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반산행(2003- )/2004년

04 9/5 도봉산 오봉

by 道然 배슈맑 2005. 9. 5.
9/5 도봉산 (여성봉,오봉)행 후기
 


(등산참가자)김일상 대장,이주형 수석,이충식 총무

            이상돈 본부장,이준영 2세,배기호 필자(6명)


(등산코스) 10:00구파발역-10:30송추유원지 입구-10:50오봉매표소-

  11:10송추남능선 쉼터바위-11:40여성봉-12:40오봉-12:50 점심식사

-14:15샘터휴식-14:50도봉주능선-15:20보문능선-16:30도봉매표소

 


(9:00)이제 일상으로 굳어진 주말 산행을 준비하며 거울에 비친 내 얼굴

이 제법 맑아 보임에 혼자 괜시리 미소 짓는다. 6개월 여 동안에 벗들과

매주 열심히 즐긴 산행이 이렇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니 더 많은 친구

들을 끌어 모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서는

내 모습에 우리 물푸레 여학생이 같이 집에서 놀자고 슬쩍 딴지를 걸어

본다. 2주전 수락산에서의 사고로 치과를 드나드는 일정이 다음주에나

이 난다. 다행히 다음 주말엔 함께 원정 산행에 참가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부디 산행에 거부감 없이 다시 나서 주길 바래본다.


(10:00)구파발 전철역 김밥집에서 모인 인원은 6명, 26세의 우리친구

준영이가 이상돈 본부장의 보호자 자격으로 두 번째 참가한다.

이주형 수석이 가을을 맞아 산행에 열의를 다짐하며 마지막으로

씩씩하게 나타난다. 좋은 날씨 탓으로 북한산성 쪽 산행행렬은 끝이

없다.우리는 도봉산으로 계획을 잡아 송추행 버스에 기다림 없이

올라 30분후 송추계곡 입구에 도착했다.

아직은 초가을 햇살이 제법 따갑게 내려 쬔다. 유난히 물을 많이 마시는

이 수석이 음료수 추가 구입에 발길이 바쁘다. 평소보다 많은 팀들이

제각각 여성봉을 향해 첫발을 옮기며, 점점 늘어가는 주말 건강생활의

관심들을 즐거운 표정으로 나타낸다.


(10:50)오봉매표소를 출발하여 잠시동안, 천수답 계곡 논벼가 가을 맑은

하늘을 호흡하며 제법 영글어 고개 숙일 채비를 하는 논두렁을 지나면서,

추석이 머지않은 계절에 어릴 적 설레며 뛰놀던 고향마을이 떠오른다.

지난 오십년 세월이 다사다난한 분주함 속에서 참 길게도 여겨진다마는,

이제 휴식을 준비하며 맘들이 비워지니 엊그제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던

학교 뒷산 측백나무 묘목장이 아직도 키가 낮아보인다.


오늘은 출발시점의 하체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며 산행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조금씩 뒤처지며 앞선 일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걸음이

늦어진다. 아무튼 지나가는 산행객들의 피부가 젊고 예뻐 보임은 항상

느끼는 건강미다. 송추 남능선에 올라서니 숨은 가쁘지만 여성봉 까지의

1시간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휴식을 생략하고 일행들이 쉬고 있음직한

바위를 우회하여 계속 올라가기로 한다.

여성봉이 바라다 보이는 마지막 줄잡기가 힘겹게 여겨질 즈음 잦은

물마심을 겸하여 숨고르기를 반복하니 지난주의 음주량이 역시 영향을

미친다. 평소의 생활이 건강에 바로바로 나타난다.

그러나 꾸준한 조깅과 산행연습으로 시간은 점점 단축되어 50분만에

여성봉 암봉의 교태로운 양둔덕을 손으로 짚어 오른다.


어제가 뉴욕에서 서대홍 친구의 일주기 추모행사 날이니, 지금시각

친구들은 객지의 어느 술집에서 먼저 보낸 친구를 아쉬어하며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겠지...유난히 조용하고 작게 말하던 대홍아.. 사회 초년시절

명동 중국 대사관 뒷집 다방에서 대사관 정원을 부러워하던 대홍아..

더 넓고 푸른 곳에서 맘껏 고함치며 지내길 바란다.

가을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데.....


(11:50)10여분 뒤 여성봉에 모인 일행들은 김대장의 거봉 포도로 목을

 추기고 10여분 휴식을 취한다. 이본부장의 장남 준영군은 젊은 건강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두 번째 산행을 익숙하게 적응해 나가며, 부럽도록

 아버지를 염려하여 떨어지지 않는다. 이제 우리 2세들을 모아 함께 등산할

날도 머지 않으리라. 그들의 손에 의지할 날도......


40여분 편안한 능선 길을 밟아 오르니 아름다운 오봉바위가 오른쪽으로

뽐내며 나타나고, 휴일의 젊음들은 오봉 직벽 슬라브를 기어 오르며

도전의 힘겨움에 시간을 멈춘 채 메달려 있다. 아슬함과 부러움으로

오봉을 뒷걸음질 치며 감상한 후, 짧은 능선에서 우이암쪽 하산길에

점심자리를 겨우 마련한다. 휴일 도시 근교산의 인구 정체를 보고하면

그러기에 수도이전을....하고 갖다 붙일 사람도 많겠지....


(12:50)항상 푸짐한 점심식사와 함께 우리 2세들의 결혼 이야기가

문상원 교수의 딸내미 결혼을 즈음하여 풍성해 진다. 부디 변함없는

 건전함으로 좋은 짝들을 만나길 빌면서 지난 날 우리세대의 간편했던

결혼 전야가 새삼 떠오르고, 10/2 설악 무박 산행에는 물푸레와 함께

신혼을 설계하던 백담사 계곡에서 30년전의 자취를 냄새 맡을 수 있을까....


이틀전 TV토론에서 좋은 이론과 학자적 양심으로, 오늘날의 역사 청산에

대하여 그 위험성을 토로하던 서울대 경제학 교수의 말 실수가 본의 아니게

소위 x물려, 인터넷 상에서 인민 재판을 받고 있다. 밤 늦도록 지켜본

필자로서는 아무래도 너무 심하다. 누구나 실제로 그러한 오해를

받을 만큼 발언한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오히려 직선적으로 뒤집어 씌운

얘기를 갖고 난리다. 내일, 역사문제를 좋아하는 큰 놈 면회갈 때는

“역사란 무엇인가?”(E.H.CARR) 정도의 기본서를 갖다주고, 좀 더

자유롭게 역사를 지켜 볼 수 있게 해야겠다. 소위 민족사관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 했던 우리 세대와 오늘 날 더욱 깊어져 가는 일부 극렬

젊음들이 강조하는 민족이라는 개념은 단지 통일을 위한 순수함만은

 아닐 것이다.


(14:00)왕성한 식욕으로 점심식사와 휴대용 쇠주 팩을 동낸 후 하산

길 도봉 주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느려진다. 결국 20여분 가파른 8부

 능선길을 내려와 샘터 넓은 휴식터에 이르러 잠시 휴식이 30분간

취침으로 바뀐 채 오수를 즐긴다..오직 오래 산의 정기를 받고 싶다..

일찍 내려가 술 마실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짧은 취침이 가져다 주는

 상쾌함을 맛본 후 우이암에 이르는 주능선에 올라서니 양방향 단체

산행객들로 트래픽이 심각하다. 우이암을 자일없이 릿찌 등반하는

산사나이들을 부럽게 구경하며 왼쪽 보문능선으로 접어드니 화강암

잔 모래에 먼지가 일면서 미끄럽다. 짧은 보슬비가 그립도록 햇살이

따갑다.


70은 훨씬 넘으신 한량 어른이 멋진 맵시에 성능 좋은 카셋트를

크게 틀고 스텝을 밟으며 함께한다. 앞으로 두걸음 뒤로 한걸음....

아 부러운 유유자적.... 훗날 내 말년도, 탑골 공원의 찌들은 시간

죽이기 보담은, 이렇게 젊은 산에서 이렇게 젊은 시간을 보내며

흥겨울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분노도, 절망도, 기쁨도 내 맘속에 있다지만,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16:30)도봉산 입구의 휴일 대목은 살아 숨 쉬는 서민들의 장터다.

칡뿌리, 콩두부, 막걸리, 메추리, 흘러간 뽕작, 파전,굴전..튀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우리의 낭만들이 도봉산 자락의 목욕탕에서

짧은 샤워를 끝내고 장수 막걸리와 생맥주를 청할때는 아직 정상위에

가을 해가 눈부시게 걸려 있었다.


시름시름 걸어 온 하산 후의 귀가길은,많은 우리 이웃들을 다 살피고

만나고 훑어 화곡동에 다다랐을 땐,밤이 새까맣게 깊어지고.....

 후두둑 가을비가 파라솔을 때리는 가운데 ,우산을 두 개 든 물푸레와

 함께 마시는 버스 정류장 옆의 카푸치너 독일 생맥주 향이 한달 후의

낙엽처럼 강하게 느껴졌다.


배기호


'일반산행(2003- ) > 2004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04 10/2-3 설악 무박산행  (0) 2005.09.05
04 9/19 양구 사명산  (0) 2005.09.05
04 8/22 수락산행  (0) 2005.09.05
04 8/8 북한산 의상능선  (0) 2005.09.05
04 8/1 청계산행  (0) 2005.09.0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