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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2003- )/2005년

05 1/14 한라산행

by 道然 배슈맑 2005. 9. 3.
1/14-16한라산기행 기록

(참가자명단)이주형 회장, 정종훈 사장, 김일상 대장 부부,

                  이충식 총무 부부,이병호 전임 부부,배기호 부부.

                  (10명)

 

(여행 일정)1/14  18:00 인천 연안부두 집합

                         19:00 인천항 출항(오하마나 호,청해진해운)

                1/15   08:00 제주항(2부두)도착

                          09:00 성판악 매표소 도착

                          09:20 등산 출발

                          12:00 진달래 능선 대피소 도착

                          12:30 점심식사후 하산시작

                          14:30 성판악 매표소 도착

                          16:00 목욕후 신제주 '자연포구바당 '회식

                          19:00 제주항 출항

                  1/16 09:00 인천항도착

                          11:00  아침식사후 해산

 

(1/14 16:00) 제주 한라산 등정을 위한 배낭꾸리기에 왠지 손이 무디다.

 방송에서는 내일 남부지방에 많은 량의 눈이 예상된다하고, 겨울철 雪山山行에

익숙치 못하여 장비를 챙기는 솜씨가 신속하질 못하다. 이것 저것 늘려야 될지

줄여야 될지 헤매다 시간만 지나간다.

 

설레는 맘으로 배낭을 메고 물푸레와 함께  집을 나서니 경비아저씨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일주일전 아파트 대표자 회의에서 회장 감투를 썼다. 한동네

오래 살다보니 이젠 정치적(?) 입문의 시작이다..통장, 동장,구의원, 구청장,

시의원,시장, 국회의원, 대통령....아! 몸이 오래 건강해야 한단계씩 올라갈텐데.....

우선 한라산 부터 올라 보기로 하고 합정역으로 버스를 탄다.  

 

(18:00)삼화고속 버스를 타고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하여 미리 저녁 밥을 챙긴다.

비릿한 생선 냄새 나는 곳에서 돼지국밥에 소주 생각이 간절함은 왜일까...

날씨가 을씨년스러운 탓도 있지만,덜 정돈된 포구와 국내 연안부두의 만만함이

자갈치나 남부민동 부두뒷길을 걷던 시절, 젊고 가난한 연인으로 되돌려 진탓이다.

 

물푸레와 함께 뒷골목을 아무리 뒤져봐도 선술집 운치에 국밥집 찾기는 어려웠고

작은 분식집에서 순대 한 접시에  이슬이를 나눠 마시니  싱겁다.(21%)

벽면 가득한 젊은 연인들의 소중한 낙서들 속에서, 연안 여객선을 타고 주변의

많은 섬들에서 이룰 사랑의 결실들이 상상된다. 물푸레의 손을 잡아 본다.

 

(19:00)영등포에서 부터 총알 택시를 타고 달려온 이충식 총무 부부의 아슬아슬한

슬라이딩을 끝으로 정시 출항의 고동을 울리고 제주행 페리 여객선 오하마나 호는

쉽게 인천항을 빠져 나간다. 인천항에서 대형선박의 출입항은 갑문 도크를 사용할

경우 매우 더디고 지겹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연안 부두 출항이 가능하여 쉽게 빠져

나가지만 이것이 나중에 고통이 될 줄은 잘들 모른다.

 

흘수선 아래 船高가 얕으면 파고가 높은 경우 선박 흔들림이 심하여 비상 날개를

펴야 하지만 연료 소모가 심하다. 88 올림픽 당시 부산-오사카 간에 취항하던

올림피아88이란 페리를 운영하며 제주도에서 앨리자베스 영국여왕과 함께 성화

봉송 이벤트를 준비하던 시절엔 나도 꽤나 꿈많은 젊은 메니저였는데...

 

어둠이 깔려진 서해바다에서 모니터에 그려지는 운항궤적을 바라보며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는 연안관광이 상상되고 참 멋질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조수간만이

심하여 선박항로가 연안 可視觀光거리 접근이 불가능하여 천혜 반도의 관광자원은

연안 해운산업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질 못했다.

 

한라산 등반의 제 철을 만난 등산객 초과모집으로 선상여행의 낭만은 사라졌으나,

항상 처한 상황에 긍정적으로 잘 대처하는 우리네 등산팀들은 선박측에서 제공하는

선상 불꽃놀이에 작은 위로를 삼고 서양화 공부에 몰입한다, High와 Low의 이치를

깨달으며 서서히 대장의 페이스에 끌려 자정을 넘기고 내일의 산행을 위하여

억지 잠을 청하지만 소음들(기계소리 , 코고는 소리, 잠꼬대...)과 더운 난방열기로

다시 두꺼운 잠바를 입는다.

 

새벽을 향하는 밤바다..세차게 물살을 가르는 페리호의 左舷 관망의자에 앉아

반짝이는 어선들의 불빛만이 동행하는 혼자만의 행로에 젖어도 본다. 왜..무엇을...

어쩌자고..이리 부대끼며 살아가는가...그래도 사람의 냄새니까 좋은 것인가...

차라리 황량한 겨울이 좋은가 , 홀로  발자욱 없는  雪山이 좋은가....  

쳐다보는 항로 모니터가 홍도 앞바다에서 깜박이고 있다.

 

(1/15 08:00)700명의 등산객들은 한라 등정의 흥분으로 모두 들뜬 잠을 정리하고,

입항 두세시간 전부터 복장정리와 아침화장을 눈치껏  마친후 빠른 하선을 위하여

줄서기에 나선다. 전쟁을 겪은 민족의 경쟁심리라도 재현된 것일까.. 오늘 선박과

비행기를 이용한 한라 등정 인원이 1500여명 예상이라니 한줄 외길 등산로가

트래픽에 걸려 제시간 정상등정은 무리일 것 같다. 올해 유난히 서울에서 보지

못한 눈구경이라도 실컷하면 다행이다.

 

제주항 제2부두에 도착한 페리호는 700명의 선객들을 화물 Ro-Ro 데크를 이용하여

자동차처럼 쏟아낸다. 국제선 터미널에서는 상상도 못할 "빨리 문화"를 실행한다.

항상 실용화된 우리네 思考들은 이렇게 편리한데로 갖다 붙인다.

내가하면 융통성이요, 남이 하고 사고치면 규정 위반이다. 시간에 쫒기는 계획과

무리한 승선인원을 기획하는 우리네 선박회사의 강심장은 해양강국의 실현에

이바지 할 것인가 .....

 

(09:00) 현재 개방된 4개의 한라산 등정코스( 어리목, 영실, 관음암, 성판악) 중에서

성판악-관음암 코스를 택한 버스들은 앞서거니 하여 성판악 매표소(750)에 등산객을

실어 내린다. 새벽녘 제주 부근에 내리기 시작하던 눈발이 제법 세찬 바람과 함께

앞을 가리기 시작하며 일행들에게 복장점검과 만만찮은 일기와의 싸움을 예고한다.

 

 

줄지어 오르는 등산객의 행렬이 백록담에 닿은 듯한 가운데, 26산케의 정예(?)들은

눈밭용 스패치를 착용하고 아이젠을 장착한 후  정상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는다.

09:20분 12:00까지 2시간 40분 만에 진달래능선 대피소를 통과해야 한다.

이건 예정이 아니라 한라산의 빠른 일몰과 변덕스런 날씨를 감안하여 하산 통제

시간을 정해 놓은 국립 공원 관리소의 엄격한 규정이다. 백록담 정상 등정의

예비고사라고나 할까... 하지만 정지된 차선에서 추월도 불가능한 외길 이라,

주춤거리는 행렬들 속에서 온통 새하얀 눈밭 만이  오늘의 의미로 다가온다 .

 

漢拏山(1950)은 '은하수를 끌어당길 수 있을'(雲漢可拏引也)만큼 높다지만, 수천년

제주민의 가슴 속에 그냥 그곳에 자리하는 포근한 산일뿐 , 정복 당하지도 정복하려

할 수도 없는 큰 산일 뿐이었다. 영주산(瀛州山) 또는 부악(釜岳)이라는 옛이름에

우리들은 부산(釜山)영주동(瀛州洞) 고갯길에서 마라톤 시합을 벌이던 고교시절로

돌아가 본다.

 

(11:20)속밭(3.5km)을 지나 사라대피소(무인,5.6km)에 다다르니 조금 멈춘 눈발

사이로 밝은 해마저 비추고 백록담이 아른거리며 , 12:00 통과의 욕심이 생긴다.

이젠 제법 땀이 날 정도로 간간이 오름이 형성되고 차츰 행렬의 밀림이 정체로

이어진다.  시간에 쫒기는 가운데서도 놓칠세라 깊은 설경을 배경으로 디카 한 컷

씩 누른후 초콜렛 간식을 챙긴다.

 

 

 

지루하리 만큼 평탄하지만 변덕스런 날씨만큼이나 각종 가지 숲들이 이루는 설경에

감탄하며 바삐 내딛는 발길 덕분에 12:00 정각 가까스로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했다.

하지만 숲길을 벗어난 능선에는 진달래 관목의 평원으로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광활함만 있을 뿐, 흰옷 입은 신선(白仙)도 흰색 사슴(白鹿)도 온통 흰색 바람

뒷켠으로 날려 숨겨졌다.   

 

전날 잠도 못자고 컵라면으로 때운 허기가 밀려와 ,얼은 도시락마저도 꿀 맛처럼

비운 일행들은 어느 누구도 칼바람 맞으며 정상 등정을 고집할 수 없었다.

손발은 시리고 가릴 곳 없는 중간 능선에서 잠시동안 숙고한 후 대장의 지시로

하산을 결정한다.

 

 

 

 

(12:30)그곳에 있을 정상을 뒤돌아보고 또 상상하면서, 눈바람 속에 자취 감춘

정상을 언젠가 사슴 노니는 맑은 날 함께 하리라 다짐해본다.

다시 지루하고 긴 7.3km의 하산길을 생각하니 왠지 다리에 힘이 빠진다.

다행히 오를 때와는 달리 복잡하지 않은 하산길에서 유유히 따라 붙는 까마귀가

뭍에서의 그것보다 덩치가크게 보임은 백색 천지를 배경으로 한 탓일까..

 

여남은 살의 아이가 비닐 포대 미끄럼을 지쳐가며 봅슬레이를 탄다.

경사가 얕음이 아쉽다.  20여 년전 우장산 자락에 작은 연립 마련하고 저만한 

두 아들들 데리고 경사진 숲길에서 눈썰매 지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제대 말년 배병장은 지금쯤 싸리나무 빗자루가 닳도록 제설 작업을 하고

있겠지.. 30년전 속초에도 봄까지 눈이 내렸는데....

 

(15:00) 2시간 여만에 성판악에 도착하여 서귀포에서 넘어온 시외버스를 타고

제주터미널에 도착했다. 바로 인근 목욕탕에서 사우나에 몸을 녹이니 천당이

여기다. 피로와 추위에 지친 몸을 한시간 가량 다스리고 밖을 나오니 다시

변덕스런 눈바람이 불어온다.

 

재빨리 이 총무 제주 친구의 안내로 3대의 택시에 나누어타고 회사랑을 위해

신제주로 향한다.  "자연포구바당"(064-745-2100, 김성철사장) 입구에 자연산이

아니면 돈받지 않는다고....신제주 대림마트 뒤를 꼭 기억하시라....

제철 대방어 붉게 저민 살결에 절인 배추 말아 된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그냥 녹는다..여기서 6개월 금주는 무너지지 않을 수 없었다.

금빛 자연산 광어는 보기에도 군침이 돈다...냉동실에서 차가워진 제주 차돌

위에 놓여진 신선한 회사랑은 제주 신선의 입맛이리라.. 

 

(19:00) 출항 시간에 겨우 맞춰 가까스로 제주항에 도착한 일행들은 다소

 차분해진 페리호 3등실에서  잠시 휴식과 카드놀이를 즐긴 뒤 생맥주 파티를

벌이며 등산회의 발전 방향에 대하여 많은 의견을 나눈다.

한층 더 Upgrade된 모임으로의  발전 방향이 ,동기들의 확산과 건강증진을 위한

등산 실력 향상을 해야하는 두마리 토끼를 위해  토론을 수반한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나이가 들어 갈 수록 늘어날 동기들의 등산 참여를 위해

알찬 기반을 엮어 나가야 할 것이며, 보다 성숙되고 gentle한 경고인의 자세를

갖추는 모임을 위해 각자의 발언과 행동을 한번 더 생각하는 자세를 가지기로

다짐해 본다.

이 곳 까페에서 활발한 발언들이 동기회 발전에 큰 도움이 된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겠지만 , 잘 나갈때 한번쯤 뒤돌아 보라고...벗들끼리 잠시잠시

농담으로 내뱉을 수 있는 잘 훈련되고 적응된 우리들끼리의 언행이, 이젠

가족들이 함께 응시하고 즐기는 이곳에서  활자화 됐을때 그 작은 한 마디가

누구의 가슴에 멍이되지 않을까 참 조심스럽다.

 

어느새 제주항을 벗어나 서해 쪽으로 접어든 훼리호는 격랑에 흔들리기

시작하고 이총무 여학생의 예쁜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멀미를 시작한다.

출항시 언급했듯이 선고가 높은 취약점으로 배의 rolling이 유난히 심하다.

이럴 땐 한잔 알코홀 수면제가 약이다. 일찍 엎드려 잠에 곯아 떨어짐이...

 

 

 

 

(1/16, 09:00) 심한 파도의 여향으로 1시간 늦게 도착한 인천항 연안 부두에는,

 긴 뱃길에 피로를 푸는 해장국 단골 손님들로 북적이고, 우럭 매운탕에

소주 한 잔 깃들인 해단식에서 다음주 산행을 계획하고 예봉산, 운길산을 넘나든다.

 

 

아름다운 강산은 있어도 아름다운 해안 관광을 만들지 못하는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를 위해 건배를 한다... 인천의 발전은 연안 여객 관광의 발전이 필수인데

외국으로의 국제선에는 그렇게도 까다로운 해양수산부 나으리들, 국내 여객들의

안전과 쾌적함에는 왜그리 60년대로 머물고 있는가...대통령이 배출된 우리의

해양수산부...청해진 해운의 이름을 걸고 제대로 영업하도록 지도하소서...

장보고가 울겠다...

 

50% D/C하는 단체 여객 운임 정책으로 산악회, 여행사는 짭짤하게 수익 챙기는데..

정작 큰배 빌려 운항하는 선사는 영업 정책하나 없이 인원수 채우기에 급급하니

한심스럽다.   서비스도 못할 700명 인원을 배에 태우고 무슨 장사가 될 것인가..

커피숖, 전망대, 까페테리아 시설에 담요 깔아주고 받는 3등 운임보다, 1-200명

적게 태우고 13시간 동안 낭만의 자리에서 우아하게 한 잔 술을 마시게 한다면

그 수입이 훨씬 나을 것이며, 다시 찾는 관광 여객 영업이 될지언정....

 

"이제 다시는 배타고 제주에 안간다"고 푸념하는 내가 안타깝다.

2-3년 전만해도 일본으로, 대만으로 페리 구입관계로 쏘다니던 나마저도....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려 당산역으로 걸어가니 아직도 땅이 일렁인다.

 

1/17 배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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