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북한산 백운대 산행기록 | |
(참가자) 이충식 총무, 강용수 박사, 배기호 필자(3명)
(산행일정)10:00 수유리 4.19 묘지 입구-10:10 매표소-10:20 백련사- 10:45 진달래능선-11:40 대동문-11:50 동장대-(만경대 릿지)- 12:40 위문-12:50 백운산장-13:50 하산-14:30 도선사 입구-15:20목욕후 해산.
(10:00)지난 주 시산제 이후로 몸관리에 조금 신경을 썼더니 오늘따라 몸이 한결가볍다. 시간이 남아 수유역에서 약속장소인 4.19묘역 정문앞까지 천천히 걸어본다. 어젯밤 T.V에서 고대 한승조 교수의 한심한 발언에 대해 온통 난리를 치는 모습이 어지럽다. 과연 지식인의 한계는 어디인가...얼마전 윤동주 시인의 기일에 일본에서 독살당한 그를 기리며 님의 시를 어눌한 발음으로 암송하던 늙은 일본인의 얼굴이 오버랩되고, 그의 유고작 시 노트를 잘 보관하여 빛보게 하셨음을 영광스러워 하시던 정병욱 교수님이 생각나고 내 결혼식날 주례하시면서 공부 포기를 인정하지 않으시던 생전의 모습이 떠오른다..
오늘따라 여러가지 사정으로 참가자가 별로 없이 이총무와 새로 가입한 강박사, 이렇게 셋이서 가벼운 산행을 시작한다. 매표소 입구에서 군밤을 맛보자는 강박사의 몸무게가 역시 예상을 초과한다..다시금 체중 줄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군것질의 폐해를 일깨운다. 다음주 입대하는 작은 아들을 걱정하는 강박사의 맘에서 자상함을 느낀다.
(10:20)백련사 스님의 청아한 염불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맑게 울려 퍼지면서, 환경 보호용 소독 발판을 거치듯이 산행객들의 세간에서 때묻은 복잡한 맘을 잠시 걸러준다. 외투를 벗어 배낭에 집어넣고 다소 가파른 능선 오름길 시작을 준비한다. 천천히 즐기려는 이총무와 강박사를 뒤로하고 간만에 스피드를 내본다. 진달래 능선까지 20분 주파를 시도하고 경칩 지난 봄날의 시작을 알리듯 남사면 오름길에 금새 땀이 배인다.
삼각산을 바라보는 전망대에서 땀을 식히며 휴식하니, 잠시 불어오는 소귀천계곡의 마지막 겨울 바람이 북사면 잔설에 식혀진채 제법 차갑기도 하다. 이곳 북한산에서 가장 아름답고 편히 느껴지는 진달래 능선의 아기자기함은 겨울철에도 마찬가지다. 늘어선 진달래 마른 가지에 물오름이 완연하고 가지가 촉촉히 젖기 시작하며 끝에는 제법 보송거리는 망울이 느껴지는 화창한 이른 봄날이다.
고교 졸업 후 지난 주에 처음 만난 강박사와 많은 얘기들을 나누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동장대가 보이는 안부에 올라섰다. 동장대 양쪽 능선을 형성하는 두봉우리(남쪽 시단봉,북쪽 용암봉)가 늘 헷갈리며 강박사의 물음에 답을 못한다. 1시간여의 가벼운 트레킹으로 대동문에 도착하여 목마름을 딸기 한톨씪으로 달래본다.
(11:40)점심식사를 하기에는 이른 것같아 위문까지 계속가기로 하고 주능선 찬바람에 외투를 껴입는다.올려다 보이는 북사면 만경대 릿지가 잔설에 뒤덮여 만만치 않아 보인다. 10분 후 동장대에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눈과 빙판이 뒤썪인 주능선 성곽을 따라 빠른 걸음을 옮긴다. 평소 휴일과는 달리 생각보다 산행객의 밀림이 덜하고 지난 주 눈소식에 이쪽 코스를 피한 느낌이다.
(좌로부터 노적봉,백운대, 만경대, 용암봉)
용암문에 이르니북한산 대피소 앞 넓은 자리에 보성고 동창회가 질펀하니 음식내음을 풍기고, 올여름 우리 동기회도 이쯤에서 등산모임을 가져보고 싶기도 하다. 약간 시장해짐을 느끼며 서둘러 만경대 릿지 북사면을 올라서니 지난 여름 경사진 암릉길 보다 훨씬 편하게 아이젠을 박으며 오를 수 있다. 하산길 산행객에 로프를 내어주고 빙판길을 골라 넘어서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게 느껴지고 어느새 위문아래 원효능선을 마주한다.
서쪽 북한산성 계곡의 상운사 큰절을 함께 내려다보며 환경보호와 사찰의 아이러니를 느껴보기도 한다.옛날처럼 걸어서 도달하는 절에는 시주가 적겠지... 절이 도시 한가운데 있으면 멋이 없겠지...공동묘지 같은 교회처럼....
(12:40)백운대 아래 위문에서 잠시 망설인 후 정상 계단에 늘어선 휴일의 젊음들을 피해 백운산장으로 발길을 내린다. 따스한 봄볕을 느끼는 산장 앞마당 테이블에 도시락을 펼친다. 강박사의 군고구마와 산장에서 파는 두부 한 모가 입맛을 돋운다. 우이능선 쪽도리 바위 북사면에 하얗게 남은 겨울을 맛보며 백운산장의 손기정님 친필 간판에는 봄햇살이 가득하다.
강박사는 오랜만의 산행에서 모처럼 느끼는 화사한 자연에 감탄을 숨기지 않는다. 사범학교 졸업후 국민학교 교장을 지내시다가 학교 교정에서 순직하신 아버님이 마지막 재직학교가 합천 해인사 부근임과 강박사가 합천 중학교 출신임을 다시 확인하면서 추억은 서부경남 일대에서 부산 까지의 불편했던 교통편으로 이어지고, 어린 시절 여러 은사들까지 떠오른다. 조달곤 선생님, 장여태 선생님, 김종빈 선생님,이준식 선생님..이렇게 우리의 오늘에 선생님들의 영향이 컸음을 이제 우리나이가 되어서야....
(13:50)즐겁고 편한 식사를 마치고 느긋한 얘기들을 나눈후 하산길에 접어든다. 김대장이 즐기던 쪽도리바위 쪽 능선길을 바꿔 계곡길로 직접 내려서니 역시 예상한대로 녹지 않은 눈이 빙판길을 이루고 로프길이 만만치 않았으나, 값비싼(?) 아이젠 덕분에 쉽게 깔딱 고개에 이를 수 있었다. 갈림길 이정표에 얼마전 부터 김대장이 즐기는 능선길은 입산 금지로 막혀 있다.
40여분 만에 도선사 입구 광장에 이르니 기다리던 택시를 1000원씩에타고 가볍게 우이동 버스종점 백두산 사우나로 향하여 반신욕을 즐긴다...
曲意而使人喜 (자신의 뜻을 꿉혀서 남을 기쁘게 하는 것은 不若直躬而使人忌 자신을 바르게하여 남들이 꺼리게 함만 못하고, 無善易致人譽 선한일도 한 것 없이 남들의 칭찬을 받는 것은 不若無惡而致人毁 악한일 하지 않고 남에게 헐뜯음을 받는 것만 못하다.) -채근담-
가만히 앉아 차라리 미움을 받을까.. 소인배 칭찬보단 소인의 맘으로 비난 받을까..
괜한 어느 지식인의 한마디가 이렇게 혼란한 우리시대에서 오늘 하루 목욕탕 걸상에 앉아서 까지도 내 자식세대의 앞날을 걱정함은 아직도 마무리 짓지 못한 내 삶에 대한 명제가 흔들리기 때문일까....
3/7 배기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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