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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2003- )/2005년

05 4/24 영동 천태산

by 道然 배슈맑 2005. 9. 3.
4/24영동 天台山行 기록

 

(참가자)김일상 대장부부,이충식 총무,김우성 복지,

            이유상 주필부인,배기호 부부( 7명)

 

(산행 일정) 07:20 양재역 출발-10:10 천태산 주차장-10:30 영국사-

                 11:00 A코스암벽-11:30 상어바위-12:00 천태산 정상-

                 12:20 D코스 능선안부-점심식사-13:10 하산시작-

                 13:50 전망바위-14:10 남고개- 14:30 망탑봉-15:00주차장

                  -16:00 서울향발-17:00양재역 도착

 

(06:00)전날 오랜만의 체력단련이 과했는지 피곤하긴하나 잠을 설쳐 약간 졸음을 느끼며

집을 나선다. 양재역 집합장소까지 지하철을 이용하려다가 아무래도 늦은 귀가길이

염려되어 물푸레 기사와의 합의에 따라 승용차를 이용한다. 역시 휴일 새벽의 한가한

소통으로 양재역에 30여분 일찍 도착하여 은행건물에 얌체 주차를 시도한다.

 

완연한 봄을 느끼며 새벽의 스산함마저도 상쾌하게 느껴지는 이른 아침에 중년의 부부는

24시 편의점에서 어묵 한사발과 바람떡으로 힘들 하루의 에너지를 저장한다.

약속시간에 맞춰 김복지와 김대장 부부가 도착하고, 이주필은 문상관계로 여학생만

참가하기로 했단다..지하철에서 이 총무와 만나서 친하게 합류하는 모습이 더욱 젊어

보인다..이렇게 우리들 남학생들은 젊고 이쁜 여학생들에게 좋은 배경이 못되는가..

 

7:20 약속시간에 오늘 장거리 산행에 26산케들이 신세질 "산가족산악회" 버스가 도착하고,

잘 생긴 대장과 예쁜 여자  총무의 안내를 받아 자리를 잡는다. 힘차게 움트는 생명을

느끼며 시선은 창밖 봄물 오르는 들판을 향하지만 왠지 밀려드는 졸음에 설친 새벽잠을

마무리한다. 옥산 휴게소에 이르러 '데리만쥬' 동남아식 간식을 맛보니 역시 팥을 넣은

호도과자 맛보다는 훨씬 모자란다. 

 

(10:00)경부고속도로를 막힘없이 잘 달려 옥천 I.C.를 벗어나니 무주쪽으로 난 길이 눈에

익다. 10여년전 무주리조트 개장시부터 시스템 납품관계로 자주 이용하던 길이지만 근래에는

대전-진주 고속도로 개통으로 뜸해졌다.이원면을 지나 율치 고개를 넘어서서 금산으로

향하는 2차선 좁은 도로를  얼마 안가서 천태산 입구 영국사로 향하는 누다리에 이른다.

 

고려 공민왕이 노국공주와 함께 홍건적을 피해 내려왔을 때 이곳 영국사에 건너가기 위해

樓閣을 쌓았다는 전설이다. 쫒기는 황망 중에도 사랑의 힘으로 옥새봉과 망탑을 오가며

국난을 극복하고 사랑을 간직할 수 있었음은 전설이라 하더래도 아름답고 여유롭다..

오늘 날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스스로 상류층 인사들의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도 그렇게 내 사랑하는 사람을 간직하듯 소중히 여긴다면...그리 욕먹지 않을 터...

낭만이 아쉽다..저렇게 돋아나는 여린 새싻들 처럼 깨끗하다면....

 

매표소가 있는 주차장에서 잠시 복장을 추스리고 1차 목표인 영국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유난히 가볍고 조촐한 인원 탓에 후미(?)를 자청하는 이총무가 느긋이 여유 부릴 대열도

없다. 본격 산행 전, 워밍 업 수준의 20여분 워킹에도 봄날 따사로운 햇볕에 땀이 맺힌다.

천태동천을 따라 걸음을 바삐 옮기니 커다란 삼신바위가 길 한가운데로 머릴 내밀고,

잠시 작은 돌 하나 주워 정성스레 쌓으며 뭔가를 빈다...이미 장성한 두아이에 늦동이라도

점지 받고 싶은 걸까..

 

마른 날씨의 삼단 폭포 계곡 암반은 물소리도 없이  마른 흰색으로 몸을 드러내고, 화강암

붉은 채색이 스며있다.수질과 량으로 봐서 그리 깊은 계곡은 아닐 성 싶다. 잘 정리된

진입로를 돌아 작은 고개를 넘어서니 분지 속에 영국사가 자릴 잡고 10여채 마을이 농사를 

일구며 제법 산촌을 형성했으니 이름하여 '영국동'이랜다.   

 

(10:30) 영국사 은행나무 아래서 조끼를 벗어넣고, 여유로운 시간일정이라 미리 절구경을

마친다. 대웅전은 재건축 관계로 옮겨져 있고 비닐 장막 속에서 불사가 한창이다.

장막 뒷켠의 요사채와 산신각에서 울려 퍼지는 불경 소리만이 유명 사찰의 근엄함을 증거할

뿐, 사찰의 정적이나 깊은 산중의 신비로움은 찾을 수 없다.

 

단지 마당 한가운데 자리한 보리수 나무아래서 다시금 역사를 단장하는 기운을 느끼고

고찰의 신비가 사라지지 않는 훌륭한 복원을 빌어 본다.김대장의 300만 화소급 폰카메라로

1000년 묵은 은행나무(암컷)의 여성스런 모습을 담아본다. 용문산 은행나무의 웅장하고

곧은 자태와는 달리, 땅으로 향하던 가지가 뿌리내려 다시 솟을 만큼 화려하고 신비롭다.

 

산아래 인심 좋다는 민박집을 거쳐 오른쪽 A코스 등산로(미륵길)를 올라서니 왼켠에

송판서 묘터가 훌륭히 자릴잡고, 천태산 산신이라고도 불리우는 지킴이노인(70여세)

배상우 님(011-9401-9028,043-743-9028)이 마련한 등산 안내도함에서 잘 인쇄된

칼러 안내도 한장을 소중하게 집어든다. 일생 중 사랑하는 어느 대상이 있어 아낌없이

정을 베풀 수 있다면 생의 마지막 토막이 이리 재미 있고 보람 있을껴...그래서 이 곳을

찾는 모든 이들도 함께 사랑하고파 온갖 정성으로 안내표시와 보호 로프를 점검한다.

일주일에 두세번을 오르내리며 등산로를 명명하고 (B코스-관음길, C코스-원각국사길,

D코스-남고갯길) 출입 통제까지 관리 한다니 정력적인 삶은 나이와는 무관타....   

 

 

(11:00) 짧긴해도 약간 경사가 험준하다고 느낄만큼 가파른 경사길을 20여분 올라서니 75m

암릉코스의 첫째 로프길을 만난다. 배낭에서 썰어 온 참외를 꺼내 목을 추기며 험로를 향한

마음가짐을 추스려 본다. 지난 여름 수락산 사고 이후 암릉에 약간 거부감을 느끼는 물푸레

가 부디 오늘 '바위발'(이주필 소개)을 받아 적극적인 산사람으로 다시 돌아오길 바래면서

다소 긴 듯한 암릉코스를  안전코스로 우회하지 않고 직접 도전하기로 맘 먹는다.

 

사랑하는 이에게 따다주고 싶던 별이(天台) 보이는 걸까...힘들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살아온 우리들 젊은 날의 억척스러움 뒤안에서 이즈음 느끼는 작은 행복의 짜릿함을 맛보고

싶은걸까.. 연약한(?) 처녀같은 우리 여학생들은 거친 로프줄에 맨 손으로 매달린다. 

결코 짧지 않은 직벽 암릉에 힘차게 도전하여 성큼 성큼 잘도 끌어 올리며 디뎌 오르는

모습에서 강인한 아름다움이 배어나온다. 그간 고생 많았읍니다......

 

30여분의 3차례 계속되는 긴 로프 등정 끝에 75m 직벽 슬랩의 정상 안부 상어바위에

오르니 숨이차긴 해도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으로 모두들 상기된 얼굴이다.

잠시 커피로 휴식을 취한후 마지막 천태산 정상을 향해 내딛는 발길이 여유롭다.

평소 산행에 비해 지루하지 않고 집중적인 긴장과 체력을 쏟아내고 나니 오히려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12:00)천태산 정상은 휴일의 봄날 치고는 그리 많이 붐비지는 않았으나 좁은 면적의 정상

기념비에서 한 컷 디카로 기록을 남기려는 산행객들의 발길이 분주하다.지킴이 배 노인이

정상에 마련한 방문객 서명록에 주소와 이름을 적고 산을 사랑하는 등산인의 자세를 새겨

읽는다. 초등학교 도덕책 이후로 늘 접하는 우리의 일생 교훈일진데...

 

서쪽 충남 금산과 경계를 이루고 금강으로 마지막 산세를 자맥질하는 아름다운 정경을

맑은 날씨를 배경으로 한없이 들이킨다. 발아래 영국사 동네가 평면으로 와 닿고, 남서

덕유와 남동 속리산 까지 겹겹이 밀려드는 산세를 감상하며 화강암 돌산으로 이루어진

닳지 않은 천태산의 암릉을 한없이 밟아보니 발바닥이 착착 달라 붙는다.

 

일찍 출발한 일정 탓에 모두들 시장끼를 느끼는 모양이다. 하산길 헬기장 부근으로

잡았던 점심 장소를 D코스 정상 능선 안부에 형성된 제법 넓은 소나무 아래서 펼친다.

26산케의 먹거리 주멤버가 빠진 상차림에도 불구하고, 이총무의 꼬불치고 꼬불친

소주 팩들을 다 비울 때까지 김대장의 생선 안주가 이어진다. 아내를 홀로 산행에

참가시킨 이주필의 염려반 궁금반 전화가 자주 울리면서 사랑의 문자가 이어진다.

좋은 날씨에 검은 양복입고 장례치루고 있을 이주필이 무척 덥다. 저녁 해단식에

이어도에서 식사를 약속하며 끝까지 아내를 보살피는 지극정성이다.

 

(13:50)여유롭게 점심을 즐긴 일행들은 하산길의 깨끗한 암릉을 조심스레 밟아내린다.

C코스의 원각국사길은 계곡 직벽을 이뤄 힘들기만하고 조망하는 즐거움이 없겠다.

영동쪽 호탄천을 바라보며 남고개를 향하는 전망바위까지의 D코스 능선 하산길은 

자주 발길을 머물게한다. 맞은편 채석장의 깎아내리는 돌더미만 없었다면 충청의 설악다운

환상적인 바위산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었다. 비록 규모는 작으나 아마추어 등산인들에겐

알맞은 산세이다.

 

20여분 미끄럽지 않은 슬라브들을 통과하며 키작은 소나무 숲과 싹트는 관엽 숲길을 지나

남고개에 이르니 오른쪽 옥새봉으로의 진입로는 막혀 있다. 영국사로 다시향하는 길섶에서

하얀 찔레 한줄기 꺾어 물푸레의 뒷머리에 꽂아 본다...왕이 노국공주에게 옥새를 맡기고

영국사에서 공들이듯이 나는 아내에게 뭘 맡길건가...아내의 눈길이 부드럽게 다가옴이

이젠 부끄러울줄 모르는 노년의 프러포즈인가....

 

영국사 입구 작은 율치고개에서 아쉬운 산행을 탓하면서 오른쪽 망탑봉으로 발걸음을

연장한다.. 삼단폭포(용추폭포) 위쪽 나무다리를 건너 10여분 깔딱고개를 오르니

고래바위가 나타나고 망탑봉 삼층석탑이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힘든 역사를 읽어준다.

원나라 홍건적의 침입으로 개성에서 부터 탈출한 낭만의 군주가 사랑하는 이의 정성으로

원각국사의 현몽을 힘입어 나라를 구했다는 전설이다.  

 

 

(14:30)이른 하산시간에 아쉬운듯 망탑아래서 휴식을 취한다. 영동 양산 팔경의 제1경이라는

영국사를 가운데 두고 오늘 돌아내린 천태산 좌우 코스가 한 눈에 들어 온다. 흰하늘을

배경으로 검푸른 상록의 솔들이 우람하다면, 검은 흙을 배경으로 점점이 돋아나는 연두의

새 생명들이 더욱 보송하니 부드러우면서도 외경스럽다.

 

우린 늘푸른 솔과 한겨울의 홀로 매화를 찬양하고 우르러지만, 철따라 순응하며 지고 피는

이름모를 풀섭들과 마른 긴가지 끝에서 길어 올리는 강인한 봄의 기운을 민주라 했던가....

민초라했던가......

 

貴以賤爲本...(귀한 것은 본디 천한 것에서 나오나니..-老子-)

하늘이 끝없이 맑고자하면 머지않아 무너질 것이요

땅이 끝없이 안정되려하면 갈라질 것이고.....

 

계곡이 끝없이 채우려 들면 언젠가 마른다...

소소한 명예 움켜지려 하지말고 옥처럼 귀하려 들지말고..

돌처럼 데굴데굴 구르며 살아라...

 

정류장으로 향하는 하산길의 마지막 비경 진주폭포에 이르니 한쌍의 젊은 연인이

속삭이는 사랑을 느끼며 괜시리 방해꾼 같아 미안하다..

 

"보여주고 싶어도 봐 주는 이 없으니...'

 

봄날 오후의 영국사 주차장 풀섶에 앉아 땀내나는 모자를 벗어들며 마시는 더덕

동동주가 입가를 넘치고, 젊은 처녀들을 보니 내일 제대하는 육군 배병장이 떠오른다.

 

4/25 배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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