 달려 중심가 상남동을 찾아드니
얼마전 '한양족발' 가게를 개업한 중학동창의 환대를 받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더듬으며 꿈속을 지난다.
부산대학병원 뒷담을 걸어 초장동 골목을 지나고..다시 토성동 길에 명성극장도 지나고..
충무동으로 이어지던 길에서 몇몇의 얼굴들이 사라지는구나..
(이틀전 맑은 날의 창원시가지-빌려온 사진)
(12/21 04:30) 전날의 기분 좋은 저녁 식사와 이슬이에 맑은 정신으로 이른 새벽을 맞이하고,
모텔방에서 간단한 아침을 끓여먹은 후 서둘러 택시를 타고 둘쨋날의 정병산 구간을 찾아 나선다.
일기예보 처럼 벌써 한두방울 빗방울이 후두둑거리지만 겨울비가 큰비는 아니겠지 하면서 기대반의 위안을 한다.
신풍고개 용강검문소 직전 산마루 식당앞에서 차를 내리고 우의를 꺼내 입은 후
식당 왼쪽 들머리 산길을 찾아 오른다.(06;00)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라 혼돈스럽지만 왼쪽 능선길을 계속 따르니
어둠 속에서도 큰 바위가 있는 177봉에 올라 새벽 골프를 위한 밝은 골프장 불빛을 등대 삼아
무난하게 희미한 마루금 등로를 밟아 나간다.
가끔씩 비에 젖은 재선충 피해목의 푸른 포장더미가 밤길의 섬찟함을 더해준다.
큰 고도차 없는 잡목의 능선길을 흐린 안개비 속에서 랜턴 불빛에 의지한 채 좌우를 번갈으며
나아가니 창원골프장의 새벽 불빛이 화려한 골프장 옆길을 따른다.
아무래도 마루금은 골프장 경계선에 물려 들어가고 지그재그로 오르내림이 정확한 맥길은 다소 벗어나는 느낌이다.
1시간여만에 198봉을 넘어서고 부치고개를 지나면서 꽤 가파른 내리막길에 로프까지 잡아야 한다.(07:00)
(정병산 정상)
비내리는 새벽에 넓디 넓은 잔디밭에 불을 밝히고 공치기 하는 놈이나,
꼭두새벽 어두운 숲길에 랜턴 불빛 밝히고 아무런 볼 것 없는 산길을 오르내리는 이놈이나
누가 보면 미친넘들은 매한가지겠지만..
기왕 돈 많이 들여 이루는 시설물에 경계선 삼아 맥길 소로는 보살펴 두었으면
이리 골프장 주변에서 욕지꺼리는 사라질걸..
허가 취득할때와는 달리 구청 공무원들 눈을 막은 채 맥길 마루금 훼손하고 잘되는 골프장 별로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앞선 자가 장땡'이라는 오늘 날 체제하에서도, 부디 자연과 인간의 주인임을 자처하지 말고,
'빵 한조각의 권리'도 주장하지 못하는 오늘날 서민 대중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일말의 양심을 지켜나간다면,
이 체제가 세계의 마지막 완벽한 종착지로 생각하는 당신들의 세상은 조금 더 길어질지도 모를바이다.
잠시동안 빗줄기가 조금씩 약해지는가 싶으며 왼쪽 가시울타리 경계선을 지나고 키 큰 대나무 숲과 산죽길을
길게 올라 골프장과 헤어진 후, 295봉(본래 봉림산 이라는 설이 강력함) 쉼터에 닿아 ,
배낭을 내리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왼쪽으로 희미하지만 크게 다가오는 정병산 본격 오름길에 대비한다.
날은 이미 밝은듯하지만 오늘 햇빛구경은 어렵겠다.(07:40)
(독수리바위)
정병산을 향한 내림길이 완전히 왼쪽으로 꺾이면서 소목고개로 향한다.
아침이 밝아 오며 축축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한 몇몇의 휴일 동네 산객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사격장과 소목마을을 잇는 고갯마루 공터가 잘 정비되었고, 정자 쉼터에서 놀다가도 괜찮겠다.
잠시 휴식 후 정병산 1.2km의 안내판에 안도하며 계단길로 이어지는 정병산 된오름에 발을 얹는다.
돌과 나무로 이루어진 계단길이 여간 가파르질 않고 이미 새벽 2시간의 워밍업에 약간 허기도 지는터라
오르다 서기를 반복하건만..
안개비 속 전망대에서 그 좋다는 창원시내 조망한번 못해 보고 숨고르기만 반복한다.
'전단쉼터' 정자에서 배낭을 내려 놓고 왼쪽 정병산 암봉에 잠시 올라 빗속의 증명사진을 남기고
추위와 바람에 밀려 얼른 정자로 후퇴한다.(08:30)
날씨가 맑으면 북쪽 주남저수지와 남쪽 창원시가지가 환상의 조망을 펼칠텐데..
점점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한다. 배낭커버와 우의를 고쳐 입고 본격적인 우중산행에 대비한다.
(내정병봉)
정병산(精兵山,精屛山),鳳林山,佺檀山등 숱한 이름으로 기록되어 아직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나,
아무튼 기록상의 여러 이름들이 다 제나름의 의미는 있을지니 훗날 잘 정리되어 이어지길 바란다.
전단쉼터 정자를 출발하여 용추계곡쪽으로 이어지는 편안한 암릉을 타고 걸어 나아가니
몇개의 작은 나무다리들이 능선상의 암릉을 건너준다.
맥길 마루금에서 보기드문 현상이지만, 아무래도 암릉 등로에 안전을 위한 시설인가 싶다.
헬기장을 지나 암릉 내리막은 급한경사를 계단으로 잘 꾸며 놓아 축축한 빗길에도 한결 편한 걸음이다.
멋진 513봉을 넘어 급한 내림의 계단길을 다시 한번 내려서니 창원대학 갈림길 이정표를 지난다. (09:00)
대암산에서 만나기로 한 김해 초등학교 친구들과 통화하면서 걸음을 서두른다.
448봉 독수리바위의 로프는 비가와서 많이 미끄러울 것 같아 계단길로 바로 내려선다.
이어지는 소나무 숲의 등로와 작은 소나무 봉우리들을 길게 넘어서면서 길상사 갈림길을 지나고
비에 젖은 內精兵峰 돌탑 길을 넘는다.(09:34)
(진례산성 동문지)
비에젖은 내정병봉에서 조망도 없고 앉을 자리도 없어 내림길을 서둘러 길게 내려서니,
운동시설이 있는 곳을 지나며 가파른 나무계단길에로프를 따라 내린다.
우곡사 표지를 지나고 다시 서너번의 짧은 오르내림을 거쳐 용추계곡 갈림길의 넓은 공터를 지난다.(09:57)
그리 가파르지 않은 오름으로 또 다른 우곡사 입구 표지를 지나고
북쪽 진례면으로 이어지는 능선 분기점 삼거리(415봉)에서 오른쪽 낮은 봉우리를 향한다.
잠시 멈추는듯 하던 비가 찬바람과 함께 싸락눈으로 바뀌면서 점점 시야가 흐려진다.
408봉과 475봉을 거치며 대암산을 향해 보폭을 빠르게 내려선다.
잠시 후 오르막길에서 점점 바윗돌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니 진례산성터의 흔적이 시작되는가 보다.
진달래 동산과 돌탑이 쌓인 전망터를 아쉽게 지나면서
훗날 꽃피는 봄날에 내 고향 산천을 찾아 유유자적하게 노니는 내 생애 끝부분을 상상해 본다.
505봉 마루금길 이정표에는 '벌거숭이 벚꽃동산'이라 팻말이 붙었는데..(10:47)
(비음산 청라봉 소나무)
진례산성 동문터를 지난 후 부터 또렷한 성곽길이 이어지면서 비음산 갈림길 이정표를 만날 때 까지
긴 세월의 역사를 느끼며,
숱한 外侵과마루금을 사이에 두고 전장을 벌여야 했던 오랜 옛날의 가야국들이 파노라마로 스친다.
전망 좋다는 비음산 마저도 빗속 안개에 감춰진 채 언젠가 다시 방문을 요청하니 그냥 바쁘다는 핑계로
왼쪽 대암산을 향해 정맥길을 따른다.(11:10)
묘가 있는 517봉을 지나고 飛音山 靑羅峰을 나무계단을 밟으며 내린다.
멋진 암릉의 소나무들이 쓸쓸히 비에 젖은 채, 기다리던 산객을 오래 유혹하질 못하고
스쳐 지나 보냄에 아쉬운듯 하여, 카메라가 비에 젖을까 염려스럽지만 한컷을 담고 지난다.
헬기장을 지나고 남산치에 내려서니 아직도 대암산은 2.3km..1시간은 더 가야하는구나..(11:20)
전날 송년회를 마친 서울 친구들이 청계산 부근에서 벌써 짧은 산행을 마치고 먹거리를 찾아 움직이는 모양이다.
대암산에서만나기로 했던 초등학교 벗들이 추운 눈비 속에서 기다릴까 걱정스러워
바삐 대암산 오름길로 발을 옮긴다.
남산치 오름길 이후에 이어지는 암릉길은 로프와 함께 눈비에 젖어 매우 조심스럽다.
좋은 전망대와 소나무가 멋드러진 암릉길을 담지 못하고 서둘러 대암산을 향해야하는 날씨가 무척이나 아쉽다.
연이어 나타나는 환상적인 암봉을 524봉,550봉을 차례로 거치고,607.4봉 오름길은 모처럼 편안하다.
암릉지대 로프를 잡으며 우회로를 돌아 대암산 정상 직전 마지막 암봉을 올라서니
정상쪽 정자에서 기다리는 대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만나기로 했던 고향친구들은 용지봉에서 기다리다 추위에 못참아 조금 늦게 이쪽으로 향하는 모양이다.
축대를 쌓아 한껏 멋을 낸 대암산 정상 표지석을 돌아 정자에서 배낭을 내리고 점심을 끓이지만
눈비가 거세어 매우 춥다. 따뜻한 찌게로 잠시나마 몸을 데운다.(12:18-12:40)
이렇게 멋진 고향땅 어귀를 자랑하질 못함에 내내 아쉽지만,
오늘의 산행 끝에 기다릴 고향 마을에서의 이슬이를 기대하며 다시 용지봉을 향하여 배낭을 꾸린다.
(대암산 정상)
(12:40)점점 눈발이 굵어지며 등로를 걸어가는 시야가 매우흐리다.
다행히 마루금 표지들이 잘 정비되어 길찾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돌탑들이 즐비한 넓은 공터에 큰 분지같은 마당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의 방공호 터라고 일러준다. 남부지방의 요충지임에는 틀림없겠다.
용지봉을 향해 왼쪽내림길을 내려선다.이어지는 704봉을 향하는 사면길에 멋진 돌탑들이 즐비하다.
유난히 많은 돌탑 산길에서 수많은 손길들이 빌고 염원했던 그 모든 기원들이 외면 당하질 않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오늘날 부와 권력의 압제 속에서 작은 소망 하나 가꾸며 이렇게 외진 산길에서나마 사라진 자부심과 자존심을 찾고,
타고난 온전한 삶에 대한 인간적인 소망과 권리를 하늘에 빌고 있는 것이리라..
'신정봉(704봉)'이라 씌어진 표지목을 넘어서 내리막길을 길게 내려서니
고향 친구들이 눈발 속에 반갑게 마중나왔구나..반가움에 코끝이 찡하다.
수년전 홀로 산행으로 42일간의 대간 남진 연속산행을 이룩한 건강한 친구의 얼굴에도 주름이 굵어지고
흰머리가 성성하다.(13:10)
(신정봉 아래 돌탑)
벗들과 함께 걸어 오르는 용지봉을 향하는 오름길은 추위와 눈발 속에서도 한결 수월하다.
682봉을 지나고 송전탑 아래를 지나면서 봉우리오른쪽 사면을 잠시 따른다.
이어지는 암릉지대와 너덜길을 힘겹게 올라선 후 바람이 거세게 불며 눈발이 휘날리는 용지봉에 닿는다.
정상석엔 '龍啼峰'이라 적어 놓고 뒷면에 여러가지 이름에 대한 설명을 적어 놓았다.
추위에 밀려 일일히 읽어 보지도 못하고 정자쪽으로 발길을 옮겨 잠시 휴식을 취한다.
지도사를 살피니 남으로 불모산 큰 능선을 갈라치는 멋진 주봉에 올라섰는데..온통 회색 천지다..(13:46)
정자 아랫쪽 바람막이를 가리며 선채로 벗들이 준비한 이슬이와 안주로 간단한 해후의 정을 나누고
눈길 계단을 밟으며 전경부대 방향의 북쪽 내림길을 찾아내린다.
(용제봉에서..초등학교친구들과)
장유사 갈림길에 내려설때까지 가파르지 않는 내림길이 쌓인 눈 덕분에 질퍽하질 않아 다행이지만
미끄럼에는 조심스럽다.억새밭과 작은 소나무들이 섞인 사면에 눈 내리는 정경이 아름답기도 하다.
523봉을 지나고 편한 오르내림을 거쳐 진례/장유를 잇는 고갯길 임도를 건넌다.
전경부대 이정표를 따라 올라 504봉 바위를 넘어서고 이어지는 473.1봉을 지난 후
왼쪽 사면길을 급하게 내려서기 시작한다.
천천히 뒤처진 벗과 함께 젊은 시절 멀리 속초에서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함께 근무했던 군복무 때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나누며, 추억잡기에 골몰하다 보니 송전탑들을 거치며
어느새 왼쪽 포장도로에 닿아 긴 구간을 접는다.
냉정고개..현대사의 비극인 6.25전란 속에서도 직접 점령을 당한적이 없었던 김해 땅이건만.
.전쟁의 소용돌이 휘말린 비극은 마찬가지로 피할 수야 없었던 이 고갯길..
남도땅 보도연맹 사건의 유일한 재판이 있었던 곳..
하지만 또 다시 권력에 의해 흐지부지 되었던 현장..
오늘 흰눈으로 덮히는 이 고갯길에서 새해 첫날밤 마지막 구간의 낙남길을 시작하리라..
그리하여 580리 남도땅의 비극들을 끌고 넘어가 낙동강 하구에서 멀리 태평양을 향하리라. (15:30)
(냉정고개 내림길)
대기해둔 차량을 타고 냉정고개를 거쳐 김해 시내로 향하는 길목이 낯설다.
고향 떠난지도 오래되었지만 눈부시게 바뀌어가는 길목들에서 옛 추억을 더듬기도 쉽질 않다.
궂은 날씨에 산정까지 마중나온 의근,재영 친구..
함께 이슬이를 나눌 수 있었던 윤재,대근 친구의 따뜻한 정겨움을 아쉬어 하며
비가 추적이는 외동터미널에서 서울로 향하는 고속버스에 몸을 싣는다.
12/30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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