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춘천 三岳山行 후기(사진 재편집) | |
삼악산행후기(11/7) (참가자)이주형 수석, 김일상 대장,이충식 총무 부부,박오옥 교수 부부, 구영호 사장 부부, 배기호 부부,배기호 형님 부부(12명) (산행일정)07:50청량리역 출발-09:30강촌역 도착-09:50강촌삼거리(당림유원지) -10:20 408봉-12:00등선봉(670)-점심식사-13:30 617봉-14:00청운봉 (546)- 15:00 용화봉(삼악산 정상)-15:30흥국사-16:20 등선폭포-회식- 17:30 강촌역 출발
(06:00)가을이 깊어가는 11월 둘째 주말, 지난주에 큰놈 면회가느라 북한산 의상봉 행군에 결석하여 몸이 무겁다. 이틀전 부산에서 올라오신 형님 내외분은 경복궁과 화랑을 돌아보며 만추의 서울을 관광하시고, 밤늦도록 누님들 내외와 함께 ,새로 이사한 동생 집들이를 위하여 마시지도 못하는 술잔을 마주하며 잠을 설쳤다. 다시금 춘천 관광을 계획하며 청량리역에서 잔치국수와 오뎅으로 속을 푼다. 내년이 환갑이신 형님은 내가 중2때 돌아가신 아버님을 대신하여, 군제대후 농협에 취직하여 재작년 은퇴시까지 오직 은행 한길을 걸어오며 동생들을 보살폈다. 늘 감사하는 맘을 은퇴식날 형님 부부께 작은 금반지 커플링으로 대신했을 뿐이다. 그후 대장암 수술을 받고 2년간의 항암 치료를 잘 견뎌내시고 건강을 회복하여 무척 기쁜 맘이다.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사시며 세상 좋은 구경이나 실컷하시면 더 바랄 게 없겠다.
(07:50)청량리 역에서 기차를 타본 기억이 1975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당일이다. 전날 이브의 저녁에 창원 훈련소에서 밤기차에 실려 새벽에 도착한 용산역에는, 통금해제의 기쁨으로 쏟아 부은 알코홀들을 삭혀 토해내는 젊음들이 구석구석에 뒤엉켜 나딩굴고 있었다.
다려지지 않은 채 새로 입은 배출 군복이, 작대기 하나 이등병의 초라함을 더욱 강조하는 모습으로 명동의 ‘까스등’이라는 까페에서, 한나절의 휴가를 위스키로 적시고 있었다. 어둠이 깔리는 종로거리를 숨어지나 청량리역에 개별 집합했을땐 원주행 열차가 호르라기 소리로 분주히 완행객들을 채우고 있었다. 춘천행 열차의 주변 경관은, 남한강가를 달리는 중앙선에 비해 풍광은 못하지만, 마석을 벗어나니 밀려오는 도심개발의 망치소리가 점점 작아지며 잣냄새가 스민다. 가평을 지날즈음, 북한강가 산자락을 기워가며 달리는 완행열차의 간이역들이 주말 등산객 몇몇으로 간신히 사람냄새를 품는다. (09:30)30년전 기타들고 구곡폭포까지 걸어가던 강촌역에 내리니, 벽과 기둥들의 방문 낙서 속에서 옛사랑의 이름들이 냄새를 풍긴다. 긴 장발에 때절은 파카 점버차림 의 낭만은 지금은 M.T.라 불리우는 야유회를 참 자주도 즐겼다. 역사에 딸린 구멍가게에서 휴대용 소주를 챙긴 후 다리건너 삼악산 입구를 바라보니 춘천가도에 바로 접한 408봉이 매우 가파르게 첫 걸음을 시험하며 일행들을 벼르고 있다. 12명의 일행중 형님 내외분이 춘천 시내관광으로 빠지고, 다른 부부한팀과 K 산악회 김흥수 가이드(산행작가)를 포함 13명의 일행들은 가벼운 가족 산행의 착각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09:50)강촌역 맞은편 경춘가도의 육교에 맞다은 수로에서 시작되는 등산로 입구는 겨울철 화재예방으로 입산 금지의 철조망이 쳐진 채 입장료를 아끼는 몇몇 등산객의 과감한(?) 발걸음에 짓밟히고 있었다. 삼악산에 ‘악’자는 폼으로 붙었던가. 용화봉(654) 주봉과 등선봉(637) 자봉에다가 청운봉(546)을 합쳐 삼악산으로 불리우며 춘천 시내 남서 쪽 경관을 책임 진다니, 한번 꼭 오를 만한 산임엔 틀림없다. 헌데 첫걸음 30분이 60-70 경사길에다가 마른 낙엽이 작은 등산로를 숨긴다. 서서히 여학생들의 ‘또 속았다’는 멘트가 쏟아지고, 박오옥 교수의 발걸음이 처질 즈음 408고지 첫 봉우리를 올라 숨을 고르니 오늘의 남은 산행행로가 심상치 않다.
길고 넓은 활엽수 낙엽길의 408봉을 지나니, 솔향기가 밀려오며 유난히 푸른 솔이 분재처럼 매달린 암봉들이 줄지어 나타나며 감탄과 비명이 함께한다. 전혀 풍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날카로운 암봉들을 밟아 나갈 것을 생각하니, 함께하는 여학생들이 무척 걱정되며 보폭을 좁힌다. (10:30)10여분의 휴식으로 숨을 고르며 처음으로 정복할 등선봉을 바라보며, 산아래 펼쳐진 북한강가 정경이 아름답게 느껴볼 겨를도 없이, 깍아지른 바위 크랙을 조심스레 밟아야 하는 일행들은 땀이 솟는 줄도 모른채 1시간 여를 험한 전신 운동을 경험해야만 한다.
북한강 자락에 펼쳐진 명산들의 행렬이 시야에 들어올 즈음, 의암호의 파란색 자락이 보일듯 말듯 북서쪽 능선사이에서 석룡산을 비껴서며 숨바꼭질을 하고, 남동쪽 홍천으로 뻗어진 산맥의 산봉우리들이 저마다 마지막 가을 단풍을 떨구기전 맵시를 뽐내고 있다. 지난 한달간을 매주 계속되는 집들이 손님 덕에 정신없이 보낸 물푸레 여학생의 새 등산화가 부디 무사히 오늘 산행에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지난 여름 수락산 사고 이후 유난히 암릉 슬립이 걱정되나, 여전히 김일상 대장을 바짝 따라 붙는 저력을 발휘하니 참 다행이다. 오래 건강한 아내로 곁에 지켜주면 좋겠다. 아내 잃고 닷새 만에 타계한 김상옥 시인을 떠올리며 부부사랑을 다시 새겨보기도 한다. 난, 귀찮고 불편해서 못살겠지..... 당신없으면 ㅎㅎㅎ (12:00)등선봉 (삼악산 첫째 자봉) 삼각바위에 걸터 앉아 한 개피 담배들을 맛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니, 지나온 1시간반의 악전고투가 대견스럽고 뿌듯하다. 구영호 사장의 근래 집중 산행이 효과를 나타내어 장족의 발전을 보이며 거의 선두 대열에 합류하고, 이젠 왠만한 암릉정복에 자신감이 엿보인다. 이후 617고지까지는 완만하고 금일 산행중 가장 편한 코스가 이어진다. 10분여 내리막 능선을 밟아 두 봉우리 중간쯤의 공터에 자리를 펴고 맛있는 점심식사를 맛보며 휴식을 취한다. 구영호 사장의 가래떡을 간장에 적셔먹으니 단연 인기다.
박오옥 교수는 힘든 발걸음에 배낭 가득 알뜰히 챙겨온 먹거리를 마구 쏟아낸다. 오이 한 박스, 컵라면용 보온수, 각종 반찬류... 정종화 원장이 배낭검사하면 기겁하겠다. 전날의 과음으로 오늘은 아직 쇠주 맛이 당기질 않음이 땀 배출 부족인 모양이다. (13:30)1시간정도의 식사와 휴식후, 길옆에 침낭 속으로 두몸을 숨기는 늙은 연인들을 힐끗거리며 617봉에 다다르니 꾸며 키운 분재보다 아름다운 낙락장송들이 바위 끝에 오롯이 자태를 뽐낸다. 의암호가 훤히 내려다 보이며 깍아지른 발아래로 흥국사가 솥단지 처럼 자릴 잡고 있다. 후삼국시절 궁예가 왕건과 싸우던 성터라기도 하고, 서기 894년 맥국이라는 부족국가의 성터라는 설도 있다. 10여분 아슬아슬한 직벽을 내려서니, 이후 성곽길이 계속되고 평탄한 참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다시금 정상을 향한 오름이 이어지고, 청운봉(546) 9부 능선을 우로 돌아 계속되는 자연 성곽을 타고 주봉인 용화봉 자락에 다다라 부부들의 사진 촬영이 이어진다. 김흥수 작가의 프로급 작품에 모델을 자처하며 의암호 중도를 배경으로 멋진 포즈를 취한다. (15:00)그시간 춘천시내 관광을 마친 형님 부부가 산아래 등선폭포에 다다랐다는 전갈이온다. 물푸레 여학생이 귀속말로 힘들다는 사인을 보내며 박오옥 교수 부부와 함께 흥국사로 먼저 내려가기로 한다. 아쉽게도 주봉인 용화봉을 지척에서 쳐다보며 20여분 먼저 하산길로 접어든다. 이후 1시간 여의 하산길은 매우 잘 정비되어 가족들의 나들이에 적합하고 산세도 협곡을 이루어 매우 아름답다. 중국의 협곡 비경에 쉽게 접하는 잘나가는 오늘날 세대들도 작지만 아름다운 우리 주변의 비경들에 자주 발걸음을 옮길 필요가 있겠다. 전국 곳곳에 이렇게 숨겨진 명소가 산재하고 있으면서도 관리가 부족함이 참 아쉽다. 한편 주봉으로 올라 다시 흥국사로 내려오는 모든 대원들은 꽤 힘든 마지막 깔딱오름을 겪으며 땀을 꽤나 쏟았다는 뒷 얘기다. (16:00)산아래 U자형 바위 협곡 속에 숨겨진 선녀탕은 선녀의 엉덩이처럼 하트형을 이루고 참 보기 드물만큼 예쁜 궁혈을 이루고 뽐낸다. 철계단을 나무계단으로 잘 정비하는 공사 드릴 소리만 아니라면 한참동안 그앞에서 기를 채우고 싶다. 이어지는 이선폭포, 등선폭포의 숨겨진 비밀들을 훔쳐보며 입구를 벗어나니 내가 좋아하는 잣 막걸 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30여분후 도착한 정상 정복팀들과 합류하여 마시는 막걸리에 감자부침은 어제마신 술을 잊게하고, 이후 청량리행 완행기차 속에서의 이어지는 이슬이 파티는 결국 청량리 역사에서 정신없는 해단식을 초래하고 말았다. 11/8 배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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