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참가자)이주형 회장, 김일상 대장, 정종화 원장,
임정호 이사,배기호 필자(총 5명)
(산행일정) 10:00 미금역-10:30 수내역-11:00판교 운중동 양지말-11:30외곽순환도로-
12:20 서들산(435)-국사봉동릉-13:10 국사봉(540)-점심식사-14:30 이수봉(545)
15:00 삼거리-석기봉-15:40 망경대(618)-혈읍재-16:30천림산 능선-
17:30거북바위-옻샘거풍-18:00정토사-18:30 옛골(산행시간 7시간 30분)
(10:00)지난 주말 속초행으로 두위봉 등산여행에 결석하여, 2주만에 산행에 나서다보니 꽤
오랜만에
산케들을 보는 기분이다. 이제 일요산행이 규칙화되어 한주라도 거르면 몸이 좀쑤시는 기분이다.
광교산 종주에서 청계산까지 작정하고 얼린 물병을 2개 준비했으나, 정원장의 제안으로 청계산
남쪽 들머리로 방향을 바꾼다. 판교 신도시 공사 착공전에 꼭 소개하고 싶은 국사봉 동쪽능선,
서들산 긴자락으로 오늘의 산행 기점을 잡고 수내역으로 옮겨 시내버스를 전세(?)내어 5명의
정예 산케들은 남수원 골프장 뒤 양지말 철거지역 뒷산으로 올라서니 벌써 11:00를 가리킨다.
국사봉 정상까지 아무래도 2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고, 점심은 13:00이후로 계획한다.
미금역에서
기다릴때 점심식사를 맛있게 하기 위해 먹고 싶은 오뎅을 참았는데....선사 유적지 발굴 현장을
돌아 오르며 뭔가 개발에 쫓기는 문화 유산들의 슬픈 재매장을 느낀다. 우리 동기 최성락,
이희준
교수가 작은 손삽을 들고 한 여름의 땀방울 속에서 먼 시절 인류의 자취를 캐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번 대동제에서라도 얼굴 볼까했더니, 중국땅까지 답사 떠난다고...
휴일 근교 산행임에도 불구하고, 붐비지 않는 호젓한 산행을 위해 전날 오후에 미리 답사후
산케들을
인도하는 정원장께 항상 감사를 느낀다. 산행객이 거의 없는 들머리 산행길은 딱딱하지 않은
처녀의
모습으로 발걸음을 포근하게 감싸고, 오랜만에 동행하는 임 이사는
전날의 과음에도 불구하고
원더풀을 연발하며 뒤따라 붙기에 바쁘다. 오랜 시간을 한 직장에서 묵묵히 버텨내며, 아픈 사연을
가슴에 깊이 묻은 채 아내와 바삐 움직이며 살아가는 임이사의 건강이 항상 밝기를
빈다.
부디 속으로 속으로 묻으려 하지 말고 이 산에서 人情아닌 천정(天情)을 느끼며 짙은 솔향기를
듬뿍마시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다.
(12:20)뒤처진 흡연조 두사람을 기다리는 작은 정상 서들산 기슭에서 문득 외곽순환로의
소음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다. 정말 문득이다. 이렇게 계속되는 굉음들을 어떻게 이제서야 문득
소란스럽다고 느끼는지 참 신기한 일이다. 숲속의 산행길에 넋을 잃은걸까..아니면 회색 도회의
공포스런 소음에 잘 길들여진 내 청각의 마비현상일게다...얼마가지 않아 국사봉 동쪽주능선에
올라서니 모처럼 사기막골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접하게된다.
오른쪽 성루도비꼬 신부의 바위굴을 지나니 정신문화원 쪽에서 올라오는 예수십자가길을 만나고
작년 이맘때쯤 이곳으로 하산하며 특정 종교에 의한 자연의 훼손에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불교든,
기독교든 산의 정기를 받으려 함은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땅 속 끝까지 가볼 수만 있다면 地氣를
확인할 수있으려나...하늘 끝까지 오를 수만 있다면 천국을 볼 수 있을래나...지겹고 권태로운
신들의
세계보담은 생명이 사는 이세상이 천국 아닐까..다소 양념같은 고통의 삶이 있을지라도...
2시간 여만에 올라선 국사봉(國思峰), 두세번 하산길에 들러긴 했지만, 구태여 이색 선생의
고사를
떠올리지 않아도 청계산 곳곳에 늘려있는 고려말 충절들의 흔적이 남아 있어
이즈음 정말 걱정되는
나라의 앞날에 대해 생각해볼 장소이다. 널리 퍼져있는 산자락의 도회들은 저렇게 잿빛으로 맑아야
할 시야들을 희뿌옇게 가리고 들어서는데...우리의 다음세대들도 저렇게 회색으로 물들여
지는데..
정기가 사라지고, 시끄러움으로 가득찬 그곳을 피해 이렇게 도시를 벗어나 도망치듯 또 한주일을
씻어가는 오늘이 천국이렸다.
(13:10)오늘의 오름산행이 다소 길어 국사봉에서 이수봉 쪽 능선에 점심을 펼친다. 속으로는
타는
갈증을 달래 줄 이수봉 막걸리가 간절하지만 ,이곳에선 20여분 더 가야한다. 그런데...우리의
호프
정원장의 보냉 물통에는 노랗게 익은 조껍데기 동동주가 찬기를 간직한채 이 봉우리를 기어
왔으니..
식전 동동주 한컵,두컵...가히 神仙天氣酒라 할만하다. 정원장 정말 고마우이......천국의
세상을
또 다시 확인하는 점심시간은 1시간여 길어진다.
다음주 대동제 참석과 주흘산 산행을 병행하려는 산케의 작당들이 완료되고, 부산팀과
합류할
이회장은 예전에 올라본 주흘산 멋진 능선들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아무튼 많은 벗들과 함께
나눌 만남의 시간들이 조금이라도 길어지길 바래며, 이번 대동제의 행사가 성황리에 치루어
질것으로 기대된다. 바쁘고 개별적인 행사들로 짜여 있을 주말 하루를 이렇게 오랜만에 서울-
부산 오랜 벗들의 얼굴보기에 투자한다면 뭐 그리 손해 볼일 없을껴...동분서주하는 최회장이
보람을 느낄만큼 함께 정을 쏟아부어야 할텐데....
내일 모레는 돌아가신 아버님의 제사라 골프모임 후 재빨리 부산으로 내려가서 며칠간 머무를
예정이다. 몇몇 친구들의 개업에도 들려보고, 미루어 놓았던 부두시설에 납품한 시스템 점검도
이번 기회에 마무리 지어야겠다. 뭐 그리 바쁘지도 않은 삶인데도 다음주는 바쁜 척하며 지낼
모양이다. 이제 우리 나이 50을 넘었으니 주어진 환경과 갖추어진 복에 만족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웃으며 남은 자락을 채울 수만 있다면 ...그리도 힘들었던 지난 수년간은 구름처럼
흘러갈껴....
(15:00)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맘으로 느긋하게 점심자리를 털고 일어난 후, 느린
걸음으로 이수봉을
지나 청계사 절고개 삼거리에 이르니 마지막 막걸리 가판에서 양파 된장에 잔술 한잔 들이킨다.
하산길의 마지막 오름인 석기봉,망경대를 바라보는 숲길 한적한 곳에 자릴잡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정원장의 작은 침상이 펼쳐지나 했더니 임이사는 10초안에 코를 곤다. 어제의 주독이 이제야
풀리며
편한 산속에서 맘껏 들이키는 솔 향내에 취했나 보다. 바로 옆에서 웃고 떠드는 일행들의
목소리는
자장가일 뿐, 20여분 단잠 후에 코골이 수술의 무용론을 펼친다. 수술까지 겪으면서 아내의
잠자리
곁을 떠나지 않으려 애를 썼으나 2개월만에 침실 소음죄로 쫒겨 났다고....
30여분 휴식후 헬기장을 지나 망경대 암봉을 오르는 대원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특히
임이사는
뒤쳐지던 오름길과는 사뭇 다른 컨디션이다. 힘겹운 줄잡이 후 오른 암봉 꼭대기에서 잠시
남쪽을
조망한후 혈읍재로 내려서자마자, 매봉 쪽 등산로를 벗어나 오른쪽 천림산 북사능을 향한다.
아무래도 정식 등산길은 아닌듯이 낙엽으로 쌓인 군부대 철조망길을 잠시 벗어나니
매봉아랫쪽
옛골로 향하는 새로운 능선길이 찾아진다. 인적없는 숲속에서 웃옷을 벗어재친 불룩솟은 아랫배가
유난히 희게 다가오고, 어디선가 "음매---"하고 암소 울음이 길게 들린다.
길을 찾는 어느 부부를 정식 등산로로 따돌린채 산케 5명의 화려한 철렵이 계속
이어진다.
인적이라곤 전혀없는 능선길을 조심스레 밟아내려오니 매봉에서 내려오는 큰길을 만나고,
우리들은 다시금 거북바위(정원장 명명)를 지나 옻샘이라는 龍沼에 이르러 결국 옷을 벗는다.
알몸 거풍의 신선 놀음에 하산길은 자꾸 멀어지고...오늘 산행은 산케 근교 산행 이래 가장
오랜시간 삼림욕을 즐기는 셈이다. 해질때까지 내려갈 생각을 않는다.
(18:00)결국 정토사 옛골에 다다라 이미 씻은 몸을 앉히며 시장같은 산장
점포에서 막걸리로
해단식을 겸한다.계속되는 산케들의 원정과 앞날의 건강을 염려하며 결국 임이사의 금연 결의가
빛을 발하여 담배갑을 버린다. 부디 부디 성공하시길.....
얼큰한 기분으로 나서는 시골마을 저녁 어귀에는 꽃잎 진 산수유나무 아래서 직접 심은 햇상추를
팔고 있는 할머니들의 얼굴들이 정겹다. 산수유 세그루만 잘 키워 늦가을 한약재로 팔면 자식
대학
보내고 월사금도 준다던 "대학나무" "효도나무" 아래서 오래전 어머님 모습이 보인다.
이제 또다시 어울려 양재동을 지나니 최회장은 장염으로 고생하고 있고,이학기 사장의 반쪽 참가
전화에 이어도로...이어도로...
6/13 배기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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