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智異山 天王峰 嶝頂記錄 | |
등정기록
(코스안내) 백무동(상백무)-2km-하동바위-1.2km-참샘-0.5km-소지봉-5.5km-장터목-0.7km-제석봉-1.8km-통천문-0.5km-천왕봉-2km-개선문-1km-법계사(로타리산장)-2km-법천계곡-2km -칼바위-2km-매표소(법계교)-2km-중산리 정류장(전체 23.2km)
(등정 참가자)최영수회장,이주형 수석,김일상 대장,이병호 전임부부,박성주 교수 김우성 대원,배기호 대원(이상 8명)
현충일 새벽은 유난히 들떤 기분으로 잠이 오질 않는다. 전날 컨디션 조절을 위해 약간의 동동주와 순대로 영양보충까지 신경을 썼는데, 새벽에는 대망의 지리산에 발걸음을 딛는다는 설레임으로 그만 잠을 설쳤다. 대장을 비롯하여 26산케 모임에서 지리산을 당일로 선택한 것은 처음이다, 그것도 남한 제2봉 천왕봉을 첫 목표로 잡았다. 50평생에 오랫동안 벼르던 지리산을 이제야 올라본다는 사뭇 비장함이 따르고, 한편 7-8 시간의 긴 산행에 체력이 따라 줄는지 걱정도 된다.
새벽5:30, 함께 따라 붙지 못해 약간 섭섭한 마음의 우리집 여학생이, 모처럼 마련한 김밥을 미리 얼려놓은 칡차와 함께 정성스레 건네며, 전장에 나서는 장수 지아비를 배웅하듯 걱정스레 무사귀가와 안녕을 눈빛으로 전한다.이번에 상황파악후 꼭 함께 지리산을 종주할 계획을 세우리다.시간에 맞춰 부지런히 양재동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얼굴보는 김우성 대원을 비롯해 일행 모두 버스에 오르며 반긴다.
7 :00정각에 출발한 산행 전세버스는 지리산으로 향해 일행을 곧장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대진 고속도로를 경유한다. 우리 일행은 너나 할 것 없이 잠이 설쳤는지 흔들리며 좁은 자리에서 새웃잠을 청한다. 잠시 휴게소에서 아침 요기를 때우고,10:10 경남함양 인터체인지를 벗어나 지리산 톨게이트를 통과하여 백무동 입구에 도착하니 (10:50) 거대한 산세에 작은 몸을 담가야 할 오늘 하루가 약간 긴장된다. 백무동은 원래 100명의 무당이 거처했다고 하여 백무동(白巫洞)으로 불린 때도 있었다. 또 안개가 뒤덮고 있다고 하여 백무동(白霧洞)으로 일컫기도 했다. 현재는 백무동(白武洞)으로 쓰고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경남 함양군 마천면 강청리이다. 지리산의 산신인 여신 성모(聖母)가 천왕봉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 성모가 남자를 끌어뜰여 100명의 딸(일설에는 8명)을 낳아 세상에 내려 보냈는데, 100명의 무당들이 8도로 퍼져나간 출구가 백무동이라는 것이다. 산행입구 백무동 간이 전시실에는 해방 후 지리산지역에서 함께 고난의 역사를 짊어져야했던 국방군 복장과 인민군 복장이 피묻은 지난날의 슬픔을 세탁한 듯 깨끗하게 나란히 전시되며 지난 반세기가 무척이나 짧게 느껴 질 만큼 가슴에 와 닿는다. 올해 현충일의 아침은 그렇게 회색의 느낌으로 시작된다.
(11:00) 이제 거대한 지리산의 품속으로 우리들의 몸을 숨기기 시작하며, 슬픈 민족사의 현장에서 우리는 토론없는 역사의 현실체험을 받아 들여야 한다. 비록 급경사는 아니나, 산행의 출발점 치고는 지루한 워밍업이 계속된다. 모든 스케쥴을 서울 근교산행의 두배로 잡아보며 2km의 가쁜 워밍업이 숨차다고 느낄때 쯤 하동바위에 다다라(11:40) 본격적인 공격을 위해 잠시 숨을 고른다. 김우성군의 몸에서 유난히 땀이 많이 쏟아진다. 건강을 위해 그동안 몸속에 쌓였던 온갖 울화를 뱉어내는 기분이다. 두 고을(함양,하동)원님의 한량 노름 덕분에 지리에 맞지 않는 이름을 얻었든지, 하여튼 규모에 비해 흔치 않은 거암이 산자락에 쉼터를 만들어 주니 잠시 숨을 고르며 급경사의 첫 발을 다짐해 본다.
이후 30분간은 1915m의 천왕봉을 오르기 위한 첫 시련대이다. 가쁜숨을 몰아쉬며 비오듯 쏟아지는 땀속에서 이젠 점점 巨山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극복해야만 된다는 오기가 서서히 발동된다. 묵묵히 스스로를 페이스 조절하며 참샘에 다다르니 약간의 간식을 위해 휴식한다. 시원한 물이 파이프에서 흘러 나온다. 무겁게 짊어진 물병이 약간 후회되기도 할 만큼 배낭 무게에 신경을 쏟는다. 최영수 회장은 말없이 담배 한모금으로 온갖 회한을 삼키는 기분이다. 평소와 달리 엄살도 없어진다. 단지 1시간여의 발걸음이 그리 많많치 않음을 새삼 확인하며 금일의 긴행로를 버티는 체력 테스트 속에서 다시 금연을 생각하면 좋겠다.
(12:10)한 달음에 장터목 산장을 오르겠다는 의지로 5.8km의 이정표를 바라보며 2시간 목표를 세운다. 예정진행 시간보다 1시간 단축이다. 소지봉까지의 깔딱고개가 잠시 기를 꺽는가 했으나 그동안의 훈련(?)덕분에 가벼히 망바위에 올라서 등정 기념(사실증명)촬영을 한다. 이병호 전임이 본인의 잘 따라붙음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금년 산악회 신인왕 수상을 노려보고 싶다. 아마도 장거리 산행에 경험이 없는 본 필자를 걱정 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 계속 독려의 칭찬에 힘입어 앞장을 서보며 이 후 제석단을 지나 장터목 산장까지 비교적 약한 경사의 지루한 트래킹을 재촉한다.
(13:40)예정보다 20분 단축하여 장터목 정상에 다다른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서쪽으로 뻗어진 종주 능선 , 남쪽 중산리 유담계곡 등정로, 동쪽 천왕봉에서 내려오는 길, 사방에서 모여든 등산객들로 붐비는 넓직한 산장터가 웅장하리 만큼 시설이 좋은 편이다.이곳에서 전국 각지의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장터가 되기에 충분하다. 잠시 휴식하며 마지막 점심식사를 간편식으로 대체한다. 오르막 등정에서 시간을 단축한 프로(?)들은 제법 느긋하게 김일상 대장이 준비한 중국산 오가피주를 한모금씩 돌린다. 천왕봉 정상으로 먼저 출발한 홍일점 이병호네 여학생이 안주를 가져가서 조금 섭섭하다. 그렇게 많이 흘리던 땀도 1850m 고지에서 식은 채 양지쪽으로 햇볕을 찾는다.
(14:00)충분한 휴식후 천왕봉 정상을 향해 가벼이 발을 내딛는다. 제석봉에 다다르니 고산의 비목들로 을씨년스럽다. 전쟁후 도벌꾼들의 방화로 인해 울창한 삼림이 훼손된 상처라니 참 아쉽다. 올려다 보이는 천왕봉 정상에 등산객들로 줄을 잇고 있다. 서둘러 기분좋게 평탄한 능선을 1시간 가량 걷고나니 천왕봉 정상 바로밑에서 바위로된 거대한 굴문 앞에 다다랐다. 通天門, 이제 천왕봉 聖母 女神을 맞기 위해 하늘로 통하는 문을 통과해야 한다. 잠시 이병호 전임이 깎아주는 참외로 목을 추기며 마지막 정상 공격을 위한 힘을 모운다. 거대한 자연의 품안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으리 만큼 아기자기한 경치는 볼 수 없다. 오직 겹겹의 고산 준릉에 둘려 쌓인 천왕봉에 내 작은 높이를 더하는 의미는 오늘 등정의 전부일 것 같다. 설악의 험준함,도봉산의 기암괴석, 호수가 어우러지는 금수산...우리는 산정에서 바라다보는 주변의 또 다른 색경에 익숙하다. 허나 지리산의 주변은 그냥 산,산, 산일 뿐이다. 산으로 무성한 평야라면 말이 되는가....
(15:00)드디어 정상에 오른 일행은 서둘러 차지한 정상 기념석을 배경으로 확인 사진을 박는다.“ 대한민국 정기가 발현하는 곳..” 서쪽의 노고단과 동쪽의 천왕봉이 쌍벽을 이룬 지리산의 웅장함을 단 한번에 다 느낄 수는 없겠지만 기왕 힘들게 오른 기분으로 많은 기를 가져가고 싶은 맘에 심호흡을 들이킨다. 현충일 조국을 위한 충정 영령들의 안녕을 다 함께 빌어본다. 뒤늦은 이병호 전임 부부의 식사를 기다려 서둘러 하산길을 내려선다.
중산리 방향 하산길은 11km의 급경사 난코스이다.2시간 반의 목표로 오직 막걸리 한 사발 그리며 무거운 발걸음을 스틱에 도움 받아가며 내 딛기 시작한다. 화강암 표피에 쏟아진 듯 쌓인 섬록암 잔해들이 정상 주변을 어지럽혀 약간 조심을 요한다.1시간 여만에 3km의 급경사 하산길을 내려오니 법계사 로타리 아지트에 도착한다. 항상 그렇듯이 하산길의 온갖 상념은 어리석은 소인배도 훌륭한 철학인으로 인도한다. 그래서 地理山(바보도 똑똑해진다)으로도 불리운다.
이 험한 산길을 50여년 전 우리네 선배들은 뭘 위해 숨고 쫓기고 쫓으면서 싸웠을까.. 인간이 만든 이데올로기의 노예들이 훗날 전설같은 역사 속에서 자신들의 기록을 얼마큼 보람된 발자취로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얼마나 먼 훗날에 우리의 후손들은 신라, 백제 싸움 만큼이나 객관적이고 무감각한 시선으로 전쟁을 서술할 긴 초점의 시각을 가질 수 있을까... 종교마저도 부질없이 느껴질 처참한 상황 속에서 우리 이웃들은 이 깊은 산 중에서 하느님부처님을 찾을 여력이 있었을까...
(17:00) 다시 한시간여의 가쁜 하산길을 내달아 법천계곡에서 잠시 땀을 씻어낸다.. 산행 마지막 정리는 계곡물에 발씻기인가..뒤따라 내려오는 최영수 회장의 다소 상한 관절이 걱정된다.이제 오직 구세주 같은 시원한 막걸리를 위하여 종점 회식자리 준비를 위해 선발로 내려간다. 허나 이후 칼바위(이성계 설화) 까지 2km, 다시 법계교 매표소 까지 2km,중산리 버스종점까지 2km, 도합 6km는 지루하리 만큼 많은 시간과(1시간 30분) 무거운 발걸음으로,집에 남겨두고온 우리집 여학생이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법계계곡의 물소리 마저도 시원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1시간여의 휴식시간에 동동주와 막국수로 배를 채우고 어두워진 지리산 산청군 자락을 빠져나오며(8:00) 버스 속에서 아쉬운 소주파티를 벌린다. 미래의 산케 전용버스를 구입하려다 렌터로 돌리고 운전기사까지 채용하여 멋진 산하의 원정길을 밝힌다.
새벽1:00 귀가길을 기다려준 우리집 여학생과 함께 사당동에 이르니 김일상대장의 핸펀;
“지금 은마아파트 뒤 생맥주 집인데 해단식 참여해야지...”
늦잠 자고 사무실에 나오니 후기 빨리 써라는 최회장 독촉을 즐겁게 받아들이며.
2004.6.7 배기호
"이제 지리산 겨우 맛봤다, 금년에 여름, 가을, 겨울 3번 지리산 산행을 계획하며 많은 친구들의 참여를 바란다. 참 쉽고 안전한 산길이며 단지 , 2-3일의 체력 단련만 요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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