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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2003- )/2004년

04 7/25 가평 석룡산

by 道然 배슈맑 2005. 9. 3.
7/25 가평 석룡산행기
 

석룡산행 보고(7/25)


(참가자)김일상 부부,이주형 부부,이충식 부부,

            배기호 부부,방효근 부부, 이병호 부부,

            남영걸 부부, 이상돈 홀로.(15명)


(등산로)3.8교,용수목(10:15)-조무락산장(농가)-

    삼거리(10:30)-잣나무조림지- 875능선쉼

   (11:30)-1100봉(12:00)-1155정상(12:30)-

   쉼터(13:00)-조무락삼거리(14:00)-점심.휴식

   (2시간)-3.8교출발(16:30)


(7:00)잔뜩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충식 총무의

“비가와도 출발”이라는 독려에 따라, 챙겨둔 배낭에

아끼던 더덕주를 2병 따라 넣고, 올림픽대로로 차를

몬다. 정기휴가나온 배 상병이 안면도로 캠핑 갈

준비를 하고,작은 놈은 내일 4주간 ROTC훈련 입소

준비에 바쁘다. 농사 잘된 뿌듯한 기분으로 집을

나선다. 제발 폭우만 피했으면...하늘은 더욱 어두워

지고 있다.


(7:40)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에서 집결한 15명

(7쌍과 1명)의 대식구들은 빌려 탄 산악회 버스에서

주인처럼 당당하다. 경기의 알프스라 불릴만큼

오지로 향하는 설레임에 어젯밤 잠을 설친 대원들이

잠시 수면을 청한다.


30년전 친구 면회하러 가봤던 사창리 입구 도마치

주점의 욕쟁이 할머니가 떠오르고, 멀리 광주에서

올라왔다던 정양의 구성진 육자배기와 교태마저도

정겹게 스쳐간다. 비포장의 흰먼지가 계곡풀섶을

풀풀덮어 매우 덥기만하던 젊은 날의 가평천 길,

새벽에 출발하여 오후 면회시간에 겨우 맞추던

시골길이 2시간여 만에 화악산 입구에 도착할 만큼

 잘 포장되고 깨끗하다.


(10:10)화악산 입구 용소깐을 지날 무렵 북쪽산정의

어둡던 구름이 산등성이를 넘어면서 파도처럼 갈라

지는가 싶더니 후두둑 제법 굵은 비로 변하여 뿌린다.

3.8교앞에서 하차한 대원들은 잠시 망서린 후 우산과

비 옷으로 무장하고  정상정복을 결의한다. 오직

땀흘린 후의 막걸리 맛을 알고 있기에..

단지 모처럼 대거 동반한 쌍쌍의 파트너들이 걱정되고

 이쁜(?) 여학생들과의 데이트가 어수선할 것 같다.

용수목을 지나 鳥舞樂계곡에 들어서니 새들의

재잘거림은 빗속에서 숨어들고, 화악산과 석룡산의

깊은 수풀이 쏟아내는 가평천 상류의 힘찬 물소리만

가득하다.


(10:30)조무락산장까페로 바뀐 멋진 임씨농가를 지나

삼거리 외딴집에 다다르니 할머니의 장작불 연기가

새삼스레 다정스럽다. 제법 전문 식당처럼 분주해

보이고, 손자인 듯한 청년의 발걸음이 휴일 대목장

준비에 바쁘다. 이곳 삼거리에서 등산로의 출발이고

또한 도착점이니, 장사 몫으로는 최고다.


잠시 대열을 정돈하고, 제법 세찬 빗길인 만큼,

안전상 아쉽게도 하산시 계곡길을 포기하고

정상 등반후 다시 능선길 하산을 결정하는

김대장이 믿음직스럽다.

이후 한시간 동안의 산판길,잣나무 조림지대,

낙엽송길을 오르는 동안, 그치지 않는 빗줄기가

귀찮을 만큼 젖은 풀섶이 허리아래를  적셔든다.

단지 뒤돌아 볼 여유없이 우산과 비옷으로 가린채

앞만 보고 걸어 오르다 보니, 운무처럼 휘감아드는

 숲속의 적막함이 되려 낭만처럼 촉촉하다.

 

(11:30)875능선 갈림길 쉼터에 다다르니 ,3.8교 3.5km,

석룡산1.5km 팻말이 선명하다. 이후 짧은 거리를

1시간 계획함은 제법 가파르다는 뜻이다.

숨을 돌린 후 정상을 향하니 약 10분간은 조무락 계곡을

내려다보며 편편한 8부능선을 걷는다.

낙엽송 넓은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저 아래

계곡폭포의 힘찬 소리를 희미하게 만든다.

바지에는 흙탕물이 범벅이 되어도 그리 길지

않은 오름길을 내딛으니 1100고지의 비바람이

세차다.

이후 30분간의 정상을 향한 잘 발달되지 않은

작은 암릉들은 심심치 않을 만큼 귀엽다.

(우리집 파트너 여학생의 감상) 단지 빗길에 미끄럼

사고가 염려된다. 작은 암릉들이 날카롭고 깨질

위험이 많은 탓이다.


(12:30)1155석룡산 정상에 올라서서 참외 한조각으로

목을 추기니 더위보다는 정상의 세찬 비바람 때문에

추위를 느껴 오래 견딜 수가 없다.

동쪽의 화악산 정상이 손에 잡힐듯이 보이고,

단지 알프스같은 깊은 정상에 레이다기지가 한스럽다.

 서쪽 국망봉과 남쪽 명지산이 운무 속에 아련하다.

동학의 순수함이 어긋난 한 교주에 의해 갈라져

이곳에 숨어드니 백백교라는 엄청난 사건을 만들었다는

지난 날의 얘기에도 진실이 무엇인지 흥미롭다.

일제하의 사건기록이 역사서술로는 왜곡됨이 너무나

 많을 것....


(13:00)하산길의 쉼터 삼거리에 도착하니 날이 개이기

시작한다. 계곡길을 택하지 않은 것이 아쉽긴 하지만

모처럼 아내와 오붓이 앉아 일행들을 기다리며 더덕주

한잔을 삼키니 온 몸이 짜르르하다. 돼지무침 안주로

쓴 맛을 다스리니 가히 酒仙의 경지라.

15분쯤 후 으스한 기분에 하산길을 서두른다.

빗속에서 오르던 등산로의 미끄러움이 서서히 없어지고

간간히 햇살이 보이는가 싶더니 여름의 더위가 지열을

달구려는 듯 제법 습한 열기가 훅훅거리고 이내 발아래

등산로가 굳어진다.

 

(14:00) 잘 조림된 잣나무 숲을 지나 출발지인 삼거리에

도착하여 넓은 점심자리를 마련한다. 조무락 계곡의

맑고 아름다운 폭포들을 올려다보며, 아침에

어수선하게 출발하던 때와 달리 여유있게 자리를 펴고

물에 발을 담그니 한 여름의 피서로는 최고의 장소임을

실감케한다. 무사히 정상정복을 마친 대원들이 각자

파트너 여학생들과 함께 뿌듯이 앉으니 더덕주와

 잣 막걸리가 쉼없이 소용된다. 붉은 빛 도는 걸죽한

 잣 막걸리의 향내는 결국 빌린 버스의 출발을 1시간

지체케하니,

내탓인가 막걸리 탓인가.


(16:30)예정시간보다 1시간 늦게 용수목 3.8교에

도착하니 기다리던 버스가 툴툴거리며 출발한다,

그래도 꼬불쳐 온 가평 잣 막걸리가 버스를 부드럽게

하고, 결국 지나쳐서 잠을 못 청한 이수석이 다시

툴툴거린다. 해질녘 맑은 저녁하늘이 다정스럽고

다시금 성숙되는 산케들의 여흥은 다시 한강을

건너 압구정에 다다르니 우리 이쁜 여학생들과의

미팅은 호프집을 씨끄럽게 달군다.


 “이쁜 것들이란....”


우리네 50초반의 전후세대는 이렇게 어둡고 비바람

속을 견뎌내 이제 작은 행복을 가꿀 햇살을

기다리는 저녁을 맞이하고 있구나.




배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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