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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2003- )/2004년

04 9/19 양구 사명산

by 道然 배슈맑 2005. 9. 5.
9/19 양구 사명산행 후기
 

 

(참가자)김일상 대장, 이충식 총무,

        이병호 부부, 배기호 부부,(6명)


(산행코스)10:20 웅진상회-10:25 양구학생야영장-10:50 선정사

11:10 임도-11:20 삼거리-12:00동부능선 삼거리-12:20 정상(1197.6)

-12:40 1162봉- 13:20 922봉- 13:40 문바위-14:40 점심식사-

-16:00 추곡약수-16:10 약수골 정류장-17:00 출발



(6:00)이번 원정 산행은 지난주 우천으로 포기한 가리산 대신에, 처음

으로 화곡동에서 출발하는 산악회에 부킹을 하여 친구들을 초대하니

왠지 대장된 기분으로 설렌다. 또한 지난달 수락산에서 사고를 당한

우리 물푸레 여학생이 이틀 전 새로이 치아 단장을 끝내고, 오랜만에

산행을 결심한 용기를 북돋우어, 아름다운 경치 구경을 시켜 주고 싶다.


6:50에 서초구청을 출발한 관광버스는 3시간 만에 춘천을 지나 소양댐에

이른 후, 양구군 웅진리까지 30분 동안은 소양호를 오른편에 끼고 굽이

굽이 돌아 머리가 어지럽다. 지난 날 속초에서 귀경길에 가끔 이용한

 46번 국도가 이렇게 멋진 줄을 처음 알았다. 늘 밤늦은 귀경에 꾸불거리는

 어둠 속에서 경치구경은 고사하고 등 뒤에 식은땀 기억밖에 없다.

군대시절 양구 스키부대에서 고생한 양희권 전무는 이 산들이 아름답게

느껴질까, 요즘도 스키장을 찾고 싶을까..... 빈속의 물푸레가 멀미에 고개

숙일 즈음 목적지 웅진상회에 도착하여 소주와 양갱을 구입한다.


(10:20)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정상 공략의 1진이 발걸음을 서두르고,

이충식 총무는 용수암에서 922봉을 가로질러 문바위에서 합류키로 하며

2진으로 빠진다. 발이 불편함에도 총무로서 책임감에 억지로 참가했다.

나이가 들면서 많이 달라지고, 성숙해가는 이 총무가 친구로서 감사하다.


20여분간 시멘트 포장의 약간 경사진 차도를 오르며, 북쪽 사명산 정상을

바라보니 양구 오지의 1200 고지가 그리 만만치 않다. 초가을 마지막

햇살에 온몸은 벌써 땀으로 젖고 웃옷을 벗어 배낭에 접어 넣는다.

전형적인 오지 산간 마을에는 교회와 사찰의 기도원이 경쟁적으로 자릴

잡고, 수많은 불치병 환자들에게 기도와 섭생을 통한 치료를 시도하는

21세기의 또 다른 인간 문화가 목탁 소리에 실려 온 동네를 감싸 돈다.


(10:50)선정사 뒷켠 월북현을 향한 북계곡이 갈라지는 다리를 지나

용수암까지 10여분간 요란한 계곡 물소리와 함께 작은 계곡물을 밟아

오르는 수림 계곡은 또 다른 시원함을 느끼긴 하나, 뒤 따라 오르는

물푸레의 사고 경험으로 고르지 못한 바위들이 불안스럽다.

좌측 용수암으로의 갈래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양갱 한 조각으로

허기를 채운다. 함께 오르는 70대 노인장의 하얀 머리칼이 더욱 윤기를

더한다. 20년후의 내모습도 저리 건강할 수 있을까...


다시 10여분간 좁은 계곡 등산로와 수레 길을 지나니 임도에 올라 서고,

서서히 계곡과 멀어질 즈음 1162봉으로 오르는 왼쪽 길과 동쪽 능선으로의

 갈림길에 도착했으나 선발대가 보이질 않고 목표지점으로의 표지가

어쩐지 불안하다. 잠시 망설이며 무전 교신의 확인이 이루어지니,

결국 앞선 선발대의 실수로 우리의 김 대장을 왼쪽 길에 흘려 보내고,

이병호 부부와 우리 부부, 그리고 다른 일행 2명만이 오른쪽 능선길에 올라서니

40-50도 깍아지른 경사가 코 앞에 닿는다.


(11:20) 이후 동쪽 주능선을 향한 40분간은, 5분마다 숨고르기를 반복

해가며, 물통을 비우기 시작한다. 암릉이 발달되지 않은 흙산이라고는

하나, 강원도 오지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간간이 바위가 어울러진

급경사 오름길엔 알 수 없는 금속성 암석의 편린이 흩어져 초가을

뙤약볕에 금빛,은빛으로 빛난다. 항상 묵묵히 험한 길들을 따라와 준

물푸레는 오늘도 프로의 등산 실력인 이병호 부인과 함께 보조를 맞추니

대견스럽고 믿음직하다. 부디 삶의 후반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빈다.


40여분간의 힘든 오름을 끝내니 정상을 향한 동쪽 주능선이 평지처럼

걸쳐진다. 15분 정도 여유로운 능선 길에서, 맑은 가을 하늘과 적당히

차가운 바람을 마시며 억새 숲을 트래킹하는 행복을 맛본다. 10월 초

설악산 수렴동 계곡의 무박 10시간 단풍 놀이를 꿈꾸며 이번 추석에는

컨디션 조절을 위한 금주 기간을 마련해야겠다.


(12:20)북쪽으로 화천 댐의 파로호가 맑게 보이는 사명산 정상(1197.6m)

에는 표지판이 선명하게 씌어 있고, 양구 26번 삼각점이 새로 설치된 듯

선명하다. 남으로 소양호, 북으로 파로호를 조망할 수 있는 사명산은

화천,양구,춘천,인제 4개 군을 경계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 만큼이나 산세가 잘 발달하여, 수많은 지릉선들로 산행객들을

헷갈리게 하여 일행들을 이산가족으로 만들곤 한다. 단지 유난히 암릉이 발달

되지 않아 문바위 작은 두 개의 봉우리 외에는 기암괴석의  화려함은 맛

볼 수 없으나, 경사가 험한 좁은 능선 길에서의 시원한 바람과 지루하지

않을 만큼 오르내리는 비교적 긴 시간의 트래킹 코스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이 훌륭하다.


40 여명의 일행들을 대표하여 정상을 정복하고, 무전교신 결과 나머지

1진들은 1162봉에서 합류하여 하산하기로 결정하고 ,나머지 우리 팀과의

점심식사를 약속한 문바위 까지 하산을 서두른다.


(12:40)1162봉에 도착하여 1진 일행들을 조우하고 정상에 오르지 못한

섭섭함을 계곡 등정길의 더욱 힘든 단련으로 위로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넓은 갈대 숲 정상에서 간편식으로 휴식을 취하며 주변 경관에 감탄하는

일행들을 뒤로 한 채 문바위에서 기다릴 이총무와 김대장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비온 뒤 낙엽에 가려진 나무 뿌리가 매우 미끄럽고,

짧게 솟아 오른 돌부리에 넘어질까봐 조심스럽다.


동쪽으로의 지릉 삼거리에서 내리막 남릉길을 따라 40여분간 작은

 봉우리와 안부를 지나니 922봉 삼거리에 도달한다. 왼쪽 용수암 길로

 내려 설 뻔한 이병호 부부를 불러 함께 사과 한쪽으로 허기를 달랜 후,

문바위로 향하는 남서쪽 우측 능선길에서  보살핌 없이 길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해주 최씨 묘를 지나니 뒷 쪽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2진으로 용수암 갈림길방향을 타고 922봉을 거쳐 문바위에 먼저 가 있으

려니 하던 이총무가 왜 뒤에 나타나는 걸까... 이후 점심식사 동안 이총무의

고생담은 파출소 피하려다 경찰서 만났다나...용수암에서 922봉으로의

산행로가 막히어 결국 1162봉으로 돌아 올랐다니 1진 보다 더 고생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13:40)유일한 암릉 두 개가 출렁다리로 연결된 문바위봉은 추곡약수

계곡으로의 외길 통로를 이루고 있다. 동쪽 바위 칠층석탑 앞에 자리를

펴고 어지럽도록 텅빈 속을 채울 준비를 한다.

깜박 잊고 도시락을 준비 못한 우리 부부는 훌륭한 안주거리로만 배를

채워도 충분하다. 1시간 정도 가파른 하산길을 고려하여 소주는 가볍게

반주치고, 이병호 부인의 배추 쌈을 곁들인 돼지 수육은 산정에서의

만찬을 화려하게 만든다. 이충식 총무의 강릉산 대형 골뱅이 안주가

초장을 거치지 않고도 입속으로 빨려든다.


김대장과 이총무의 정상 미등정의 아쉬움을 한 잔 이슬이로 달래며,

10/2-3 설악 산행과 10/17 운악 산행을 계획하며, 우리 여학생들을

참여시키기 위한 작전들을 꾸며 본다. 건강을 입에 자주 들먹이면서도

선뜻 일요산행에 참석치 못하는 이유는 많으나, 교회출석이 큰 문제다.

토요 산행을 겸할 방법도 연구해야겠다.


(14:40)점심식사의 배부름을 간직한 채 급경사 하산길의 발걸음은 매우

조심스럽다. 잠시 서쪽 바위에 올라 산등성이에 가려지는 파로호를

다시 조망한 후 10여분 내리막길, 10여분 오르막길을 거쳐 삼군계 지점

봉우리에 다다르니 남쪽으로의 좌측 사면(양구-춘천 경계)을 택한다.

죽엽산 방향의 서쪽 사면(화천-춘천 경계) 에는 길이 전혀 없다.


10분 정도 더 내려가 세 번째 봉우리를 우회하여 안부에 다다라

추곡 약수 하산로로 안내 산악회 리본들이 즐비하고 아내 표지가 나온다.

뚜렷하지도 않은 지그재그 급경사 내리막길을 30여분 미끄럼 타며 내려

오니 우리의 물푸레는 또 속았다고 푸념한다. 양치기 소년이 되고 만다.

보드라운 흙산도 급경사에 길이가 길어지니, 긴장된 여학생에게는

힘이 든게다. 아무튼 큰 탈없이 시멘트 포장길이 보이는 추곡약수 마을

어귀를 돌아드니 발목이 피로하다. 그래도 귀한 약수 한잔을 아귀다툼

하는 와중에 얻어 마시니 갈증이 가신다.


(16:00) 약수마을 정류장에 일행들이 타고 온 버스를 세워 둔 채

한 잔 동동주에 사이다를 썪어 단숨에 들이키니 이 맛이 산행 맛이라.

오지 산골 마을의 인심도 도회 때가 묻어드니 산채 나물 한접시

얻어 먹기도 쉽지가 않다. 계곡 물에 발씻고 귀경길 버스에 오르니

여흥의 소주 파티가 착한 산행 사람들을 가깝게 엮어주고, 조금씩

받아 마시는 쇠주 기운이 온 몸을 감싸돌며 산행의 피로가 절여지니,


한강의 밤을 수놓는 화려한 다리들의 조명을 보고서야 잠이 깼다.


9/20 배 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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