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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2003- )/2004년

04 4/18 금수산

by 道然 배슈맑 2005. 9. 3.
4/18 錦繡山行記
일요일 이른 새벽 지하철 타고 외출은 처음이다.
밤을 꼬박 새운 젊은 이들의 졸음진 어깨 기대기를 탓하는 60-70대 망발이 쏟아진다.
촛불 시위를 했냐는 둥, 어디 나이트에서 밤을 새운 정도로 생각하는 모습이다.

우리네 기성세대가 젊은 내 아들들을 무조건 폄하하거나 "노세 젊어놀아"식으로
매도하는 건 너무나 위험하다, 그들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기성세대의 "옛날엔.. 과거엔.."식으로 훈육하는 건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

적어도 오늘날 새벽지하철, 버스의 대학생들은 어젯밤 토론 학습과 공동과제 학습을
위해 오직 주말의 밤시간에 모임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으로 이해한다면...

나는 내 아들들의 적당한 오기와 개혁적 마인드를 크게 걱정하질 않는다, 비록 밤새워 술을 마시더라도 때로는 낭만의 가슴을 위해 인간적으로 살려는 노력으로 이해하고 다독거려주고 싶다.젊음은 누구에게나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젊은이로만 살수는 없기에...

오래간만에 원정 산행길이라 새벽잠을 설치고 찬 우유 한잔 마신게 배탈로..지하철 화장실이 참 깨끗하다고 느끼며 위기를 모면했다.

양재동 서초구청앞에서 7:00에 출발하여 김일상 대장,정종화 ,이상돈,이병호부부, 그리고 나까지 6명의 단촐한 식구로 단양군 적성면 충주호반의 錦繡山으로 향했다.
본디 白巖山으로 불리며, 소백산맥의 주봉으로 군림하는 1,015미터의 험준함을 자랑하며 남대천의 발원지로 기록되고있다. 500년전 李晃(퇴계)이 금수산이라 칭했다하니
예나 지금이나 충주호를 배경삼지 않아도 하늘 배경에 비단같이 부드러웠던가..아직 올라보진 않은채 바라다보는 한량의 名命이리라.

11:00능강마을 앞에서 잠시동안 입산금지의 실랑이를 벌이면서 어째 불안한 발걸음을 재촉한다.지난 수해로 곳곳에 떠내려온 바위들을 다시쌓는 공사장을 잠시 지나며, 깊은 산새에 비하여 메마른 계곡이 산행의 어려움을 예감케한다.
진입도로 공사장을 비켜서 고무실계곡을 오른쪽에 끼고 서서히 능선을 오르기 시작한다, 1차 목표는 926미터의 망덕봉이다. 그러나 물끼 한점 없는 낙엽에 미끄러지며 정식 산행로가 아닌 경사 50-60도의 직벽 길을 헤쳐 오르는 고통이 2시간을 계속한다.이른봄의 햇살치고는 너무메마르고 강한 햇살이 아직 덜 피어난 나뭇가지를 뚫고 머리위로 내려쬔다.생수 한병은 벌써 바닥을 보인다.

사투끝에 망덕봉 태극기앞에 올라섰으나 그늘 한점없는 황량한 능선에서 이병호대원의 재빠른 칼끝에서 건네지는 참외 한조각이 꿀맛이라는건 이런것이다.헌데 6명중 3명 뿐이다. 앞서간 정종화 대원은 이미 30-40분 거리의 금수산정에 도착했으리라 보이지만, 뒤에 출발한 우리의 대장 김일상군과 이상돈 대원이 올라 오질 않는다.
예감이 좋질 않다, 대장이 지금까지 나를 따라잡지 못한 건 어째 좀 이상하다.

실바위고개를 지나며 금수산정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으려니 이미 금수산정을 정복하고 반대로 머릿수건을 휘날리며 뛰는듯이 내려오는 정종화 산신..내속으로존경스럽다...나는 10미터도 반대 길을 돌아올 여유가 없다. 후미의 대원을 체크하는 여유로움이 모두 건강 덕택이려니...암튼 대장과 이상돈대원을 잃은(?)채 배고픔을 채울수 밖에...이병호 파트너의 극진하고 맛깔스런 점심상에 아쉬운 단 한가지..소주 한병을 위해 뒤쳐진 우리의 대장과 대원이냐.. 돼지 김치찌개를 곁들인 쇠주없는 안주잔치냐... 그러나 그냥 지날 수는 없다, 지나던 젊은이에게서 소주 한병 구걸(?)..

좀 살 것 같은 기분으로 하산을 서두르며 핸드폰을 날려봐도 대답없는 우리의 대장..졸병은 어찌 살라고...날으는 정종화 대원은 본래 목표데로 서팽이고개와 가은산 능선을 종주하기로하고 먼저 출발한다.나와 이병호 부부는 상천리 휴게소에서 집합약속을하고 1차 탈출로 정낭골을 택하여 백운동으로 떨어진다. 하산길은 다소 쉬우리라던 기대는 무산.. 다시, 직벽의 정돈되지 않은 날카로운 바위하산길은 무릎관절이 아리도록 어렵다.. 차라리 길어도 능선을 택할것을.. 다행히 잠시 기대선 숨고르기에 어댕이골의 암벽위 소나무 절경이 유일한 위로로 들어온다.

1시간 30여분만에 선녀탕 시린 물에 발 담그고 앉아 목추기다.
백운동 조용한 마을에 다다르니 늘어져 오수를 즐기는 커다란 개한마리가 상팔자를 실감케 한다, 오직 한 그릇의 막걸리를 위하여 땀진 옷소매를 얼른 적시고 상천 휴게소 개울건너 선술집 평상에 자릴 잡았다, 막걸리 한병에 사이다타서 한숨에 넘긴다...

30여분뒤 우리의 대장과 이상돈 대원 등장.. 금수산 등정길은 우리와 달리 북벽의 얼음골을 거치며 물구경까지 하면서 개척길을 택하여 30분 늦게 올랐고 하산길은 바로 우리 뒤를 밟았다...허나, 약간 아마추어인 이상돈 대원은 대장에 대한 믿음 하나로 개척 봉사의 힘든 가시밭길을 견뎌냈으니 그 맘고생이 오죽하였을까..막걸리 2배요...

해거름속에 백운동 마을의 산수유 만발한 정취가 충주호반 깊숙한 조용함과 어울려 그제사 내눈에 비친다..약간의 막걸리 트림과 함께...

저녁 7:00 양재동에서 아쉬운 작별의 생맥주 입가심을 가지고 집으로 향했다. 모처럼의 제법 강한 비에 시원함을 느끼며, 정류장에서 집까지 흠뻑 젖으며, 어느 봄날의 청춘을 회상하고 낭만스레 현관문을 열었다...

"이 사람 미쳤나봐..." 낭만이 확 도망갔다.

4/19배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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