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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2003- )/2005년

05 7/17 문경 황장산행

by 道然 배슈맑 2005. 9. 3.
 7/17문경 黃腸山行기록

 

 
(황장산 산나리)

 

(산행참가자) 이주형 회장, 김일상 대장, 배기호 필자( 3명)

 

(산행일정) 07:20 서초구민회관-10:30 문경 안생달마을-10:40 산행시작-11:00 차갓재

              -11:10 작은차갓재-11:30 전위봉-12:00 묏돌바위-12:20 황장산 정상(1077.3)

              -13:00식사후 출발-13:30 감투봉-13:50 황장재-14:30 옥녀반석-15:40 석문

              -16:00방곡리 저자거리-17:00 서울향 출발-20:00 복정역.

 

(06:00) 한달 전 산행 후 사고로 인해  원정 산행에  염려스러워하는 물푸레에게 늘 미안하다.

마지막 장마가  가실 즈음인데 태풍 영향으로 충청지방에 비가 계속 된다는 일기 예보가 얄밉다.

우의와 우산을 챙기며 부디 큰 비가 아니길 빌면서 새벽길을 나서는 발걸음이 오랜만에 가볍다.

 

2-3주동안 여러 벗들과 ,정나누기의 어려움과 세상살이 후반에 만나서 동행하는 동기들의 각자

작은 행동들에 대한 책임과 기본적인 배려들을 살피느라, 계속되는 술자리를 가진 탓으로 결국

어젯밤에는 뱃속에서 위험신호를 보내며 잠을 설치게 한다.

중국에서 새 삶을 꾸리고, 잠시 들어왔던 김석태 사장은 잘 돌아 갔는지...

그동안 몸을 보살피지 않던 이충식 총무가 병원에서 종합검사를 받는다는데...

 

그렇다..이리도 남은 시간이 짧은데..바삐 만나도 몇년 안 남았는데..다녀야 할 산도 많고..나눠야 할

정도 많고..갚아야 할 짐들도..버려야 할 욕심들도...아내와 함께 즐겨야할 시간들도... 바쁘다 바빠...

이젠 어차피 골라서 시간을 쓰자..

그래도 모자라면 술끊고, 담배 끊고 살날을 늘려가는 수 밖에..

 

내일이면 4주간 ROTC 훈련을 끝내고 귀가하는 작은 놈과 곱창에 이슬이를 함께 하겠지..

심한 운동으로 다친 허리를 빨리 치료하고 내년 봄엔 늠름한 장교로서 군복무를 마치길 빌어본다.

군 제대후 유럽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큰 놈은 새벽녘에야 이동네서 살다 이사간 어린 시절

동네친구들을 이끌고 귀가하여 소란을 떨다가 여기저기 뒹굴며 코를 골고 있다.저리 좋을까..

부디 좋은 추억들을 간직하며 곧 나아갈 넓은 세상에서 맘껏 외치며 서로의 앞날을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어 가길 빈다.

 

(07:20)예정된 황장산행은 우리 26 산케의 100대 명산 순례 및 백두대간을 꿈꾸는 예비 산행으로

적격이다.오늘의 날씨만 걱정되지만 그리 큰비는 올 것 같지 않고 잔뜩 흐리기만 하다. 산악회

버스에 동승한 3인의 산케들은 전날 수면 부족을 채우다 여주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문경행 내륙 고속도로에 접어든다.

 

지난 달 백두대간의 끝자락을 잠시 밟았던 주흘산행의 감흥이 되살아 나고, 연달아 방문하는

문경새재 톨게이트가 낯설지 않고, 문경읍내를 통과하는 길목이 앞으로도 자주 들려야 할

산행 들머리의 기착점으로 느끼니 고향처럼 반갑다.

본래 문경은 문경읍을 지칭하는 새재길 남쪽이 그 명칭이나, 문경시의 승격으로, 점촌읍 쪽으로

문경시청이 다시 생겨 지도상의 표기도 혼돈되고, 고속도로상의 톨게이트도 "문경" 과 "문경새재"

로 구분되어 있다.

 

예전에는 중앙고속도로의 단양 톨게이트를 이용하여 거꾸로 벌재를 넘어 문경으로 넘나들던

신작로가 이젠 중부 내륙 고속도로 탓에 2시간여 단축되니, 차후 백두대간을 계획함에 커다란

희망이 생긴다. 1박2일 또는 2박3일의 구간 등산에선 교통편에 의한 시간 낭비가 큰 관건이다.

톨게이트를 나서 1시간 만에야 대미산 들머리 여우목 고개를 못미쳐 바깥산다리에서 우회전한

버스가, 안생달 마을 안산다리 정류장에 스무남은 산행객을 축축한 산길 들머리 쪽으로 내려

놓는다.

(묏돌바위 )

(10:40) 아침나절까지 내린 비로 산행 들머리 오름길에 산죽나무 거친 잎사귀가 시작부터 축축하다.

옛날 문경골 사람들이 단양골로 넘나들던 차갓재로 오르는 길이 생각보단 가파르다. 보통 오른쪽

베창골 계곡을 따라 작은 차갓재로 오르는 백두대간 길이 있으나, 산행길을 조금 늘리려는 탓으로

왼쪽 차갓재 길을 곧장 오르기 시작한다.

짙은 비 안개와 한 여름의 녹음으로 뒤덮힌 오름길은 금방 멈춘듯한 빗물들이 좁은 산길을 미끄러지게

하여 더더욱 가쁜 숨을 몰아쉬게 한다.

 

동행한 산악회 리더를 바짝 따라붙어 내달리는 김대장의 오름 행보가 유난히 가벼워 보이고, 어제

주말엔 건강한 저녁을 보낸듯이 이회장도 연신 흐르는 땀을 딲으면서도 3인의 산케가 이루는

선두그룹에서 뒤처지질 않는다. 예정시간보다 10분 단축하여 20분 만에 드디어 백두대간 주능인

차갓재에 도달하니, 왼쪽 대미산행과 오른쪽 황장산행의 표지판이 보인다.

 

남쪽 지리산에서 시작하여 지난달 잠시 밟았던 백두대간의 주흘산 자락에서 포암산을 거쳐 대미산에

이르는 능선과, 이제 오늘 밟아나갈 황장산 능선을 지나 죽령 소백산을 거쳐 설악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의 남한부분 중간점임을 알린다. 내년쯤 꼭 실현해 보고 싶은 대간 원정을

꿈꾸며 의미 있는 발걸음을 오른쪽 동쪽으로 돌려 북향하는 대간과 함께 호흡을 맞춰 본다.

 

(12:00)차갓재 능선 기점에서 송전탑을 지나 평탄한 능선을 오르니 전망좋은 안부가 나타나고,

작은 차갓재에 이르니(11:10),베창골 계곡길로 올라온 일행들이 쉬었던 자리를 내주며

궂은 날씨에 얼마 되지 않는 산행객 행렬을 반겨준다. 잠시 휴식후 둥그스레한 봉우리를 지나(전위봉

11:30) 오른쪽으로 약간 비켜선듯한 정상을 마주하니 흐린 가운데 또렷이 솟아오르는 암봉이 발걸음을

흥분되게 하며 여성스런 자태로 온갖 치장을 갖추고 직벽 발자락을 내민다.

 

30여분간 대간 능선의 명성에 걸맞을 만큼의 암릉들과 경사진 뾰족능선들을 경험하며 지루하지 않은

완만한 오름을 경험하고나니 허술하게 드리워진 세가닥 로프가 불안스레 걸쳐 있는 60도 암벽이

20여미터 앞을 가로 막는다. 이름하여 묏돌바위, ..이렇게 황장산 예쁜 봉우리는 우리들의 정복에

정력(?)테스트를 시도하는 줄잡이를 거치게 한다. 아침 식사를 걸러서인지 왠지 몸이 가볍고 다소

빗물에 미끄럽긴해도 팔힘으로 끌어 올리는 Hanging이 쉽게 안부에 오르게한다.

 

연이어 오른쪽 슬랩을 허술한 로우프에 안전을 확보하며 오른쪽 자락을 조심스레 밟아 돌아내리니

등에 땀이 차갑다. 이쁜것들이란...안전한 자리를 확보하고 잠시 긴장을 풀며 냉장시켜 가져온

참외 한 조각씩을 나누니 꿀맛이다. 이회장은 점심후 디저트로 남겨둔 수박까지 남김없이 소화한다.

남쪽으로 향하는 수리봉을 마주하니, 발아래 베창골 계곡을 감싸는 베바위 능선이 소나무 무늬 속에

감춘듯한 바위 속살을 희끗희끗 드러내니 여인의 치맛자락을 드려다 보듯 아름답다.

 


(정상에서)

(12:20-13:00)힘든 줄잡이 끝에 도달한 정상은 꽤 넓은 공터를 이뤄 헬기장을 곁에 두고 부드러운

곡선을 이룬다.검은 오석으로 잘새겨진 황장산(黃腸山,1077) 표지석에서 폰카로 기념촬영을 마치니

왠지 자연석 표지석이 그립다. 늘 느끼는 일이지만, 이런 멋진 산에 하필이면 인공적인 비석돌로

표지석을 세워야 하는지..쉽게만 꾸미면 할일 다하는지...지천에 널려있는 자연석 하나 큼직한 놈으로

골라 세우면 얼매나 멋드러질꼬...

 

표지석 측면에는 본명을 작성산(鵲城山)이라 적었으니, 이는 설이 많다. 작씨 성을 가진 장군이

고려 공민왕때 홍건적의 침입을 막아내기 위해 성을 쌓았다고는 하나, 鵲(까치)씨 성이 있었는가

하는 것도 의문이요, 나중에 하산길에 본 작성-석문으로 미루어 신라때 안골 마을을 보호하는

성문으로 봄직함이 옳은것 같다.

 

아무튼 오늘날의 황장산(黃腸山)명은 대원군때 궁궐건축용 소재로 쓰일 黃腸木(속이노란나무)이

많아 봉산(封山)으로 名하면서 얻은 것이라 하니 , 단양쪽 황정산과는 혼동되지 말아야겠다.

대학초년 시절 첫 여름 방학때, 예산 부근에서 농활을 끝내고 배낭을 짊어진채 찾아 들었던

단양역 부근..밤에 도착하여 대충 끓여 먹고, 마신 강물이 담날 새벽에 시멘트 물로 바뀐 강이었음을..

단양 팔경은 대부분 황정산 기슭 죽령을 바라보는 계곡에 위치함은 며칠 산속을 헤멘 뒤에야 알았다.


 


(감투봉에서 뒤돌아본 황장산 전경)

(13:50)셋이서 단촐한 점심회식을 벌인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내일이 제삿날인데..아내를

돕지 못하고 홀로 소풍 즐김을 미안해하는 이회장...시원소주의 뚜껑달린 디자인에 감탄하며

김밥을 안주 삼는 김대장..법정 스님의 가르침에 따르며 봉사하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김대장의 얼굴에 행복이 묻어난다. 배탈로 인하여 시원스레 비우지 못한 술잔이 못내 아쉽다.

그래..오래 먹을려면 가끔 참고 다스려야 하느니라...

 

정상을 잠시 내려서니 감투봉 작은 봉우리가 화려하게 다가온다. 대간의 암릉길은 그리 호락호락

하진 않다. 좌우 양켠이 바다는 아니래두 산해(山海)의 광할함이 느껴지는 정상 부근의 하산길은 

늘 조심스럽다. 건너편 감투봉 아름다움을 맛보기 전에 지나온 정상 너머에 남겨두고 온 숱한 줄잡이

고난들을  돌이켜 본다. 어쩌면 지금 망육(望六)의 우리들이 누리는 오늘이 좋든 싫든 정상이 아닐까.

 

이제 하산길의 마지막 영광을 위해 감투봉 젖은 바위를 힘겹게 밟아오르며 숨을 고른다.

아름답지만 조심스러운 하산 길..정상에 오를 땐 느끼지 못한 어떤 두려움은 뒤돌아 보는 정상의

영화로움이 안타까운 탓일까..힘겹지만 스스럼없이 올라 서던 그때의 용기가 사라진 탓일까..

어차피 지나야 할 길이라면 재촉할 필요없이 즐기면서 여유롭게 하산해야지..

 

감투봉 언저리를 돌아 투구봉 숲을 마주대하며 멀리 도락산을 감상하고 내려서는 하산길이,

40-50 m의 직벽 줄잡이로 서너번을 번갈은다.  오른 만큼 갚아나가야 할 하산 길..우린 삶의

마무리를 빚 갚아 나가는 기분이다. 이왕이면 평탄하게 하산하고 싶은데...

황장재에 내려서니 오른쪽은 생달리 문경쪽이요, 왼쪽은 방곡리 단양으로 통하는 문안 계곡이다.

다행히 비가 멈춘 탓에 대간길을 굿바이하고 계곡으로 내려선다. 

 


(문안계곡 반석위에서 거풍을 끝내고..)

(14:30)땀으로 절은 옷에서 습한 역겨움이 느껴지는가 싶더니만 평탄한 계곡길이 지그재그로

계곡을 넘나들며 거풍을 유혹한다. 2시간여의 계곡 하산길,..앞으로도 좋은 沼가  많이도 나오겠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찌든 옷과 배낭을 벗어 던진다. 다행히 선두조를 이룬 세 산케들은 산행객이 뜸한

처녀계곡을 맛본다. 이곳은 비가 많이 오면 계곡을 넘나드는 산행길을 찾기가 쉽지 않아 하산길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인생의 끝자락도 이리 여유있게 즐기며, 오래 오래 평탄한 길이 되었으면...

모처럼 비추이는 햇살이 반갑고 1시간여의 하산길이 지겹다고 느껴질 즈음 , 우린 다시 2차 거풍에

돌입하고...개구장이로 돌아간다..

국어로 말하고, 산수로 셈하고, 음악으로 노래 부르고, 미술로 그림그리던....

빤히 바라보이는 윗녘에서 몸을 씻는 작업을 시도하는 일행이 도덕 점수를 까먹고 ..

바른 생활로 마무리하는 우리 착한 산케들...

 

 


(문안계곡 입구 석문-작성)

(16:00)지그재그로 겨우 길을 찾아 내려와, 비록 성곽은 사라졌으나, 돌문 하나 만은 웅장하게

버티고 있는 작성-석문을 지나니 바깥세상 처럼 넓어지는 산길과, 월악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큰 계곡을 만나게되고, 요령껏 징검 바위를 건너니 단양-문경을 잇는 국도에 올라선다.

 

두장승이 백두와 지리를 칭하며 반기는 길을 따라 월악산 매표소를 지나니 저자거리 앞에서

손두부로 관광객을 접하며 대여섯 시골을 움켜잡는 노인마을에 당도한다.

불과 1km 위에는 신식 팬션과 관광단지가 들어 섰는데...

검게 그을린 얼굴과 깊게 패인 손으로 썰어주는 김치를 안주 삼아 소백산 동동주 두어잔을

들이키니 나그네 삶이란 이 맛에.......    

 

언젠가 그 주름에 떠나가신 어머님 얼굴을 떠올리는게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겠지..

곱게 늙어, 부끄럽지 않은 표정으로...사랑하는 이에게 자랑할 수 있는 얼굴로..지나온 발길이

아름답다고 자신있게 말해야겠지...건강하고 밝고  복되고...이룬만큼 갚으면서...

 

벌재를 넘어 문경읍으로 들어선 서울로 향하는 길에서, 내년 이 맘때 쯤엔 대간과 함께 만나리라...

 

 

7/18 배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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