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 (冠岳山行記錄)"니 지금 뭐 묵고 싶노?"-아아! 육봉-팔봉!! | |
관악산 향교능선을 목표로 한 오늘 등산은 참 가벼운 마음이다. 연주암에서 자주 내려온 과천 방향의 등산로는 잘 정비되고 여러사람들이 애용하는 쉬운 길이다. 아침 일찍 아내가 마련해준 돼지고기 안주를 챙겨넣고 삼림욕 수준의 하이킹 기분으로 집을나선다. 사당역을 지나 약속장소인 과천청사역 11번 출구에 도착하니 조익래 동물병원장이 반갑게 맞는다. 지난 달 도봉산에서 손바닥을 다친 뒤 오래간 만이다.
10:00정각에 7명(김일상대장,이주형수석,이충식총무,정종화원장,조익래원장,박성주교수,본인)이 집결하고 산행계획을 수정한다. 모처럼 山行 至尊 정종화 원장의 주말 근교 산행 참가로 일일 대장이 바뀐다. 아아!! 이대목에서 부터 오늘 하루의 고난이 시작될 줄은.....
향교능선을 수정하여 육봉코스로 오르기로하고 음료수를 챙겨 과천청사왼쪽 국사편찬위 옆백운정사 입구에서 등산을 시작한다(10:30) . 바위산 답게 지표를 겨우 감싸는 소나무 얕은 높이 사이로 오월의 햇살이 따갑게 내려 쬔다. 처음 20분은 다들 힘들다는 鄭至尊의 독려에 따라 비 오듯 쏟아지는 일주일 간의 주독들을 흘리며 처음 보이는 삼각형 침봉 스라브에 도착하니 ,그늘마저 찾기 힘든 휴식시간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11:00) 김일상 대장이 껍질 벗긴 오렌지를 냉장시켜 마련했다. 꿀맛이란 이런 거다. 지나가는 젊고 예쁜 며느리감들에게도 菩施한다 .
올려다 보는 국기봉 정상까지 앞으로도 다섯봉을 더 오르내려야한다. 깍아지른 암릉 다섯개라.. 누가 관악산을 쉽다고 했던가.. 정지존 덕분에 관악산 험한 코스(육봉능선, 팔봉능선)는 오늘 전부 답습해야 한다. 이후 1시간 반 동안 다섯번의 고비를 넘길동안 참 많은 생각에 잠긴다. 50평생이 이렇게 험난했던가..중입, 고입,대입,유신,군대,결혼,직장,사업독립,IMF,벤처...누구나 자기세대가 유난히도 시련많은 세대로 느껴지겠지만 전쟁 속에 만들어진 우리네 탄생은 그 출발부터가 모질게 운명지워진 것인가..허나 결코 쓰러질 수 없었고, 우리들은 타고난 재능들과 물려받은 끈질김으로 여기까지 버텨 온 것이다. 마지막 15미터 로프능선을 오르기까지.... 다행히 힘이 여유로운 정지존이 오르내리며 팔을 빌려 준다...
제1국기봉에 올라서서(12:30) 정대장이 한말씀.. " 그런대로 오를만 하지?" 뒤쳐져 천천히 올라오는 조익래군이 눈물 적신 목소리로 화답한다. " 그래 쉽다..." 지나고 보면 보람도 있고 지나온 발자취가 대견스럽기도하다. 과천 시가지를 조망한 후 다시 제2국기봉(549고지)까지의 편안한 트래킹은 앞으로의 우리네 삶의 바램같이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된다. 주변 샛길을 골라서 점심자리를 편다(13:00)
왠지 오늘따라 안주꺼리가 풍성하다.아마도 관악산 오늘 산행을 소풍정도로 생각들 한 모양이다. "기호야, 니지금 뭐 제일 묵고 싶노?" 정지존의 물음이 예사롭지 않다. "씨-원한 막걸리..." 주섬주섬 펼쳐지는 정원장의 신문지 포장속에서 나타난 사각 상자의 막걸리 팩.. 아아 생각지도 못한 냉장 막걸리에 자상하게도 차게 보관한 컵까지...정지존의 여유로움과 남을 위해 준비하는 즐거움...우리는 이제 50인생의 정상에서 이렇게 베풀음의 즐거움을 누려야 한다. 입술 주위에 적셔진 막걸리 잔해들을 끝까지 혓바닥을 갖다대며 아쉽고 귀한 맛을 골고루 나누어 느낀다.
1시간여의 점심식사를 끝내고 연주암과 관악산 정상을 향하는 주능선을 반대로하고 안양쪽으로 뻗은 팔봉능선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육봉능선의 어려움을 헤쳐온 조익래 원장의 입에서 자조썪인 노래가 흘러나오며 ,암릉 여덟개를 또 넘어서 하산해야 하는 오늘 산행이 부디 조그만 사고도 없이 무사하기를 빌며 조심조심 발길을 내민다. 1년전 Damage를 입은 조원장이나 본인이나 부디 건강한 인생의 하산길을 바라는 맘으로 아름다운 여생을 꿈꾼다.
다행히도 팔봉 암릉 주변에는 약간 쉬운 우회로들이 개척되어 올라 올때 보다는 고통스럽진 않다. 그러나 늘 긴장을 유지하지 않으면 바위 미끄럼의 사고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이제 우리들 인생을 정리하며 아들 딸들에게 물려줄 좋은 추억을 위하여 건강한 노후를 준비할 때다.첫째봉, 둘째봉..하나씩 밟아가는 동안에 어느새 1시간이 흐르고 마지막 팔봉에 다다르니 오른쪽 무너미 고개 하산길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유난히 덥고 메마른 관악산(火山)에서 계곡물 소리가 들리는 참 좋은 하산길이다.
15:30 무너미 계곡 맑은 물에 발이 시렵다.이충식총무와 조익래원장은 바로 몸을 담근다. 5시간여의 땀을 한꺼번에 식혀낸후 제4야영장을 거쳐 서울대 입구까지 1산여의 삼림욕 트래킹은 많은 얘기들을 꽃피운다.딱딱한 아이스바를 먹어가며 대모산 막걸리 할머니가 동행하고 ..군대서 막걸리 마시고 기합도 받고..
17:00 서울대입구 지하 주점들은 산행후의 시원한 정취는 없고 그냥 갈증과 허기를 때우는 정도의 권하고 싶지 않은 장소였다. 간단히 각자 취향대로 맥주, 소주, 막걸리를 마시고 아쉬운 헤어짐을... 방향이 다른 본인만 남고 사당역을 향해 버스를 탄다.
아직 귀가 시간이 이르다고 느껴지며 발길은 신림9동 복개천을 따라 옮겨지고 있다. 25년전 신혼 살림을 시작한 깍아지른 언덕위의 전셋집은 "신지혜 독서실" 간판을 크게 달고 있다. 그집 딸이름이던가?..늦게 복학하여 졸업도 못한 학생신분으로 학교앞에 신혼살림을 차려야 했으니 ..고맙다 우리집 여학생!!! 그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지하 보일러실에는 3장씩 3구멍(도합 9장)연탄 보일러 2기가 메케한 가스를 뿜는다.2층 나의전셋방 용과 1층 주인집 보일러는 이상하게 같은 시간에 탄갈이를 한다. 첫째놈을 임신한 아내에게 점수 딸일은 보일러 연탄 갈아 주는 일, 허나 3장짜리 연탄이 붙어서 붉게 올라오면 어둠 속에서 식칼로 연탄재와 불씨 연탄을 쪼개기를 3번 ,일산화 탄소 연탄가스가 너무 독하더이다. 밤 12시 찬바람을 느끼며 살금살금 지하실로 향할제...
""이봐요 학생새댁..미안하지만 내려 간김에 우리 보일러도 좀 봐줘.."
신림동 95번 종점 앞 해거름의 보도에는 아직도 초로의 등산객이 홀로 서성이고 있었다.
이유상 주필의 빠른 등산 참여를 기원하며..
배 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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