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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2003- )/2004년

04 8/1 청계산행

by 道然 배슈맑 2005. 9. 5.
8/1 청계산행 기록
 


(참가자)최영수, 김일상, 현동우, 이충식,

       정재영, 정종화, 배기호(7명)


(등산코스)옛골(10:30)-봉오재(철쭉능선)-이수봉(545)(12:00)-점심(1:10)

         망경대정상(1:40)-이수봉(2:00)-국사봉(538)(2:30)-정신문화

         연구원(3:20)


(8:30)산케모임에 따라붙은지 반년동안 3번째 올라가는 청계산이 가볍게

여겨지고, 조금씩 산케에 정을 붙이는 아내의 다가옴이 정겨운 아침이다.

아들들이 훈련중이라 무더위에 안쓰러워하던 아내가 오늘아침 일정이

바뀌어 산행에는 불참이다. 집합장소로 향하는 전철 속에서 최영수 회장이

여학생 참가자를 점검한다. 오늘 최회장집 여학생이 모처럼 따라붙으려다가

포기하는 모양이다. 강남역 버스정류장에서 김일상 대장과의 조우는 매우

반갑다. 이 무더위 휴일에도 버스가 만원일 정도로 등산객들로 붐빈다.

찌들은 서울인생의 땀내를 이렇게라도 주일마다 씻어냄은 어쩌면 복일런지도....

가까운 거리에 산으로 둘러쌓인 이 도시가 그나마 다행이다.

수도를 옮기던 말든 내 생전에는 큰일 없으리라..


(10:00)옛골 종점은 뙤약볕으로 등산객들을 서두르게한다. 잠시라도 머물고

싶지 않을 만큼 뜨거운 날씨에 집을 빠져나온 6명(정원장은 별도합류)은

늦은 귀가를 결의(?)하며 먹거리를 챙긴다. 최회장이 쌍추를 사서 우물물에

씻어 챙기는 폼이 심상찮다. 벌써 입맛이 돌기 시작한다. 오늘은 가벼운 거풍날,

소풍가는 기분이다. 산뜻하게 반바지를 차려입은 현재무는 청계산 지킴이처럼

이번에도 빠지질 않았고, 박오옥 교수가 빠진게 청계산에서는 이채롭다.


(10:30)늘상처럼 진입로는 봉오재 철쭉능선을 택한다. 가장 등산객이 적어

비교적 한가롭다. 이수봉에서 국사봉을 거쳐 정신문화연구원 쪽으로 하산길을

잡아본다. 첫걸음부터 쏟아지는 땀들이 눈을 가린다. 이열치열이다.

지난번 이충식총무의 이수봉까지 53분 기록에 감히 도전해 본다.

오늘 컨디션은 제법 괜찮고 호흡이 편하다. 김대장에게 먼저 올라감을

보고하고 큰걸음으로 내딛기 시작한다.302, 305 능선을 거칠때 까지

크게 힘들지 않은 게 오늘 기록갱신에 희망을 갖는다. 50분 돌파.....

왠지 물도 많이 마시지 않은 채 35분만에 485 표지판에 도착한다.

이수봉 1.2km. 20분. 이 정도면 15분 내에 이수봉 막걸리를 마실 수 있다.

잠시 호흡을 다스리고 줄줄이 늘어선 행로를 재끼기 시작한다.


2년전 49세를 보내는 그 해는 참 길었다. 49세를 약속이나 한듯이 넘기지

못한 채 돌아가신 부모님들의 가족사가 항시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그래서 젊은 시절부터 바삐 움직이며, 50이후에는 즐기는 덤 인생을

 꿈꾸곤 했다. 속초 부근 언덕에 작은 팬션이라도 지어놓고 낚시와 등산을 즐기며.....

그동안 어린 시절을 돌보아 주시던 형님의 은퇴(농협35년 근무)와 대장암 수술,

내겐 큰 충격이었다. 나역시 조심스레 위와 장을 내시경하며 건강을

체크하던 그해 겨울 제주도에서 즐겁게 지내고 월요일 출근하던중 왠지

눈이 따갑고 기분이 이상했다. 이대 목동병원 응급실로 제 발로 달려갔다.

혈압상승에 따른 충혈.. 이후 일주일간 강제 입원, 그렇게 40대 마지막

한해를 경고성 이벤트를 겪고 나서야 넘어 올 수 있었다.


그때부터 시작한 금연이 이젠 감히 주위 친구들에게 금연을 강조할 만큼

뻔뻔스러워졌다. 중2때 배운 담배.... 참 맛있었는데....

아무튼 오늘 이렇게 50분간을 쉼없이 큰 걸음으로 등산할 수 있음이 금연

덕임을 새삼 깨닫는다.


이수봉 아래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시설물이 보이며 목표 400m, 이젠 5분

남았다. 뛰기 시작하니 지나치는 등산객들의 눈초리가 썩 좋지않다.

막바지 정상부근에선 누구나 힘든 상태이고 날은 더운데 왠 미친.......

545m 이수봉 돌비석 아래에서 시간을 보니 11:19, 배낭을 짊어진 채

동동주 한사발(2000원)을 들이킨다...아무 생각이 없다.

남해 고향의 젊은 친구와 몇 마디 나누고 있으려니 김대장이 올라와

남해 읍내 고향을 확인한다. 그리고 바로 말 낮춘다.

 “니 형님이 내 2년 후배다”.

아내가 싸준 얼음 팩 참외를 펼쳐 잠시 갈증을 달래고 점심자리를 찾는다.


(12:00)국사봉 쪽 능선 아래에 넓은 숲 그늘을 찾아 오늘의 먹거리 잔치를

펼친다. 뒤늦게 정종화 원장이 전화 후 30분 만에 합류한다. 새로운 코스를

소개하려고 전날 6시간 반을 사전 답사하며 더위에 지쳤다면서도 여전히

산걸음은 날라 다닌다. 본인은 싫다지만 어찌 지존이라 아니할 손가.

1시간 동안 쌍추 쌈과 함께  갖가지 안주가 등장하고 적은 소주가 아쉽다.

언젠가 깊은 계곡보이는 산중에 우리 산케들의 작은 집들을 가꾸고 싶다는

김대장의 꿈을 설계해 본다. 노년을 건강하게 보내며 산을 즐기는 여유로운 산케들...

찾아오는 벗들에게 담근 술 내미는 정경이...........


(13:10)휴식을 취하는 일행들과 달리 망경대 정상으로 정원장과 둘이서

용기를 내 본다. 왕복 50분 정도면 갔다 올 수 있다는 제안에 선뜻 나선다.

10분쯤 지나 정상을 향한 깔딱능선을 맞이하니 배불리 먹은 후라 숨이차고

힘들지만 견딜만하다. 석기봉 헬기장을 올라서니 정상부근이 군사시설로

망가진 채 암릉 정상을 뒤바꾼다. 혈읍재로 돌아 내려가는 하산길을

숙지하고 잠시 과천 대공원과 주변 경치를 감상한후 20여분만에 다시

 일행들이 휴식하고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 국사봉 하산길을 준비한다.


(14:00)국사봉(538m)까지 30여분을 내딛는 동안 제법 지루하리 만큼 길다.

약간의 오름 행보에 숨이 차긴하나 능선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덕에

한 여름의 또 다른 즐거움울 맛본다. 쓰러져가는 고려 말의 충신들이

나라를 걱정한 이 산중이 뉴욕의 강영녕의 國思만큼이나 답답하다.

민주와 자유를 구별하여 인간이 경험하며 만든 이데올로기에 멍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치도 종교도....


정신문화 연구원 쪽 하산길은 등산객이 거의 없어 한가롭다. 천주교

어느신부의 유적지 부근 갈림길에서 곧장 떨어지는 하산길엔 십자가

 15개에 기도 주문을 매단 표식이 당황스럽다. 어쩌면 불교 사찰에

 익숙한 산기슭에서 모처럼 대하는 기독교 상징물이 별난 탓인가..


계곡물 얕은 기슭에서 잠시 발 담근후 연구원 철책을 끼고도니,

외곽순환도로의 자동차 소리가 산중을 휘감고 돌며, 자연훼손이

무지막지하다. 경치는 멀할 것 없고, 계속되는 비행기 여운처럼

멍멍하니 채워지는 자동차 소음이 이 숲속 진한 매미 소리를

질식시킬까 걱정된다.


(15:20)분당으로 향하는 버스 속 에어컨 바람이 고맙게 여겨지고,

오직 시원한 마실 것을 상상하며 사우나에 몸을 담근다.

이후 생맥주 호프집을 거쳐, 모처럼의 휴가를 산케에 바친 정원장의

노고를 그냥 보낼 수 없어 문정동 홍어회집을 거치고 집부근 독일

생맥주 입가심까지 완성된 하루를 마치고 나니 밤 11:00가 되었구나.


이 무더운 여름밤, 처음으로 오랜 기간 집떠나 훈련받는 작은 녀석을

떠올리며 아내는 선풍기마저도 돌리기 싫은 모양이다.


배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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