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설악 산행후기 | |
(10/3 설악 산행후기) (참석자)최영수 회장, 김일상 대장, 이주형 수석, 배기호 필자. 이병호 부부, 이유상 부부, 정종화 원장 외 1인.( 10명) (산행일정)10/2 22:00 동대문시장 출발-10/3 02:00오색약수 입구도착 -02:30 오색 입산신고소 출발-03:30 제1쉼터-04:30 설악폭포-05:30 제2쉼터-06:30 대청봉-06:40 동해일출-07:00중청봉 대피소-07:40 소청봉대피소-08:30 봉정암-아침식사-09:30 봉정암출발-10:30 청봉골 입구-12:30 백운동계곡 입구-13:30 수렴동 대피소-14:30 백담사- 16:00 용대리 출발 (10/2 22:00)하루 전 새 아파트로 이사한 짐들 사이를 파헤쳐 배낭을 챙기는 내 모습이 어떨까하며, 약간 미안한 맘으로 아내에게 무사 귀환 신고를 마치고 설악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마냥 즐겁다. 동네 어귀 김밥집에서 다음날 아침식사용 식은 김밥 두줄을 챙겨 동대문으로 향하는 전철에 오르니 주말데이트 중인 젊은이들이 나만큼 바삐 행복스럽다. 이삿날에 맞춰 휴가 나온 큰놈은 짧은 4박5일 중에 제 어멈을 도와 제법 심부름에 열중하며 기쁜 표정이다. 단지 아직 여자 친구를 소개 하지 않음이 섭섭하다. 태어나서 20년 동안 같은 동네 한 집에서 자라, 군 생활 중 연립이 재건축 되어 그럴듯한 아파트로 변신하니 신기한 모양이다. 그래 네아비도 재테크라는 거 성공했다. 쉽네, 가만있으니 되는 걸.....ㅎ ㅎ ㅎ 전철 속에서 아내의 걱정스런 전화가 들려온다. 9시 뉴스에서, 대청봉에 눈이 쌓여 미끄러우니 아이젠을 준비하라고... 설악 단풍구경을 함께 하질 못해 섭섭하나 그런대로 새집 단장에 언근히 즐거운 음성이다. 결혼 후 처음 새 아파트로 이사하는 아내에게 늦었지만 감사한다. 잘 참고 아이들 잘 키우고..이젠 즐기며 휴식하길 바란다. (22:00)동대문 평화시장 주차장에는 설악 단풍맞이 첫 주말을 겨냥한 등산객을 실어 나를 관광버스가 빽빽하다. 어둠이 짙어진 주말의 도심 광장에 이렇게 삼삼오오 배낭을 짊어진 건강한 시민들이 모여드는 건 활력지수 최상위다. 전국이 단풍으로 들뜬 걸까, 장거리 산행을 즐기는 평소의 건강한 모습으로 이해하고 싶다. 시간에 어김없이, 저녁식사 후 먼 길을 서둘러 온 10명의 산케 동무들이, 광장 입구 포장마차에서 캔 맥주 1개씩으로 버스 속 번개 잠에 도움을 청해본다. 대장 치료 후 몇 달 동안 건강 회복을 위해 애써 온 이 유상 주필이, 재시도의 첫 등산을 과감하게도 아내와 함께 무박 야간 등산에 도전함이 너무나 반갑다. 걱정마시오, 내 뒤에서 잘 챙겨 오를테니...그런데 지난 주 골프장에서 왼쪽 허리에 붙은 담이 오른쪽 허벅지 쪽에서 시큰거리고 있으니 영 기분이 좋질 않다. (10/3 02:00)덜컹이는 버스 속에서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려 눈을 감은 채, 조명을 밝히지도 않은 야간 관광버스는 큰 전투에 임하는 요새처럼 결전의 침묵으로 조용하게 4시간을 달려 한계령을 넘어 오색 약수 입구에 도착했다. 정종화 원장은 도사차림의 긴 수염 일행과 함께 한계령에서 먼저 내려, 서북능선을 타고 대청봉에서 만나기로 한다. 입산 통제소에서 03:00부터 입산이 허락되니 1시간을 기다려야 하나, 너무 많은 인원들이 설악에 몰려 30분을 당겨 입산시킨다. 복잡한 가운데서도 등산객들의 그룹별 입산통과 질서가 매우 자연스럽고 뿌듯하다. 광부같은 이마용 구식 랜턴을 머리에 덮어쓰고 부디 정상에서 해 뜰 때 까지 밝게 비쳐 주길 바래보지만 왠지 작고도 더 밝은 신식 랜턴에 좀 창피하다. 허나 제발 그런 당치 않는 소린 말아라, “술 한 잔 줄이면...” (2:30)입산 신고소 앞에서 인원 점검을 마친 8명의 산케들은, 김일상 대장을 선두로 줄을 서고 후미를 본인이 맡아 어둠의 직벽 능선을 한 자 랜턴 불빛만 내려 보며 ,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다. 아무런 경치도,단풍의 색깔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능선 길을, 오직 도회보단 별이 가깝다고 느끼며 3-4시간을 걸어 오르는 인내는 새벽의 영화로움을 꿈꾸는 도박만은 아니다. 남아 돌 것 같은 시간만이 재산인, 백수 같은 이 나이에 왠 무박 등산이냐고.... 오직 한 발 한 걸음에만 집중되는 이런 산행 속에서, 칼날 같은 삶을살아야 하는 현재인들이 무념무상 도행의 작은 연습이 될지도 모른다. 대청에 이르는 주변을 모르듯 오직 한길을 그냥 남들 따라 무사히 정상에 올라서 뒤돌아 보면, 느껴보지 못한 내 회한의 삶도 아름답다 할 것인가. 1978년 2월의 겨울은 유난히 시려웠고 , 제대를 6개월 앞둔 배병장의 가슴도 유난히 썰렁하게 빈 채 동해안선을 따라 속초에서 강릉까지 3일 낮밤을 걷고 있었다. 찦차로 참가하는 미군들의 팀 스피리트에 대항군으로 참가하기 위해, 가난한 조국을 위하여.... 깜깜한 밤길에서 무서운건 오직 눈까풀 위에 얹어진 작은 졸음일 뿐이다..그래도 마지막날 새벽, 연도에 늘어선 강릉 여고생들의 하얀 교복 칼라가 눈에 뜨일땐 비뚤어진 철모를 고쳐 쓸 만큼 젊음이 졸음을 이기기도 했었다. (04:30)밀리는 등산객들 틈에서 한 두 번 쉬어가며 두시간 만에야 설악 폭포에 도착한다. 흐미한 달빛 속에서 뿌연히 내려다 보이는 오색 약수터의 밝은 불빛만이 살아 움직임을 느끼게 한다. 오랜만에 등산에 나선 이 주필은 야무진 아내를 앞세우고, 밀리는 행렬을 감사한 듯 천천히 한걸음씩 따라붙으며 긴 산행의 컨디션 조절에 매우 신중하다. 역시 한층씩 쌓아 온 인생 연습에 충실한 모범생이다. 이병호 부부는 항시 좋은 요령으로 발걸음이 사뿐하며 거금(?)을 들인 내리막길 무릎 보호대에 상당한 희망을 건다. 한밤 중 길섶에서의 잠시 휴식에 최회장과 이수석의 한모금 담배 연기가 추억의 향내로 번져온다. 둘다 금연이 절대 필요한 상황인데도, 내가 이리 담배 연기가 구수하다고 느끼니... 아직 대청봉까지 2시간, 일출시간(06:40)에 정확히 맞추려면 일렬로 늘어선 행렬을 약간씩 헤집어야 한다. 후미를 최회장에게 맡기고, 김대장과 함께 선두 쪽에서 앞서기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군데군데 암릉의 위험한 슬립이 기다려 대열을 멈추게하며 일출구경을 기대하는 산행객의 맘은 신호대에 늘어선 지각버스 만큼이나 초조하다. 1975년 11월 39사 훈련소 취침 전 훈련병 막사 뒤 아주까리 나무 넓은 잎사귀 아래서, 군용 맥주 1박스를 앞에 놓고 인사과 장상대 병장은 고교 동창생인 1주일 짜리 배 훈병을 안쓰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해 봄,여름,가을을 본의 아니게 금주 금연한 후 3일만에 입대하여 예전 같잖은 하얀 얼굴로 작은 군용 맥주 한병에 어지럽다 했으니, 인간이 불쌍했을 끼라... 끝발 좋은 인사과 고참 병장 덕분에 훈련소 생활부터 웰빙 군대생활의 시작이 이루어지니, 훗날 동해안 시대의 화려한 푸른 젊음은 요즘도 가끔 꿈에 나타나곤 하지요. (06:30)제2 쉼터를 지날 즈음 어슴푸레 터 오기 시작한 동해안의 수평선위 얇은 구름이 불그스레 물드는가 싶더니 대청(1707m)을 향한 마지막 능선에 올라서니 일출의 장관을 놓칠세라 오른 쪽 밝아오는 동해를 향하는 시선이 발걸음을 더디게하고, 잠시 후 찬란하고 밝은 오케스트라가 설악의 짧은 동쪽 단애 아래로 우렁차게 펼쳐지니, 발 아래 산 계곡을 휘감아 돌아드는 운무가 절정의 발레리나처럼 치맛자락을 펼친다. 10여년 만에 올라선 대청에서, 해돋이의 장관을 볼 수 있는 날씨를 가질 수 있음은 커다란 행운이다 . 백두산에서도 그랬고 제주에서도 그랬다. 나는 단 한 번의 첫 등정에서 항상 맑은 정상의 화려함을 맛 보았다. 산 아래 빌딩 숲에서는 줍지 못한 행운을... 동해안 경비병의 최고 즐거움은 새벽 기상 전 일출 시간에 맞춘 해안보초 서기다. 야간 보초근무의 취침시간 뺏기기와는 달리 오전 취침이 보장되는 해안 경비병의 특수한 환경 속에서, 새벽의 동해 일출은 한 번 지나치는 장관이 아니라, 매일 아침 소설같은 이야기가 가슴앞의 붉은 쟁반안에 설악과 함께 차려진다. 제대 후 돌아갈 곳 없는 배상병은 복학도 보장되지 않는 신림동보다는 이 곳 동해안에 말뚝을 박고 싶었는지도....밀랍처럼 녹아내리는 꿈의 날개를 접고 그냥 착하게 살기로... (07:30) 대청봉의 장관도 밀려드는 추위와 등산객들의 인파에 금새 뒤로하고, 백담사쪽 지루하고 긴 하산길의 시간 여정을 위해 중청대피소로 내려서니 소청봉을 향한 긴 외줄 행렬이 만원을 이루어 정지상태다. 한계령 쪽 서북능선 팀과 봉정암에서 1박 한 후 대청으로 오르는 반대 방향 등산객들이 만드는 교통 혼잡은 극치를 이루어 늘어선다. 기어가듯 소청봉에 도달하여 대부분 택하는 희운각 쪽 천불동 계곡을 외면하고 봉정암 쪽을 택하니 한결 여유롭다. 소청대피소에서 잠시 동안 아침 볼일을 보고 커피 한잔을 마시니 조간신문을 보지 않음이참 다행스럽다. 서쪽으로 펼쳐진 龍牙長城稜線의 화려한 암릉 아래 소담스레 지어진 봉정암을 향하는 1시간여의 발걸음은 강계산 머루주 반주와 함께 기다리는 아침식사를 잊을 만큼 느리다. 세상 아름다운 곳은 죄다 차지한 선승들은 욕심쟁인가... (08:30)봉정암 앞마당에 펼쳐진 각자 도시락에서 작은 반주 술병들이 하나씩 비워지고 이주형 수석의 추석 제사상 해물이 단연 인기다. 이병호 부부의 돼지수육은 늘 푸짐하니, 저 무거운 먹거리를 짊어지고.. 부처님 앞 마당에서 참 미안하긴 하지만 요즘 스님 안면에도.... 약속된 버스시간에 맞추려면 13km의 긴 하산 길을 서둘러야 한다. 밤을 꼬박 새운 50대 초로들이 벌이는 성찬의 탁자치고는 아직은 생생하다. 이주필 부부는 멋모르고 따라나서 정신없이 올라보니난생 처음 대청봉에 올라 기념사진을 남긴 것에 매우 흐뭇하다. 정리된 쓰레기를 다시 배낭에 담는다. 옆의 휴지통에 씌어진 문귀대로. “마음의 쓰레기는 여기다 버리시고...,” 버려도 버려도 난지도 만큼 쌓이는 내 맘속 이 많은 쓰레기는 통이 작아 다 못 버릴까..... 오늘 많이 버리면 설악이 더러워질까.... (09:30)봉정암에서 백담사로 향하는 구곡담계곡을 10여년 만에 내려 서니 잘 정비된 등산로가 한결 편하긴하나 역시 처음 30 여분은 직벽 하산길의 어려움이 도사리고, 긴시간의 하산 걸음에 무릎 관절이 염려 된다. 특히 1박의 휴식없이 계속되는 산행에서는 하산이 더 고달프고 느리다. 아무튼 설악의 비경을 즐기며 천천히 4-5시간을 계획하여 여유롭게 내려가기로 한다. 김대장은 역시 앞장서서 시간을 재촉하지만 서서히 나타나는 대원들의 피로와 함께 본인의 오른쪽 무릎 관절 뒤에서 조금씩 활성화 되가는 근육 담이 심상치 않고 계속되는 용아능선 남쪽 비탈길이 오른 무릎에 힘을 더한다. 1시간여 후 청봉골을 지나 쌍폭골에 이르니 갓 익은 단풍들의 싱싱한 색깔과 멋드러진 비단 폭포들이 어우러져 내 나라 금수강산이 절로 칭해진다. 금강산이 이보다 아름답다면 그긴 필히 선녀가 살아 목욕하는 천상지경이리라. 용아, 용손폭을 지나며 작은 沼를 이룬 폭포를 지날 때마다 발걸음을 멈춰 올려다 보고 또 보고 하니 하산 시간이 길어지고, 카메라 가진 김대장을 따라 잡아 한 컷 남기려하나 쉽질 않다.
(13:30)4시간 여의 긴 산행 끝에 수렴동 대피소에 다다르니 대부분 피로에 지쳐 즐거움도 반감 됐으나, 구담의 넓고 맑은 계곡을 배경으로 막걸리 한사발은 선인 흉내에 필수려니, 햇도토리 묵안주가 유난히 맛있다며 멀건 포천 막걸리를 설악에서 맛보았다.
지치고 아픈다리를 이끌고 백담사에 도착하니, 용대리까지의 셔틀버스가 긴 줄을 서서 1시간을 기다리게 한다. 일부러 웃음 만들며 히히덕 거려도 보지만 다리관절은 점점 아프기만하고 다시는 무박 산행 않겠다고 다짐해 보지만.... 백담사는 10년전과 너무나 변해 있었고 마치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변신하여 그룹 사옥을 지어 올리는 느낌이다. 이사찰의 최고 CEO는 전 모 스님인가...오가는 신식 승려복의 스님들 얼굴 피부와 때깔들이 그래서 그런지 많이 비슷해 보이고 예전 해인사에서 뵙던 스님들과는 달라 보인다. (16:00) 용대리 입구에서 한 잔의 이슬이로 피로를 풀고 설악동을 거쳐 온 관광버스에 오르니 아픈다리도 잊은채 잠이 쏟아진다. 밀리는 귀경길을 적당히 돌아나와 서울에 도착하니 해단식도 생략 한 채 각자 집으로 향해 화장실로... 그후에야 회장의 문자메시지를 본다. “샤워 후 맥주 한 잔 쥐긴다 ㅋ ㅋ ” 담날 한의원에서 침 맞는 내모습이 참 슬프다, 10년만 젊었어도...
10/4 배 기호 |
'일반산행(2003- ) > 2004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04 11/14 광교산 (0) | 2005.09.05 |
---|---|
04 11/7 춘천 삼악산 (0) | 2005.09.05 |
04 9/19 양구 사명산 (0) | 2005.09.05 |
04 9/5 도봉산 오봉 (0) | 2005.09.05 |
04 8/22 수락산행 (0) | 2005.09.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